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전거, 자전거 물류의 한계(이동거리, 속도, 적재량 등) 극복할까
자전거 위한 정책적 지원 및 인프라 확충 선결돼야
▲ 일본 요코하마의 공유자전거 서비스
친환경 대체 운송수단으로 자전거를 활용할 수는 없을까. 사실 도심물류에 자전거가 활용된 사례는 세계적으로 많다. 중국에서는 어러머(饿了么)와 같은 음식배달 O2O업체가 음식 배달용으로 ‘전기자전거(电动车: 전동차)’를 활용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우버가 2015년부터 뉴욕과 시카고 등지에서 자전거 배달원을 활용한 당일배송 서비스 ‘우버러시’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도 2014년 EU의 지원을 받아 ECLF(The European Cycle Logistics Federation)가 발족했고, 현재 자전거물류 보급 및 확산에 힘을 쏟고 있다. ECLF의 연구 조사(향후 유럽 도시에서 화물운송이 자동차에서 자전거로 이동할 가능성(Potential to shift goods transport from cars to bicycles in European cities))에 따르면, 향후 화물자전거가 대체할 수 있는 유럽 내 동력 기반 물류시장의 규모는 전체의 약 25%로, 한화로 환산하면 약 129조 원에 이른다.
전기자전거 등장, 자전거의 한계 넘다
자전거는 엔진이 아니라 페달로 움직인다. 사람의 동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자전거 물류는 이동거리와 속도, 규모(적재량)면에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전기자전거’가 등장하며 이러한 문제는 일부 해소됐다. 실제로 전기자전거 등장 이후 유럽에서는 화물차의 대체 운송수단으로서 ‘자전거 물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 연구 결과(이삼사 제공(출처: technical potential and user requirement for the implementation of electric cargo bikes in courier logistics services 2013, Gruber, Ehrler & Lenz))에 따르면, 자전거 물류는 교통체증이 심한 도심, 사륜차 통행이 어려운 지역, 7km 미만의 단거리 운송, 200kg 미만의 화물운송 등에서 기존 화물차를 대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국내 역삼륜 화물전기자전거 제조업체 이삼사의 카고바이크. 이삼사의 카고바이크로는 최대 200kg의 화물운송이 가능하다고 한다. 화물칸은 고객의 요구에 따라 변형·제작될 수 있다.
전기자전거 물류가 논의되는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자전거 물류의 효용성보다는 자전거 물류가 갖는 ‘친환경성’ 때문이다. 전기자전거는 환경정책의 표적이 된 육상 운송수단의 탄소(CO2)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전기화물자전거의 탄소배출량은 3.42g/tkm로 극히 미미하다. 이는 트럭의 1/253, 오토바이의 1/1,180밖에 안 되는 수준이다.
▲ 운송수단별 CO2 절감량 비교(자료: Biking for goods is good: an assessment of CO2 savings in Paris 2014, Koning & Conway)
뿐만 아니라 전기자전거는 가볍고 누구나 쉽게 운전할 수 있다. 충전소에 방문하지 않고도 가정에서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으며, 혹여 배터리가 방전되더라도 페달을 굴려 주행할 수 있다. 유류비 등 유지보수비가 거의 들지 않는 것 또한 전기자전거가 갖는 비용 측면의 강점이다.
역삼륜 전기자전거 제조업체 이삼사의 서병수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디젤차, 오토바이 등의 환경오염 문제가 대두되고 있으며, 이와 같은 문제 때문에 유럽에서는 오토바이를 배달·배송 서비스에 이용하지 못 하도록 규제하기도 한다”며 “자전거 운송이 이미 보편화된 유럽에서는 화물차를 대체하기 위한 운송수단으로 화물자전거에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라 전했다.
국내서 풀어야할 숙제
흥미로운 사실은 국내기업인 이삼사가 국내 시장을 공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삼사는 미국의 페데고(Pedego), 호주의 다이슨(Dyson Bikes)과 같은 자전거 유통기업과 독점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황(지난달 기준)이며, 가까운 미래 우선 진출하려는 시장도 한국이 아니라 유럽이다. 이삼사는 그 이유가 유럽의 전기자전거 점유율이 70% 이상으로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전기자전거 시장을 주도하고 있을 뿐 아니라, 연평균 성장률이 34%(유럽의 자전거 시장 2016(European bicycle market 2016, CONEBI))로 그 속도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게다가 자전거의 역사가 깊은 유럽에서도 전기 화물자전거 시장은 이제 막 형성되는 단계로 진입장벽이 낮았다.
반면 이삼사가 한국 시장을 공략하지 않는 이유는 한국의 자전거 이용 환경이 유럽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우선 이삼사가 제조하는 ‘역삼륜 전기자전거’는 한국에서 원동기로 분류되기 때문에 자전거 도로를 이용하지 못 한다. 물론 그 이전에 국내에는 자전거가 달릴 수 있는 도로 자체가 잘 안 돼 있기도 하다. 자전거 도로가 아닌 차도로 달리는 것이 일반적인 국내 환경과는 달리 오스트리아나 독일 등의 유럽 국가에는 자전거 도로는 물론 화물자전거 전용도로까지 구축된 상황이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의 자전거 도로는 천 명당 4.9km 수준으로 이는 네덜란드의 4%도 안 되는 수치다. 이 때문인지 한국에선 ‘자전거 운송 부담률’이 극히 낮다. 서울연구원의 연구 결과(도로 공간 재편에 따른 승용차 이용자 행태 변화(유경상 서울연구원 교통시스템연구실, 2017))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서울의 자전거 운송 부담률은 1.4%로 암스테르담(66%), 파리(55.4%), 베를린(39%) 등 유럽 도시에 비해 극히 낮다.
서 대표는 “유럽 자전거 시장이 발전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정부가 구축한 환경 때문”이라며 “이삼사는 장기적으로 정부를 대상으로 한 B2G 모델을 통해 한국 진입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그 이전에 한국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정책적 지원과 인프라 확충이 우선 필요할 것”이라 말했다.
한편 정부는 2020년까지 친환경·고효율 운송수단 확산정책의 일환으로 전기차 보급을 25만 대(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전기차 등록대수는 1만 5,869대로 2,200만 대가 넘는 국내 자동차 등록대수에 비해 극히 미미한 수치다.)까지 끌어올린다고 한다. 2020년까지 갈 것 없이, 곧바로 도입 가능한 친환경 운송수단으로 자전거를 주목해보는 것은 어떨까.
[연재] 여객물류 특집
(1) 여객물류 향한 새로운(?) 도전, 감춰진 실패들
(2) 자전거 물류의 효용, 한국형은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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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전세버스가 물류를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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