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H/W뿐 아니라 ‘물류’도 빌려쓰는(LaaS) 시대 온다
오프라인 사업자의 역습, 뒤바뀌는 O2O 게임의 법칙
글. 엄지용 기자
클라우드(Cloud)가 피어오른다
클라우드(Cloud) 컴퓨팅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전 세계 기업들의 클라우드 도입 역시 확산되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가트너가 지난 2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글로벌 공공 클라우드(Public Cloud) 서비스 시장의 규모는 지난해 대비 18% 성장한 2,46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크게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는 부문은 ‘클라우드 시스템 인프라 서비스(IaaS, Infrastructure as a Service)’로, 지난해 대비 36.8% 성장해 346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클라우드 애플리케이션 서비스(SaaS, Software as a Service)는 전년 대비 20.1% 성장해 463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클라우드의 정의
클라우드 서비스란 쉽게 말해 IT 서비스를 소유하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사용료를 주고 빌려 쓰는 것을 말한다.
삼성경제연구원의 정의(박성준 선임연구원,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 현황과 SI산업 위험에 미칠 영향’)에 따르면 ‘클라우드 컴퓨팅’이란 패키지 형태로 직접 설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인터넷 서비스 형태로 제공되는 응용 소프트웨어(Web applications)와 그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기반이 되는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통칭하는 개념으로서, 크게 SaaS, IaaS, PaaS(Platform as a Service)로 나뉜다.
SaaS는 ‘인터넷으로 접근이 가능한 구독형 서비스로서의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를 말한다. 한편 IaaS는 인터넷을 통해 스토리지나 컴퓨터 같은 하드웨어 자원을 이용하는 서비스다. 끝으로 PaaS는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능을 신속하게 추가함으로써 기업이 새로운 고객 서비스를 출시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서비스다.(오라클코리아매거진, ‘클라우드 컴퓨팅의 과제와 전망’ )
요컨대, 기업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유연하고 빠르게 필요한 서비스만을 골라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강점 때문에 클라우드 서비스는 많은 비용과 긴 개발 시간이 소요되는 SI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존에 SI 서비스를 제공하던 ‘빅3’ IT업체인 삼성SDS, SK C&C, LG CNS가 클라우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도 많다. SaaS 기반으로 모든 IT 인프라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한 국내 컨설팅 업체 대표는 “과거에는 웹에이전시 업체가 통합 구축해주는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이제 시스템을 기능별로 쪼개서 빌려 쓰는 시대가 왔다”며 “우리는 협업툴로는 ‘페이스북 워크플레이스’를, 내부 협업툴로는 ‘잔디’를, 뉴스레터로는 ‘메일침프’를 빌려서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류도 빌려 쓴다?
물류산업에서도 클라우드가 새로운 트렌드로 각광받고 있다. DHL이 지난해 발표한 물류 트렌드 레이더 보고서에는 클라우드 물류가 향후 5년 이내에 다가올 주요 트렌드(Impact: High)로 거론됐다.
같은 보고서는 클라우드 컴퓨팅이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LaaS(Logistics as a Service)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이에 따라 물류업체는 고객이 물류 서비스를 취사선택하여 이용할 수 있는 PPU(Pay-Per-Use) 방식의 ‘온디맨드 모듈형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 설명했다. 물류 서비스 이용자는 ‘클라우드 물류’를 통해 IT 인프라에 대한 설비투자 없이 합리적인 비용으로 필요한 서비스만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삼성SDS, SK C&C 등도 지난해부터 클라우드 물류를 강화하고 있다. 우선 삼성SDS는 지난해 10월 기존 물류 BPO(Business Process Outsourcing: 업무처리 아웃소싱) 서비스의 축이었던 물류 솔루션 첼로(Cello)를, 클라우드 기반의 SaaS 플랫폼으로 새롭게 만들어 선보였다. 삼성SDS는 “국내외 고객사들이 ‘첼로 클라우드’를 통해 초기 IT 인프라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첼로 솔루션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첼로 클라우드는 ‘제한 없는 기능 확장’과 ‘편리하고 손쉬운 사용’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고객사는 셋업을 위한 컨설팅만 하면 서비스를 즉각 이용할 수 있으며, 사업 규모를 확장할 때도 손쉽게 자원 증설을 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애저(Azure) 위에서 구동되는 첼로 클라우드는 현재 ‘적재 최적화(Loading Optimization)’와 ‘가상 창고 서비스(Virtual Warehouse)’를 제공한다.
SK C&C 역시 지난해 11월 중국 홍하이(鴻海) 그룹 팍스콘의 물류 자회사인 저스다(JUSDA, 准時達)와 함께 글로벌 융합 물류 합작법인 FSK L&S를 공식 출범, 클라우드 물류 진출을 본격화했다. SK C&C는 저스다의 ‘글로벌 물류 사업’과 SK C&C의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기반 ‘융합물류 ICT 플랫폼’을 결합하여 글로벌 융합물류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 C&C는 융합물류 통합 솔루션 브랜드인 ‘케롤(Kerol)’을 선보이기도 했다. 케롤은 기업 공급망 전반에 걸친 컨설팅과 물류ICT 플랫폼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며, 이를 통해 물류 전 영역의 가시성을 확보하여 이른바 ‘4PL 물류 서비스’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SK C&C는 향후 FSK L&S와 케롤을 활용해 물류 BPO 사업 공조 체제를 강화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SDS의 첼로와 SK C&C의 케롤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및 교육업체 로아인벤션랩 김진영 대표는 “SI 서비스를 제공하던 삼성SDS, LG CNS, SK C&C 등이 SaaS 기반으로 나아가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물류 및 배송 네트워크를 가진 사업자들도 발품을 팔아 물류 인프라를 팔 것이 아니라, SaaS와 PaaS 기반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고민할 때다”라고 말했다.
클라우드 물류 장착한 스타트업
한편 이러한 클라우드 물류를 무기로 시장에 등장한 스타트업도 있다. 2013년 홍콩에서 창업한 글로벌 물류스타트업 ‘고고밴’이 대표적이다. 고고밴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고고밴 플랫폼을 통해 그때그때의 화물종류와 규격에 적합한 화물운송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스티븐 램 고고밴 CEO는 “고고밴은 모든 배송 절차에 ‘빅데이터를 통한 물류 분석’ 등의 혁신적인 기술을 도입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새로운 물류 비즈니스 모델 LaaS(Logistics as a Service: 서비스로서의 물류)를 구축하고 서비스 비용을 최적화할 것”이라 전했다.
국내에는 이륜차 기반 물류스타트업 ‘메쉬코리아’가 있다. 현재 메쉬코리아는 자동배차 솔루션 ‘부릉엔진’에 기반하여 만든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를 PaaS화하여 해외 이커머스 시장에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메쉬코리아는 신세계닷컴 및 싱가포르 식료품 배송업체 ‘어니스트비’와 TMS 솔루션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향후 솔루션의 해외 판매를 본격화하기 위해 국내 합작법인을 설립할 계획을 갖고 있다.
▲ 부릉엔진 인텔리전스(자료: 메쉬코리아)
또 다른 국내 물류스타트업 ‘마이창고’ 역시 클라우드 물류를 강조한다. 마이창고는 전자상거래 업체에게 상품의 입고부터, 포장, 출고까지의 물류대행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이창고 고객사는 택배발송 한 건당 990원(택배비 별도)을 지불하는 것으로 마이창고의 물류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는 기존 창고업계의 ‘평당 물류비 정산’과는 다른 방식이다. 이처럼 사용한 만큼만 물류비를 정산하는 방식은 산발적인 출고가 이뤄지는 이커머스 사업의 특징에 잘 부합한다.
아마존 신화, 오프라인의 클라우드화에서
우리는 이쯤에서 아마존의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플랫폼 전문 컨설팅 업체 ‘로아컨설팅’에 따르면, 아마존은 클라우드 기반의 물류 서비스로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로아컨설팅은 아마존의 비즈니스 전체가 AWS(Amazon Web Service)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마존 비즈니스의 AWS화’란 아마존이 구축한 거대 물류망의 근간이 되는 도시 거점 로컬 배송업체가 클라우드 서비스화 된다는 뜻이다.
로아컨설팅에 따르면 아마존플렉스(일반인을 배송기사로 활용한 물류 서비스), 아마존고(아마존의 오프라인 무인매장) 등 로컬 영역에서 아마존이 벌이는 실험이 물류의 ‘클라우드화’라는 거대한 목표로 귀결되고 있다. 아마존 물류 실험의 첫 번째 목표가 ‘아마존프라임 서비스에 대한 충성고객 확보(Customer Locking)’였다면, 두 번째 목표는 ‘아마존이 구축한 물류 네트워크를 외부 고객에게 판매하는 것’이라는 게 로아컨설팅의 예측이다. 이미 아마존은 자체 물류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물류서비스 FBA(Fulfillment by Amazon)를 아마존에 입점한 판매자(Seller)에게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즉, 아마존은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물류배송 네트워크를 가진 업체’가 되기 위해, 그리고 그 네트워크를 AWS화하기 위해 육상, 해상, 항공을 포함한 모든 물류 네트워크를 내재화하는 것이다. 요컨대 아마존이 글로벌 물류망을 더욱 촘촘하게 만들수록 UPS와 페덱스 등의 기존 물류업체는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로아인벤션랩의 김진영 대표는 “과거에 AWS는 아마존이 직접 서버를 운영하며 체득한 노하우를 사업화하고, 아마존의 스토리지를 외부업체에게 판매하는 개념이었다”며 “아마존이 전 세계에 구축한 물류 운영 노하우를 클라우드화해서 판매하는 것도 이와 비슷한 개념이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아마존은 현재 AWS로 벌어들이는 것 이상의 어마어마한 돈을 벌게 될 것”이라 밝혔다.
쿠팡도 아마존처럼
아마존처럼 대규모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한 뒤 클라우드화하여 판매하는 비즈니스 형태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알리바바와 함께 중국 이커머스 시장의 양대산맥이라 불리는 징동(京东)은 지난해 11월 물류 서비스 ‘징동물류(京东物流)’를 론칭했다. 이는 2007년부터 징동이 구축해온 직접물류 네트워크를 브랜드 운영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징동물류 론칭과 함께 징동은 그들이 보유한 세 가지 시스템(창고·배송 공급망 통합 관리, 징동택배, 징동물류 클라우드)을 징동의 온라인 판매자에게 개방했다. 특히 징동택배는 3PL의 형태로, 징동이 아닌 다른 쇼핑 플랫폼을 이용하는 판매자 역시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의 FBA처럼, 징동도 자사의 네트워크를 외부에 개방·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국내에서 직접물류를 운영하는 대표적인 이커머스 업체 쿠팡도 다르지 않다. 김진영 대표는 쿠팡 역시 아마존처럼 AWS화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물론 현재(2017년 4월 기준) 쿠팡은 3PL 비즈니스에 진출하지 않은 상태다. 2015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범석 쿠팡 대표는 “쿠팡이 3PL 비즈니스에 진출할 일은 없을 것”이라 일축하기도 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쿠팡이 결국 ‘직매입 물량’뿐 아니라 타사의 상품까지도 보관·배송하는 3PL 사업에 진출할 것이며, 그게 쿠팡이 이야기하는 ‘계획된 적자’의 배경이라는 이야기가 속속 나오고 있다.
김진영 대표는 “쿠팡 제품만 사입해서 물류센터에 잔뜩 쌓아놓고 쿠팡맨을 통해 배송하는 것을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쿠팡은 데이터 최적화를 통해 고객이 선호하는 제품이 언제, 어느 거점에서 빠져나가는지 파악할 수 있다. 때문에 생필품 등 재고회전율이 높은 상품을 예측하여 로켓배송 품목으로 매입하고 나머지 빈 공간을 타사 제품으로 채우는 방식으로 가고자 할 것”이라 밝혔다. 그는 또한 “그렇게 된다면 쿠팡이 CJ대한통운과 같은 택배사와 본격적으로 경쟁하게 되는 것”이라 덧붙였다.
뒤바뀌는 O2O게임의 법칙
고객 접점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자산화하여 고객에게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세련되게 제안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데이터가 곧 돈이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데이터 자본주의’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그 중심에는 IT인프라와 소프트웨어와 같은 온라인 비즈니스 모델이 있다. SaaS로 대표되는 클라우드 역시 마찬가지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 물류를 포함한 오프라인 비즈니스까지 빌려 쓰는 시대가 오고 있다. 아마존과 징동 등의 선도업체가 이러한 흐름을 가속화할 것이다. 로아컨설팅에 따르면 ‘성장 제로’의 시대에 오프라인 파이프라인만 가지고 있는 업체는 성공할 수 없다. 오프라인 사업자가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로아컨설팅은 오프라인 사업자가 그들이 보유한 오프라인 유통 및 물류 관리 역량을 기반으로 데이터 기술을 갖춘 조직을 흡수하여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로아컨설팅에 따르면 ‘오프라인의 디지털 대전환(Transformation)’으로 2017년부터 옴니채널이 완성될 것이며, 그렇게 되면 온라인 사업자가 오프라인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즉, ‘O2O 게임의 법칙’이 완전히 뒤바뀌는 것이다.
김진영 대표는 “초기 O2O는 온라인 사업자가 고객 데이터를 통해 개인화를 이룬 뒤 오프라인으로 침투하는 방식, 즉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의 이동(Online to Offline)’이 강세였다”며 “그러나 온라인 사업자가 물류배송 관리역량 등의 오프라인 지식(Domain Knowledge)이 부족한 상황에서, 레거시(과거에 개발되어 현재까지 사용 중인 낡은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경우가 생기기도 했다. 이제 역으로 오프라인 사업자가 O2O의 강자로 군림하는 시기가 찾아올 것”이라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