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이재홍의 회계인사이드] 재무제표로 본 한국선사, 위기를 기회로 만들려면

by 이재홍

2016년 05월 22일

한진해운-현대상선 구조조정 선언
´용선료´와 ´부채´에서 찾아보는 위기의 원인
흔들리는 한국선사,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필요한 것
 
글. 이재홍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 회계사
 

Idea in Brief

 

조선, 해운, 철강 등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은 지금까지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끌어온 업종이다. 중후장대 산업은 집중적인 자본투자로 진입장벽을 구축하고 효과적인 기술개발로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였으며, 이로 인한 고용 창출 등 전후방 연관효과로 우리나라 경제 성장을 최전선에서 이끌어 온 효자 업종이었다. 하지만 중국의 막대한 자본 투자는 우리가 구축한 진입장벽을 허물었으며, 낮은 인건비를 기반으로 한 가격 경쟁력은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더해 뉴노멀(New Normal)이라 불리는 구조적인 저성장시대의 도래에 따라 우리나라 중후장대 산업은 구조조정 대상 1순위의 취약업종으로 분류되었다. 그 중 우리나라 해운업의 양대 산맥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구조조정을 선언했다. 재무제표를 통해 해운업이 겪고 있는 위기의 원인과 해법을 찾아보자.

 
해운업은 선박을 이용하여 여객이나 화물을 운송하는 해상운송업 및 이와 관련된 부대서비스를 제공하는 산업을 말한다. 해상화물운송업은 운송화물 및 선종에 따라 컨테이너, 벌크 부문으로 구분되며, 벌크는 화물의 성질에 따라 건화물(석탄, 철광석, 곡물 등)과 탱커부문(원유, 석유제품)으로 나뉜다. 운항 방식에 따른 분류로는 고속버스처럼 일정에 따라 운항하는 정기선(컨테이너부문)과 전세버스처럼 개별 계약에 따라 운행하는 부정기선(벌크 및 탱커부문)으로 구분한다. 육로나 항공운송에 비해 대량의 제품을 낮은 가격으로 운송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간 교역의 90% 이상이 해상운송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해상화물 운송업은 해운업을 구성하는 여러 업종 중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해운업의 수요와 공급은 해상물동량과 선복량에 의해 결정된다. 즉 수요와 공급의 변화에 따라 부문별 운임수준이 결정되는 것이다. 해운업의 수요는 국내외 경기에 민감한 반면, 공급은 수요변화에 대해 비탄력적인 구조다. 수요를 결정하는 해상물동량은 경기변동에 따른 세계 교역량 변화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반면, 공급을 결정하는 선복량은 경기변동 예측이 어렵고 선박건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 수요변화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절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령 해운시황이 좋을 때는 중고선가가 신조선보다 비싼 가격역전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하지만 시황이 나빠질 경우 해운시장의 공급과잉이 문제가 되어 시황악화를 더욱 심하게 만드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물론 시황의 변동에도 해운선사의 경영성과는 개별기업의 영업/재무전략, 선박의 조달 및 운용행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동일한 외부요건에도 불구하고 회사별 경영성과에 차이가 나는 이유다.
 
 
한진해운-현대상선, 무엇이 문제였나 : ‘수익’과 ‘부채’를 바라보며
 
 
해운사의 경쟁력은 크게 1)수익성 , 2)관리 효율성 , 3)자산운용효율 4)레버리지 효과 로 측정할 수 있다. 이러한 각 요인들을 재무제표를 통해 파악해 본다면 1)수익성은 ‘매출총이익율’, 2)관리효율성은 ‘매출액대비 판매비 및 관리비 비율’, 3)자산운용효율은 ‘총자산회전율’ 그리고 4)레버리지 효과는 ‘부채 비율’을 통해 측정할 수 있다. 이 지표들 중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취약했던 부분은 바로 1)수익성과 4)레버리지이다.
 
먼저 1)수익성을 알 수 있는 매출총이익율을 살펴보자. 현대상선의 경우 최근 3년간 (-)3.1% ~ (-)1.9%의 매출총이익율을 기록하고 있다. 한진해운의 경우 (-)3.1% ~ 2.2%의 매출총이익율을 기록하였다. 이는 최근 법정관리를 졸업한 팬오션의 15%, 대한해운의 20% 매출총이익율과 비교해서 매우 낮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수익성을 악화시킨 가장 큰 이유로 거론되는 것은 매출원가에 포함되어 있는 ‘용선료’다. 용선이란 배를 가지고 있는 선주로부터 선박을 빌리는 것이고, 용선료는 선박임대계약에 따른 임대료를 말한다. 현재 한진해운은 운영중인 선박 중 60%(151척 중 91척), 현대상선은 68%(125척 가운데 85척)를 선주에게 빌려서 영업을 하고 있다. 용선으로 인해 발생하는 용선료는 매출 또는 업황과 관계없이 계약기간동안 고정적으로 선주에게 지급하여야 하는 비용이기 때문에 매출이 감소하는 회사에게는 굉장히 부담이 된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작년 한 해 동안 지급한 용선료만 각각 1조 8천 8백억원, 2조 8천 6백억원으로, 이는 매출원가의 약 33%수준에 이른다. 여기서 10%만 절감되었어도 매출총이익이 (+)로 전환되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한진해운과 현대해상이 앞으로 용선과 관련하여 지급해야 하는 ‘미래 예상 현금유출액’ 또한 만만치 않다. 해당 금액은 한진해운의 경우 5조 5천억에 다다르며, 현대상선의 경우 공시되지는 않았지만 역시 큰 규모의 현금유출이 예상된다. 이렇게 막대한 현금유출과 손실을 발생시키는 주범인 용선료는 화물시장이 활황기였던 2000년대 중후반에 각 선사가 장기계약을 체결하는 바람에 현재 시세보다 5배 높은 금액으로 현재까지 지급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지급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레버리지 효과다. 레버리지란 부채를 쓰게 되면 자기자본 수익률이 지렛대처럼 커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예를 들어 아파트를 자기돈 1억원으로 산 사람과 자기돈 5천만원, 부채 5천만원으로 산 사람이 있다고 하자. 향후 아파트 가격이 2억으로 올라서 아파트를 팔게 되면 자기 돈만 가지고 산 사람은 1억을 투자하여 1억을 벌었으니 100%의 수익률이지만, 부채 5천만원을 사용한 사람은 자기돈 5천만원을 투자하여 1억을 벌었으니 200%의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레버리지 효과이다. 따라서 부채를 적절하게 사용하는 것은 수익성을 높이는데 효과가 있다.
 
하지만 과도한 부채는 기업에 큰 부담이 되며, 특히 영업이익으로 차입금의 이자비용조차 갚지 못하는 기업은 좀비기업으로 분류되어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된다. 2015년 말 기준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자기자본 대비 부채비율)은 1,535%, 한진해운은 817%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더해 앞서 언급하였듯이 해운업의 악화로 현대상선은 최근 3년 간 영업손실을 기록하여 이자조차 내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고, 한진해운 또한 2015년도에 (+)영업이익으로 흑자전환 했지만 이자보상배율은 0.06으로 전체 이자비용을 지급하기에는 한참 모자란 수준이었다.
 
최근 법정관리를 졸업한 대한해운과 팬오션의 15년도 말 부채비율 168%와 76%와 비교해 볼 때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얼마나 과도한 부채를 지고 있는지 비교해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부채비율은 200% 미만을 유지해야 안정적인 재무구조로 평가된다.
 
 
이렇게 더 이상 차입금 상환의 여력이 없어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대표적인 구조조정 방법중 하나인 채권단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하였다.
 
구조조정 방법론 : 자율협약부터 법정관리까지
 
구조조정이란 기업의 낭비요소를 제거하고 무수익 자산의 처분 등을 통하여 회사의 경영 효율화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일부 대기업들이 상시 구조조정이란 말을 쓰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업의 역량으로 자체 구조조정을 수행할 수 없을 때 외부의 힘을 빌려 구조조정을 하는 방법으로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자율협약’과 ‘워크아웃’, ‘법정관리’가 그것이다. 뒤로 갈수록 더욱 강력한 구조조정 방법이 된다.
 
자율협약은 법적으로 정해진 것 없이 채권금융기관의 협의를 통해 이루어지는 구조조정 방법이다. 보통 영업이익은 발생하고 있으나 과도한 이자비용 때문에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긴 기업들이 주로 자율협약으로 구조조정을 수행한다. 채권단에서는 은행 차입금의 만기 연장과 이자율 인하, 추가 대출 등을 통해 기업을 지원하며, 기업에서는 자산의 매각, 인력의 감축, 사업부 매각 등을 약속한다.
 
자율협약은 시중은행으로만 구성된 채권단만 참여하고 사적 계약이기 때문에 채권자 간 혹은 기업과 노동자 간에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분쟁이 발생하는 이유를 사람으로 비유하면 위염 정도의 증상이라서 의사가 담배를 피우지 말라고 해도 무시하고 담배를 계속 피우는 경우를 생각해보면 된다. 위염 정도의 증상은 담배를 피워도 나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워크아웃은 자율협약보다는 한 단계 강도가 높은 구조조정 방법이다. 채권단이 중심이 되어 구조조정을 수행한다는 면에서는 비슷한 부분도 있지만,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라는 법률 하에서 수행되기 때문에 워크아웃이 개시되면 구조조정의 속도가 빨라진다. 하지만 ‘구조조정촉진법’은 한시법이라서 2018년 6월 말까지 적용된다. 자율협약보다 채권단의 범위가 넓어 시중은행인 제 1금융권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등 제 2금융권도 채권단에 포함된다. 채권단의 75%가 찬성하면 워크아웃이 개시되며, 채권단이 제시한 조건을 무조건 기업에서 수용해야 한다. 보통 채권단에서 경영진을 교체하기 때문에 기존 경영진의 경영권 행사가 더 이상 어렵게 된다.
 
법정관리는 가장 강력한 구조조정 방법이다. 법원에서 구조조정을 주도하게 된다. 기업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되면 법원에서 선임한 회계법인에서 회사를 정밀 실사한다. 정밀 실사를 통해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산출하게 되는데 계속기업가치가 높을 경우 ‘회생절차’에 들어가며, 청산가치가 높을 경우 회사는 청산절차에 들어간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갈 경우 상거래 채권을 포함한 모든 채무의 지급이 동결되어 지급이 정지된다.
 
법정관리의 경우 추후 채무의 재조정 작업이 들어간다. 이에 따라 ‘채무의 원리금 탕감’, ‘이자율 조정 및 만기연장’, ‘채무의 출자전환’ 등의 방법이 동원된다. 출자전환이란 기업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기업의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통상 금융기관이 기업에 융자를 해주거나 보증을 선 자금을 회수하지 않고 기업의 주식과 교환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다. 출자전환을 하면 은행 입장에서는 부실채권의 발생을 억제하고 기업을 정상화한 뒤 다른 곳에 매각할 수가 있고, 기업의 입장에서는 부채를 축소함으로써 경영의 정상화를 도모할 수 있다. 반면, 기업 측에서는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 있고, 출자전환을 한 후에도 기업의 부실이 더욱 심각할 경우 은행까지 부실해질 위험이 높다. 최근 산업은행 부실사태의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또한 기업에서도 자산의 매각, 경영진의 사재 출연 등의 방법을 총동원하여 채무변제계획을 작성해 법원에 제출한 후 채권자들의 동의를 얻게 되면 ‘기업회생절차’가 개시된다. 이때 법원에서 경영진을 선임하게 되는데, 보통 기존 경영진을 계속해서 선임하는 경우가 많다. 이유는 아무래도 기존 경영진이 회사의 경영과 관련된 사항을 가장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경영권을 갖기 위해 워크아웃이 가능한 기업임에도 바로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들이 있었다. 보통 법정관리 신청 전에 회사의 주채권자인 은행, 주요 거래처와 협의를 통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고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기업은 상관행에 어긋난 것으로 보아 많은 비판에 직면하기도 한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선택, 법정관리의 영역으로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구조조정 방법 중 가장 강도가 낮은 ‘자율협약’을 통해 구조조정을 수행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사실 구조조정 방법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결국 구조조정이라는 것은 기업자체적으로 우선 가지고 있는 자산이나 사업부 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하고, 인력의 감축과 과다한 비용의 축소를 통해 영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대상선은 자체 구조조정 계획을 세우고 그 내용을 공표했다. (하단 표 참조)
 
 
채권단에서 원리금 조정과 만기연장을 해주는 것은 기업 외부의 도움으로 보면 된다. 그러나 기업 외부에서 회사를 도와주기 위해서는 회사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어야 한다.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채권단에서 용선료 문제를 수면위로 올리고 있는 것도 현재 체결되어있는 고가의 용선료 조정 없이는 회사의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용선료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장의 예측대로 용선료 협상이 원만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현대해상과 한진해운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상거래채권을 포함한 모든 채권에 대해 지급이 동결되고 법원이 인가한 회생계획안에 따라 자금이 집행된다.
 
2015년 회생절차를 졸업한 팬오션의 경우 법원은 100여척의 용선 계약 중 80척에 달하는 고가 용선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또한 기존 채권의 33%만 현금변제하고 나머지는 팬오션의 주식으로 출자전환한 후 10대 1감자를 실시했다. 10대 1 감자란 채권액의 10%만 남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따라서 채권 중 약 43%만이 회수되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용선계약도 취소될 것으로 보인다. 취소에 따른 위약금 문제가 발생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회사에 더 이익이 될 것은 자명하다.
 
국제물류의 근간을 지키기 위하여
 
우리나라의 경우 3면이 바다인 반도국가이다. 하지만 분단되어 있는 현실에서 육로를 통한 국제물류는 불가능한 상태다. 따라서 해운업은 국가 물류산업의 근간이 되는 산업이며, 우리가 해운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운회사들의 경영상 실기가 있었던 것도 분명한 사실이지만, 선진국에 비해 국가의 지원이나 선박금융 등의 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사실이며, 이를 위한 국가의 지원도 불가피한 형국이다.
 
세계적으로도 해운업의 위기가 대두되자 국가 차원의 지원이 증가하고 있으며, 글로벌 대형 해운사들의 자체적인 M&A;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 해운업 Big2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 또한 법정관리를 통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체질을 개선하고, 향후 국내 해운업체간의 M&A;를 통해 중복되는 사업영역의 제거와 사업 부문 다각화로 영업위험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중후장대 산업이라 불리는 기간산업은 공급량 과다로 치킨게임에 들어갔다가도 경기가 회복되면 살아남은 기업들이 초과이윤을 누리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도 시멘트 공급 증가로 많은 기업이 도산하였지만 건설경기의 호조로 남은 기업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사들도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한다면 분명히 기회가 올 것이다.


이재홍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서 회계감사와 재무자문업무를 수행하였으며, 2012년부터 KEB하나은행 기업컨설팅센터에서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기업전략수립과 회계, 세무자문(가업승계, 상속세 및 증여세)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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