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의 양측 날개, 유통물류 플랫폼과 IT 서비스 플랫폼
AWS 혁신을 물류에···클라우드 물류 서비스가 가져올 변화
글.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교수
아마존의 급격한 성장과 시장을 압도하는 유통물류 네트워크 구축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아마존이 만드는 유통물류 플랫폼의 미래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아마존의 거침없는 성장은 주식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아마존의 시가 총액은 월마트를 압도하기 시작했고, 2017년 12월말 기준 시가 총액은 무려 600조 원을 넘어선 상황입니다. 최근 성공적인 온라인 비즈니스 전략을 선보이고 있는 월마트의 시가 총액이 약 315조 원이니 2배 정도의 규모로 성장한 것입니다. 불과 2년 전인 2015년 7월 아마존이 시가 총액 300조 원을 넘어서며 월마트를 추월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아마존의 성장은 역사상 유례없는 사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성장이 더 중요하다”고 얘기해 왔습니다. 이에 따라 단기적 수익성을 과감히 버리고 미래 유통물류 플랫폼 완성을 위해 필요한 인프라 구축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아마존의 매출 실적과 달리 영업이익은 오랜 기간 적자를 면하기 어려웠고, 최근에서야 매출 대비 낮은 수준의 영업이익률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아마존 주가의 상승은 아마존이 만들어가는 미래 플랫폼에 대한 기대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캐시카우는 물류 아닌 IT에서
그런데, 아마존의 재무제표를 들여다보면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분명 아마존은 유통물류 플랫폼 기업을 지향하고 있는데,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창출하는 서비스가 유통이나 물류가 아닌 AWS(Amazon Web Services)라 불리는 IT 서비스라는 점입니다. AWS는 인터넷에서 손쉽게 컴퓨터 서버를 임대하고,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입니다. 기존에도 흔히 IDC(Internet Data Center)라 불리는 데이터 센터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해왔고, 서버 임대 서비스도 제공되어 왔기에 클라우드 서비스가 가져오는 변화가 기존 시장을 뒤엎는 거대한 변화인지 이해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먼저 클라우드 서비스가 등장하기 전 기업의 IT 투자 및 운영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IT 서비스 시장은 IT 서비스 수요에 맞춰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서비스가 핵심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또한, 수익성 달성의 핵심 역량은 IT 서비스에 대한 수요만큼 프로그램을 구동할 서버 컴퓨터를 최적 구매하는 데에 있습니다. 문제는, 서비스 수요 자체가 매우 동적이고 시간에 따라 크게 변화하며 피크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수요를 예측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에서 수요 자체가 시간에 따라 큰 폭으로 변화하게 될 경우, 수요의 최댓값을 중심으로 서버 컴퓨터를 구매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비효율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 부분에서 클라우드 서비스가 위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클라우드 서비스에서는 고객이 필요한 서버 컴퓨터 용량을 자유자재로 설정할 수 있고, 수요가 증가할 때 즉시 그에 맞춰 서버 컴퓨터 용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그에 맞춰 비용을 지불하는 유연성이 클라우드 서비스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령 필자가 오랜 기간 참여해온 경로탐색 서비스를 살펴보면, 경로탐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처리 과정(미리 중요한 데이터들을 계산하여 저장해두는 과정)에 주기적으로 대규모 병렬 컴퓨팅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수십 대의 서버 컴퓨터를 동시에 며칠간 운영해야 합니다. 그런데 서버 컴퓨터를 구매하게 된다면 해당 기간을 제외한 대부분의 기간 동안 서버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 비효율이 생길 것입니다. 반면에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면 필요한 순간에 수요에 맞춰 서버를 활용할 수 있게 됩니다. 서버 용량에 대한 제한이 사라지게 되므로 전처리 과정에 투입하는 서버 용량을 최대화할 수 있지만, 실제 연간 서버 운영비용은 과거보다 오히려 감소하게 됩니다. 이것이 클라우드 서비스의 핵심 성공요인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마존은 2006년 AWS 서비스를 최초 시장에 선보인 후 10년의 성장기를 거쳐 현재 클라우드 시장의 최강자로 발돋움하게 되었습니다. 아마존 AWS 서비스를 초기부터 이끌었던 제임스 해밀턴(James Hamilton)이 2016년 작성한 ‘혁신의 10년(A Decade of Innovation)’ 글을 통해 AWS의 성공요인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AWS의 폭발적 성장은 결국 저렴한 비용, 서비스 편리성, 서비스 다양성을 통합적으로 제공함으로써 IT 서비스 개발 및 운영에 필요한 투자 및 운영비용을 최소화했다는 것이 핵심 성공요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제 기업들은 서버 컴퓨터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할 때 필요한 만큼 아마존에게 빌려 쓰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발목을 잡는 한계점들도 있습니다. 가장 큰 제약은 보안과 데이터 저장 위치에 대한 불안감입니다. 자체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기업에 데이터를 저장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데이터 유출에 대한 불안감을 만들어 냅니다. 보안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을 경우 모든 데이터를 해커에게 넘기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에 클라우드 서비스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자체 서버를 유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AWS의 혁신적 성장이 지속되면서 개별 기업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IT 시스템 보안, 서버 구매 및 운영 등에 필요한 기술적 역량 및 비용 투자보다 AWS를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되기 시작했습니다. 보안과 데이터 유출에 대한 우려를 최소화할 수 있다면 AWS가 미래 IT 서비스의 미래가 될 것이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AWS의 폭발적 성장과 아마존 수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AWS의 수익성을 생각해보면 아마존의 미래에 유통물류 플랫폼과 더불어 IT 서비스 플랫폼이 있다는 것을 쉽게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AWS에서 배우는 물류혁신
갑작스럽게 아마존의 AWS,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해 고민해 본 것은, 아마존의 AWS 혁신에서 물류 및 SCM 혁신의 미래에 대해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IT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물류 서비스 역시 높은 수요의 변동성, 피크 시즌의 존재, 물류창고 및 운송 자산에 대한 대규모 투자, 보안에 대한 우려 등이 동일하게 존재하는 비즈니스입니다. 아마존의 AWS 혁신을 물류에 그대로 적용할 경우 우리는 클라우드 물류 서비스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① 저렴하고 유연한 물류 서비스 비용 체계
IT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물류 서비스 역시 물류창고와 운송기기, 다양한 설비들을 수요에 맞춰 투자해야 합니다. 현재 물류 서비스 비용은 물류 자산에 대한 투자비 및 운영비를 고려하여 다소 경직된 형태로 설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더욱이 수익성을 고려할 경우 서비스 비용 체계가 수요자 측면이 아닌 공급자 수익성 측면에 유리하게 설계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높은 수요 변동성을 고려할 때 물류 자산에 대한 투자 및 운영비용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가급적 필요한 만큼 사용하고 사용한 만큼 비용을 지불하는 방식 보다는 월별 최소 비용을 회수할 수 있는 고정비 체계가 더 유리합니다. 클라우드 물류 서비스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이 부분에서 AWS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습니다.
② 서비스 사용 편리성
운송, 보관 등의 물류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기업들은 처음 거대한 벽을 마주하게 됩니다. 어디서 어떻게 견적을 받고 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대부분의 3PL 서비스들은 전화로 상담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 어렴풋하게 서비스 비용에 대해 파악할 수 있습니다. AWS는 웹에서 클릭 몇 번으로 모든 서비스를 신청하고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클라우드 물류 서비스 역시 웹에서 투명하고 빠르게 서비스를 신청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합니다.
③ 물류 서비스 다양성
물류업체 측면에서는 운송이나 보관 등의 개별 서비스를 구분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본인의 서비스 목적에 따라 운송에서 보관에 이르는 전체 물류 프로세스가 복합적으로 제공되어야 합니다.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이 자신의 목적에 따라 운송, 보관 등 개별 서비스를 신청하고 이를 스스로 최적 설계하는 것은 어려운 작업입니다. 사용자의 목적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들을 조합하는 것이 간단해질 때 비로소 클라우드 물류 서비스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AWS 클라우드 서비스가 처음 시장에 선보였던 2006년, 대부분의 IT기업들은 클라우드 서비스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이었습니다. 하지만 AWS는 현재 아마존 전체 수익의 30~4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AWS가 아마존의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채 10%가 되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수익률을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견적, 입찰(Bidding), 계약 등의 과정을 거쳐 서비스 업체를 결정하고, 해당 서비스 업체가 서비스를 폐쇄적으로 독점 공급하던 IT 서비스 산업이 서서히 클라우드 서비스로 변화하기 시작했고, 이제 IT 산업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는 핵심 비즈니스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물류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 연출되고 있습니다. 물론 단순히 AWS와 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물류 분야에서 제공하는 것은 기존 물류 서비스 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에 맞지 않는 그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물류 자산에 대한 수요와 공급의 동기화가 높은 수요 변동성과 불확실성은 물류 서비스 비용을 높일 수밖에 없습니다. 물류 자산에 대한 대규모 투자는 결코 물류 자산의 활용 효율성을 최대화할 수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클라우드 물류 서비스를 통해 다수의 사용자들을 하나의 플랫폼에 통합하게 될 경우 물류 자산에 대한 효율적 활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2018년 물류산업의 성장 역시 클라우드 물류에서 다양한 도전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측됩니다. 아마존 AWS가 성공한 이유를 살펴보면 바로 그곳에 클라우드 물류 서비스의 미래가 담겨져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한국지역난방공사, 홈플러스그룹, POSCO, CJ대한통운, 현대엠앤소프트 등 제조, 유통, 물류 분야의 기업들과 산학협력 프로젝트를 다수 수행하였고, 삼성전자, LG전자, CJ제일제당, 한국능률협회컨설팅, 한국생산성본부, 국군수송사령부 등과 함께 SCM 및 물류혁신 관련 교육을 진행하였다. Marquis Who's Who, IBC 등 인명사전 등재 및 논문상을 수상하였으며, 현재 관심분야는 SCM 최적화, 물류 및 유통 혁신, 위치 기반 서비스 및 네비게이션 최적화 등이 있다.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