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현 기자의 물류학개론 ①
백투더 총알배송, 도서물류의 이해
글. 김정현 기자
Idea in Brief
과거 2010년은 도서 배송 전쟁이 치열했던 시기이다. 도서를 판매하는 모든 기업들은 더 많은 지역에 당일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핵심 경쟁력인 것으로 보였다. 온라인 서점들은 배송 권역을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넘어 지방까지 확대했고, 업체 간 배송 경쟁이 치열했다. 그런데 이러한 과거 배송전쟁이 다시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다른 산업에서는 배송전쟁이 한창이다. 쿠팡의 로켓배송, 티몬의 슈퍼배송, GS샵의 라이브배송, 현대홈쇼핑의 드림배송 등 다양한 배송 서비스가 나오고 있다. 이제 온라인 서점 또한 새로운 혁신이 필요할 때가 아닐까 싶다. |
‘빨리빨리’는 한국인의 정서라고 불릴 정도로 우리 문화의 일부로 한국사회에 깊이 스며든 단어이다. 이를 가장 잘 나타내는 것이 ‘배송 서비스’일 것이다. 우리나라는 배달의 민족(다른 의미)이라고 불릴 정도로 다른 어느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배송 서비스’ 구조를 가졌다. 외국인들은 한국에 오면 가장 놀라는 것 중 하나가 한강공원으로 배달되는 치맥, 자장면이라고 한다. 이제는 한국에서 어느 지역에 살건 하루만에 웬만한 물품은 다 받아 볼 수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대한민국이 ‘배송 강국’이라고 불릴만한 점이다.
4년 전만 해도 익일배송은 놀라운 서비스였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뒤, 각 유통사들이 오늘 주문하면 오늘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당일배송은 혁신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했다. 온라인 도서유통회사 예스24와 인터파크는 2007년 처음으로 각각 ‘총알배송’과 ‘당일배송보장’ 서비스를 시작으로 도서물류의 한 획을 그었다. 그러나 이제는 ‘당일배송’은 고객들에게 너무나 익숙해져버린 서비스가 되어버렸다.
2010년은 도서 배송 전쟁이 치열했던 시기이다. 도서를 판매하는 모든 기업들은 너도나도 온라인 서점 중에서 더 많은 지역에 당일 배송서비스를 제공하는것이 핵심 경쟁력인 것으로 보였다. 2010년 인터파크는 대구, 울산 당일배송, 부산 당일배송 서비스를 확대하고 교보문고는 과거 수도권 중심이던 배송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바로배송 서비스’를 내놓았다. 서울과 수도권 지역을 넘어 지방까지 확대되었고, 업체간 배송 경쟁이 치열했다. 그런데 이러한 과거 배송전쟁이 다시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배송의 이면
같은 책이라도 업체별로 비교해보면 배송일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외서나 전공서적의 경우 이 편차가 크게 작용한다. 재고가 없다면? 인내심이 많은 고객은 1주일을 기다려서 재고를 받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곧 고객이탈로 연결된다. 리드타임과 고객만족도가 반비례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당일배송이 가능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당연 물류센터에 상시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고객이 주문한 날짜에 상품 출고, 포장, 집화가 이뤄지고 배송사(택배사)를 통해 각지의 고객에게 배송된다. 온라인 서점의 경우 고객의 주문부터 배송되기까지 크게 상품 피킹, 분배, 포장, 집하, 배송 5가지 단계로 나눠진다. 이 모든 과정이 끊김없이 진행되어야 고객은 당일에 주문한 물건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상품이 당일배송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도서의 경우 평일 수도권 기준 알라딘은 2시, 예스24는 12시 이전 구매하는 고객은 주문시점에 당일배송이 된다는 정보를 제공받는다. 이러한 정보를 고객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는 재고가 사전에 확보되어야 하고, 주문 정보는 실시간으로 물류센터와 공유되어야한다. 또한 주문한 상품의 집하시점부터 고객에게 배달되는 시간 또한 일정 수준 유지되어야한다. 평균적으로 이러한 택배사들은 업체에게 배송률 지표를 제공한다. 당일배송률은 출발일 +3일까지 거희 98%이상의 배송률을 유지한다. 배송률도 중요하지만, 당일배송에서의 최고의 리스크는 바로 물류센터의 재고 신뢰성이다.
모든 재고를 보유하면 그 만큼 당일배송이 증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연스레 고객서비스 만족은 상승하고 리드타임감소로 인해 생산성 향상된다. 그럼에도 물류센터에서 모든 등급의 재고를 보유하지 않는 것은 재고는 곧 비용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들은 적정재고를 유지하기 위해 수요예측과 재고관리에 노력을 기울인다.
하지만 재고만 비용인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익일 배송보다는 당일 배송할 경우 많은 비용이 들고 이는 곧 물류비 증가로 이어진다. 하지만 고객 입장에서는 아무 추가 비용없이 오늘 주문한 책을 오늘 저녁에 바로 받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렇기 때문에 비용과 서비스의 밸런스는 물류의 영원한 난제이다.
도서 수요예측
잠깐 수요예측에 대해서 언급을 하자면, 최근 실적, 주로 최근 몇 달간의 데이터에 계절성과 현재재고를 파악하여 이뤄진다. 도서의 경우에도 계절성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방학, 개학, 개강 시기에 많은 물량이 몰린다. 또한 도서의 경우 다른 상품과는 틀리게 특정 매체 및 인물 등 여러 이유로 인해 이벤트성 물량이 많은 편이다. 예를 들어 얼마전 드라마 ‘프로듀사를 통해 ’비밀의 정원‘ 컬러링북이 갑자기 인기 몰이를 한 경우가 이벤트성 물량이라고 할 수 있다. |
배송에 대한 패러다임이 변하다
그런데 과감히 비용과 서비스 밸런스 패러다임을 깨버린 사례들이 나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쿠팡의 쿠팡맨이다. 쿠팡의 쿠팡맨은 물류를 비용관점에서 생각한다면 비현실적이고 비합리적인 시스템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쿠팡맨에 대한 만족은 어떠한가, 쿠팡은 2015년 12월, 한국생산성본부가 주관하는 국가고객만족도(NCSI)에서 소셜커머스 부분 1위에 올랐다고 밝혔다.
눈에 띄는 점은 이커머스 기업 중 최초로 자체적인 ‘쿠팡맨’이 직접 배송해주는 ‘로켓배송’을 도입했다. 쿠팡맨의 배송서비스는 이러하다. 먼저 쿠팡맨이 고객에게 문자메세지로 상품 전달 방법을 묻는다. 고객이 부재중일 경우 고객이 지정한 장소에 제품을 놓고 사진을 찍어 전송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 온라인도서 관계자는 “배송의 개념이 바뀌고 있다. 특히나 쿠팡의 사례는 기존 물류업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도무지 수익구조상 이해가 될 수 없는구조”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쿠팡과 같은 이커머스 업체가 배송패러다임의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예측된다”라고 언급했다.
포장, 배송의 일부이다
반면에 패키징으로 고객에게 특별한 배송경험을 제공하는 기업도 있다. 지난 11월 카카오는 제주감귤 모바일 유통플랫폼인 ‘카카오파머 제주’파일럿 서비스를 오픈했다. 카카오만의 색을 담은 노란색 택배 박스와 사람들끼리 나눌 수 있는 소형박스가 함께 배송된다. 자유롭게 귤에 붙일 수 있는 표정, 메시지가 담긴 스티커가 제공되는 점도 특이하다. 이러한 감각적인 패키지 디자인과 스티커, 소형박스 등 차별화된 서비스는 20~30대의 호응을 샀다. 카카오파머 제주 서비스를 이용한 직장인 김모씨(29?남)는 “노란색 포장이 이쁘고 가볍게 선물하기 좋아서 구매하게 됐다”며 “특히 표정스티커를 붙혀 직장 동료들에게 나눠주니 다들 귀엽다고 했다”고 말했다.
과거 온라인 서점또한 포장의 차별화에 힘써왔다. 예스24는 2015년, 증가하는 LP주문 추세에 맞춰, LP안전포장 서비스를 도입했다. 예스24 김현창MD는 “LP가 소장용으로도 가치가 높기 때문에 배송에 더욱 신경 쓰기 위해 이 같은 포장 서비스를 고안했다.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인터파크의 경우 2014년 말부터 ‘배송의 재발견: 최고의 BOX’이벤트를 진행해 독자의 메시지가 담긴 혹은 책 표지 이미지가 담긴 박스를 제작했다.
도서의 경우 대게 포장이 간단할 것 같지만, 배송 중에 책 모서리가 찍히거나 급하게 포장을 하면서 띠지 때문에 책이 손상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있다. 때문에 작업자가 빠르게 포장할 수 있으면서 상품의 파손을 최소화고 고객이 받았을 때 기분좋은 디자인, 이 세가지가 포장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있다.
도서 물류, 더 이상 비용절감만의 영역이 아니다, 서비스를 논하자
2014년, 도서정가제가 도입되어 도서 시장에 큰 파장을 불러왔다. 도서정가제를 앞두고 모든 서점들이 할인 마케팅을 추진했고, 이로인해 도서 판매가 잠시동안 급격하게 증가했다. 하지만 법안 실행 이후에도 몇몇 온라인 서점의 경우 지속적으로 매출액은 상승했다.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곳곳에서 과다 마케팅 논란이 일고 있다. 이번 법안으로 인해 인터넷 서점 뿐만아니라 모든 서점들은 가격이라는 경쟁력을 잃게 되었다.
경쟁력을 다른 분야에서 찾고자 출판사와 인터넷 서점들은 너도나도 사은품에 의존하기 시작했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은품 과다 경쟁에 출판유통심의위원회(심의위)는 출판업계에 제동을 걸기 시작했다. 심의위는 한 온라인서점의 목침 등과 같은 사은품을 고가로 보고, 정가제 위반으로 판단했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측은 도서 사은품에 대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강화할 예정이라 밝혔다. 온라인서점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은품 경쟁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지만 분명 한계는 존재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인터넷 서점간 배송전쟁도 지속되고 있는 추세이다. 알라딘의 경우 2010년 서울지역을 대상으로 ‘오후 2시 당일배송’서비스를 시작했다. 나아가 현재 알라딘은 서울, 경인지역을 대상으로 토요일 당일배송을 제공하고 있다. 이에 예스24는 작년 6월, 서울, 수도권 지역 당일배송 주문 마감시간을 오전 11시에서 낮 12시로 한 시간 늦췄다. 따라서 고객들은 12시이전에 책을 주문하면 당일책을 받아 볼 수있게 되었다.
온라인서점은 12000원짜리 책 한권을 팔면 공급가를 제하고 물류비용, 인건비를 제하고 나머지 240원, 약 2%의 마진을 남기는 다다익선의 논리가 철저히 지켜지는 생태이다. 그렇기 때문에 0.1% 물류비용 절감이라도 엄청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이런 관점에서 과도한 사은품 경쟁, 과도해지는 배송전쟁은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배송서비스가 다양한 형태로 변해가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이미 다른 산업에서는 새로운 배송 패러다임이 출현하고 있다. 분명 물류의 비용측면에서만 봤을 때, 쿠팡의 ‘쿠팡맨’서비스는 상식밖의 서비스로 생각될 수 있다. 물론 서비스로 인해 발생하는 효과대비 투입된 비용을 우리는 간과해서는 안된다. 그럼에도 현재 온라인 도서 배송서비스도 새로운 혁신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한 산업에서 지속적으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는 것이 어려운 이유는 변화를 거듭해야 되기 때문이다. 고객의 니즈는 지속적으로 바뀌고 시장은 계속 변한다. 우리가 매번 연말이 되면 산업별로 내년을 예측하는 트렌드 보고서가 쏟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이것에 관심 갖는 이유는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어떤 산업에서 가장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가 1위를 지키고자 현재 상황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전략을 고수한다면 분명 그 회사는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다.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7권(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