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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자의 현장까대기] 내 꿈은 배달기사(?), 이들은 대체 왜

by 엄지용 기자

2016년 01월 21일

엄기자의 현장까대기 (여섯번째 이야기)

라스트마일의 개척자를 만나다

일반적인 대중에게 물류 서비스 최종단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은 그렇게 아름다워 보이지 않습니다. 지난해 개봉영화 흥행 3위에 오른 영화 ‘베테랑’에는 화물운송 지입기사가 등장합니다. 갑의 압력에 짓눌려 하루하루 처절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으로 묘사됐습니다. 학생들에게 친숙한 아르바이트 중개사이트에서는 수시로 물류센터 상하차 아르바이트를 모집하고 있지만 지원자는 항상 부족합니다. 온라인상에서 흔히 ‘지옥의 알바’라고 표현됩니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이 미디어에서만 나타나는 편견에 불과할까요? 업계 내부에서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필자는 취재차 몇몇 택배기사와 퀵라이더를 만나본 적이 있습니다. 하소연할 것도 많고 하고 싶은 말도 정말 많은 분들입니다. 공통적인 의견은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각자의 위치에서 라스트마일을 만들고 있는 자들은 소외계층이 많고 작업환경은 열악합니다. 그저 생존을 위한, 혹은 다른 일을 하기 위해 거쳐 가는 과정으로 생각하는 이들 또한 많습니다.

 

택배산업은 이커머스의 성장으로 해마다 두 자리 수의 높은 성장률을 갱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택배산업의 라스트마일을 개척하고 있는 택배기사는 항상 부족합니다. 이직률 또한 높습니다. 이는 택배기사에 대한 처우, 사회적 인식이 열악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로젠택배 영업소 한 관계자는 “택배기사를 모집하기 위해 수시채용을 올려도 사람이 잘 구해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며 “기사가 부족할 경우 각 지역 영업소장이 직접 택배 배송업무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대중의 외면을 받던 라스트마일의 최전선에 갑자기 사람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입니다. 얼마전 대규모 배송기사(쿠팡맨) 채용을 했던 쿠팡. 인터넷 상에서는 쿠팡의 채용갑질 논란이 한창입니다.

 

전혀 통보도 없이 진행된 운전테스트, 자기네들도 논란이 될걸 알고 미리 손을 써놨네요. 교묘히 운전이 미숙하더라도 기존 광고문구만 쏙 빼놓았네요. 채용갑질. 취준생들 기만하는 쿠팡은 반드시 이에 대해 해명해야 되고 그동안 열정만 가지고 오라는 식의 쿠팡맨 채용으로 개념기업 이미지도 반드시 벗겨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독취사, 쿠팡맨 채용에 지원했다고 밝힌 한 지원자)

 

허허... 괜히 웃음이 나왔습니다. 갑질논란은 둘째치고서라도 쿠팡맨이 이렇게 논란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사람들이 취업을 원하는 직업이 됐구나 생각했습니다. 사실 여전히 택배업계는 사람이 부족해서 야단이거든요.

 

사례가 이것 하나뿐일까요. 배달안되는 음식점 배달 서비스 배민라이더스를 운영하는 우아한청년들은 얼마전 대규모 라이더 채용을 했습니다. 네.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 일을 합니다. 음식배달이죠. 배민라이더스에 대한 SNS 반응도 충격적입니다.

(배민라이더스 채용공고에 대한 SNS 반응)

 

심지어 남자친구를 태그하며 이거 꼭 지원하라고 권하는 여자친구의 모습도 보입니다. 솔직히 문화쇼크를 받았습니다. 배민라이더스의 라이더 역시 들어가고 싶어도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직업이 됐습니다. 다른 배달기사요? 아직도 문앞에 "아르바이트 구합니다" 딱지를 붙이고 있는 중국집은 흔히 찾아볼 수 있습니다.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통제하는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이런 추세는 그래서 재밌습니다. 전통적인 물류업계가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에 대한 인력난에 시달릴 때, 앞서 언급한 스타트업들은 오히려 사람들이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원자들 또한 상당히 젊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날까요. 현장을 뛰고 있는 이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자랑스러운 배달의민족의 얼굴!’이라는 슬로건으로 라이더를 모으고 있는 배민라이더스.

재치있는 포스터를 통해 이사를 보조하는 배송기사, 짐맨을 모으고 있는 짐카.

공개채용은 하지 않았지만 메신저 지원자가 줄을 서고있다고 말하는 띵동.

오늘의 주인공은 매번 이야기했던 라스트마일의 설계자가 아닌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직접 만들고 있는 개척자들입니다.

Q1. 먼저 자기소개 부탁한다.

 

유성재 띵동 메신저 : 띵동 바이크메신저 유성재다. 나이는 28살이다. 주방에서도 일하고 맥주집에서 아르바이트도하다가 푸드플라이에서 배달 라이더 업무를 10개월 정도 했다. 이후 허니비즈로 이직하여 띵동 메신저를 10개월째 하고 있다.

 

김선웅 짐카 짐맨 : 28살 김선웅이다. 개발자를 준비하다가 짐카에서 믿을만한 사람들을 뽑고 있다해서 합류했다. 현재 짐카에서 일하고 있는 개발자가 아는 동생이라 소개를 받아서 들어왔다.

 

강태환 배민라이더스 라이더 : 35살 강태환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프렌차이즈 업체에서 일했다. 배민라이더스에 들어오기 전에는 도미노피자에서 11년 정도 일했다. 배달부터 시작해서 매니저까지 올라간 케이스다.

 

Q2. 어떻게 들어오게 됐는가.

 

유성재 : 이 바닥이 참 좁다. 라이더들끼리 연락하면서 지내는 경우가 많다. 저 또한 푸드플라이에서 일하다가 먼저 푸드플라이에서 띵동으로 이직한 라이더의 소개를 받고 이 곳에 오게 됐다. 처음 대표님과 이사님을 만난 자리에서 “뽑아주시면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했는데 대기중인 인원이 있어서 기다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던 중 불의의 사고로 결원이 발생하여 그 자리에 제가 채워진 것이다.

 

김선웅 : 앞서 언급했듯 개발자 동생을 통해 소개받아서 짐카에 합류했다. 아무래도 회사가 IT회사다 보니 그쪽으로 실무를 알려줄 수 있다고도 말씀해주셨다. 짐맨일을 하면서 개발쪽 일도 함께 공부하고 있다.

 

강태환 : 원래는 배달의민족에 아는 동생이 근무하고 있었다. 배민수산때부터 알던 동생이었다. 배민에 있다길래 인터넷광고를 처음 접하게 됐다. 근무시간, 조건도 나쁘지 않았고 급여도 월급제니까 한번 해볼까 생각했다. 솔직히 크게 기대하고 들어온 것은 아니다. 똑같은 배달업종이겠지 생각하면서 들어온 것이다.

 

Q3. 근무환경에 대해 말해달라.

 

유성재 : 띵동은 주 6일, 주 5일 근무 선택이 가능하다. 하루 12시간 기준으로 주 5일 근무시 한달 평균 400만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 주 6일 이상 할 경우 월 평균 500만원 이상 벌고 있는 메신저 또한 존재한다. 다른 배달업체에 비해 띵동 메신저는 건당 수수료가 아닌 배달요금의 일정비율을 받는다는 차이점이 있다. 처음 근무 시작할 때는 50%이며 근속 개월이 길어질수록 60%까지 상승한다. 개인적으로 띵동은 이륜차 라이더 업계 최고의 급여조건을 가지고 있다 생각한다.

 

김선웅 : 그야말로 가족같은 분위기다. 팀장님, 매니저님은 모두 저희끼리 있으면 형, 동생하는 사이고 장난도 많이친다. 그런 부분이 일을 즐겁게 할 수 있는 요인이 된다. 힘든 것이 있으면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우리 의견은 즉각적으로 현장에 반영된다. 월요일마다 전사 회의가 있는데, 당연히 그곳에 짐맨도 참여한다. 짐카가 곧 저희 짐맨이라 생각한다.

 

강태환 : 이제 강남 지점에서는 4개월 차 일하고 있다. 수많은 라이더들을 봤고 그만둔 라이더도 없지않아 있었다. 누군가에게는 250의 월급이 적을 수도있고 기존 배달업계처럼 건당임금이 더 좋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그렇게 다 걸러지고 이제 남은 사람이 60여명이다. 물론 개개인이기 때문에 마찰은 있지만 반대 의견이 나오더라도 상대방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해해주고 양보하는 분위기다. 건당 배송을 할 때는 개인플레이가 중심이 됐으면 여기에서 우리는 한 가족이다.

 

Q4. 업무를 하면서 힘든 적은 없었는가.

 

유성재 : 사실 안 힘든 일이 어디 있겠나. 특별히 힘든 것은 없었지만 고객과의 마찰 같은 부분이 스트레스라면 스트레스다.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몇몇 고객은 메신저를 잡아놓고 안 보내주거나 고객의 주문대로 음식을 배달했음에 불구하고 음식을 똑바로 사오지 못했다며 다시 돌려보내는 경우도 존재한다. 그럴 때 저희는 을의 입장이기 때문에 항상 ‘예스’라는 대답을 해야 한다. 우리는 음식을 배달하는 을의 입장이지만 그래도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서로 이해를 해주면 좋게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인데 그것이 아쉽다.

 

김선웅 : 날씨가 힘들더라. 지난 여름 폭염주의보가 내렸을 때는 아침에 이사 한건을 처리하면 하루 온종일 힘이 빠진다. 요즘같이 추운 겨울에는 손도 시리고 바람불면 귀도 찢어질것 같고 그렇다. 그래도 고마운 것은 회사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즉각적으로 해결해주고자 한다는 점이다. 겨울용 잠바도 따로 나왔으며, 공구같은 것도 필요하다고 하면 바로바로 구비해준다. 사무실에서도 저희 컨디션을 항상 고려해주고, 혹 업무가 많다 판단될 경우 사무실에서 이사 도우미로 직원이 현장으로 나오기도 한다.

 

강태환 : 배달은 단순 업종일 수도 있다. 간단해 보이지만 단순작업의 반복이 될 수 있기에 몸이 피곤한 점이 힘든 점이다.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없다. 라이더 카톡방이 있어서 라이더들 간에 서로 위로도 해주고. 좋은 말도 해주고 한다. 이는 경쟁기반의 다른 업체에서 경험하지 못한 점이다. 만약 어느 라이더가 몸이 아프고 그러면 다른 라이더가 더 열심히 돌아다니며 챙겨주는 분위기가 나온다.

 

Q5. 앞으로의 미래 계획에 대해 말해달라.

 

유성재 : 계획은 매일 바뀌는 것 같다. 그러나 종국에는 장사를 하고 싶다. 이 일을 통해 밑천을 마련하고 어느 누군가가 꿈꾸는 것과 같은 삶을 살고 싶다. 띵동을 잘 알고 있기에 띵동을 통해서 무엇인가 할 수도 있지 않은가. 자영업을 하더라도 띵동과 협업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생각한다. 지금은 그런 미래를 위한 기반을 만들고 있다.

 

김선웅 : 우리는 "이사말고 짐카"라는 슬로건을 강조한다. 대표님께서 우리의 비전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해주신다. 중장기적인 목표뿐만 아니라 단기적인 목표까지 제시해준다. 짐카 안에서 짐맨은 부속품이 아니다. 우리가 말하는 것은 바로 업무에 반영된다. 때문에 내가 회사를 만들어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크다. 장차 이사가 아닌 짐카가 그 용어를 대체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

 

강태환 : 저는 적은 나이가 아니다. 미래에 대한 생각은 많이 하고 있지만 현재 하는 일에 아주 큰 만족을 하고 있다. 나중에 회사가 더 규모가 커진다면, 열심히 한 만큼 더 높은 자리로 갈 수 있다 생각도 한다. 중요한 것은 현재 아주 만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은 대체 왜

 

"띵동 서비스의 핵심은 ‘메신저’다. 고객 접점에 있는 이들의 운영이 안정적이지 못할 경우 서비스 자체의 리스크가 굉장히 커진다"

윤문진 허니비즈 대표의 말입니다.

 

"짐맨이 곧 짐카다"

정상화 짐카 대표의 말입니다.

 

"배민라이더스의 서비스를 완성하는 것은 라이더다. 아무리 좋은 플랫폼을 만들더라도 결국 고객 최전방에서 서비스를 하는 것은 라이더이기 때문이다"

허광진 우아한청년들 본부장의 말입니다.

 

앞서 언급한 업체들이 라스트마일의 개척자들에게 여타 업체와는 다른 처우를 해주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띵동, 배민라이더스, 짐카는 모두 고객접점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서비스를 완성하는 사람은 각각 메신저, 라이더, 그리고 짐맨입니다. 고객은 문전에서 만난 사람을 통해 해당 업체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합니다. 좋은 이미지는 곧 좋은 서비스 평가로 인한 바이럴, 고객의 반복구매로 이어집니다. 만약 서비스가 안 좋았다면요? 불쾌한 바이럴이 유포되겠죠.

 

택배, 퀵서비스는 모두 서비스입니다.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받는 소비자의 불만, 그리고 라스트마일 서비스를 만들어내는 공급자의 불만의 양단이 팽배해져있는 작금의 시대. 인력난에 시달리는 전통업체가 새롭게 사람들이 몰리고 있는 작은 업체들의 도전에 주목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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