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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마일 전상서, 전선의 개척자를 위하여

by 엄지용 기자

2016년 02월 10일

 

엄기자의 세상에 없던 SCL⑦ 라스트마일 전상서

 

라스트마일의 최전선에 바치는 글

“전선의 개척자를 위하여”

 

글. 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최근 몇몇 업체를 중심으로 라스트마일의 말단, 즉 배송기사에 대한 처우 및 환경개선을 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다. 혹자는 더욱 많은 급여를 줬다. 또 다른 누군가는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여 고용의 안정성과 복지를 확충했다. 다른 기업은 직원들에게 ‘비전’을 심어줬다. 모두가 라스트마일을 주목하는 시대. 우리는 라스트마일을 만드는 최전선에 있는 누군가에게 소홀하지 않았을까.

 

 

 

필자는 물류학을 전공했습니다. 학창시절의 기억을 되돌아보자면 주변 사람들에게 물류학을 전공했다 했을 때 흔히 듣는 말이 있었습니다. 어르신들은 “물리학? 과학자가 되려고 하는구나!”라는 말을 많이들 합니다. 물류를 물리로 잘못 들으신 것이지요. 제 또래 같은 경우는 “물류? 택배하는 과냐?”는 말을 많이 했습니다. 대중에게 물류의 이미지는 아직도 이 정도인 것 같습니다. 생소하고, 낯설며, 그나마 친숙한 것은 ‘택배’입니다.

 

물류는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산업입니다. 원자재의 조달, 공장 내에서의 제조활동, 완제품의 중간유통. 이 모든 과정에서 물류는 수반됩니다. 하지만 대중들 입장에서 이는 보이지 않는 영역입니다. 그나마 눈에 보이기 때문에 익숙한 것은 나에게 전달되는 과정이지요. 물류하면 ‘택배’가 언급되는 이유가 그것입니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일반적인 대중에게 보이는 이 최종단이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개봉영화 흥행 3위에 오른 영화 ‘베테랑’에는 화물운송 지입기사가 등장합니다. 갑의 압력에 짓눌려 하루하루 처절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으로 묘사됐습니다. 학생들에게 친숙한 아르바이트 중개사이트에서는 수시로 물류센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모집하고 있지만 지원자는 항상 부족합니다. 온라인상에서 흔히 ‘지옥의 알바’라고 표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이 외부에서만 나타나는 편견에 불과할까요. 업계 내부에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필자는 취재차 몇몇 택배기사와 퀵라이더를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하소연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정말 많은 분들입니다. 공통적인 의견은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라스트마일을 만들고 있는 자들은 소외계층이 많고 작업환경은 열악합니다. 그저 생존을 위한, 혹은 다른 일을 하기 위해 거쳐 가는 과정으로 생각하는 이들 또한 많습니다.

 

 

택배업체의 이야기, 택배법이 필요할 때

 

택배산업은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해마다 두 자리 수의 높은 성장률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택배산업의 라스트마일을 개척하고 있는 택배기사는 항상 부족합니다. 이직률 또한 높습니다. 이는 택배기사에 대한 처우, 사회적 인식이 열악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로젠택배 영업소 한 관계자는 “택배기사를 모집하기 위해 수시채용을 올려도 사람이 잘 구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사가 부족할 경우 각 지역 영업소장이 직접 택배 배송업무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택배업체는 기사처우 개선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난색을 표합니다. 택배업체 간 과다경쟁으로 인해 택배단가가 워낙 저단가로 형성돼있고, 임금 인상을 위해서는 화주사, 유통사와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택배기사의 처우개선을 위해 택배기사에 대한 직영비율을 높이자는 논의 또한 업계 내부에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택배업체는 논의단계에 멈춰있거나 심지어 직영비율을 줄이고 있는 업체 또한 존재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택배업체들이 이러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것은 ‘택배법’입니다. 택배사업은 전국적인 집하 및 간선운영, 환적, 배송 등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택배법을 통해 증차규제가 풀린다면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택배기사에 대한 지원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CJ대한통운 한 관계자는 “CJ대한통운 같은 경우 택배기사에 대한 건강검진 제도, 자녀학자금 제도, 경조사 지원 등 복지제도를 확충함으로 택배기사의 이직률을 1% 이하로 낮췄지만 합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택배산업의 공동발전을 위해서는 결국 택배법 제정이 필요할 것”이라 말했습니다.

 

라스트마일의 변화를 꿈꾸며

 

사실 택배기사, 그리고 퀵 라이더는 대부분 ‘개인사업자’입니다. 택배업체나 콜센터를 통해서 물량을 중개 받아 일하고 있는 것이지, 그 업체 소속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때문에 기본적으로 시장진입에 필요한 차량 구비, 유지비, 보험료는 모두 기사에게 존속됩니다. 혹여 배송 중 분실, 도난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그 책임소지는 기사에게 귀속됩니다. 고용관계가 아닌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사실상 택배업체, 콜센터가 기사들의 복지를 위해 투자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몇 업체를 중심으로 라스트마일의 말단, 즉 배송기사에 대한 처우 및 환경개선을 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혹자는 더욱 많은 급여를 줬습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여 고용의 안정성과 복지를 확충했습니다. 다른 기업은 직원들에게 ‘비전’을 심어줬습니다. 변화의 바람은 서서히 불고 있습니다.

 

 

띵동, ‘업계 최고의 급여조건’

 

허니비즈는 생활편의 대행 서비스 ‘띵동’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입니다. 이륜차를 기반으로 배달이 되지 않는 맛집 배달 서비스 및 각종 심부름을 대행해줍니다. 지난해 초반까지만 해도 50여명에 불과했던 허니비즈의 바이크메신저(허니비즈가 이륜차 기사를 일컫는 말)는 현재 110명까지 확충됐습니다. 최근 추진하고 있는 심부름 업체 ‘해주세요’의 인수가 마무리되면 그 수는 170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허니비즈는 라이더를 공개채용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니비즈에 들어오고 싶은 라이더들은 긴 대기열을 만들고 있습니다. 기존 라이더의 이직률 또한 매우 낮아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한 결원은 잘 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허니비즈는 업계 최고의 급여를 보장합니다. 기존 퀵 업체와 마찬가지로 급여가 건당 과금 되는 것은 동일하지만 일정 수수료가 아닌 배송요금의 일정비율을 받는 배당금 제도를 채택했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배당금은 처음 52%부터 시작하여 근속 개월에 따라 60%까지 올라갑니다. 허니비즈 한 바이크메신저에 따르면 허니비즈 메신저들은 주 5일, 하루 12시간 근무기준 평균 400만원의 급여를 받습니다. 주 6일 이상 일할 경우 평균 500만원 이상 벌고 있는 메신저 또한 존재합니다.

 

유성재 허니비즈 바이크메신저는 배달업체 라이더 출신으로 10개월 전 허니비즈에 입사했습니다. 유성재 메신저는 이전 직장에 비해 높은 급여도 급여지만 무엇보다 띵동이 ‘회사 다니는 느낌’을 주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성재 메신저가 말하는 ‘회사 다니는 느낌’이라는 것은 굉장히 소소합니다. 동료들과 쉬는 시간에 이야기를 나누고, 이따금 회식도 하는 그런 환경을 의미합니다. 이는 바꿔 말하면 지금껏 유성재 메신저가 경험했던 어떤 배달업체에서도 그런 기본적인 부분을 보장해주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유성재 메신저는 “가장 최근 근무했던 업체에서는 10개월 근무하는 동안 사장님의 얼굴, 이름도 몰랐다”며 “아무리 돈을 많이 벌더라도 회사에서 인간적인 소통이 없으면 누구도 그 업체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 밝혔습니다.

 

배민라이더스, 라스트마일에 문화를 입히다.

 

우아한청년들은 배달 안 되는 맛집 배달 서비스 ‘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현재 60명의 라이더를 직접고용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우아한청년들은 최근 지속적으로 라이더 공개채용을 하고 있으며, 그것을 바라보는 대중의 반응 또한 뜨겁습니다. 대중들은 배민라이더스가 라이더들에게 지급하는 ‘높은 급여’, ‘복지’에 열광합니다. 실제 배민라이더스는 채용된 라이더에게 ‘바이크’, ‘유니폼’, ‘헬멧’ 등 관련 용품을 모두 지급합니다. 사무실 안에서는 무료 정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라이더들의 안전을 위한 보험 서비스 또한 제공됩니다.

 

배민라이더스는 특히 라이더의 교육에 신경 쓰고 있습니다. 전문 강사를 초빙하여 CS 및 안전 운행과 관련된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는 배민라이더스 서비스의 기반이 됩니다. 가령 배민라이더스의 라이더들은 고객 하나하나에게 90도로 인사하며, 혹 고객이 부재중일 경우 쿠팡과 같은 감성문자를 자발적으로 전송하기도 합니다.

 

안정적으로 지급되는 월급제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배민라이더스의 라이더들은 하루 평균 20~25건의 배송업무를 수행하며 혹 특정 라이더에게 업무가 과다하게 배당될 경우 관제소에서 그 부분을 균등 분배합니다. 때문에 배민라이더스의 라이더들은 업무에 대한 여유를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기존 퀵, 배달업계의 퀵라이더는 경쟁중심의 생활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많은 주문수주가 곧 높은 급여를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전투콜 방식’이라 칭합니다. 라이더들은 주문이 올라왔을 때 누구보다 빨리 해당 주문을 잡기 위해서 경쟁합니다.

 

기자가 취재차 방문한 크리스마스 이브. 배민라이더스 사무실에는 라이더들을 위해 양말에 담긴 선물들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이런 환경적인 지원이 있기 때문에 배민라이더스 라이더들의 표정은 밝습니다. 미래에 대한 기대감 또한 갖고 있습니다.

 

강태환 배민라이더스 라이더는 “현재 생활에 매우 만족하고 있고, 열심히만 한다면 회사 안에서도 더욱 높은 위치에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회사가 라이더를 생각하는 마음을 지금처럼 지켜주길 바란다” 밝혔습니다.

 

짐카, 짐맨이 곧 짐카다

 

다섯시삼십분은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한 온디맨드 이사 서비스 ‘짐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짐카는 현재 이사를 담당하는 짐맨으로 정규직 6명, 파트타임 및 주말근무자 4명으로 총 10명을 고용하고 있습니다.

 

짐카에게 있어 짐맨은 서비스의 최전방에서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사람입니다. 즉 고객에게 있어 ‘짐맨’은 곧 ‘짐카’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 됩니다. 때문에 짐카는 짐맨과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주 1회 실시하는 기획회의에 대표, 개발자와 함께 짐맨 또한 참여하며 사적인 자리에서는 회사 대표와 짐맨이 형, 동생하면서 편안하게 지내기도 합니다. 서비스를 기획, 개발하는 데 있어 업무현장을 겪고 서비스를 직접 수행하고 있는 짐맨의 의견을 듣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 짐카의 입장입니다. 짐카가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짐맨의 근무 컨디션을 수시로 체크하고 만약 문제가 있을 경우 즉각적으로 반영하여 조치하는 이유입니다.

 

 

김선웅 짐맨은 “짐맨이 곧 짐카”라며 “직급이 따로 없는 자유로운 소통이 회사에서 가장 큰 매력을 느낀 부분이며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함께 성장하는 것을 느끼면서 나아가고 있다” 밝혔습니다.

 

이들은 대체 왜

 

앞서 언급한 업체들이 라스트마일의 개척자들에게 여타 업체와는 다른 처우를 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띵동, 배민라이더스, 짐카는 모두 고객접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서비스를 완성하는 사람은 각각 메신저, 라이더, 그리고 짐맨입니다. 고객은 문전에서 만난 사람을 통해 해당 업체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좋은 이미지는 곧 좋은 서비스 평가로 인한 바이럴, 고객의 반복구매로 이어집니다. 만약 서비스가 안 좋았다면요? 불쾌한 바이럴이 유포되겠죠. 택배, 퀵서비스는 모두 서비스입니다.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의 불만, 그리고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공급자의 불만의 양단이 팽배해져있는 작금의 시대. 작은 업체들의 새로운 도전은 분명 주목해볼만 합니다.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7권(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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