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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창민의 공급망뒤집기] 도심물류 시대 개막, “불편해질 준비됐나요?”

by 설창민

2017년 08월 27일

도시, 물류

 

글. 설창민 SCM 칼럼니스트

 

몇 년 전 필자의 지인이 한 유명 프랜차이즈 돼지갈비집 본부장을 만나고 온 뒤 전해준 일화가 있다. 본부장은 보다 싼 가격에 식재료를 각 분점으로 배송하길 원했다. 필자의 지인은 본부장에게 물류센터에서 각 분점으로 ‘직배송’할 것을 제안했고, 그 대가로 저녁식사를 대접받았다고 했다.

 

지인의 제안은 당시로서는 최선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도 그 방법이 최선일까. 교통량이 많아지고 신도시가 발전하는 현재의 시점에선 직배송의 비용 효율성이 그다지 높지 않을 것 같다. 필자의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프랜차이즈 물류센터에서 각 분점으로 식재료를 배송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밀크런(마치 우유를 배달하듯이 순회하며 고객 주문을 수거 및 배송하는 방법. 기본적으로 일정 규모 이상의 물량이 있어야 가능한 전략)’ 방식이다. 여기에도 자체 배송차량을 투입하기보다는 점포와 입지가 비슷한 베이커리, 카페, 치킨집 등과 함께 3PL 차량을 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싶다.

 

도심물류의 시대 열리다

 

스마트폰 덕분에 와이파이만 터지는 곳이면 어디서든 온라인 주문을 할 수 있게 됐다. 온라인 주문량이 늘자 택배를 비롯한 소량화물 배송이 많아졌다. 배달을 안 해주던 음식을 집으로 배달시킬 수 있는 길도 열렸다. 한때는 창조경제 활성화의 일환으로 청년의 푸드트럭 창업이 장려되기도 했다. 그러한 결과 길에는 전보다 더 많은 배달차량, 배달 오토바이, 트럭 등이 생겨났고, 이는 교통량 증가로 이어졌다. 도시 속 탈것들의 엔진공회전은 지구를 더 뜨겁게 만들 뿐 아니라 불특정 다수에게 미세먼지의 고통과 교통사고의 불안감을 동시에 안겨주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교통 정책이 달성해야 할 목적은 분명하다. 불필요한 교통량을 줄여야 한다. 미세먼지와 공해물질을 적게 배출하는 새로운 교통수단과 도심 내 집하시설을 확충해 보다 환경 친화적인 라스트마일 배송이 가능해지도록 해야 한다. 민간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화석연료와 배송기사의 몹시도 헌신적인 노동이 (단기적으로) 가장 효율적이라는 사실은 모든 기업이 알고 있다. 결국 국가가 적절한 규제와 벌금, 인센티브 등을 활용해 변화의 토대를 구축하고, 그 토대 위에서 민간이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도심물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도심물류의 감춰진 본질

 

도심물류 전문가들은 말하지 않지만, 사실 도심물류의 숨은 본질은 우리 모두가 조금씩 불편을 감수하는 것이다. 도심물류와 관련된 정책은 모두 누군가의 불편함을 수반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도심물류의 시대에 우리는 예기치 않게 벌금이나 과태료를 물어야 할 수 있고, 교통량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편의점에 가서 택배를 직접 부치는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하며, 택배보관함에 가서 직접 비밀번호를 누르고 택배를 찾아야 한다.

 

그뿐인가. 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는 구역도 늘어날 것이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일찌감치 배송금지 시간대와 배송차 전용 정차구역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구글 스트리트뷰를 통해 파리 곳곳을 검색해보면, 파리 북부역 스타벅스 앞에 인도와 차도에 걸쳐 노란색으로 ‘Livraison(영어로는 Delivery)이라고 표시한 구역이 눈에 들어온다. 배송차량 전용 정차구역이다. 일반차량은 이곳에 정차하고 싶어도 못 한다. 일반차량 입장에서는 불편한 일이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무거운 짐을 지고 위태로운 걸음걸이로 주문한 물건을 가져다 주는 어르신 택배를 이용할 때면 노인을 혹사시킨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든다. ‘늙기도 설웨라커든 짐을조차 지실까’라는 시구절이 떠오르며 마음 한편이 불편해진다.

 

“불편을 감수하라”

 

이처럼 불편함을 느껴야 함에도 도심물류는 발전해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도심물류의 발전이 더 살기 좋은 도시로 가는 길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부모 세대에는 열 명 중 두세 명만 도시에 살았다. 지금 우리 세대에는 열 명 중 여덟아홉이 도시에 산다. 많은 이들이 도시 생활이 힘들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정말 도시를 떠나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다. 도시를 떠난 이들도 돈과 사람이 그리워 도시를 다시 찾는다. 우리 곁을 떠났다가 최근 다시 방송을 통해 돌아온 ‘소길댁’처럼 말이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도시에 함께 살기 위해서는 때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시민사회로 이행하면서 급성장한 유럽의 도시들은 엄청난 세금을 부담해야 했다. 조선시대에는 한양으로 유입되는 수많은 인구로 인해 생활쓰레기가 개천에 흘러넘쳤고 이에 비만 오면 개천이 범람했다.

 

도심물류가 발전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도심물류를 통해 다음 세대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주 40시간 근무가 국제노동기구의 권고사항이 된 것인 1963년, 그러니까 산업화시대의 일이었다. 우리 다음 세대는 아마 하루 서너 시간만, 그것도 일다운 일을 할 것이다. 남는 시간은 놀던가 간간이 소일거리를 하며 돈을 벌 것이다. 그 소일거리에 뷰티, 피트니스, 요리, 그리고 운송 등이 포함될 것이다. 우리는 자전거, 도보, 지하철, 시내버스 등 친환경적인 운송수단을 이용해 운송서비스를 제공하고 돈을 버는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 이와 같은 운송에 대한 보험부보 등에 대한 협의도 시작해야 한다.

 

선진국도 이러한 것과 관련해서는 아직 선진적이지 않다. 공유경제의 상징과도 같은 ‘우버(Uber)’도 기사들의 운송 중 교통사고에 대한 보험처리를 아직까지 완전히 해주진 못 하는 상황이다. 월마트가 최근 발표한 ‘퇴근길 배송(Employee Delivery: 월마트 직원이 퇴근 시 인근 소비자의 집에 온라인 주문을 배송해 주는 제도)’은 전체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를 단축하긴 하겠지만, 운송 중 교통사고 발생 시 보험처리, 차량 감가상각에 대한 보상 등의 논의는 아직 미진하다고 노동운동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요컨대 전 세계가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화두 앞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모두가 그러니까 겁먹을 필요는 없다. 지금 준비해도 늦지 않았다는 거다.

 

생각해 보면 모든 변화는 불편해지는 것에서 시작됐다. 경비실을 통해 편하게 택배를 받고 있는 필자도 택배보관함이 생긴다면 처음엔 불편할 것이다. 하지만 안정화 단계를 거치고 나면 그 불편함은 일상이 된다. 기업의 공급망 혁신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규칙(Rule)을 만드는 것은 힘들고 불편하지만 지나고 나면 그것은 일상이 된다. 일상이 된 뒤에는 규칙적인 관리와 점진적 개선만 필요할 뿐이다. 그러니까 도심물류의 시대 앞에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불편해질 준비가 되었는가?”



설창민

군 복무 전 우연히 하게 된 창고 알바를 계기로 물류에 입문, 아직 초심을 안 버리고 물류하고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해서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dcscully)를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실무 경험으로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독특한 시각과 필체로 써내려가는 것이 삶의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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