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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름이 사라진 시대, 영화 물류의 현주소

by 신승윤 기자

2018년 06월 22일

극장 영사실이 곧 시네마천국? 이제는 옛 이야기

영화의 배송과 상영, 보안까지 책임지는 'DCP'

영화의 완전 디지털 시대, 미래의 ‘시네마천국’은 어디로

 

시네마천국, 디지털로 부활하다

 

1988년 작 쥬세퍼 토르나토레 감독의 영화 <시네마 천국>은 극장 영사실을 주 무대로 영화 필름에 대한 향수를 가득 담은 작품이다. 헌데 아이러니하게도 <시네마천국>은 2013년에 이르러 디지털 방식으로 재개봉 됐으며, 2018년 현재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극장이나 영사실 외에 원하는 어디에서나 관람 가능한 영화가 됐다.

 

필름이라는 전통적 영화 촬영 및 저장 방식이 급속도로 디지털화 되면서 영화의 배급과 상영 또한 새 시대를 맞게 된다. DCP(Digital Cinema Package)의 등장. 이는 ‘영화의 저장 및 배송’이라는 영화 물류의 판도를 뒤집어 놓은 사건이었다. 실제 2008년 당시 국내 극장의 약 94%를 차지하던 필름영화 상영은 2013년 1.2%로 급감, 지금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는 매출의 90% 이상이 극장에서 나오는 한국영화의 수익구조를 감안했을 때 실로 엄청난 변화다.

 

DCP는 극장에서 디지털 시스템으로 영화를 상영하기 위한 포맷이다. 2007년 파라마운트, 유니버셜, 디즈니 등 유명 영화사들이 모인 디지털 시네마 이니셔티브(Digital Cinema Initiatives)가 발표한 포맷으로, 거대한 영화 파일을 무손실에 가깝게 압축하여 극장 상영이 가능하도록 한다. 파일 크기는 통상 120GB 이상으로, 하드디스크에 담기는 크기다.

 

영화 물류의 판도를 바꾼 DCP

 

이 DCP의 등장으로 상영용 필름의 제작비와 운송비는 확연히 줄어들었다. 손바닥만 한 하드디스크는 거대한 필름깡통과는 무게도, 부피도 확연히 차이난다. 상영용 필름 한 편의 복사 비용은 약 200만 원. 게다가 과거의 필름 상영 방식은 개봉관마다 반드시 하나씩 필름이 배정돼야 했다. 때문에 막대한 비용을 들여 필름을 복사한 후 이를 배송하는 데도 시간과 비용이 들었다.

▲ 큰 부피와 무게를 가진 필름깡통 (사진출처: 6080추억상회)

 

그러나 DCP 방식은 이 과정이 훨씬 간소화 된다. 하드디스크마다 생성된 DCP 파일을 복사만 하면 되는 것이다. 국내 대형 배급사의 DCP 관리 및 배송을 담당하는 토탈무비 이경호 과장은 “전국에 DCP를 배송하는 가운데 서울·경기 지역은 직접 배송하고 있다”며 “멀티플렉스 극장마다 단 하나의 DCP 하드디스크면 된다. 중앙 서버에 DCP를 복사하면 모든 상영관에서 상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이는 획기적인 비용감소를 불러온다. 단순한 예로 서울지역 멀티플렉스 극장 3곳에 대한 영화 배송을 진행한다 가정해보자. 멀티플렉스마다 해당 영화의 상영관은 4군데. 이를 필름으로 배송할 경우 총 12개의 필름을 제작해 일일이 운반 및 배송해야 한다. 반면 DCP의 경우 단 하나의 하드디스크를 들고 다니며 모든 극장에 대한 영화 배송이 가능하다. 필름 제작비, 운송비 감소와 더불어 수량 파악, 안전한 보관 등 관리비에 대한 부담도 사라진다.

 

게다가 필름과 달리 한 번 사용한 DCP는 재활용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패키지 내부의 영화만 교체하면 얼마든지 다시 쓸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토탈무비에서는 DCP 하드디스크의 배송에 이어 수거까지 책임지고 있다. 이경호 과장은 “수거된 DCP 하드디스크를 특수 상황에 대비해 사내에 보관하기도 한다”며 “과거 필름을 보관할 때보다 무게와 부피가 훨씬 덜 나가 편리하다”고 말했다.

 

영화를 복사해서 상영한다고? 그럼 보안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DCP는 극장마다 복사파일을 전달해 상영하게끔 하는 배송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영화뿐만 아니라 음악, 만화 등 디지털 콘텐츠가 가진 고질적 문제인 불법복제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에 대해 DCP는 특별한 인증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바로 KDM(Key Delivery Message)이다.

 

KDM은 영화를 DCP에 담으면서 함께 생성하는 고유 비밀번호와 같다. 때문에 해당 DCP를 열어 안에 담긴 영화를 상영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KDM을 입력해야만 한다. 이 KDM은 DCP의 배송과 함께 각 극장 담당자의 이메일로 전달되기 때문에 그 외 불법적으로 복사된 DCP는 애초에 열어볼 수가 없다.

 

더불어 DCP에는 디지털 워터마크를 삽입할 수 있어 불법복제 또는 유포를 추적해낼 수 있다. 나아가 애초에 상영 기기 및 상영 가능 기간을 설정할 수도 있다. 지정된 상영 기기가 아니거나, 상영 가능 날짜를 넘기면 정확한 KDM을 입력한다 하더라도 해당 DCP 파일을 열어볼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이처럼 확실한 DRM(Digital Rights Management)을 통하여 영화를 보호할 수 있기에, DCP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상영은 필름 상영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었다.

 

<시네마천국>의 미래 버전이 나온다면

 

DCP로 저장된 영화는 1~2년의 보관 기간 후 삭제된다고 한다. 재활용에 따라 해당 DCP 내부를 신작 영화가 차지하게 된다. 그렇다면 필름이 아닌 디지털로 저장된 영화들은 어디에, 어떻게 보관되는 것일까? 디지털 파일로서 배급사의 내부 서버에 보관되기도 하겠지만, 우리가 손쉽게 꺼내볼 수 있는 곳도 존재한다. 바로 웹 서버다.

▲ 웹 스트리밍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영화를 골라볼 수 있다. (POOQ 영화 카테고리 캡쳐)

 

DCP는 IPTV나 웹에 업로드 할 수 있는 MOV, MPEG 등 포맷으로의 변환 또한 가능하다. 이로써 원하는 장소와 시간에 TV, 스마트폰 등 각종 스크린으로 보고 싶은 영화를 관람할 수 있다. 미래의 ‘시네마천국’은 꼭 영사실이 아니어도 된다는 뜻이다.

 

물론 영화 속 특유의 향수와 분위기는 아니겠으나 단칸방, 옥상, 공원이나 캠핑장 등 내가 원하는 곳을 ‘시네마천국’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신승윤 기자


'물류'라는 연결고리 / 제보 : ssym232@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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