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실험실] 카카오가 택배를 나른다면

by 김철민 편집장

2016년 07월 19일

 
글. 김철민 편집국장
 
"카카오 O2O(Online to Offline) 사업은 ´이동(교통)’과 ´홈서비스´를 주축으로 진행중이다. 퀵서비스·배달 분야는 현재 고려하지 않고 있다."
 
카카오 O2O사업을 이끌고 있는 정주환 부사장이 얼마전 모 경제지와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입니다. 지난해 이 회사는 3분기 실적 발표에서 O2O 사업분야로 교통, 홈서비스, 딜리버리(배송·운송) 영역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나 카카오는 이중 퀵서비스·배달 분야에 대해서는 당분간 출시 계획이 없다고 공식적으로 선을 그은 것입니다. 카카오의 선택, 왜일까요? 궁금했습니다.
 
(이미지 출처: 카카오)
 
 
올초 화제가 된 스마트폰으로 호출하는 심야버스 서비스 ‘콜버스’. 이 회사는 시작 단계부터 삐걱거렸습니다. 콜버스는 승객이 스마트폰 앱으로 출발하는 곳과 도착 지점을 입력하면 전세버스가 실시간으로 경로를 바꿔가며 이용자를 태우고 내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심야에서 새벽까지 택시잡기 힘든 시간대에 운행 중인데, 콜버스에 승객을 빼앗길 것을 우려한 택시업계가 정부에 규제를 요구하면서 제2의 우버 사태로 번졌었지요.
 
 
또 자동차, 전자제품 등 생활용품을 온라인으로 공유하는 플랫폼인 ‘다날쏘시오’도 사업 진행이 수월치 않습니다. 현행법상 여행이나 출퇴근 목적으로 개인간 차를 무료로 공유하는 것은 문제가 없습니다만, 차량을 개인간 연결해주는 대가로 이 회사가 수수료를 받으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이기 때문입니다.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소유’가 아닌 서로 빌려 쓰면서 새로운 산업을 만드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한국에서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교통ㆍ물류에 특화된 스타트업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규제와 기득권 사업자들의 반발로 첫발도 떼기 어렵다고 합니다. 정부가 규제에 나서면 여러 혁신 시도가 실종될 수 있다 는 이야기입니다.
 
 
PwC(PricewaterhouseCoopers)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 세계의 공유경제를 구성하는 5대 핵심 부문의 매출 규모가 3350억 달러(약 383조 원) 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이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미국, 유럽, 동남아시아 등 전 세계는 공유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는 공공 교통ㆍ물류 인프라와 민간의 사업모델을 합친 ‘카고호퍼(Cargohopper)’를 설립 해 도심 내 공동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도심물류와 교통체증, 환경문제를 개선하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우버 이용자들의 호응에 힘입어 규제에 가로막혔던 서비스 지역을 넓히고 있으며, 중국, 동남아시아 등은 우버와 비슷한 서비스가 시장을 형성하면서 창업 열풍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세계적 추세와 달리 우리나라는 공유경제가 제자리 걸음만 하는 상황입니다.
 
(이미지 출처: 카카오)
 
얼마전 본지 콘텐츠팀 기자들은 국내 도심물류 서비스 활성화를 위한 실험(가설)으로 카카오택시를 이용한 택배에 도전 (본지 6월호, <카카오택시가 화물을 나른다면>) 해봤습니다.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실험은 ‘대성공’이었습니다. 한국은 지하철(정시성)과 시내버스(순환성), 그리고 광역버스(환적성) 등 공공 교통 네트워크 측면에서 전 세계 그 어느 나라보다 훌륭한 인프라를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에 온디맨드 서비스가 가능한 택시(즉시성)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번 실험은 결코 불법을 조장하고, 합리화하기 위한 목적은 아닙니다 . 다만, 대한민국 공공 교통 인프라를 활용해 도심물류 서비스의 가능성과 현안을 점검하고, 공유경제 차원의 생산적인 이슈를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었습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 은 본지와 인터뷰를 통해 “전혀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규제는 소비자가 결정해야 한다” 고 이야기했습니다. 공유경제 등 규제의 사선에 선 스타트업 서비스가 이용자들에게 돌아가는 효용가치가 얼마나 큰지 지켜본 다음 제도권 수용 여부를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말입니다.
 
 
카카오나 네이버, 그리고 대기업과 스타트업들이 생활물류 서비스에 도전하는 시대입니다. 과연 대한민국에선 정부와 전통적인 교통·물류시장과 함께 교통정체, 친환경, 공공기업 적자를 해결할 수 있는 공공 물류 서비스의 탄생이 가능하긴 할까요. 규제와 혁신, 혼란스러운 시대에 생산적인 지혜를 찾을 때 입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기사>
 


김철민 편집장

Beyond me(dia), Beyond logistics
김철민의 SCL리뷰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