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이병휘의 포어캐스팅] 아마존 항공해운 진출의 의미

by 이병휘

2016년 04월 04일

 

아마존 항공/ 해운 진출의 의미

규모의 경제와 효율성

글 . 이병휘 캘로그 디멘드 플래너

 

Idea in Brief

 

아마존의 항공기 리스, 해상운송 중개 허가는 아마존의 유통량이 상당한 규모의 항공 및 해상 운송을 전용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아마존의 대규모 투자는 이미 완성된 ‘규모의 경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최근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온라인 유통 역량 강화의 주요 경향은 온라인 전용 센터의 설립이다. 하지만 기성 유통업체의 온라인 수요가 그와 같은 전용 센터의 운영비용을 충당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할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있다. 서비스로써의 물류는 새로워진 물류의 얼굴이지만 그 기저에 있는 물류비용은 전체 손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일 수 있다. 이제 우리도 물류의 기본인 ‘규모의 경제’ 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얼마 전 아마존이 항공기를 리스한다는 기사가 온라인을 뜨겁게 달구고 난 뒤, 조용히 새로운 기사가 나왔다. 아마존의 중국 법인에서 해상항로를 이용한 운송 중개 허가(정확히는 선박의 선적공간을 매매할 수 있는 허가)를 획득했다는 기사다.

 

아마존이 20여 대의 항공기를 대여한다는 기사와 이번 해상운송 중개 허가와 관련된 기사의 의미는 어이없을 정도로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아마존의 유통량이 상당한 규모의 항공 및 해상 운송을 전용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는 뜻이다. 사실 유통업체에서 선단을 전용하여 운영하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다. 이미 오래전에 월마트에서는 선단을 운용하여 전 세계에서 물량을 수입 , 판매해왔다.

 

물론 전량 매입을 통해 판매를 하는 월마트와 다양한 판매자(Seller)가 판매와 배송을 진행하는 아마존은 그 의미가 조금 다를 수 있겠다. 월마트가 자체 유통채널의 수요를 채우기 위한 공급망의 안정화 및 다양화의 수단으로서 선단을 사용했다면 아마존의 경우 판매자들의 개별 수입 및 배송에 대한 운영비용을 낮추고 자체 매입 상품 및 배송상품에 대한 소요비용 감축과 신뢰성을 획득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아마존은 이미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운용비용 감소의 묘수를 아마존 주문충족(Amazon Fulfillment)과 AWS(Amazon Web Service)를 통해 보여줬다. 아마존이 개개 판매자에게 SCM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마존 주문충족은 미국 전역과 전 세계에 퍼져있는 물류망에 대한 고정비용을 분산하는 효과를 주었을 뿐만 아니라, 개별 판매자의 운영에 대한 부담을 상당부분 줄여주며 아마존으로 판매자 유입효과를 이끌어내었고, 판매 품목의 다양성 확보에도 큰 효과를 줄 수 있었다. 또한 아마존의 막대한 서버 트래픽을 감당하는 AWS는 아마존은 그저 수많은 고객 중 하나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반대로 아마존을 이미 확보된 고객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보장된 트래픽과 수익을 기반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일 수 있었다.

 

물류망과 클라우드 서버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 모두 막대한 물량을 보장하는 아마존의 규모가 뒷받침되기 때문에 가능했다. 보장된 기본 수요를 바탕으로 공격적인 가격정책을 통한 시장 장악. 굳이 경영학까지 가지 않아도 고등학교 경제에서도 나오는 규모의 경제의 극대화이다.

 

국내 유통업체에서도 이런 예를 찾을 수 있을까? 아직은 국내 유통업체보다는 물류업체에서 이런 시도를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인 택배사부터 최근 핫 트렌드인 O2O까지 운영에 필요한 최소 물량을 확보하고 나면, 서비스를 추가해 규모를 키워나간다. 음식품의 배달 대행이나 퀵서비스 플랫폼 등의 서비스로 최소 물량을 보장하고 확보된 운영자원을 바탕으로 다른 서비스에 경쟁력 있는 비용을 무기로 진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사용자는 진입과 이탈을 반복하지만 확보된 고정 고객은 운영에 필요한 최소 수요를 만족시키며 다른 서비스로의 확장 여부를 결정하는 ‘결정 요인(Deciding Factor)’이 된다 .

 

다시 아마존의 예로 돌아가 보자. 이제는 식상한 이야기지만, 아마존은 도서 배송을 기반으로 고정 사용자 층과 물류 운영에 필요한 최소 판매량을 확보했다. 최소 운영에 필요한 수요가 확보되자 점차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갔으며 그 과정에서 비용은 점차 감소하고 이익은 확대된다.(현재 아마존은 발생 수익을 100% 재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재무제표 상 이익은 발생하지 않는다)

 

국내 온라인 유통업체 중 아마존과 가장 유사한 길을 가고 있는 업체라면 아마도 쿠팡일 것이다. 현재 로켓배송 한 건당 일정 부분의 손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저관여 상품의 배송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또한 개별 소비자의 정보와 구매 트렌드의 축적이 가능한 온라인 유통채널의 특성상, 축적된 정보는 최적화 또는 정례화된 배송루트 및 사전 적재 상품의 선택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즉, 쿠팡 운영의 최소 수요는 정기배송물량을 통해 확보되고 이렇게 확보된 배송루트를 통해 배송되는 추가 물량들은 이익으로 전환되게 된다. 물론 정기배송물량이 기본 운영 수요를 충족할 정도로 축적된 이후겠지만 말이다. 외주 물류망을 사용하는 경우, 안정적인 수요의 확대가 주는 고정비용 분산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적다. 물량 증대로 재계약시 건당 비용 하락의 효과는 있겠지만, 반대로 고정비용 자체를 완벽히 만족시키는 것은 자체 물류가 아닌 이상 불가능하다.

 

최근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온라인 유통 역량 강화의 주요 경향은 온라인 전용 센터의 설립이다. 하지만 기성 유통업체의 온라인 수요가 그와 같은 전용 센터의 운영비용을 충당 할 수 있을 정도로 충분할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의문이 있다. 특히나 지금처럼 온라인 전용센터 배송 품목과 매장 배송 품목이 중복되는 경우에는 더 그렇다.

 

대형 마트가 등장한 이후에도 여전히 살아남아있는 동네 슈퍼들의 장점은 의외로 배송이었다. 장보고 난후 장바구니를 놓고 가면 바로 집으로 배달해주는, 얼굴을 익힌 사이라면 전화만으로 주문하고 받아보면서 결제가 가능한 유연성이 동네의 소규모 슈퍼마켓들을 차별화하는 특장점이기도 했다. 한 번에 배송할 수 있는 양이 많은 아파트 단지 위주의 주거 형태 또한 동네 슈퍼에게 더 유리했다. 오히려 할인매장들은 매장 재고 관리에 대한 노하우, 동네 슈퍼에 비해 다양한 제품 라인업, 전국에 촘촘하게 퍼져있는 매장을 활용한 당일 배송 서비스를 강점으로 가져갈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을까?

 

.. 서비스로써의 물류를 위한 투자는 이미 많은 곳에서 진행되었지만 이제는 그 투자에 대한 회수와 효율성에 대한 고민도 시작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싶다. 서비스 또는 차별화로써의 물류의 모습은 새로워진 물류의 얼굴이지만 그 기저에 있는 물류비용은 전체 손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며 서비스 및 차별화로써의 투자도 결국은 제로에 가까운 미납률과 불만율로 값아야 하는 빚일 수 있다물류는 여전히 소요비용의 영역에 묶여있다

  



이병휘

이병휘 SCM칼럼리스트는 생활용품, 전자제품, 식품, 화장품을 다루는 여러 제조·유통업체를 거치면서 SCM, 수요예측을 담당해왔다. 주요 관심사는 SCM프로세스와 정보 가시성(Information Visibility)이며,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에 눈을 돌려 물류산업에서 활용을 고민하고 있다. 거창한 주제가 오고갔지만 결국 페북에 중독된 평범한 월급쟁이다. (byunghw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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