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릉이로 성장 가능성 확인한 공유자전거 서비스
오바이크, 싱가폴서 크라우드 배송 서비스 시작···한국은?
자전거는 대표적인 친환경 단거리 이동수단이다. 세계적으로 불어 온 공유경제 바람과 함께 공유 자전거 비즈니스 역시 크게 성장했다. 한국의 경우, 지자체의 주도로 공공 서비스로서 공유 자전거 도입이 비교적 활발한 편이지만 민간 공유자전거 업체들은 이제 막 시장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런 와중에 지난 1월 싱가포르의 공유자전거 스타트업 오바이크(oBike)가 싱가포르 현지에서 공유자전거를 활용한 배송 서비스를 론칭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과연 공유자전거는 크라우드 소싱과 결합해 새로운 도심형 ‘물류’까지 활용될 수 있을까.
▲ 글로벌 자전거공유 서비스 론칭 현황
따릉이가 있었기에
현재 한국에 진입한 해외 공유자전거 업체는 중국의 모바이크(mobike)와 오포(ofo), 싱가포르의 오바이크가 대표적이다. 모바이크는 수원, 오포는 부산, 오바이크는 인천, 판교, 수원, 서울 일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이 한국 진출을 결정했던 배경엔 점점 활성화되고 있는 국내 공유자전거 시장이 있었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시의 공공자전거 ‘따릉이’다. 비록 한국에서 가장 먼저 공공사업으로 공유자전거를 시작한 지자체는 경남 창원시(2008년)였지만, 절대적인 인구수 우위를 기반으로 따릉이 이용자수는 빠르게 늘어났다.
2015년 9월 서비스를 시작한 따릉이의 가입자 수는 3월 기준 62만 명, 작년 이용 건수는 503만 건, 하루 이용자수는 1만 1,300명을 기록했다. 투입된 자전거 수는 2만 대, 대여소는 1,044곳이 운영 중이다.
지자체의 공유자전거 서비스는 한국시장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동시에 민간 공유자전거 서비스 업체에겐 가장 큰 경쟁자가 될 전망이다. 지자체에서 공공사업으로 진행하는 공공자전거의 가장 큰 장점은 낮은 사용료와 안정적인 인프라 공급이다. 서울시에 타깃 소비자가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에 진출한 민간 공유자전거 업체들이 서울에서 바로 서비스를 시작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서울을 제외하고, 민간 공유자전거 업체들이 진출한 곳은 기본적으로 인구수가 많은 도시다(수원 약 120만 명, 부산 350만 명). 또한, 모바일앱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모바일을 통한 공유자전거 사용에 익숙한 20~40대 세대 비율이 높은 도시이기도 하다.
모바이크의 경우, 지난 1월 수원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며 자전거 200대를 우선 배치했고, 지난달 기준 1,000대 가량으로 늘어났다. 모바이크 측은 올해 상반기에 수원시 전역에서 총 5,000대의 자전거를 운영할 계획이다.
오바이크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한국 오바이크 사용자는 약 6만 5,000명이며, 하루 이용수는 2,500회 정도다. 서울의 경우 현재까지는 성수동에 한해 시범 운행을 진행하고 있어, 서울을 제외하면 각 도시마다 5,000대 정도의 자전거를 배치한 상태다.
이건희 오바이크 한국담당은 “오바이크 서비스가 단거리 이동에 집중된 만큼, 집에서 지하철역을 간다거나 정류장 1~2개 정도의 거리를 타는 경우가 50% 이상”이라고 전했다. 그는 “사용자들의 수요나 이용률을 보고 자전거 숫자와 지역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거치대 없는 공유 생태계
따릉이 같은 지자체 운영 공유자전거와 비교했을 때, 민간 공유자전거만의 강점도 분명히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민간 공유자전거 업체는 별도의 대여소(도킹 스테이션, 거치대)를 운영하지 않는다. 출발지 근처 거치대를 찾아 자전거를 대여하고, 다시 목적지 근처 거치대를 찾아 자전거를 반납하는 구조와는 다르다. 근처에 있는 모든 공유자전거를 탈 수 있으며, 내가 도착하는 모든 곳이 목적지가 된다.
실제로 민간 공유자전거를 자주 이용한다는 한 시민은 “공공자전거를 이용할 땐, 대여소를 찾아 자전거를 빌리고, 사용한 뒤에도 대여소에 반납을 해야 해서 번거로운 면이 있다”며 “반면 민간 공유자전거를 이용하면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아무데나 놓고) 반납이 가능해 편리하다”고 전했다.
일반적으로 민간 공유자전거 업체는 GPS나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자전거의 이동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즉, 한 지역 내에서 어느 곳이 자전거가 모이고 빠져 나가는지 알 수 있다. 이에 따라 업체는 사용자의 수요가 많고 적음을 고려해 새로 자전거를 회수하고 배치한다.
모바이크를 예로 들어 자전거의 배치 과정을 들여다보자. 중국 현지 모바이크는 중간 자전거 집결지를 두고, 새로 배치될 자전거와 수리해야 할 자전거를 나누어 이동시킨다.
현재 모바이크의 자전거 정비센터는 베이징시 외곽에 위치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곳에서 기본적인 경정비(페달, 브레이크 불량, 벨 이상 등 1시간 이내 교체 또는 수리 가능한 작업)를 진행한다. 중정비가 필요한 자전거는 따로 정비하지 않고 일괄 폐기된다.
▲ 중국 베이징의 모바이크 주행 데이터 화면. 굵기가 두꺼운 지역이 이용률이 높은 곳이다. (출처: 모바이크, 이코노미스트)
현장에서 자전거를 정리하는 직원들이 정비가 필요한 자전거에 대해 회수요청을 하거나 이용자들이 앱에서 고장신고를 하면, 지역 정비센터 직원이 고장 자전거를 일괄 회수 후 정비센터에 입고시켜 정비 또는 폐기를 진행한다. 또한, 육안으로 확인이 불가능한 자전거는 QR코드로 조회하여 장시간 대여 이력이 없을시 따로 분류해 점검한다.
한편, 한국에 진출한 해외 공유자전거 업체 대부분은 자전거, 사용자, 서비스 지역수로 미뤄보아 현재까지 현장 운영 업무는 외주 계약을 맺고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유자전거 업체의 외도(?), 한국에선
오바이크는 지난해 말 블록체인 플랫폼 트론(Tron)과 파트너십을 맺고 자체 가상화폐 오코인(oCoins)을 개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오바이크 사용자가 주행만 해도 오코인이 생긴다. 사용자는 오코인으로 사용료를 지불하거나 트론 플랫폼에 있는 온라인 콘텐츠를 구매할 수 있다. 오바이크는 올해 1분기 내 해당 서비스를 정식 론칭할 계획이다.
이어서 오바이크는 지난 1월 배송 서비스 오바이크플래시(oBike Flash)를 정식 론칭했다. 오바이크플래시는 크라우드소싱 배송 서비스로, 사용자가 오바이크 앱 안에 있는 배송(Delivery)탭을 눌러 출발지와 목적지, 주문 사항을 입력하면 오바이크를 이용하는 누구나 배송기사가 되어 2시간 내 배송 주문을 받아 수행하는 서비스다. 오코인이 정식 도입되면, 오바이크플래시에서도 오코인이 활용될 수 있다. 해당 서비스는 현재 싱가포르 내에서만 제공되고 있다.
오바이크가 공식 진출한 한국에서도 공유 자전거를 활용한 배송 서비스가 나타날 수 있을까.
현재까지 한국에서 자전거를 배송수단으로 활용하는 물류(배달) 서비스는 음식배달 플랫폼 ‘우버이츠’가 거의 유일하다. 우버이츠는 일반인을 배송인으로 활용한다. 오토바이, 자전거뿐만 아니라 도보로 배송이 가능한 누구나 배달 파트너로 활동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오토바이를 배송수단으로 등록한 배달 파트너가 대부분이며, 자전거나 도보 배송인의 비율은 비교적 많지 않다는 게 우버이츠 관계자의 설명이다.
사실 국내 민간 공유 자전거 시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지난해 이후로, 현시점 국내에서 공유 자전거를 활용한 배송 서비스까지 거론되는 것은 다소 시기상조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특히 자전거는 운행에 있어 계절의 영향을 비교적 많이 받는 이동수단이다. 작년 겨울 이후 한국에 진입한 업체들로서는 날이 풀린 이후 먼저 ‘사용자’ 확보에 적극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이건희 오바이크 한국담당은 “현재까지 오바이크는 한국에서 공유경제와 공유자전거 서비스를 대중에게 더 많이 알리면서 사용자 수를 충분히 확보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부가적인 서비스 확대 계획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바 없다”고 전했다.
모바이크 역시 지역, 사용자 확대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강경훈 모바이크 한국총괄대표는 “본사 측에서 아직까지 한국 시장에서 어떤 부가적인 서비스를 진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을 알린 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