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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리포트] 순펑-차이니아오 갈등, 발단은 물류데이터

by 임예리 기자

2017년 06월 10일

갈등, 대립

 

지난 3일 중국 국가우정국(国家邮政局)이 <국가우정국의 차이니아오-순펑 데이터 교환 문제 조정해결>(国家邮政局协调解决菜鸟顺丰数据互通问题) 공고를 발표했다. 이로써 알리바바 산하의 물류 플랫폼 차이니아오(菜鸟)와 택배업체 순펑수윈(顺丰速运, 이하 순펑) 간 벌어진 약 40시간의 갈등은 일단락됐다. 그러나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그 여파는 지속되고 있다.

 

사건의 발단, 택배함 안에 감춰진 ‘보물’

 

차이니아오와 순펑의 갈등은 지난 1일 차이니아오가 “오늘 새벽 순펑이 펑차오(丰巢) 무인택배함의 데이터 반환을 중지했다. 또한 오늘 정오에는 타오바오(淘宝) 플랫폼 전체의 물류 데이터 제공을 중단했다”고 밝히면서 촉발됐다. 차이니아오는 이로 인해 판매자와 소비자가 불편을 겪게 되었다며, 판매자들에게 상품을 보낼 때 순펑 대신 다른 물류업체를 활용할 것을 건의했다. 이후 실제로 타오바오와 티몰 플랫폼의 물류 서비스 제공업체 항목에서 순펑이 삭제됐다.

 

결국 사건의 발단은 펑차오(丰巢)였다. 펑차오는 중국의 스마트 무인택배함 서비스 업체다. 순펑은 지난해 6월 중국 택배업체 션통(申通), 윈다(韵达), 중통(中通), 페덱스(FedEx) 등과 연합해 펑차오 설립에 약 5억 위안을 투자했다. 순펑은 펑차오 지분의 약 40%를 확보하고 있다.

펑차오 무인택배함

▲ 펑차오(丰巢)의 무인택배함

 

물론 펑차오는 2016년부터 차이니아오와도 협력해오고 있다. 순펑 관계자가 21세기경제보도(21世纪经济报道)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협력 방식은 다음과 같다. 차이니아오가 소비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펑차오에 전달하면 펑차오는 배정 택배함과 펑차오 점포망 푸시 서비스 등 택배함의 물류데이터를 차이니아오에 다시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3~4월 양사가 계약을 연장함에 따라 문제가 불거져 나왔다.

 

순펑 관계자는 당시 차이니아오가 계약 연장의 조건으로 택배함에서 나오는 모든 데이터가 차이니아오를 거치도록 하고, 수취 데이터 역시 반드시 차이니아오에게 전달돼야 하며, 뿐만 아니라 타오바오 이외의 다른 곳에서 발생하는 주문 관련 데이터 역시 차이니아오에 제공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지난 1일 차이니아오의 발표가 있고 약 2시간이 흐른 뒤, 순펑은 자사 공식 웨이보를 통해 “우리가 데이터 인터페이스를 닫은 것이 아니라 차이니아오가 오늘 펑차오의 인터페이스 데이터를 차단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차이니아오가 펑차오를 봉쇄하려고 한다”며 “그 배후에는 순펑이 텐센트 클라우드를 버리고 알리바바의 클라우드를 사용하게 하려는 알리바바의 속셈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후 양측의 공방은 계속됐다. 차이니아오는 “소비자의 개인정보와 전화번호 정보를 보호하기 위해 자사의 기준에 맞춰 전체 물류데이터 안전 등급을 강화하는 와중에 해외직구와 무인택배함 등의 물류데이터의 교차 검증도 강화했는데, 순펑과 펑차오는 여러 이유를 대며 협조하지 않았다”며 “데이터 안전을 위해 자사는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순펑은 “차이니아오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5월 펑차오가 제공하는 것과 무관한 사용자 개인정보를 요구했다”며 “해당 정보의 권리는 고객에게 있고 펑차오는 ‘고객우선’의 원칙에 의거, 불합리한 요구는 거절할 수밖에 없다”고 받아쳤다.

 

쉽게 가라앉지 않은 불길은 업계 전반으로 번져 갔다. 중국 토종 유통업체 쑤닝(苏宁), 신선식품 온라인 소매업체 이궈셩센(易果生鲜), 택배업체 위엔통(圆通), 궈통(国通), 췐펑(全峰) 등은 각자 성명을 발표해 자신들이 차이니아오의 편임을 밝혔다.

 

반면 텐센트 클라우드, 징동(京东), 소셜커머스 업체 메이퇀왕(美团网), 중국 포털사이트 왕이(网易)는 공개적으로 순펑을 지지했다. 특히 징동은 올해 5월 말부터 펑차오 무인 택배함과 정식으로 전면 합작을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왕이의 CEO 딩레이(丁磊) 역시 “왕이는 해외직구, 왕이엄선(网易严选: 왕이 산하의 전자상거래 브랜드) 등에서 순펑, 펑차오와 한층 더 높은 수준의 합작을 고려 중이다”라고 전하기도 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비록 순펑과 차이니아오가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사실 순펑 역시 차이니아오의 주주 중 하나라는 것이다. 2013년 5월 차이니아오 설립 당시 티몰은 21억 5,000만 위안을 투자해 차이니아오의 지분 43%를 확보했으며, 순평도 5,000만 위안을 투자해 1%의 지분을 확보한 바 있다.

왕웨이 마윈 알리바바 순펑▲(왼쪽)왕웨이(王卫) 순펑수윈(顺丰速运, S.F. Express) 회장과 (오른쪽)마윈(马云) 알리바바그룹 회장

 

물류데이터를 쥔 자, 대륙을 얻는다

 

이번 갈등의 피상적인 원인은 ‘데이터 보안’이었다. 하지만 현지 택배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을 물류데이터를 놓고 전자상거래 업체와 물류업체가 주도권 싸움을 벌인 것으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중국물류학회(中国物流学会) 양다칭(杨达卿) 특약(特约)연구원은 중국신문주간(中国新闻周刊)과의 인터뷰에서 “알리바바가 많은 물량을 처리하려면 물류 플랫폼 차이니아오가 전 과정에서 물류데이터를 원스톱으로 확보하고, 빅데이터를 효율적으로 처리해야만 한다”고 전했다.

 

차이니아오는 직접 택배배송을 하지 않고 티몰과 타오바오의 거래데이터와 물류데이터를 바탕으로 데이터 네트워크를 꾸리고 있다. 주문이 들어오면 해당 주문 내용에 맞춰 재고현황과 주소 등을 고려하여 경로를 배정한다. 이후 3,000여 개의 물류택배 업체와 협력해 실시간으로 택배업체의 모든 분류센터 및 지점을 감독하며 창고보관부터 간선운송, 라스트마일 배송까지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반면 순펑은 37대의 항공기, 1만 5,000대의 차량, 3만 5,000개의 무인택배함, 40만 명의 택배기사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중국 최대 택배업체로서 비교적 안정적인 물류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평을 받기도 한다.

 

양다칭 연구원은 “현재 전자상거래부터 택배산업까지 전 과정에서 데이터의 흐름, 자금의 흐름, 물류 세 가지의 흐름이 존재한다”며 “알리바바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물량이 전체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가장 많다면, 그리고 물류와 데이터가 모두 차이니아오를 거친다면, 택배업계로서는 미래에 그저 화물을 배정받는 역할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특히 순펑은 택배업체일 뿐 아니라 전자상거래, 신선식품 판매, 금융 등의 영역에서도 사업을 진행하는 만큼 이와 같은 상황을 더욱 경계할 수밖에 없다고 양다칭 연구원은 설명한다. 실제로 지난달 26일 순펑은 홍콩에 UPS와 합자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히는 등 크로스보더 물류 영역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업계의 갈등이 깊어질 조짐을 보이자 결국 중국 정부가 중재에 나섰다. 중국우정국은 차이니아오와 순펑의 고위관계자를 베이징으로 소환해 데이터 중단 문제에 대한 부분을 협의하도록 했다. 그 결과 양측은 지난 3일 12시부터 서비스 합작과 데이터 전송을 재개했다.

 

이로써 사건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갈등의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다. 또 다른 중국의 무인 택배보관함 업체인 ‘수디이(速递易)’의 모회사 청두산타이(成都三泰)가 차이니아오의 자회사인 저장이바오왕뤄커지(浙江驿宝网络科技)와 정식으로 합작의향서를 체결해 양사가 새로운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7일 밝혔기 때문이다.

수디이 速递易 택배보관함

▲수디이(速递易)의 무인 택배함

 

수디이는 중국 대형 무인 택배보관함 업체 중 하나로 79개 도시에 5만 6,000개의 택배보관함을 가지고 있어, 70개 도시에 4만 개 정도의 택배보관함을 운영하는 펑차오보다 인프라에서 우세하다.

 

이러한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알리바바의 판정승으로 끝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중국 택배물류자문망(快递物流咨询网)의 쉬용(徐勇) 수석고문은 중국상망(中国商网)과의 인터뷰를 통해 “순펑과 차이니아오 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택배업계와 전자상거래 업계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적절한 규칙이 도출되지 않아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없기 때문”이라며 “택배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가격 경쟁력이 주목받아 택배업체가 열세한 지위에 있는 현재 상황은 차이니아오의 배후에 있는 알리바바에게 이로울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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