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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동, 알리바바, 그리고 쿠팡... 빠른 배송만이 능사일까

by 정유석

2016년 10월 18일

징동, 알리바바, 쿠팡, 이들은 과연 빠른 배송에 집중하고 있었을까
배송 속도가 아닌 배송이 주는 가치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
 
글. 정유석 디오로지텍 대표
 
Idea in Brief
 
국내에서 ‘빠른 속도’를 대표하는 기업은 쿠팡이다. 쿠팡은 익일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을 위해 자체 물류센터와 쿠팡맨을 확충했으며 소비자를 열광케 했다. 이에 경쟁기업인 티켓몬스터, 위메프는 물론 대형마트, 백화점 등 전통 유통사업자까지 쿠팡의 빠른 배송을 따라하는 유사 서비스를 론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쿠팡의 경쟁우위는 속도가 아닌 다른 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객이 진정 열광하는 것은 변화하는 소비행태에 따른 새로운 형태의 ‘감성배송’이었다. 같은 기간 중국에서는 속도를 강조한 또 다른 기업 ‘징동닷컴’과 ‘알리바바’가 맞붙었다. 징동은 ‘속도’에서 답을 찾고자 했지만, ‘가격’의 알리바바를 넘어서지는 못하고 새로운 형태의 O2O사업을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결국 빠른 배송만이 능사가 아니다.

 

 
속도의 징동, 가격의 알리바바
 
현재 중국 이커머스 2위 사업자인 ‘징동닷컴(JD.com)’은 전자제품 전문 오프라인 판매점으로 시작한 업체다. 징동은 온라인 기업으로 사업방향을 전환한 이후, 전국에 보유하고 있던 대형 물류 센터를 활용하여 ‘빠른 배송’을 모토로 사업을 확장했다. 거대한 중국 대륙을 생각하면, 판매 중인 상품의 절반 정도를 당일 배송할 수 있었던 징동의 배송 시스템은 그야말로 혁신적인 서비스였다.
하지만 1위 기업이자 경쟁업체인 ‘알리바바’는 징동의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빠른 배송’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알리바바는 기존 마켓플레이스 입점 판매자(Seller)들이 직접 고객에게 발송해주는 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여러 가지 배송 옵션을 확충해 고객에게 선택권을 주었다. ‘중국우정’이나 ‘홍콩우정’ 등과 제휴를 통해 국제 발송을 무료로 제공하기도 했다. 배송 리드타임이 늘어나더라도 저렴한 비용을 무기로 고객들에게 구매유인을 준 것이다.
 
이에 징동 또한 배송에 대한 추가적인 전략을 수립하는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빠른 배송’만으로는 알리바바를 이길 수 없었던 것이다. 징동은 이제 속도가 아닌 ‘무엇’을 배송하느냐로 초점을 바꾸어 음식배달업체 ‘어러머(Ele.me)’와 신선식품업체 ‘후르츠데이(FruitDay)’에 투자하며 O2O 사업을 본격화했다. 징동은 이들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주문형 배달 서비스를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시작했다.
 
 
쿠팡의 속도, 따라가는 것이 능사인가
 
국내에서는 ‘로켓배송’을 서비스 하는 쿠팡이 등장했다. 쿠팡은 로켓배송을 위해 자체 물류배송 시스템인 로켓배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제품을 직접 매입했다. 쿠팡은 또한 2017년까지 1조 5000억 원을 배송 시스템에 투자할 계획이며 수도권에 밀집되어 있는 물류센터를 전국단위로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쿠팡맨’이라 불리는 전문 배달 직원과 함께 ‘2시간 이내 배달’로 배송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목표 또한 등장했다.
 
소비자들은 이에 열광했다. 쿠팡 자체 설문조사 결과, 기존 택배를 이용했을 때 소비자의 배송 만족도는 39%인 데 반해, 쿠팡의 로켓배송 만족도는 99%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덕분에 2013년까지 경쟁사인 ‘위메프’와 ‘티켓몬스터’와 유사하던 매출이 2014년부터 급증하여 3485억 원까지 올라서 소셜 커머스 업체 1위에 등극한 뒤 2015년에는 약 1조 1300억 원을 달성했다.
 
쿠팡이 빠른 배송에 대대적인 투자를 하여 성공하자, 경쟁사들도 우후죽순 유사한 서비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티켓몬스터는 ‘슈퍼마트’를 시작했다. 생필품 위주로 제품을 선별하여 일정금액 이상 구매 시 익일 배송을 약속하는 방식이다. 위메프도 유사한 배송서비스로 ‘지금가요’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전통적인 유통 강자인 백화점 및 대형마트조차도 연이어 빠른 배송 서비스를 론칭하기 시작했다.
 
물론 쿠팡의 ‘로켓배송’과 달리 ‘슈퍼마트’와 ‘지금가요’ 등 아류작에 대한 사용자의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은 모습이다. 하지만 쿠팡의 상승세가 예상보다 날카롭고 오랫동안 지속되자, 여전히 많은 유통업체에서는 “빠른 배송이 소비자들에게 진짜로 필요한 서비스인지, 그리고 효율적인 서비스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은 점점 생략한 채 서비스 오픈에만 급급하고 있는 모습이다.
 
쿠팡은 대규모 물류투자에 따라 2013년 42억 원이었던 손실은 2014년 1215억 원, 2015년 5479억 원으로 급증한 상황이다. 당장의 매출보다 미래에 대한 투자가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과연 후발주자들도 동일한 리스크를 감내하면서까지 ‘빠른 배송’을 고집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또한 ‘빠른 배송’을 경쟁우위로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한 미국과 중국의 시장 환경은 우리와 다르다. 미국과 중국은 기본적으로 넓은 대륙으로 인해 택배 배송시간이 오래 걸린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일반 택배 시스템으로도 익일 배송이 충분히 가능하고 반품에 대한 큰 어려움도 없는 훌륭한 물류 인프라 시설을 갖추고 있다. 게다가 ‘당일 배송’으로 받는 대부분의 물품들이 ‘꼭 당일에 받아야하는 경우’는 제한적이기도 하다.
 
분명 배송에서 ‘속도’라는 장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 고객들이 만족하는 부분은 조금 다른 부분일지 모른다. 쿠팡맨들은 도착 예정 시간과 더불어 즐거운 농담을 보낸다. 고객들은 쿠팡맨들이 보내는 문자에 기분이 좋아지고 SNS에 포스팅을 하기도 한다. 여성 고객들에게 쿠팡맨이 장미꽃을 주었다는 후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동안 차갑기만 하던 택배기사가 쿠팡으로 인해 감성적 소구의 대상이 된 것이다. 물리적인 고객 접점이 없는 이커머스 사업자가 배송 시스템을 내세워 대고객 ‘감성 마케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는 상품 구매시 자연스럽게 연결되고 또 다른 이익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쿠팡 경쟁력의 핵심은 ‘속도’가 아니었다.
 
때문에 쿠팡의 속도를 따라가고자 하는 경쟁사들이 견제해야 할 것은 속도가 아닌 고객의 소비행태 변화와 ‘쿠팡’이 가져가는 긍적적인 브랜드 이미지일 것이다. 결국 기존 기업들이 ‘로켓’이라는 쿠팡이 벌여놓은 판에 스스로 빠져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을 필요는 없다. 징동닷컴과 알리바바처럼 각자가 제공할 수 있는 사용자 가치를 고려하여, 자사의 서비스 모델과 적합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더 중요하다.


정유석

정유석 대표는 건축과 부동산을 전공하였으며, 한진과 CJ GLS(현 CJ대한통운)에서 13년간 물류 시설 입지 분석과 센터 구축을 담당했다. 이후 2008년6월 주식회사 디오로지텍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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