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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이커머스 본부가 '혐오시설'된 썰

by 김동준 기자

2018년 06월 04일

신세계의 '최첨단 온라인 물류센터', 하남 주민들에겐 '혐오시설'?

도심지를 택한 신세계, 핵심은 '보관성'과 '접근성'

지역사회 설득을 위한 노력이 반드시 동반돼야
 

글. 김동준 기자

 

Idea in Brief

집 앞에 물류센터가 들어선다면 어떤 느낌일까. 최근 한 사례를 살펴보면 그다지 유쾌한 기분이 들지는 않는 모양이다. 바로 하남 미사지구 일대에 조성될 예정이었던 신세계의 온라인 물류센터 이야기다. 신세계가 조성할 물류센터는 이커머스 사업의 본부 역할과 물류 거점 역할을 통합한 형태로 운영될 예정이다. 그러나 지역사회의 반응은 차갑다. 일부 주민들은 협의체를 꾸려 적극적인 반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 뿐이랴. 지방선거라는 이벤트가 작용한 탓인지 하남시장과 지역구 국회의원도 동참해 주민들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신세계가 야심차게 준비하던 이커머스 사업 구상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신세계가 경기도 하남시에 위치한 미사지구에 물류센터를 세운다고 밝히자, 지역사회가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폭탄발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말은 내뱉는 족족 이슈가 됐다. 지난해 스타필드 고양 개장식에서 “이케아도 쉬어야 한다”고 작심발언을 하는가 하면 이커머스 사업 강화를 언급하며 관련 업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그랬던 그가 이번에는 이커머스 사업 본부와 온라인 물류센터 역할을 겸할 건물을 경기도 하남시에 짓겠다고 말했다가 지역사회로부터 뭇매를 맞고 있다.

 

“물류센터는 물러가라”

 

지난 3월 정 부회장은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그룹 & 파트너사’ 채용박람회에서 야심찬 계획을 공개했다. 외국계 투자운용사 두 곳에서 유치한 1조 원 이상의 자금을 이커머스 사업의 핵심 시설에 투자하겠다는 내용이다. 당시 그는 “하남시에 아마존을 능가하는 최첨단 온라인 센터를 구축할 예정”이라며 “아파트 30층 높이로 짓고,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정도로 예술성을 갖춘 건물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앞서 백화점과 이마트로 나뉘어져 있는 온라인사업부를 통합해 새로운 법인을 출범시킨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구상을 구체화하는 첫 단계로 나온 게 온라인 물류센터에 대한 계획이다. 회사는 이미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물류센터 부지를 약 970억 원에 낙찰까지 받은 상황. 자급시설용지로 분류되는 부지는 총 4개 블록, 2만 1,422㎡에 이른다는 게 하남시 측 설명이다.

▲ 신세계가 이커머스 본부를 세우겠다고 밝힌 하남시 미사지구 일대. 지도에 파란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이커머스 본부가 들어설 곳이다. (사진: 네이버지도)

 

그러나 문제가 발생했다. 지역사회가 반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이커머스 사업의 본부 역할이라는 신세계의 원대한 목적(?)은 차치하고, 물류센터 역할도 겸할 것이라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미 ‘이마트 물류센터 반대 주민협의체’가 구성돼 오수봉 하남시장과의 간담회를 진행했고, 하남시 역시 지역주민들과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 더불어 하남시를 지역구로 둔 이현재(자유한국당) 의원은 신세계 고위 관계자를 의원실로 불러 LH와의 토지계약 전면보류라는 결정을 이끌어 낸 상태다.

 

사전 협의는 없었나?

 

주민들이 우려하는 바는 물류센터가 들어서면서 생길 교통에 대한 이슈다. 하루에만 500여 대 이상의 대형트럭이 물류센터를 드나들 것이고, 이는 미사지구 일대의 교통을 혼잡하게 만들 것이란 주장이다. 특히 대형트럭이 도로를 점령하면서 발생하는 안전에 대한 우려도 주민들이 물류센터 건립을 반대하는 핵심적인 이유 중 하나다.

 

미사지구 주민들이 만든 인터넷 카페를 살펴봐도 ‘물류센터가 들어서면 대형트럭이 우리 생활을 불안하게 한다’, ‘아이들을 트럭이 돌아다니는 집 밖으로 내보내기 두렵다’ 등 우려의 목소리가 상당하다. 카페에 게재된 ‘이마트 물류센터 반대 주민협의체 1차 회의’ 내용에 따르면 지역주민들은 신세계 측 물류센터의 무조건적인 철회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를 만들고 싶다. 초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오게 되면 수백대의 트럭이 다니면서 일대 환경을 파괴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위협을 준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청원이 올라왔다. 해당 청원은 4월 17일 기준 8,937명의 사람들이 동의했다.

▲ 하남시 미사지구 일대에 걸린 ‘신세계 물류센터 반대’ 현수막

 

지금까지 발생한 일련의 사태가 나타내는 충돌지점은 어디일까. 근본적인 원인은 물류센터가 일반 대중에게 있어 ‘혐오시설’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이를 간과한 신세계는 주민 입장에서 혐오시설에 해당하는 물류센터(물론 이커머스 사업의 본부라는 게 신세계 측 입장이지만…)를 주거지 한 가운데 세우려 했고, 결국 문제가 커지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신세계는 사전에 지역사회와 협의과정을 거치지 않았을까. 사측은 이와 관련한 어떠한 답변도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어떠한 입장도 내놓은 적이 없다”며 지역사회와의 사전 협의나 추후 협의 여부에 대해 일절 함구했다.

 

반면 하남시의 말을 들어보면 신세계가 어떠한 사전 협의도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추측된다. 하남시 관계자는 “신세계가 (물류센터 건립과 관련한) 협의를 진행한 적은 없다”며 “물류센터가 들어설 부지에 대한 거래도 신세계와 LH 사이에서 발생한 일이기 때문에 시 측이 관여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신세계는 왜 도심지를 택했나?

 

이에 한 가지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왜 신세계는 주거지와 인접한 지역에 물류센터를 세우려 했냐는 것이다. 사실 입지 자체만 보면 나쁜 결정으로 보이진 않는다. 거주지와 가깝다는 점만 제외하면 상일 나들목(IC)과의 직선거리는 채 1km가 되지 않는다. 하남시만 놓고 보더라도 서울과의 거리가 멀지 않고, 스타필드 1호점이 들어선 지역이기도 하다. 물론 신세계는 입지와 관련해서도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자제하고 있기 때문에 그들의 의도를 명확히 알긴 힘든 상황이다.

 

어찌됐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주거지와 가까운 곳에 물류센터를 세우려 했다는 점은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물류센터는 교외에 세워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특이한 결정이다. 물류 인프라 컨설팅업체인 디오로지텍 정유석 대표는 과거 본지 기고를 통해 좋은 물류센터의 핵심 조건을 ‘보관성’과 ‘접근성’이라고 꼽았다. 보관하는 상품이 훼손돼서는 안 되고, 주요 소비시장에는 최대한 근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최적의 입지조건을 맞출 경우 임대료가 높아지기 때문에 주로 교외에 들어선다는 설명이다.

 

실제 대다수 이커머스 업체들의 물류센터는 도심지와는 거리를 두면서 교통은 편리한 지역에 세워져 있다. 대표적으로 쿠팡이 운영하는 덕평 물류센터의 경우 이천시로부터 직선거리로 약 8km 떨어진 지점에 위치해 있다. 위메프가 운영하는 약 3,300㎡ 규모의 물류센터도 경기도 광주에서 운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물류센터의 경우 밤낮없이 대형트럭이 드나들 수밖에 없기 때문에 도심지에 입지를 선정할 경우 지역사회의 반발이 생겨나는 건 당연하다”고 귀띔했다.

▲ 쿠팡이 운영하는 덕평 물류센터. 도심지와 떨어진 지점에 위치해 있다.

 

‘골칫거리’ 물류센터… 해법은?

 

그렇다면 물류센터가 지역사회에 주는 이점은 무엇일까? 지역사회의 고용을 늘릴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으로 꼽히지만 세세하게 따져보면 일부 관리 인력을 제외하고는 일용직 노동자들이 주를 이루는 물류센터 고용구조 특성 상 크게 와 닿는 장점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때문에 신세계의 구상처럼 주거지역과 가까운 곳에 물류센터를 세우려 한다면 결국은 지역사회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만일 신세계가 이번 사태에서 지역사회를 간과한 채 사업을 추진했다면 이는 신세계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 대형 물류센터가 주거지 옆에 세워진다는 것을 지자체와 논의도 없이 결정했다고 보기는 힘들다”며 “만일 사전에 협의가 없었다면 지금 신세계가 겪고 있는 논란은 사측에게도 일정부분 책임이 있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이 최대 투자처가 된 대한민국의 특성 자체가 문제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또한 물류센터 자체에서 발생하는 소음 등 문제보다는 물류센터를 거쳐 가는 대형트럭 등이 주민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주요한 요인이라는 의견도 있다.

 

정 대표는 “대부분의 지역사회는 물류센터가 아니라 다른 것을 지어도 반대하는 경향을 보일 것”이라며 “도심형 물류센터의 경우 (교외에 위치한 물류센터와 비교해) 외부로 소음이 나갈 확률이 적은 것이 사실이고, 주민 입장에서 크게 와 닿는 부분은 화물차 교통량이 많아지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결과적으로 이 같은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결국 사측이 나서야 한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가까운 일본의 사례처럼 물류센터를 일반인들에게 적극 개방하거나 체험학습의 장(場)으로 활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가 표출하는 불만을 명확히 파악해 회사 차원에서 적극적인 관계개선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 대표는 “일본의 물류센터를 벤치마킹 하려고 방문했더니 유치원 어린이들부터 물류센터를 견학하고 있는 모습을 봤다”며 “우선은 지역사회가 물류센터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고, 12시 이후 작업을 줄인다거나, 방음시설을 강화한다거나 하는 등 대책을 세워 지역사회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준 기자

청와대 대변인실에서 인턴으로 일했다. 정치부/산업부 기자로도 일했다. 지금은 CLO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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