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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고 고쳐쓴다, 역물류가 뭐길래

by 임예리 기자

2016년 12월 14일

- 정방향과 다른 역물류 프로세스, '반품/회수', '폐기'

- 갤럭시노트7과 치약 리콜사태로 바라보는 회수물류 '리콜'

- 또 다른 역물류의 숙제 '역직구', 국경을 넘는 전자상거래의 반품은 어떻게?
역물류

글. 임예리 기자 / 김정현 기자

Idea in Brief
美 공급망물류 전문매체 SCM리뷰에 따르면 산업 전 분야에서 제품의 반송률은 판매의 3%에서 50%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얼마 전 화제가 된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부터 글로벌 역직구 반품까지. 반품, 리콜 등으로 인해 소비자의 손을 떠난 제품의 행방은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우리에게 친숙하게 느껴지는 정방향 물류가 아닌 역물류의 세계에 들어가 보자.


“사과를 배송했는데 고객으로부터 시다고 환불 요청이 들어왔어요. 사과가 당연히 신거 아닌가요?”, “그건 양반이에요. 고객이 마트에서 주문한 5봉입 신라면이 맵다고 교환 요청이 들어왔어요. 신라면이니까 매운건 당연한 것 아닌가요? 고객에게 안 먹은 4봉지를 보내주시면 반품해준다고 하니 맛이 없어서 버렸다고 새로 덜 매운 신라면으로 보내달라고 답하더라고요”

 

고객의 반품, 교환 요청과 관련된 업계의 에피소드들이다. 온라인 상거래가 일반화된 지금, 고객의 반품 요청 처리는 유통업체들의 새로운 고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제품에 불만을 가진 소비자가 교환, 환불을 요구할 때(반품), 혹은 최종 소비자가 더 이상 물건이 필요하지 않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을 처리할 때(폐기) 필요한 것이 바로 ‘역물류’다.

 

일반적인 정방향 물류(Forward Logistics)는 공급자부터 소비자까지 이어지는 화물(物)의 흐름(流)을 의미한다. 반면 역물류(Reverse Logistics)는 그 반대방향으로 이루어진다. 공급자는 역물류 상황에서 다시 소비자에게 제품을 회수하여 그 화물의 특성에 따라 재사용, 폐기 등을 결정한다.

 

우선 반품된 제품은 제품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품질 심사 과정(Screening Process)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회사는 재사용이 가능한 제품과 폐기해야 되는 제품을 나눈다. 심사 과정을 거친 반품제품은 처분 경로에 따라 수집 및 분류(Collection and Sorting) 과정을 거친다. 위 모든 과정을 거친 상품들이 최종적으로 처분(Disposition)되는 식이다. 가령 반품의류의 경우 재사용될 수 있다면 중고제품 판매점이나 아울렛 같은 유통채널로 재분류되어 판매된다. 제품에 하자가 있더라도 재가공 과정을 거쳐 하자를 없앨 수 있다면 이 역시 재판매된다.

물류와 역물류 개념도한편 상품군의 차이에 따라 제품 처분 방법이 달라지기도 한다. 가령 전자제품은 재가공을 통해 반품 제품의 재활용이 가능하다. 혹여 제품을 폐기해야 되는 상황에 봉착하더라도 전자제품 안의 모든 부품이 재활용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이 경우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추려 재활용할 수 있다.

 

반면 식품의 경우는 하루하루 지날수록 신선도가 떨어지고, 음식을 먹는 사람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재판매가 어렵다. 반품 상품은 고스란히 기업의 재고 부담, 혹은 폐기 부담으로 이어진다. 한국식품공업협회의 2011년 조사에 따르면 반품받은 가공식품의 처리는 푸드뱅크 등 구호기관에 기증(유통기한이 지나지 않은 제품)이 44%, 폐기 41%, 재활용 방안 모색은 12%에 그친 상황이다.

 

기업의 회수물류, 리콜

 

얼마전 배터리 결함 문제가 발생한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이나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함유된 치약, 선루프 결함이 발견된 현대자동차 쏘나타 등이 취한 조치가 바로 ‘리콜(Recall)’이다. 리콜은 역물류 중 회수물류에 속한다. 이는 상품에 하자가 발견되어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교환, 환불 처리해주고 해당 제품을 회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5년간 유형별 리콜 실적 비교소비자의 자발적 반품이든 기업이 주도한 리콜이든 회사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제품 회수 이후 재판매 가능 여부다. 만약 상품이 소비자에게 도착하기 전 단계에서 회수가 되는 경우에는 재판매가 용이하다. 가령 휴대폰의 경우 외관상 유행은 지났지만, 부품을 활용할 수 있거나 공정과정을 거쳐 다시 사용할 수 있는 상태라면 심사 과정을 거쳐 상태를 확인한 뒤 다시 유통되기도 한다. 만약 휴대폰 제조업체가 글로벌 기업이라면, 다국적 판매채널을 활용하여 리콜 제품을 타국가에 재포장 작업하여 판매할 수도 있다. 검수과정에서 재판매가 불가능하다 판단될 경우에만 폐기처리로 넘어가는 식이다.

 

심각한 제품 하자로 인해 회수된 제품을 재가공할 수 없거나, 재가공에 들어가는 비용이 판매수익보다 크다면 기업은 해당 제품의 폐기를 결정한다. 폐기 단계에서는 제품으로부터 재활용할 수 있는 원재료를 추출하는 과정을 거친 뒤 최종적으로 소각·매립된다. 폐기처리 과정에서 상품을 분해하여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부품만 추출하거나, 아예 폐기과정을 거쳐 휴대폰에서 나오는 금, 은, 구리, 철 등 재사용할 수 있는 자원의 형태로 추출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갤럭시노트7으로 바라보는 회수물류

 

국가기술표준원의 지난 10월 발표에 따르면 국내에서 회수된 갤럭시노트7의 수는 약 38만 9000대였다.(10월 8일 기준) 국내외를 전부 합해 판매된 갤럭시노트7의 수는 약 250만 대다. 그 중 이미 소비자가 사용중인 휴대폰은 약 140만대로 파악되는 상태다. 업계는 이미 소비자가 사용한 휴대폰은 기능상의 이유로 회수한 후 폐기할 수 있다.

 

하지만 아직 출고되지 않았거나 소비자에게 판매되지 않은 상태로 유통업체가 보유하고 있는 110만 대의 갤럭시노트7은 리퍼폰(재활용폰)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기도 한다. 실제 삼성전자는 미국 공식 온라인몰을 통해 출시된 지 1년 이상이 지난 갤럭시S6, 갤럭시S6엣지 등을 판매하고 있다. 물론 갤럭시노트7이 단기간 내에 리퍼폰으로 출시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삼성전자 출신의 한 업계 관계자는 “마케팅 시간 등을 고려하면 신제품이 회수된 뒤 바로 리퍼폰으로 다시 출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갤럭시노트7의 경우 결함 문제가 아직 확실하게 파악되지 않았고, 현재 단종으로 인한 환불·교환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그것을 재사용하는 데 있어서는 법적 문제를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 미국법인에서 판매되는 리퍼폰

사진= 삼성 미국법인에서 판매 중인 리퍼폰

 

역물류의 거점으로 활용되는 오프라인 유통망

 

온라인 업체와는 달리 오프라인 업체는 그들의 유통망 자체를 반품거점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특히 전자제품의 경우, 소비자가 제품의 수리 혹은 새 제품 구매를 위해 해당 업체의 수리센터나 대리점에 직접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소비자가 제품을 바꾼다면, 이 때부터 반품물류가 시작되는 것이고, 유통망 자체가 물류창고가 되는 것이다. 별도의 유통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온라인 유통업체와 달리 오프라인 유통업체는 특별한 반품 프로세스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가령 A라는 사람이 2006년에 B사의 냉장고를 샀다고 가정해보자. 보통 냉장고와 같은 대형 가전기기의 경우 업체에서 설치를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간이 흘러 2016년이 됐고, A는 노후된 냉장고를 바꾸기 위해 B사의 다른 냉장고를 새로 구매했다. 이 때 B사는 처음 냉장고를 설치해주었을 때처럼 새 냉장고와 함께 설치팀을 A의 집으로 보낸다. 설치팀은 새 냉장고를 설치해주고 난 뒤, 기존에 있었던 냉장고를 회수해 간다.

 

지난 9월 27일, 치약제 사용이 금지된 원료인 CMIT·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메칠이소치아졸리논)가 함유된 10개 업체의 149개 치약 제품에 대한 회수가 시작됐다. 소비자들은 치약을 가지고 대형마트와 소매점 등에 방문하면 쉽게 교환이나 환불 서비스를 받을 수 있었다. 대형마트와 소매점이 상품 회수의 거점이 된 대표적인 사례다.

 

국경을 넘는 역물류, 역직구의 숙제

 

역직구 반품은 일반 국내 반품과 같이 크게 두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제품 하자에 따른 반품과 고객 단순 변심에 따른 반품이다. 수출하는 국가와 셀러가 사용하는 플랫폼에 따라 비용부담 정책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제품 하자에 따른 반품은 셀러가 모든 반품 물류비와 상품 환불비를 지불하는 식이다.

 

반면 단순 변심으로 인한 반품은 소비자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소비자가 반품비를 부담하더라도 실제 반품 프로세스에 들어가는 물류비는 소비자 부담 금액보다 큰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많은 업체들은 개별 업체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반품 비용을 분산시키고자 ‘현지 반품’과 ‘국내 반품’을 혼용하는 방식을 사용한다.

 

국내로 다시 들어오는 국내 반품물류의 대부분은 우체국 EMS, DHL, FedEx 같은 특송업체를 통해 진행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EMS나 특송업체를 사용하게 되면 물동량과 건수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중국 기준 약 1kg당 보통 만원 중반대 이상의 비용이 청구된다. 가전제품류 중 국내로 들어오는 반품 건들은 혼재(Consolidation)해서 들어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규모가 어느 정도 되는 기업들은 컨테이너를 통해 정기적으로 반품 물량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업체들은 국내 반품보다는 현지에서 상품을 처리하는 현지 반품물류를 선호한다. 현지 반품물류는 크게 ‘폐기’와 ‘재사용’으로 분류할 수 있다. 의류, 신발 등은 특히 사이즈가 맞지 않거나 혹은 취향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반품률이 높은 상품이다.

 

국내 역직구업체 한 관계자는 “그럼에도 현재까지는 반품건을 폐기하고 손실로 처리하는 것이 전체 반품 시 투입되는 비용대비 저렴하다”며 “대부분의 업체들은 반품된 패션 제품이나 화장품을 폐기하는 방식을 고수하며, 상품 자체를 고마진 전략으로 포지셔닝해 마진율로 반품 손실은 메꾸는 식”이라 설명했다.

 

반면 원가가 상대적으로 비싼 전자제품의 경우는 재사용되는 경우가 다수이다. 미세한 결함이 발견된 경우 현지 공장을 통해 수리하여 다시 출고하거나, 혹은 사용했던(USED) 상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단순한 겉포장 파손 등의 반품 요청된 건들은 현지에서 재포장해 다시 판매하거나 이벤트나 프로모션 상품으로 재판매된다.



임예리 기자

三人行,必有我师。 페이쓰북 / 이메일: yeri@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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