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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 수난기...“바닥에서 밥 먹는 것도 서러운데 고객 욕설까지"

by 임예리 기자

2017년 01월 24일

택배노조 택배 근무환경 노동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이하 택배노조)이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택배 노동자들의 근무환경 및 실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동 조사에 따르면 택배기사의 근무환경은 상당히 열악하며, 고객으로부터 무리한 요구 및 욕설을 들은 택배기사 또한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택배노조가 지난 18일부터 23일까지 택배기사 378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현장(터미널)에서 가장 개선되어야 할 사항으로 혹한기, 혹서기 때 난로나 선풍기 없이 야외에서 일하는 것(75.7%)이 뽑혔다. 그 다음으로는 휴게실 확충(32.3%), 레일 교체(27%), 화장실에 휴지 구비(21.7%), 지붕 설치(20.4%)가 뒤를 이었다.

택배노조 택배터미널 노동▲ 혹한기, 택배기사들이 외부에서 택배 분류작업을 하고 있다.(사진= 택배노조 제공)

 

박대희 택배노조 사무처장은 “겨울에는 영하의 날씨에, 여름에는 선풍기 하나 없이 야외에서 택배 분류작업을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심지어 택배 대리점 터미널 화장실 청소비를 택배기사들에게 청구하는 행위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택배노조 택배기사 ▲ 따로 식사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터미널에서는 바닥에서 밥을 먹어야 한다.(사진= 택배노조 제공)

 

또한, 조사 대상의 50%가 넘는 218명의 택배기사가 고객으로부터 본인의 잘못과 무관한 욕설을 들었던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외에도 수취인이 배송받기 원하는 수령지로 배송을 요구받거나(80.4%) 컴퓨터, 세탁기 등의 제품 설치를 요구받은 적이 있는(22%) 택배기사도 다수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진일 택배노조 사무처장은 "주소가 잘못 기재되어 있음에도 고객으로부터 자신이 맡은 구역이 아닌 곳으로 배송을 강요받고, 감정노동자로써 욕설을 듣는 것에 익숙해진 것이 현재 택배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이라 전했다.

욕설문자 택배기사 택배노조▲ 한 고객이 택배기사에게 보낸 욕설 문자.(사진= 택배노조 제공)

 

이 외에도 응답자 중 132명(약 35%)이 경조사, 병가, 휴가를 써본 적이 없고, 44명(약 12%)은 병가를 써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택배기사들의 처우를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으로 '택배 운임비 인상'이 한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어느 한 택배사 혹은 택배노조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며, 고객과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므로 당장 택배 운임비 인상을 주장하기 어렵다는 것이 택배노조 측 설명이다.

 

택배노조는 현재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산하 소속으로, 향후 정식 노조 설립 신고를 준비할 계획이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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