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찰제·세련된 포장을 강점으로 진입한 노량진 O2O
속도와 비용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퀵서비스 회 배송
또 다른 테마 ‘공유배송’의 실체는
기자는 육고기보다 물고기를 더 좋아한다. 특히 마감과의 사투(?)를 벌인 날이면, 회에 소주 생각이 간절해진다. 그럴 때 생각나는 곳이 바로 노량진 수산시장이다. 서울에 거주하면서 회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노량진 수산시장은 결코 낯설지 않다. 싱싱한 해물과 생기 넘치는 그곳을 떠올리면 어쩐지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노량진 수산시장에 직접 가는 것이 조금 부담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먼저 정찰제가 아니다. 회를 잘 모르는 사람이기에, 제철 회가 무엇인지, 적정 가격은 얼마인지 알기 어렵다.
그렇다보니 상인에 말을 듣고 구입을 결정하게 되는데, 과연 내가 적절한 가격에 잘 산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판매자가 제시하는 가격에 구매하거나 흥정을 해서 가격을 낮춰야하는 일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또한, 시장에서 회를 사고 난 이후에는 ‘양념식당’에 가서 조리를 요청해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양념식당은 사람수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 때문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돈을 쓰게 된다. 일반 식당보다 저렴한 가격에 회를 먹을 수 있다는 기대를 품고 노량진 수산시장에 방문했다면, 결과적으로 조금 실망할 수도 있다.
얼마 전부터 위와 같은 소비자의 고민을 해결해주고자 노량진 수산시장 O2O, 즉 모바일이나 인터넷으로 회를 주문하면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에 배송해주는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전에도 노량진 시장에 있는 매장에 전화해 회를 주문하면 소비자가 있는 곳으로 보내주는 서비스는 존재해 왔다. 다만 최근에 등장하는 회 배송 O2O업체들이 내세우는 가장 큰 강점은 ‘정찰제’다. 모듬회로만 메뉴를 구성하여 판매 가격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업체가 있다. 아예 노량진, 가락시장 회센터, 소래포구 등 수산시장의 시세를 공개하는 업체도 있다.
‘속도와 비용 사이’
그런데 기존 오프라인 매장이든 새로 등장한 O2O업체든, 대부분의 업체 사이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회배송에 이륜차 배송(퀵서비스)이 활용된다는 점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회에 있어 신선도는 생명과 같다. 판매자와 소비자 모두 ‘빠른 배송’을 원하는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방식이 이륜차 배송이다.
그런데 이륜차 배송의 배송비는 택배나 음식배달 앱의 배송비와 비교하면 비교적 높은 편이다. 보통 기본 배송비 1만 원에 노량진을 기준으로 거리별 추가 비용이 붙는다.
또한, 판매업체에서 실시간으로 배송비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 대부분 이륜차 배송업체를 통해 배송되므로 판매업체가 배송업체에 가격을 문의하고 난 뒤 다시 고객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비용의 문제를 수반하면서, 소비자가 온라인이나 모바일로 회를 시키는 것을 주저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실제로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회 배송 O2O업체를 운영했던 업계 관계자는 “노량진의 소비층을 보면 남성으로 이뤄진 단체 고객이 많다”며 “대부분의 고객들은 비싼 배송비를 내느니 직접 노량진 수산시장 현장에서 먹는 것을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실제로 기자가 노량진 수산시장에 직접 방문했다. 강남까지 퀵서비스로 회를 보내줄 수 있는지 문의하니 “1만 2,000원의 추가요금이 발생한다”는 답을 들었다.
가장 큰 숙제는 ‘가성비’
이런 상황에서 시장에 새로 진입한 회배송 O2O 서비스 업체들이 맞닥뜨린 가장 큰 숙제는 ‘낮은 비용으로 안정적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됐다.
‘인어교주해적단’은 스타트업과의 제휴를 통해 위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올해 1월, 인어교주해적단은 회 배송 서비스를 론칭하며, 이륜차 배송 스타트업 원더스와 제휴를 시작했다.
원더스는 택배에서 주로 사용되는 허브앤스포크 방식을 활용해 5,000원의 가격에 서울 전 지역 이륜차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비록 출발지에서 목적지로 바로 상품을 보내는 기존 이륜차 배송보다는 느리지만, 기존 이륜차 배송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당일 배송이 가능하다.
하지만 론칭한지 2달이 채 되지 않아 인어교주해적단은 회 배송 서비스 중단 사실을 알렸다. 원더스 측이 신선배송 서비스를 종료함에 따라 인어교주해적단이 별다른 배송 대안을 찾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인어교주해적단의이 원더스를 이용한 가장 큰 이유는 배송비 때문이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퀵 업체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원더스가 서비스를 종료하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빠르지만, ‘규모’를 담을 순 없다
이전까지 노량진 수산시장에 있는 일반 점포에서 회 배송 서비스를 주문하면, 보통 라면박스 같은 종이박스에 회와 매운탕거리가 냉동팩과 함께 담겨진 상태로 배송됐다.
이와 달리 최근 시장에 진입한 업체들은 포장을 또 다른 고객 경험으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 식품 판매하는데 위생관리는 곧 소비자의 만족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회 배달 서비스 미친물고기를 운영했던 이지선 씨는 “미친물고기 O2O 서비스를 할 때 포장에 대한 관리가 힘들었다”며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다’라는 말이 있듯이 종이박스에 들어있는 회를 봤을 때 고객 만족도가 얼마나 높을지 의문스럽다”고 전했다.
▲ 온라인으로만 회를 판매하는 업체에서 회를 주문해 봤다. 정갈한 상태로 포장된 모습이다.
하지만 위생과 미관을 생각한 포장은 이륜차 배송에서도 생각지 못한 어려움을 야기했다. 스티로폼 박스로 포장을 하면, 부피가 커진다. 적재공간이 넉넉지 않은 오토바이인데, 특히 스티로폼 박스라면 한 번에 실을 수 있는 양이 더욱 적어진다.
결과적으로 한 번에 최대한 많은 물건을 싣고 배송해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데, 이를 실현하지 못하게 된다. 앞서 인어교주해적단의 신선배송을 담당했던 원더스의 관계자는 “오토바이는 적재 공간이 충분치 못한 편인데, 스티로폼 박스는 특히 부피가 커서 오토바이 한 대에 1개 정도만 실을 수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테마 ‘공유배송’
이런 와중에 최근 ‘공유배송’ 방식으로 회를 배송해주는 업체가 나타났다. 익일배송이긴 하지만, 주문부터 상품 수령까지 24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소비자가 해당 업체의 온라인몰에서 저녁 7시 이전에 상품을 주문하면, 다음날 저녁 5~7시 사이에 받아볼 수 있다. 심지어 판매되는 산지에서 직접 공수한 자연산이다.
구체적으로 주문, 배송 프로세스를 살펴보자. 고객의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업체와 제휴를 맺은 거제도, 제주도의 어부로부터 손질된 상태의 회를 직매입한다. 이후 회는 서울로 올라와 생산기지에 잠깐 머문다. 회 손질의 표준화와 위생관리를 위해서다.
이후 손질된 횟감은 야채 등과 함게 재포장되어 고객에게 전달된다. 이 업체의 지난해 거제도 매입량은 약 1톤, 최근에는 월 평균 3톤으로 늘어나 경매를 통해서도 횟감을 매입하고 있다.
이 업체의 배송료는 3,500원으로 노량진보다 저렴하다. 이는 ‘공유배송’을 활용했기 때문이다. 업체가 배송을 위해 활용한 수단은 일반적으로 교통수단으로 쓰인다고 알려진 ‘카풀앱’이다. 카풀앱 어플을 통해 호출한 기사들이 소비자에게 회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해당 업체 대표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인스타카트를 롤모델로 꼽았다. 향후 수산시장 안의 업체와 협력해 고객에게 직배송을 하는 방식을 도입할 계획이다. 그는 “수산시장 안에 공간을 대여하면 이미 시장 내에 마련되어있는 냉장시설을 사용할 수도 있다”며 “수산시장에서 대신 쇼핑할 수 있는 배달원을 연결, 주문 내 3시간 이내 집으로 배송해주는 서비스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