훠처방, 불법 프로그램으로 10여개 플랫폼의 화물 정보 수천만 건 빼돌린 혐의
200여개 넘는 중국 화물운송 플랫폼, 자본력이 곧 경쟁력
투자 유치 위한 필수조건, 더 많은 사용자와 화물 정보
‘화물 정보’를 둘러싼 중국 화물운송 플랫폼 업체 간의 갈등이 커져가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는 올해 1월 중국 화물운송 플랫폼 윈만만(运满满)의 운영사 장쑤성윈만과학기술유한공사(江苏省满运科技有限公司)가 장쑤성(江苏省) 난징시(南京市) 우화공안국(雨花公安局) 측에 불법적인 방법으로 자사 시스템에 침투해 화물 정보를 훔쳐갔다는 이유로 동종업계 경쟁자인 훠처방(货车帮)을 고소한 소식이 전해졌다. 훠처방은 작년 6월 최근 ‘K프로젝트팀(K项目组)’을 신설하고, 불법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윈만만과 기타 10여개 화물운송 플랫폼에 있는 수천만 건의 화물운송 정보를 훔쳐 수억 위안의 손실을 낸 혐의를 받고 있다.
사건이 중국 화물운송 플랫폼 1, 2위를 다투는 업체 간에 일어난 만큼, 현지에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공안국은 훠처방 CEO 탕톈광(唐天广), CTO 펑량(冯亮)을 포함해 훠처방 관계자 19명을 관련 용의자로 지목했고, 지난 3월 펑량을 포함한 7명이 구속형을 받아 수감됐지만, 4월 보석 출소됐다. 난징시 우화공안국은 이미 사건 관련 기초 조사를 완료했고, 해당 사건은 ‘중요사건(大案要案)’으로 분류되어 중국 검찰청(检察院)에 넘겨진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근 화물운송 O2O플랫폼 간의 경쟁은 이미 절정에 다다른 상태”이며 “각 업체가 돈을 쏟아 부으면서 사용자를 확보하고, 이를 통해 더 많은 융·투자금을 유치해 시장 영향력을 넓혀가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일 일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680조 원 중국 시장에선 무슨 일이
중국 중장거리 공로운송 시장규모는 약 4조 위안(한화 약 670조 7,360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약 500~600만 명이 중장거리 화물운송 기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이들의 월 주행거리는 평균 1만km 정도다. 그런데 화물차와 화물 간 정보의 비대칭으로 인해 공차율(전체 운행차량 중 빈 차의 비율)이 40%에 달하는 고질적인 문제를 앓고 있다. 한 명의 화물차 운전기사가 화물을 찾는 데만 약 3~4일 정도가 소요된다.
이런 상황에서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해 화물차와 화물을 연결시켜 화물운송의 효율을 높여주는 플랫폼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2013년 이후 2016년까지, 중국에서 영업 중인 화물운송 앱은 약 200여개 정도다. 특히 이중에서 윈만만과 훠처방은 업계를 리드하는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업체들이다.
데이터연구기관 토킹데이터(Talking Data)가 발표한 <2017물류업계 보고서>에 따르면, 화물운송 앱 상위 10위권 안에 드는 업체 중에서, 훠처방의 전체 시장에 대한 복개율(覆盖率: 지표면을 덮은 지역이 전체 면적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0.133%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윈만만의 2개 앱(화물용과 화물차용 앱)은 각각 0.068%, 0.016%를 복개율을 보이며 2위와 5위를 차지했다. 또한, 빅데이터서비스업체 퀘스트모바일(QuestMobile)의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중국 상반기 이동네트워크 화물운송업계에서 올해 6월까지 윈만만 사용자수는 257만 명으로 가장 많았고, 훠처방은 175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해 그 뒤를 이었다.
서비스 제공 지역을 보면, 윈만만은 중국 화동(华东), 화북(华北) 일대에서 훠쳐방은 중국 서남 지역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더 많은 화물과 화물차를 연결시키려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야 한다. 이는 모든 화물운송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겪어야 할 숙명이다. 자신의 본거지를 지키며 견제하고, 상대방의 본거지에서 영향력을 확장하기 위해 끊임없이 마찰을 일으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에 따라 플랫폼업체들이 소위 웹 크롤러(Web crawler) 기술을 통해 다른 회사의 화물 정보를 쉽게 수집하려고 하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쉽게 정보를 확보해 자사의 원가를 절감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윈만만의 경우처럼 방대한 양의 정보를 훔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웹 크롤러(Web crawler): 방대한 웹페이지를 두루 방문하여 각종 정보를 자동적으로 수집해오는 프로그램. 크롤러(Crawler)·스파이더(Spider)·로봇·웹 수집기·로봇에이전트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출처: 두산백과)
전쟁의 배후에는 '돈'이 있다
▲ 윈만만 로고(왼쪽)와 훠처방 로고(오른쪽)
현재 중국 화물운송 플랫폼 업체들이 집중하는 것은 사용자와 화물정보 확보를 통한 시장 점유율 확대다. 윈만만 측은 <경제참고보(经济参考报)>와의 인터뷰를 통해 “경쟁이 점점 심화되는 이유는 소비자 정보를 차지하기 위함”이며 “우리는 데이터를 다루는 과학기술 회사이며, 화물 관련 정보는 생명줄과 같다”라며 정보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들은 더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파격적인 가격 정책이나 쿠폰을 활용해 사용자를 끌어들이기도 한다. 현재 윈만만과 훠처방의 이용료 역시 매우 저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익을 내지 못할 정도의 이용료를 받는 상황에서 플랫폼은 어떻게 운영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일까. 이들에게 수익모델은 플랫폼 이용료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충성 고객을 확보해, 그들을 대상으로 소액 신용 대출이나 차량 수리 서비스, 보험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익화 모델을 정착시키려는 모습이다. 실제로 플랫폼마다 이와 관련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화물운송 플랫폼이 융·투자 유치를 위해 화물 정보 확보에 주력한다는 의견도 있다. 플랫폼 유입량이나 데이터 수치가 높은 플랫폼일수록 자본의 관심을 더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정 부문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윈만만 측 역시 이에 대해 “네트워크 기업이 엔젤 투자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할 때 가장 중요하게 평가받는 항목이 상품 모델과 팀 구성이지만, 시리즈B 이후에는 데이터가 가장 중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공개된 자료에 의하면, 윈만만은 작년 말까지 약 3억 달러 규모의 융·투자액을 누적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훠처방의 올해 5월까지 누적 유치액은 3억 71,00만 달러이며, 지난 17일엔 5,600만 달러의 시리즈 B++규모 융자금을 추가 유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칭화대학교 네트워크산업연구원 물류센터(清华大学互联网产业研究院物流中心)의 리우다청(刘大成) 주임은 현지 매체 인터뷰를 통해 “화물운송 플랫폼에 대한 사용자 충성도는 낮은 반면, 가격에 대한 민감도가 높다”며 “플랫폼마다 쿠폰 등을 발행해 사용자를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자본의 유입을 필요로 한다”고 전했다. 그는 “플랫폼의 자금능력이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화물운송 플랫폼 간의 경쟁은 한동안 지속될 예정이다.
한편, 중국 국무원(国务院)은 지난 17일 <진일보한 물류 원가 절감과 효율 증대를 통한 실물경제 발전에 대한 의견(关于进一步推进物流降本增效促进实体经济发展的意见)>을 통해, 물류업계에서 건전한 신용체계를 만들어나갈 것이라 강조했다. 국무원은 향후 위법행위를 저질러 신용을 잃은 기업에 대해 행정심사, 은행대출, 공정(工程)입찰, 채권발행 등의 방면에서 법적 제한을 두어 신용 있는 업계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