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유병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Idea in Brief
전통적으로 노동집약 산업인 물류산업에 기계발 자동화의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 이제 기계화는 단순히 ‘인간의 육체노동을 대체하는 개념’을 넘어서 기계가 침범할 수 없다고 여겨지던 ‘정신노동을 대체하는 수준’까지 넘어왔다. 거대한 기계화의 물결은 기업에게 역사상 가장 거대한 변화라는 숙제를 안겨줬다. 이것을 대비하지 않고 과거의 질서와 생각에 안주하는 기업은 도태될 것이며, 반면 이를 대비하는 기업에게는 ‘억만장자’를 넘어선 ‘조만장자’의 기회가 올 것이다. 이세돌 혹은 알파고. 변화는 코앞까지 다가왔다. |
IT의 발전과 함께 업무처리, 관리비용이 줄어들고 가용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많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물류기업들은 IT가 몰고 올 거대한 변화에 대하여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장기적 관점에서 생각해볼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필자는 여기서 향후 물류산업, 경제 전반의 큰 변화와 이에 대한 준비에 대하여 생각해보고자 한다.
기계발 무인화 “인력이 필요 없어지는 시대”
물류 산업에서 아마존의 드론 배송이 국내에서 현실성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2025년으로 예상되고 있는 무인 자동차와 2-30년 내로 예상되는 로봇의 발전은 인력이 기계로 대체된 새로운 서비스의 시대를 열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 인력에 의한 배송 노동의 상당부분에 대한 대체가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항공기 운항에서는 조종사를 대체하는 무인운항이 상당부분 가능하다고 인정되고 있는 수준이며, 자동차 운전 또한 곧 대체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이 이와 같다면 노동집약적인 물류산업은 향후 어떻게 진화하고 여기에서 물류기업의 역할은 무엇이 될까. 그리고 기업의 수익을 창출하는 가치(Value)는 무엇이 될까. 물류산업의 변화는 근본적인 생각부터 다시 생각해보는 혁신적 계획이 되어야 할 것이다.
소프트뱅크 손정의 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로봇 ‘페퍼’는 이미 출시 6개월 만에 7천대까지 매진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30년대 중반으로 예상되는 가사노동 대체 로봇의 도래도 생각보다 앞당겨지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렇다면 물류의 마지막 단인 배송에서 로봇 대체도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오지 않을까. 이러한 기계발 무인화에 따라 물류 산업과 관련된 여러 산업은 어떻게 변화할까.
기계가 인간의 모든 것을 대체한다
이달 9일 개최 예정인 구글딥마인드(Google DeepMind)의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은 기계가 바둑에서도 인간을 넘어설 수 있는가 하는 의문으로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미 알파고는 세계 600위대의 기사에게 5전 전승을 거둔 바 있다. 1997년 IBM의 딥블루(Deep Blue)가 세계 체스챔피언 게리카스파로프를 이겼고, 2011년 IBM Watson이 미국 유명 퀴즈쇼인 Jeopardy에서 퀴즈 챔피언들을 압도적인 차이로 이긴데 이어, 금세기 정복이 쉽지 않을 영역으로 보았던 바둑에서조차 로봇이 인간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냐에 대한 큰 의문을 남기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세돌 9단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지만 말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물류산업 부문에서는 기계가 육체 노동부분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라 예상된다. 그리고 물류와 관련된 산업에서는 기계가 정신노동 부분까지 인력을 대체할 수도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에릭 비욘욜프슨(Erik Brynjolfsson) MIT 교수의 저서 ‘Race against the Machine’에 따르면 기계발 무인화의 주요 쟁점은 ‘인간이 육체노동에 이어 정신노동까지 기계에 뒤처질 것’이라는 점이다. 이미 바둑, 퀴즈쇼 등에서 보아왔듯 전문가 또는 인간의 사유능력과 경쟁하는 기계와 인공지능이 산업 전 분야에 걸쳐서 탄생할 것이다.
금융 산업에서는 주식 투자에 있어서도 인공지능에 의한 투자가 인간투자자들을 능가할 수 있다 사실을 증명했다. 물론 위험성 때문에 섣불리 도입이 되고 있지는 않지만, 최소한 향후 자금 관리 영역에서 사람이 다루는 영역은 축소되며, 많은 기능이 기계와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것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금융산업에 일자리가 줄어드는 것에 대하여 경제 불황을 이유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그 저변에 깔려있는 정보기술(IT)에 의한 정신노동인력의 대체 현상을 간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기계화, 유토피아 혹은 디스토피아
기계가 인간의 영역을 대체함에 따라 사회는 인간의 ‘고용’을 기계와 대비해서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 왔다. 핀란드는 기계의 노동 대비 자본 생산 늘어나면서 침체되는 인간의 삶의 질 저하에 대응하기 위하여, 사람 1인당 월 100만원씩 기본적인 수입을 지원하는 ‘기본소득’이 어려운 사람들에게만 수입을 지원하는 ‘복지소득’ 대신에 대두되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나라에서도 1인당 25만원씩 기본소득을 지원하는 대안이 제안되기도 한다. 기존 합당한 노동에 따라 돈을 받는 사회적 관념이 흔들리고 있다. 향후 우리가 생각하던 사회의 많은 경제 질서들이 흔들릴 것이고, 이것은 기업의 경영전략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물론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기계가 인간사회를 뒤바꾸고, 영화에 나오는 인간과 같은 로봇이 등장하는 것은 먼 훗날의 일일 것이라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아직 우리가 발명하고 있는 인공지능과 로봇은 인간의 특정 기능에 대한 대체에 한정되어 있으며, 아직 기계가 대체하지 못하는 인간의 능력 또한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성급한 기계화는 기업에게도 큰 손실이 될 것이라는 관측 또한 존재한다.
시대는 기술의 발달과 함께 급격히 변하는데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정부섹터의 규제 문제도 물론 같이 생각되어야 한다. 물류 업체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화물차 증차를 해주지 않는 정부 규제. 그리고 이에 따른 쿠팡의 자체 물류 결정에는 정부의 책임이 따를 것이다. 향후 이와 같은 상황에 대해 무사 안일하게 현실에 안주하는 정부의 규제 완화에 대한 정책은 보다 진보적으로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신사업을 따로 생각 안 해도 정부가 제안하는 신사업만 따라서 하면 된다”라고 말하던 한 싱가폴 기업인의 농담을 회상해본다. 세계 산업 트렌드의 미래를 보며 기업들의 발전을 독려하는 싱가폴 정부의 진보성이 한국 정부에는 없다는 사실이 아쉽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이것을 대비하지 않고 과거의 질서와 생각에 안주하는 기업은 도태될 것이며, 반면 이를 대비하는 기업에게는 ‘억만장자’가 아닌 ‘조만장자’의 기회가 올 것이다. 바야흐로 기업가에게 역사상 가장 거대한 변화가 다가오고 있다.
* 해당 기고문은 CLO 통권 69호(2016년 3월호)에 수록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