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독일인도 놀랐다! 온라인 시대, 슈퍼마켓의 반란

by 한덕희

2018년 06월 25일

독일 슈퍼마켓체인 레베(REWE), 온라인 강화로 배달열풍 몰고와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고객대면 배달완료율' 향상 목표로

레베가 온라인에 집중하는 이유, '아마존프레시'에 대응하기 위해

글. 한덕희 독일 레인지로지스틱스 대표

 

Idea in Brief

전화 한 통으로 배달을 할 수 있는 한국에서는 어쩌면 당연한 일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곳 독일에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배달문화가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중 가장 빠르게 변신하고 있는 분야는 ‘슈퍼마켓’이다. 오프라인 슈퍼마켓에서 온라인으로 배달주문을 하고 오프라인에서 수령 받는 개념이 독일인들 사이에 거대한 ‘파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독일의 레베(REWE) 그룹이 있다.

 

한국과 달리 독일에서 ‘배달’은 최근 들어 ‘열풍’처럼 확산되고 있는 트렌드다.

 

레베(REWE)는 독일에서 가장 큰 슈퍼마켓 체인 중 하나입니다. 그런 레베가 지난 2015년 배달 서비스(온라인 슈퍼마켓)를 시범 도입했습니다. 그리고 3년 가까운 시간이 지난 지금, 독일에서는 레베가 몰고온 ‘배달’ 열풍이 뜨겁습니다. 단순히 슈퍼마켓 상품을 배달해준다는 개념을 넘어, 고객 각각의 니즈에 맞추는 방식의 ‘온디맨드 물류’로 진화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레베의 온라인 배달 시스템은 어찌 보면 참 간단합니다. 먼저 고객의 온라인 주문 데이터가 물류거점 역할을 하는 레베 지점으로 전달됩니다. 이후 지점의 담당자가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피킹하고 문전배송합니다. 아주 단순합니다. 대단한 전용 시스템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필자는 사실 확인을 위해 온라인 물류거점 역할을 하는 레베 지점을 직접 방문하여, 온라인 주문처리만을 위한 별도 시스템이 따로 구축돼 있지 않다는 것을 직접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온라인 주문 상품픽업을 하고 있는 레베 지점 담당자

 

그럼에도 레베는 ‘온라인화’를 기반으로 큰 성장을 이룩합니다. 현재 레베의 배달 서비스는 독일 전역 75개 도시에서 이용이 가능하며, 독일 전체 인구의 40%를 커버하고 있다고 합니다. 레베그룹의 2017년 회계연도 매출은 직전해보다 8.3% 증가한 493억 유로(한화 63조 원)로 늘었습니다. 동기간 레베그룹의 거래량은 7.1% 증가했으며, 이중 온라인 매출은 레베그룹 전체 거래량의 1% 수준으로 크게 성장했습니다.

 

겉으로 보기 대단치 않아 보이기도 하는 ‘레베’의 배달 시스템이 독일 전역에 ‘파격’을 몰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조금 더 천천히 그 이유를 살펴봤습니다.

 

‘데이터’를 품에 넣기 위한 온라인화

 

오프라인 기반 유통기업 레베가 온라인 슈퍼마켓으로 진출하면서 가장 신경 썼던 것은 ‘데이터’였다고 합니다. 레베의 배달 시스템은 기존 소매 유통거점의 판매 데이터를 근거로 하여 온라인 수요를 예측했습니다.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 문 앞까지 가장 효율적으로 배달할 수 있는 ‘지점’을 파악하고, 온라인 배달 서비스를 개시했습니다.

레베앱을 통해 모바일 슈퍼마켓 배달주문도 가능하다

 

레베가 특히 신경썼던 것은 ‘고객대면 배달 완료율’을 높이는 것이었습니다. 레베는 온라인 슈퍼마켓 시범서비스 기간부터 고객대면 배달 완료율이 높은 특정 시간을 통계로 파악하는 작업을 계속해왔습니다. 가령 고객에게 전달되는 배달 리드타임이 20분일 경우 고객대면 배달 성공률은 약 95%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리드타임이 10분일 경우 오히려 고객대면 배달 성공률은 60%로 떨어진다는 것을 데이터로 파악했습니다.

 

프리미엄에는 ‘이유’가 있다

 

레베는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고객에게 ‘배달시간 선택옵션’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프리미엄 배달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물류에 대한 고객수요를 파악하고, 고객수요가 몰리지 않은 시간대에는 ‘할인 요금’을 책정하여 고객을 유인하는 방법입니다. 어찌 보면 배달 시스템을 최적화하기 위한 서비스 비용을 고객에게 떳떳하게 부가하는 모습입니다.

 

레베의 온라인 주문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전날부터 최대 13일 이전까지 2시간 간격으로 배달 시간을 정하여 주문을 예약할 수 있습니다. 이 때 고객이 ‘오전’이나 ‘오후’처럼 넓게 분포된 시간을 선택하여 주문할 경우 ‘일반 배달비’를 지급하게 됩니다. 다만, ‘시간 단위’로 쪼개진 배달 희망시간을 선택할 경우 추가적인 배달비를 지불해야 합니다. 월요일과 토요일보다는 화요일부터 목요일까지의 배송비가 조금 더 저렴합니다. 배달비를 프리미엄 회원제(6개월 정기구독)로 할인해주는 옵션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레베에서 온라인 주문을 하는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배달 예약시간 옵션

 

레베는 고객에게 배달 2시간 전 SMS(Short Message Service: 단문 문자 서비스)를 활용해 배달 예정시간을 전달해줍니다. 예를 들어 고객이 배달시간을 오후 3시~5시 사이에 예약을 했을 경우 3시 30분에 배송이 예상된다면, 2시간 전인 1시 30분에 해당 정보가 문자로 전송됩니다. 이는 고객에게 정확한 상품 도착시간에 대한 안내를 해줄 뿐만 아니라 배달기사 입장에서는 고객에게 도착하는 시간을 미리 전달하여 부재중 배달을 줄일 수 있는, 즉 대면배달을 완료할 확률을 높여주는 방법이기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는다고 합니다.

 

레베는 또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매장에서 바로 찾을 수 있는 픽업 서비스도 제공해주고 있습니다. 일명 ‘대신 장 봐주기 서비스’입니다. 고객은 온라인으로 장을 보고 물건만 찾으러 가면 됩니다. 아주 편리합니다.

레베 매장에서 볼 수 있는 ‘픽업 서비스 안내’

 

라우팅도 ‘스마트’하게

 

레베와 같이 신선식품을 다루는 슈퍼마켓의 라스트마일 물류에 있어서 제품 신선도를 유지하고, 시간을 엄수하는 것은 고객만족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입니다. 때문에 효율적인 배송 라우팅(Routing)을 짜는 것이 레베와 같은 물류 서비스의 핵심이 됩니다.

 

배송 라우팅을 잘하기 위해선 고객의 주문 정보가 필요합니다. 앞서 레베가 고객의 주문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프리미엄 요금’을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레베는 고객 주문시간 데이터를 ‘라우팅’에도 활용합니다. 온라인으로 받은 고객주문 데이터는 레베그룹의 자체개발 소프트웨어인 ‘FLS 바이지투어(Visitour)’를 전달되고, 자동으로 배송 루트를 계산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단순히 최단 루트뿐만 아니라 배달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예상 변수까지 고려하여 ‘최적’의 루트를 도출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도로에서 목적지까지의 시간별 평균속도, 막히는 구간뿐만 아니라 배달 지연을 유발할 수 있는 우천 등 기상문제까지 대입하는 방식입니다. 레베의 배달기사는 앱을 통하여 도로 상태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실시간으로 보고하기도 합니다.

 

아마존프레시? 한 판 붙자!

 

필자는 이번 기고를 작성하면서 독일 레베그룹 본사 홍보 담당자와 연락했고, 담당자로부터 여러 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레베 관계자에 따르면 레베그룹이 온라인 서비스에 집중하는 이유는 미국 ‘아마존프레시’에 대응하면서 독일내 최고 서비스가 되기 위함입니다. 레베그룹은 신선식품에서만큼은 아마존에게 시장을 뺏기지 않고자 합니다. 때문에 온라인 영역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거침없이 진행하고 있습니다. 레베그룹은 온라인 주문 배달 서비스를 통해 아마존이 추구하는 온라인 원스톱 쇼핑방식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 레베그룹의 온라인화 전략은 언뜻 보기에 아마존의 접근법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아마존과 같은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오픈 플랫폼이 아닌 ‘음식(Food)’이라는 비즈니스 카테고리 안에서 전문화된 유통 플랫폼 서비스를 수직 통합하고자 한다는 측면에서 그 차이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레베는 온라인 배달 서비스를 통하여 냉동식품, 생선, 신선육류, 우유 등 신선식품뿐만 아니라 레시피가 포함된 식재료도 함께 고객에게 판매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금은 무거운 식품군인 음료수, 맥주, 와인 등 모든 슈퍼마켓 제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여 고객들에게 큰 만족도를 주고 있습니다.

레베 온라인 배달 서비스를 통해 주문할 수 있는 레시피가 포함된 신선식품

 

레베는 오프라인에 집중하던 시절 각각 흩어져있던 지역 기반의 지점들이 온라인 서비스를 매개로 라스트마일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음식 분야의 물류를 연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거점별 지역 네트워크는 고객에게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자원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사실 레베의 행보는 어디서 많이 보던 그림이기도 합니다. 한국에서 ‘신선식품 커머스’, ‘푸드테크 기업’을 표방하고 있는 기업들이 레베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이 있지는 않을까요? 혹은 레베가 한국 기업들을 통해 배울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독일에서도 전자상거래는 매년 30% 이상씩 성장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선식품 시장은 매년 성장하고 있으며, 10년 이내에 전체 슈퍼마켓 시장의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독일 최고의 푸드체인 플랫폼으로 거듭나고자 하는 레베그룹. 앞으로를 더 기대해 봅니다.



한덕희

서강대 졸업 후 이모션을 거쳐 이커머스 전문기업 NHN고도소프트에서 본부장을 지냈다. 그러던 중 무역과 물류 시장에 푹 빠져 유럽으로 넘어와 현재 유럽항공물류의 중심도시인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커머스물류 전문회사인 레인지인터내셔널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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