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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장 두 종지와 온디맨드

by 엄지용 기자

2015년 12월 07일

간장 이야기 안합니다

 

모든 우리 회사 앞에는 배달해 먹을 집이 없고 모든 남의 회사 앞에는 배달해 먹을 맛있는 집이 많다. 방배동을 사이에 둔 강남대로에는 리코타치즈샐러드가 배달이 되는데 내가 있는 낙성대는 치킨 한 마리 배달도 감지덕지다. 기이한 일이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진데다 귀찮아서 어쩔 수없이 회사 건너편에 있는 시장에 갔다. 시장 음식을 사와서 따뜻한 사무실 안에서 먹으리라. 떡볶이 하나와 순대 하나를 시켰다. 튀김도 시키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자연스럽게 카드를 건넸더니 그분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 집 카드 안 되는데요”

 

시장인심이라고 했던가. 명함 한 장을 건네 동네주민임을 밝히고, 건너편에 있는 회사에서 현금을 가지고 돌아왔다. 카드님은 이 바닥에서 함부로 몸을 던지지 못한단다, 이 순대나 먹고 떨어질 놈아. 환청이 들리지는 않았지만 그냥 좀 추웠다.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다해주는 온디맨드 시대라고 했던가. 우리 동네는 단체로 치킨 30마리를 시켜도 치킨님을 직접 영접하러 가야되는 온서플라이 시대다. 그래도 시장인심이다. 김밥 한 줄 더 주고 닭 한 마리 더 껴준다. 그렇다고 띵동이나 부탁해를 불러 굳이 배달 안 되는 시장 음식을 배달시키고, “이게 우리 동네 시장 맛집이냐? 배달팁 좀 받아가라” 말하긴 싫다. 그냥 내가 가서 사오면 그만이다. 수요에 의해 결정된다고 하는 온디맨드가 이따금 소비자의 수요를 결정하려고 든다.

 

온디맨드가 대세인 시대다. 배달, 세탁, 세차, 주차는 기본이고 심지어 쥐를 잡아주기도 한다. 가끔은 세상에 이런 것을 스스로 못할 사람이 어디 있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수요는 있더라. ‘해주세요’가 강남을 쉽게 못 나오는 이유기도 하며, 배달 안 되는 맛집을 배달하는 지역이 특정 지역에 집중되어 있는 이유다. 물론 우리 동네는 아니다.

 

그런 와중에 낙성대로 리코타치즈샐러드를 배달해주는 온디맨드 업체가 하나 있다. 참 고마운 일이어서 한 번은 시켜먹은(것을 얻어먹은) 적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그 업체에 내가 직접 주문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리코타치즈샐러드를 배달시키는 것보다 직접 시장 음식을 가지고 와서 사무실에서 먹는 것이 더 좋기 때문이다. 그 업체가 어딘지는 밝힐 수 없다. ‘배달의민족’ ‘부탁해’ ‘띵동’은 아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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