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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통운 사태로 본 물류 현주소(3)

by 김철민 편집장

2009년 09월 28일

[진단] 진화하는 리베이트 관행 “왜?” (3)
<창고.거점사업 부문>

 

우후죽순 생기는 창고, 채울 물량은 없어
임대료는 낮아지고 리베이트는 뻥튀기 돼
대기업, 외국 자본까지 유입, 물동량의 이동


현재 전국의 창고는 많이 비어 있다. 창고 임차를 원하는 화주도 많지 않다. 그런데 여기저기 창고는 계속 짓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대기업까지 뛰어들었다. 대규모로 자가창고를 만들어 자신들 물량을 다 가져다 놓는다.

 

기존에 거래했던 중소 규모의 창고는 하루 아침에 창고가 텅텅 비는 지경이다.

 

창고업은 임대업이나 마찬가지다. 그 넓은 창고를 그냥 두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예로 한 달 임대를 주면 5천만 원을 벌 수 있는 창고가 있다. 그런데 물량이 없어 석 달 동안 창고를 비워뒀다면 업자는 앉은 자리에서 1억 5천 만원을 날리는 셈이다.

 

그래서 창고업자는 브로커(부동산개발업자)에게 임대료 몇 개월 치 안 받을 테니까 창고 좀 채워달라고 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문제는 임대료 몇 개월 치다. 브로커는 중개해주고 받는 수수료 요율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현재 창고는 넘치고 물량은 없는 상태. 부동산개발업자들이 수수료 명목으로 가져가는 돈의 액수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창고업자는 그렇게 줄 수밖에 없다.

▲ 기존 리베이트 관행
하물며 물량이 없으니 창고 업체끼리의 출혈 경쟁도 커졌다. 임대단가가 7~8년 전엔 3.3m² 당 4만 원이었다. 5년 전엔 3만 원, 지금은 2만 원까지 내려갔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도 창고 신축을 위해 인허가를 받아 놓고 상황을 보며 대기 중인 곳이 많다.

 

창고에 물량이 없는 건 창고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을 만드는데 일조한 건 브로커다. 땅 가진 사람에게 그 땅에 창고를 지으면 잘 될 거라 유혹한다. 창고에 물량도 꽉 채워주겠다고 한다.

 

그래서 땅 주인은 창고를 짓지만, 막상 개시를 하려니 채울 물량이 없다. 영업은 해야 되는데, 화주 정보를 아는 사람이 창고 지으라고 했던 브로커뿐이다. 어쩔 수 없이 부탁을 한다.

▲ 수도권 창고 포화상태로 변화한 리베이트 관행
칼을 쥐고 있는 건 브로커다. 원하는 대로, 달라는 대로 리베이트를 줄 수밖에 없다. 안 그러면 두 눈 부릅뜨고 회사가 부도나는 걸 봐야 한다.

 

예전엔 한 달 치 임대료 정도를 리베이트로 줬다. 이 정도는 창고업계에서도 문제없이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석 달 치는 기본이다. 심지어 다섯 달 치를 줘야 할 때도 있다. 위와 같은 무분별한 창고 개발에 대기업까지 창고업에 발을 들이면서 몇 년 새 창고가 우후죽순으로 생겼기 때문이다.

 

반대로 물량이 넘칠 때도 있다. 이럴 때 브로커는 화주에게 같은 방식으로 영업 한다. 창고업이 호황이든 불황이든 브로커에겐 상관없는 일이다. 호황일 땐 화주를, 불황일 땐 창고업자를 공략하면 되니 어떤 경우라도 손해 보는 일이 없다.

 

화주의 물량이 어느 정도고, 어디 창고가 얼마에 그걸 받아 줄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이들이 쥐락펴락한다는 것도 문제다.

 

물류업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올해 출범한 통합물류협회에서 화주에게 “어디 창고가 비었다” 또는 “임대료는 3.3m²에 얼마다” 같은 정보를 주거나, 창고업자에게 물량 가진 화주의 정보를 줄 수 있다면 브로커한테 수수료 이상의 돈을 들이면서까지 물량을 확보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직 협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진행된 상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 측은 화주인 A 업체의 담당자가 자신의 직책을 이용해 창고에 물량을 채워줬다는 대가로 돈을 받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는 리베이트도 아닌 불법 리베이트가 된다.

 

창고업계 측 관계자도 “ 리베이트라는 말부터 알선수수료로 바꾸고 싶다” 며 “회사 대 회사로 거래한 금액이 개인에게 흘러가는 게 리베이트다. 물량 유치에 대한 대가를 알선수수료라는 이름으로 회사끼리 투명하게 거래하면 된다” 고 말했다.

 

이어 “수수료로 10%가 합당하고, 물량에 따라 최대 15%까지는 괜찮다고 본다. 하지만, 알선수수료로 20% 이상을 요구하는 건 무리가 있다” 며 “아직 법적으로 정해진 수수료 요율은 없다. 그러니 업계에서 이런 관행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외국계 자본 등장으로 물류단지 규모가 커진 것도 창고업계엔 악재다.

 

물류기반시설 개발업체인 미국의 프롤로지스(Prologis)는 지난해 경기도와 평택항 배후물류단지 및 내륙물류단지 조성을 위한 10억 달러 규모의 투자협약(MOU)를 체결했다. 앞서 2007년 12월엔 안성시 물류단지에 5억 불을 투자했다.

 

올해는 용인, 이천에 첨단 물류센터를 조성하기 위해 6,100만 달러를 투자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세계 20개국 118개 지역에 2천766개 물류시설을 운영 중인 세계 최대의 물류기업 프롤로지스는 동북아 경제권 성장에 따른 물동량 증가를 예상하고, 넓은 수도권 배후지를 갖춘 경기도에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뜩이나 물류시설이 넘쳐나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지경인 수도권에 이런 대규모의 외국계 자본이 유입됐다. 대기업에 외국계 투자자까지 국내 물류시설단지에 뛰어드니 중소업자들은 더더욱 설 자리를 잃고 물러날 수밖에 없다. 물량을 유치하기 위해 더 큰 출혈 경쟁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김철민 편집장

Beyond me(dia), Beyond logistics
김철민의 SCL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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