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철민 기자
지하철 노인택배는 어르신 일자리 창출과 기업의 이익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는 효과적인 사업 모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65세 이상 노인복지카드 발급 대상분들을 활용해 지하철을 무료 배송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운송비 공짜)과, 사회적으로는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어르신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준다는 측면에서 고용주와 피고용자, 그리고 정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윈윈윈(win-win-win)사업 구조를 갖춰 보이게 됩니다.
그런데 지하철 택배의 자화상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불편한 진실 을 담고 있습니다.
첫째,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재인 대중교통을 활용한 배달 행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전혀 없었습니다. 어르신들이 그깟 몇푼 안되는 용돈을 버시는데, 이 정도는 눈감고 봐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문제는 어르신이 아니라 노인 택배를 운영하는 사업자들 (※사실상 세금 편취)에게 있습니다.
둘째, 지하철 택배 사업자들이 지하철을 공짜로 이용해 벌어들인 수익의 집계가 투명하지 않고, 그 이윤에 대한 배분이 어르신들에게 제대로 이행되고 있느냐의 문제입니다. 예를 들어 지하철 택배를 하는 한 할아버지는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일하면 하루 2만원 정도를 버는데, 하루 동안 벌어들인 택배요금에서 수수료 15~30%를 뺀 금액이 이분의 몫으로 한 달 50만원 남짓 손에 쥔다고 합니다.
셋째, 지하철 택배 사업자들은 네트워크 유지, 관리 비용을 제외한 운송비, 유류비가 전혀 들지 않기 때문에 비용측면에서 경제적(※사업자는 어르신들한테 배달 수수료를 최대 30%까지 떼고 있습니다. 차라리 그럴바엔 서울시나 지하철공사, 혹은 협동조합 체제로 운영하는게 합리적이고, 명분을 갖추는 방법이 아닐까요.)입니다. 이렇게 진입장벽이 낮은 지하철 택배 사업이다보니 수많은 업체들이 뛰어들고, 이에 따른 과당경쟁으로 어르신들의 수입과 일자리 질이 지속적으로 떨어질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O2O, 온디맨드 등 신유통 채널 등장으로 업체간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서비스 경쟁이 치열합니다. 지하철을 이용한 간선 배송과 무인보관함을 이용하는 비즈니스 모델 사례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SNS상에서 이런 글을 봤습니다.
"오늘 나의 편리함은, 어제 누군가의 야근이었다"
누군가를 편리하게 만든다는건, 또다른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 하고 있는 일인지 모릅니다.
디지털 기술과 서비스로 세상의 편리함을 준비하는 기업인들과 이들을 관리하는 정부가 한번쯤 그 이윤의 이면과 희생의 정당함, 서비스 가치의 본연에 더 고민하고, 집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