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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의 인공지능 매장 도우미, ‘누구’는 누구?

by 신승윤 기자

2018년 07월 13일

편의점의 인공지능 도우미 '누구'를 만나다

'누구'는 정말 편의점 근무자들에게 도움될까?

 

인공지능이 일상 가운데로 훅 들어왔다. 언젠가부터 스마트폰에 인공지능 기능 탑재는 당연시 됐으며, 인공지능 스피커가 가전제품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인공지능 기술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무엇보다도 음성 인식일 것이다. 간편히 육성으로 명령을 내려 원하는 작업을 맡길 수 있다. 그리고 최근 그 장점을 살려 매장에서 작업자를 돕는 인공지능이 등장했다. SKT와 BGF리테일이 협력해 CU 전국 100개 매장에 도입한 인공지능 ‘누구’다.

 

'누구'는 누구?

▲편의점 업무를 돕는 인공지능 '누구' (사진출처: SKT)

 

인공지능 ‘누구’는 CU 편의점 계산대 옆에 배치돼, 매장 운영과 관련된 약 200여 가지 질문에 대답할 수 있다고 한다. 편의점 근무자는 소비자의 다양한 결제방식, 적립, 할인 등 복잡한 계산대 업무에 대한 설명을 누구를 통해 들을 수 있다. 더불어 돌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한 각종 전화번호를 물어볼 수 있으며, 나아가 편의점 근무의 핵심 중 하나인 물류 차량의 도착시간과 실시간 위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한다. 음성으로 질문을 듣고 대답하기에 분명 근무자의 양손을 자유롭게 해줄 누구. 이 ‘누구’가 누구인지 궁금해 직접 만나보기로 했다.

 

'누구'를 찾아서

 

누구를 찾아 도착한 서울 모처의 CU 편의점. 오전 10시부터 분주했다. 편의점 업무는 척 봐도 다양하고 복잡하다. 차트를 들고 다니며 무언가 체크하고, 물류 차량으로부터 도착한 물건을 나르고 또 진열하며, 와중에 결제를 원하는 손님을 위해 계산대로 분주히 이동한다.

 

적립할 포인트나 할인카드 있으세요? 손님, 이 제품은 2+1이라 하나 더 가져오시겠어요? 이 용기는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하세요. 담배 여기… 아, 빨간색이요? 손님, 혹시 신분증 한 번만 보여주시겠어요?

 

오후 2시까지 장장 네 시간의 관찰 결과, 편의점에서 근무하는 사람은 ‘만능’이란 한 단어로 설명할 수 있겠다 싶었다. 옅은 미소를 띤 채 무엇이든 척척 해내는 것이다. ATM, 택배, 심지어 닭을 튀기거나 핫도그를 만들기까지. 모르는 것도, 못하는 것도 없는 만능.

 

그러나 정작 그 업무 가운데 인공지능 '누구'는 단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다. 네 시간 동안 누구의 목소리가 남성의 것인지, 여성의 것인지 조차 알 수 없었던 것이다.

▲'누구'는 한참동안이나 말이 없었다

 

관찰의 끝에서 누구가 어떤 인공지능인지 직원에게 물어봤다. 기자의 갑작스런 질문에도 누구의 각종 기능을 척척 설명해주는 가운데, 이번에는 직접 사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부탁드렸다. 쑥스럽다는 표정과 함께 빠른 목소리로 호출과 명령이 진행됐다.

 

“아리아.”

「네, 말씀하세요.」

호출어 ‘아리아’를 듣고 드디어 깨어난 누구. 인공지능 누구는 청량한 여성의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CU 배송차량 위치 알려줘.”

「현재 배송 차량은 00개 점포 전에 있으며, 도착 예정 시간은 00시 00분입니다.」

 

놀라운 것은 분주한 편의점 내 각종 소음 가운데, 부끄럼이 섞인 다소 작고 빠른 목소리의 명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는 질문을 정확하게 알아듣고 즉시 답변을 내놓았다. 평소 스마트폰 인공지능이 불러도 대답 없고, 걸그룹 트와이스의 신곡 재생 한 번 못해줬었기에 누구의 명령 수행 능력은 참으로 놀라웠다.

 

설명에 따르면 누구는 짙은 어둠이 깔린 야간 편의점에서 가장 빛난다고 한다. 편의점 근무를 이제 막 시작했거나, 경력이 짧은 신입 근무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계산대 업무에 관한 기본적 교육이 가능하며, 막히는 부분이 있어도 물어볼 데가 마땅치 않은 심야 시간에 누구는 큰 힘이 된다. 다만 누구의 기능은 아직까지 정해진 질문에 답하는 정도로 한정돼 있었다.

 

인공지능 도우미 '누구', 정말 도움 될까?

 

다년간의 편의점 근무 경력을 가지고 있는 A씨는 “(편의점 업무에) 숙달된 근무자 입장에서 누구가 가진 설명 기능이 특별히 필요해보이진 않는다”며 “물류 차량 도착시간 또한 운전기사님들이 가진 내부 시스템에 의해 철저히 약속된 시간에 도착하기 때문에 편의점 근무자 입장에서는 이를 재확인해보는 정도의 의미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오히려 물류 차량이 약속 시간을 어기면, 이를 ‘사고 났다’고 표현한다는 것이다.

▲실제 편의점 근무자에게 물류차량 도착시간 확인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사진출처: SKT)

 

또 다른 경력자 B씨는 “사실 편의점에서 일할 때 가장 힘든 것은 체력적인 부분”이라며 “재고정리, 상품진열에 있어 계산하는 부분이 난해하다기 보다 무거운 상품들을 옮기는 것이 가장 힘들다”고 말했다. 더불어 “당장 편의점 근무 현장에 인공지능을 도입하기보다 현재 사용 중인 물품 발주용 컴퓨터, 재고확인용 디바이스 등 노후화된 기계 및 시스템 개선이 더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누구나 '누구'가 필요한 날을 기대하며

 

다만 인공지능 누구의 현장도입은 이제 시작단계에 있다. 이번 CU 편의점 인공지능 서비스는 SKT가 개발 중인 오픈플랫폼 베타 버전의 ‘1호’ 서비스로, 개발 언어가 아닌 GUI(Graphic User Interface) 기반으로 이뤄져있다. 이는 코딩을 모르는 비개발자 또한 편리하게 시스템을 수정하고 개선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플랫폼의 성능향상이 꾸준히 이뤄진다면 현장 업무에 있어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기능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경력자 A씨는 “개인적으로 가장 필요하다 생각하는 기능은 ‘자동발주시스템’이다. 인공지능이 재고관리와 함께 그간의 매출 추이를 계산해 자동으로 발주해주는 시스템이 있었으면 좋겠다”며 “편의점 본사나 점주에 의해 매일, 매시간 주력 제품이 바뀌는 편의점에서 인공지능이 이를 대신 계산해 발주해준다면 편리할 것 같다”는 의견과 더불어 기대감을 나타냈다.



신승윤 기자


'물류'라는 연결고리 / 제보 : ssym232@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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