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김동현의 퀵서비스의 역사 ⑤] IT가 바꾼 퀵서비스, 그리고 여전한 기사들의 삶

by 김동현

2019년 02월 27일

IT 접목한 퀵서비스, 과연 업무 프로세스는 어떻게 변화했나

'퀵 기사님들은 왜 휴대폰이 여러 대에요?' IT 만난 퀵 기사들의 사정

열악한 퀵 기사들의 삶과 여전한 서비스 품질, 'IT여, 어디로 가야하오'

 

글. 김동현 체인로지스 대표

 

 

얼마 전 KT 아현지사 통신구에 화재가 발생했다. 이 화재로 인터넷과 휴대폰 등 우리가 일상 속에서 당연한 듯 활용하던 것들이 큰 장애를 입었다. 10여년 만에 공중전화 앞에 줄이 세워졌고, 카드 단말기 문제로 결제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병원 전산 시스템이 마비되어 대형병원 응급실이 일부 폐쇄 되었다. 그보다 이틀 전에는 AWS(Amazon Web Services)의 DNS 서비스에 장애가 있었다. 2시간 동안의 장애로 인해 쿠팡과 배달의 민족, 마켓컬리 등 업체들의 접속이 이루어지지 않아 이용 고객의 불편이 일어났다.

 

통신 및 관련 프로그램은 이제 우리의 일상 그 자체가 됐다. 때문에 이를 사용하고 있는지 아닌지 모를 정도로(이런 부분은 포괄적 물류와도 궤를 같이 한다.) 가까이에 그리고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그 가운데 이러한 변화들이 과연 퀵서비스의 업무에 있어서는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통신기술 없이 퀵을 논하지 말라

 

초기의 퀵서비스 사무실은 유선 전화기 몇 대와 수기 장부만 가지고 운영되었다. 그러다가 프로그램이 도입되면서 여러 가지 변화가 생겼다. 우선 일반 전화기에서 키폰*으로 변경이 되었다. 프로그램과 연동해서 업무를 보기 위함이었는데, 물론 일반전화기 사용이 불가능 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여러 사람이 업무를 보기 위해선 키폰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 한국통신이나 하나로통신에서 부여받은 국선 전화번호로 걸려오는 통화신호를 받아들여 내부에서 부여한 고유 내선번호로 전환해주는 장치를 말한다. 키폰 시스템과 단말기를 이용해 통화전환, 보류, 회의 등 여러 가지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출처: 매일경제용어사전)

 

그리고 직원들 각자의 자리에 PC와 듀얼모니터가 설치되었다. 요즘에야 듀얼로 쓰는 것이 흔한 일이지만 10년 전 만해도 프로그래머나 디자이너 정도만 사용하는 정도였다. 왜 이렇게 설치했는가 하면 프로그램 내 오더 접수창과 기사 위치 관제창을 동시에 띄워놓음으로써 퀵 사무실의 2가지 주요업무를 빠르게 처리하기 위함이었다.

▲ 실제 퀵서비스 사무실의 모습. 듀얼모니터를 활용해 행정과 관제를 동시에 진행한다.

 

그 프로세스를 자세히 살펴보자. 먼저 퀵 사무실 직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전화를 받는다. 그러면 통화 발신자 측의 전화번호가 프로그램 내 저장되어 있는 데이터와 매칭되어 해당 거래처의 접수창이 뜨게 설정돼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신입사원이 들어오거나, 사내 어떤 직원이 전화를 받더라도 편리하면서 일률적인 업무처리가 가능했다. 또한 누가 전화를 받았는지에 대한 이력 또한 남길 수 있다. 다음은 이렇게 접수된 오더를 가장 가까이에 있는 기사에게 배정하거나, 공유*로 처리해 배정된 기사가 가까이에 있는지 직접 확인한다. 이후 처리 중인 오더관련 문의전화를 받는 경우, 접수창의 오더와 매칭해 해당 퀵 기사의 위치와 동선을 빠르게 체크한 뒤 답변을 줘야 한다.

 * 퀵 사무실들 사이에서 스스로 처리할 수 없는 오더를 타 사무실 소속 퀵 기사들에게 서로 공유해주는 업무 방식.

 

어찌 간단해 보이는 작업이지만, 10여년 전부터 다양한 방식과 장비활용을 통해 완성된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발신번호를 받아 고객정보를 매칭시키고, 기사가 소지한 휴대용 단말기의 GPS 정보를 이용해 실시간 위치 표시를 제공했으며, 매 건의 오더가 완료 될 때마다 정산작업이 쌓여나가기 시작했다. 더불어 이러한 시스템과 관련 프로그램을 조금이라도 신속히 구동하기 위한 최신장비 구입을 결코 망설이지 않았다.

 

‘고객중심’으로 발전한 퀵서비스 시스템

 

왜 퀵서비스 사무실에 이 정도 수준의 기기와 프로그램이 필요했을까? 핵심은 ‘고객은 절대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고객이 주문을 위해 전화를 걸면 “지금 OOO 인데요. XX로 가는 중이에요.”라는 대답과 함께 10초 내외로 막힘없이 주문이 이루어졌다. 그러던 것이 이제는 컴퓨터 타이핑으로 먼저 고객을 찾아야 하고, 찾은 뒤에는 다시 창을 띄워 접수 주문을 하는 등 절차가 생기니 고객은 수화기를 붙들고 한참을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사실 그렇게까지 긴 시간은 아니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고객 입장에서는 디지털이고 뭐고 조금이라도 불편이 생기면 기분 좋을 리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퀵서비스라는 것이 각종 문의와 컴플레인으로 예민한 업종인데, 여기에 고객 불만이 하나 추가가 된다니 더 많은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여 듀얼모니터를 빠르게 도입해 접수창과 지도창을 동시에 보며 고객 응대를 진행했다. 주문 접수와 퀵 기사 배정, 문의에 대한 답변 등 고객의 답답함을 해소해주기 위함이었다.

 

위와 같은 시스템은 2000년대 중반부에 이미 확립되었다. 이후에는 각각의 퀵 사무실마다 필요에 따라 약간의 변화를 주거나, 새로운 장비를 도입하는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그 가운데 오더를 더 편리하면서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퀵서비스 기사들의 변화는 끊임없이 계속되었다.

 

퀵 기사들은 왜 휴대폰이 여러 대 일까?

 

혹시 지나는 길에 주차된 퀵서비스 오토바이 계기판 주변에 설치된 커다란 거치대를 본 적이 있는가? 또는 퀵 기사들이 A4 용지만한 넓은 판에 여러 대의 휴대폰을 달아 들고 다니는 것을 본적 있는가? 많은 분들이 궁금해 하신다. 왜 그리 많은 휴대폰을 달고 다니는 거냐고.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퀵서비스 시장의 업무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퀵서비스 기사는 퀵 사무실 소속 직원이 아니다. 소위 말하는 프리랜서다. 그런데 오더는 퀵 사무실에서 접수해 기사에게 전달한다. 그러다보니 퀵 기사는 오더를 보다 쉽고 효율적으로 받기 위해 여러 퀵서비스 사무실에 적을 걸게 되었다. 그래서 여러 퀵 사무실의 오더를 동시에 봐야하기 때문에 여러 대의 휴대폰을 달고 다니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이 왜 업무 효율과 관련 있는지도 중요한데, 일반적으로 퀵 기사는 한 번에 하나의 오더가 아닌, 다수의 오더를 처리하는 ‘탕튀기’ 방식으로 일한다(참고기사: 한국식 우버? 10년 전부터 있었다고!). 현재 본인 위치 근처에서 같은 방향의 오더 여러 건을 받아 처리해야 짧은 시간에 적은 유류비로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 퀵서비스의 태생은 지역기반이자, 탕뛰기를 기초로 한다. 오더 확보를 위해 지역별 퀵 사무실들은 단가경쟁을 진행했고, 퀵 기사들은 낮은 단가의 오더를 묶어 배송해야만 하루 수입을 맞출 수가 있었던 것이다.

 

휴대폰을 여러 대 소지하면서 각각 통신비를 지불한다면 그 유지비는 결코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퀵 기사들이 찾아 낸 방법이 테더링이다. 그것도 블루투스 테더링. 이 방법이 보다 안정적이고 빠르며, 보안에도 좋다고 필자에게 처음 소개해주신 50대 기사님의 웃는 얼굴이 지금도 생생하다.

 

테더링으로 연결한 휴대폰으로 각각 프로그램을 구동하는 것까지는 이해 할 수 있는데, 심각한 것은 매크로 프로그램의 사용이다. 최근 이 매크로 때문에 유명 가수의 온라인 티켓 예매가 어렵다는 기사나, 카카오 택시 기사들이 매크로를 사용해 좋은 오더를 골라 간다는 기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허나 퀵서비스의 경우 이미 매크로와의 전쟁을 벌인지 한참이 됐다. 일명 ‘지지기’라 불리는 각종 프로그램을 설치해 좋은 오더들을 선점하는 퀵 기사들이 있다. 그러고 나면 코스가 좋지 못하거나, 저단가, 이형화물 등의 오더만 남게 되니, 결국 추가 비용을 주고서라도 너도나도 매크로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것이다.

▲ 포털 검색 만으로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지지기' 매크로 프로그램(네이버 '지지기' 검색결과)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정성 문제와 함께 오더 배정 지연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했다. 그리고 배차 프로그램 회사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단속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이러한 단속은 일시적인 방법일 뿐, 결국 다시금 매크로 설치에 열을 올릴 것이 분명하다. 어쩔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이미 기사들 스스로가 매크로 프로그램을 너무나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비용을 조금 더 들이면, 훨씬 편하게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데 마다할 사람이 있을까. 공정성이나 도덕성 문제와는 별개로 말이다.

 

다시 기사들이 설치하고 다니는 거치대로 돌아와 보자. 해당 거치대 역시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진다. 물론 디자인 측면에서는 낮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겠으나, 기능적으로 자석식 자동 충전과 방수 기능을 가지며, 열선을 통해 추위로 인한 휴대폰의 성능 저하를 막는다. 악천후 등 척박한 업무환경을 이겨내기 위해 만들어진 이 물건, 신박하지 않은가? 다소 지저분해보이고, 테이프와 비닐들이 덕지덕지 붙어 있으며, 부분마다 찌그러지고 깨져있는 퀵서비스 오토바이. 허나 그 위에는 위와 같은 다기능 거치대와 함께 4~5 대의 스마트 기기가 매크로 프로그램과 함께 열심히 작동 중이다. 어찌 보면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오더 확보에 집중하다보니 외모를 가꿀 시간과 비용은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 다양한 기능을 가진 퀵서비스용 거치대. 특수제작을 통해 만들어진다.(사진출처: 몬스터퀵샵)

 

나는 퀵서비스 기사입니다

 

필자가 처음 퀵서비스 업계에 뛰어들 때만해도 친구들에게 이 일을 시작했다 말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았다. 스스로 생각해도 겉에서 바라본 퀵서비스업은 딱히 좋은 점이 없어보였기 때문이었다. 거칠고, 지저분하며, 무언가 투박함으로 가득한 모습. 하지만 퀵 기사로서 업계 동료들과 함께 지내다보니 이제는 그런 맘들이 연민으로 바뀌었다. 평균단가 만 원 조금 넘는 오더 한 건 한 건을 치열한 경쟁과정을 통해 얻어낸다. 그리고 이를 더 많이, 빠르게 처리하기 위해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영하 10℃를 웃도는 한파 속에서나 달리고 또 달린다.

 

도로 위 자동차 매연 때문에 꼬질꼬질해진 얼굴과 손, 옷가지들. 엄동설한 속에 살을 에는 바람을 막고자 비닐을 덧대고, 투박하게 테이프로 붙여놓은 오토바이. 어딘가 찢어지고, 긁히고, 깨져도 운행에만 문제없다면 괜찮다는 식의 단념. 도로 위 길가 말고는 맘 편히 쉴 곳도, 여유도 없으며, 항상 새로운 오더를 잡기 위해 휴대폰을 붙들고 놓지 못하는 조급함. 일거리를 찾아 끊임없이 떠돌지만, 그렇다고 생활 안정은 기대하기 힘든 안타까운 현실.

▲ 오더 수행을 위해 대기하고 있는 각양각색의 퀵서비스 오토바이들

 

필자는 이 같은 모습이 안타까워 여러 가지 구상과 시도 끝에 현재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결코 쉽지 않지만, 이제 조금씩 희망이 보이는 것 같다. 이는 금전적 풍족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함께하는 퀵 기사님들의 마음에 여유가 생겼고, 함께하는 동료가 생겼으며, 생활을 계획할 수도 있게 되었다. 새로운 취미를 가진 분도 생겼고, 10년 넘게 운행하던 오토바이를 드디어 교체하신 분도 계신다. 결국 이 작은 요소들을 모아 보다 나은 품질의 서비스로 연결하는 것이 숙제다. 더디긴 해도 조금씩 발전하는 모습이 보여 감사하고, 또 힘이 난다.

 

보다 나은 퀵서비스를 위하여

 

퀵서비스가 IT를 만나며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업무 방식이 바뀌었고, 효율이 증가했으며, 그로 인해 새로운 구조도 만들어 졌다. 하지만 아직도 업계 종사자들의 삶은 크게 나아지지 못했고, 고객에게 제공 되는 서비스의 품질 또한 이와 마찬가지다. 아무리 뛰어난 IT가 접목된다 할지라도 이것이 업계 전체의 발전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물론 IT는 퀵서비스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다. 단, 이제는 그 접목 및 발전 방향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퀵서비스 시장과 그 종사자 모두가 성장하여, 모든 고객들에게 고품질의 서비스로 인정받기 위해서 말이다.

 

 

<지난 시리즈>

[김동현의 퀵서비스의 역사 ④] 한국식 퀵 생태계 만든 '공유망' 프로그램

[김동현의 퀵서비스의 역사 ③] 퀵서비스, 디지털이 불러온 투자 그리고 진통

[김동현의 퀵서비스의 역사 ②] 퀵서비스, 디지털 넘어 해결해야 할 것들

[김동현의 퀵서비스의 역사 ①] 한국식 우버? 10년 전부터 있었다고!



김동현

20대 초반 무작정 용달차 한대와 전단지를 제작해 퀵서비스와 소화물 배달을 시작했다. 서울 하늘 아래 안 밟아본 도로 없고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회사는 모두 들어 가봤다고 감히 생각한다. 현장에서 보고 느낀 것을 토대로 고민의 결과물을 만들어 내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육아와 업무로 잠시 내려놓은 자전거와 스키의 세계로 돌아가는 날을 고대하며, 사람만나는 것과 총무는 제2의 직업이라는 신념 아래 찾아 주는 곳이라면 오토바이타고 어디든 달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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