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닉 비즈니스’, 작은 연결 모여 더 큰 연결 만들다
연결의 시대, 물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발표. 노상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 정리. 임예리 기자
아마존은 FBA(Fulfillment By Amazon)를 중심으로 아마존 로지스틱스, 아마존 마리타임, 베이징 센츄리 조요 커리어 서비스 등의 물류업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트럭 리스, 비행기 리스, 드론 배송 실험에까지 뛰어들었다. 또한 큐텐(Qoo10)은 큐익스프레스(Qxpress)를 통해 풀필먼트 서비스를, 큐트레이딩(QTrading)을 통해서 판매대행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류업체가 아닌 이들이 어째서 물류사업에 뛰어든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모든 것이 연결된다’는 본질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가령 페이스북의 가치는 친구 하나하나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친구들과의 ‘관계’에 있다. 이제 연결의 가치를 얼마나 잘 활용하는지가 중요한 세상이 됐다. 고객과 고객의 연결, 셀러와 바이어의 연결이 합쳐져 네트워크를 이루고, 이를 바탕으로 더 거대한 연결을 만드는 비즈니스인 ‘오가닉 비즈니스(Organic Business)’가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전까지 우리는 비즈니스를 가치사슬(Value Chain)로 보아왔다. 하지만 관점을 바꾸면 모든 것이 오가닉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 가령 독자는 책의 콘텐츠를 네트워크화해서(SNS에 간략한 서평을 쓴다든가) 그 가치를 더 높일 수 있다.
오가닉 비즈니스의 일반적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오가닉 비즈니스는 한 주체가 모든 것을 통제하지 않고 네트워크가 마치 유기체처럼 살아 움직이며 진화한다. 소비자에게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비용이 낮은 구조를 취한다. 크지 않은 규모의 작은 연결들이 모여 비즈니스를 이룬다. 또한 연결을 이루는 각 주체 사이의 경계(Boundaries)가 지워지고, 이에 따라 각 주체가 가지고 있던 비밀 역시 사라진다.
요컨대 CBT(Cross-border Trade: 국가 간 전자상거래) 역시 오가닉 비즈니스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한 가지 물품이 아니라, 수많은 고객이 주문한 수많은 물품이 한 대의 컨테이너를 채운다. 블록체인을 활용한 비트코인 결제가 활성화되면 결제 장벽은 낮아질 것이다. 또한 물품의 실시간 추적이 가능해지면 장기적 관점에서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신뢰는 높아질 것이다.
다시 아마존의 사례로 돌아가 보자. 아마존은 130여 개 국가의 셀러와 3억 명에 이르는 바이어 사이에서 결제 등 ‘정보의 연결’뿐 아니라 ‘물리적 흐름(Physical Flow)’까지도 하나로 잇고자 한다. 이것이 아마존이 손해를 보면서까지 물류사업을 진행하는 까닭이고, 기존 물류업체들이 아마존의 행보에 위협을 느끼는 이유이다.
물류업체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이제 소프트웨어 중심의 사고가 필요하다.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네트워크를 만들어내고,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스스로를 재정립해야 한다. 이것이 물류업체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경계가 사라지는 시장에서 진화하지 않는다면? 기다리는 것은 도태되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