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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 콜드체인, 표준안 마련 시급해

by 임예리 기자

2017년 07월 26일

콜드체인 표준 마련 시급, 현재 기업별 가이드라인 만들어 운용중

감세혜택, 인프라구축 등 국가적 차원의 도움도 필요

제각각, 표준화

글. 임예리 기자

 

표준 마련 시급한 한국 콜드체인

 

중국에선 신선식품 시장이 커지면서 콜드체인 물류 역시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국내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잘 살수록 잘한다”, 中콜드체인 어디까지 왔나) 그러나 업계에서는 국내 기업이 중국 시장에 진출하는 것만큼 국내 콜드체인 물류의 전체적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 발전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렇다면 한국 콜드체인은 어디쯤 와있을까?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콜드체인 표준화’이다. 중국은 콜드체인과 관련해 16개의 표준안을 마련했고, 그중 식품 콜드체인 관련 표준안만 6개나 된다. 하지만 한국에는 아직까지 식품 콜드체인과 관련된 산업표준이나 국가표준이 없다.(2017년 6월 기준)

 

정명수 한국식품콜드체인협회장은 “이제 콜드체인은 생산자가 생산물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을 넘어 생산 이후 관리 주체가 달라지는 공급사슬 전 과정에 대한 일률적인 관리를 의미하게 됐다”며 “이를 위해서는 관리감독을 시스템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정 협회장은 이러한 콜드체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콜드체인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물론 상한 채로 유통되면 식중독 등 심각한 문제를 발생시킬 수 있는 축산물의 경우, 현재도 식약처에서 유통 과정마다 엄격한 법적 기준을 두어 관리하고 있다. 의약품 역시 관련 법규가 많아 표준화의 필요성이 비교적 낮다. 하지만 농산물이나 가공식품은 ‘냉장장치가 잘 되어 있는 시설에 보관해야 한다’는 식으로 대략적인 가이드라인만 존재해서 표준화가 시급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콜드체인 물류 업무를 하는 업체들은 ‘자사만의’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과일과 농산물을 주로 취급하는 물류창고업체 엔로지스 양수정 대표는 “물류센터 운영 초기에 관리에 대한 법적 기준이나 업계 기준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결국 엔로지스는 창고를 여러 공간으로 나누어 제품 종류에 따라 보관 온도를 달리하는 방식을 스스로 마련했다. 가령 5도에서 보관해야 하는 오렌지와 0도에서 보관하는 게 적당한 포도의 보관 공간을 분리하는 식이다.

 

양 대표는 “현재는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창고 관리를 하고 있다”며 “하지만 당시에는 과연 우리가 적정 비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 맞는지, 비용을 과하게 지출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 명확하게 파악하고 싶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고 밝혔다. 콜드체인 전용 물류센터 운영에 대한 기준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저온 3PL 사업을 하는 동원산업은 인프라를 중심으로 콜드체인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국 주요 거점에 자가 냉동창고를 보유하여 제품의 입고부터 출하, 배송, 납품까지 이르는 전 과정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범석진 상무는 특히 배송 중 온도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동원산업은 냉동차량 적재함 내에 냉동기 2대(Twin Type)를 장착하여 냉동(-18℃)과 냉장(1~8℃)을 구분해 각각 최적의 온도로 관리하고 있으며, 모니터링 프로그램으로 확인해 배송 온도가 기준치를 벗어나면 SMS메시지가 담당 배송사원과 물류센터 담당자에게 자동으로 전송된다.

 

온도 관리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하는 시기는 아무래도 요즘처럼 날씨가 더운 하절기다. 범 상무는 “당사는 하절기에도 적재함을 자주 열어야 하는 배송차량의 특성을 고려하여 적재함 내 적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백암 허브센터에 드라이아이스 제조시설을 구비했다”고 전했다. 백암 허브센터에서는 하루 약 2톤의 드라이아이스가 만들어져 물류센터와 배송차량에 공급된다. 동원산업은 온도에 특히 예민한 제품은 별도의 쿨팩 용기에 담아 차량에 적재하고 있다.

 

이렇듯 콜드체인 물류 업무를 하는 업체는 자신들만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식품콜드체인협회는 기업체 콜드체인 수준을 가늠할 수 있도록 산업군에 맞는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식품콜드체인협회는 지난달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을 받아 콜드체인 물류센터 운영과 용기에 관한 단체 표준을 국가기술표준원에 신청했다. 업계에서는 콜드체인 물류센터에 관한 표준이 제정되면 저온 운송수단 관련 설비 및 재원도 표준화해 유지보관 기술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종경 박사는 “콜드체인 포장과 물류센터 운영에 이어 운송차량, 운송방식, 정보통신과 관련된 단체 표준도 신청할 예정”이라며 “현재는 자율적인 단체 표준 설정이 시급하기 때문에 이 작업을 완료한 뒤 국가표준을 설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전했다.

 

국내 콜드체인의 도약을 위해

 

콜드체인 시설에 관한 표준화와 더불어 정보 표준화 역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이언경 박사는 “콜드체인 전 과정에서 온도 변화를 추적하려면 유통 과정에 참여하는 주체들이 서로 어떤 정보를 공유하는지 정의할 필요가 있는데, 현재는 이에 대한 표준이 없다”며 “대형 업체는 자체적인 정보시스템을 구축하는 경우가 많지만, 중소업체는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 박사는 대안으로 소규모 클라우드 시스템을 구축하고 배포해 콜드체인 물류 관련 정보를 입력·공유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제도적인 지원도 필요하다. 가령 2014년까지 종합물류인증기업은 ‘종합물류인증기업 지식서비스산업 특례제도’에 따라 전기료의 3%를 감면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이에 전기료 감면 혜택 등을 통해 상온 창고에 비해 투자비, 운영비가 많이 드는 냉동창고의 운영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항만 내 신선식품 관련 인프라 조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네덜란드는 쿨포트(Cool Port) 프로젝트를 통해 상품이 외부 환경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역되자마자 곧바로 창고로 입고시켜 가공 처리한 뒤 통관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서비스를 올해 안에 제공할 계획이다. 벨기에 앤트워프항도 200만㎡ 규모의 최첨단 온·습도 민감 화물 저장시설에서 신선화물을 보유 및 처리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에는 아직 제대로 된 신선물류 전용항만이 없다.

 

많은 조사기관이 글로벌 콜드체인 시장의 성장을 예측하고 있다. 콜드체인 물류는 식품 안전성을 높이고 쓰레기 배출을 절감할 뿐 아니라 음식물 품질의 유효기간을 늘려 공급자의 손해를 감소시켜준다.

 

흔히 한 나라의 콜드체인 발전 수준은 그 나라의 소득수준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한다. 우리나라도 하루 빨리 그에 걸맞은 콜드체인 물류를 갖출 수 있기를, 그리고 올해가 국내 콜드체인 물류가 한 단계 도약하는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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