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천동암의 물류에세이] 물류부장 오달수 일본에 가다 (7)

by 천동암

2016년 11월 24일

오달수 일본에 가다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3호(9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물류부장 오달수 일본에 가다(7)

글. 천동암 한화큐셀 글로벌 물류 상무

 

Who?

천동암

시 쓰는 물류인 천동암 씨는 한국코카콜라와 DHL코리아, 삼성전자, 삼성전자로지텍을 거쳐 현재 한화큐셀 글로벌 물류담당으로 재직 중이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 부문)을 했으며, 시집 ‘오른다리’ 를 출간했다. 경영학 박사 및 CPL, CPIM, CPSM 등 국제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물류전문가로 국제물류론, 창고하역 보관론을 집필했다.

 

오 부장은 JAL 비행기를 타고 하까다로 이동했다. 비행 중에 기장은 일본어 안내 방송만 하고 영어 방송은 아예 하지 않아 적잖이 당황했다.
‘국내선이기 하지만 도대체 이 나라는 외국인에대한 배려가 아예 없네!’
오 부장은 한편으로는 일본 사람들이 대체로 영어를 잘하지 못하는 원인을 알 수 있을 것도 같았다.


‘일본 국내를 이동하는데 2시간 넘은 비행이 의미하는 것은 내수시장 기초가 건실하여 기업이 먹고 살 수 있는 사업기반이 한국 보다는 크다는 것이군. 대다수 기업이 굳이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 어려운 영어회화를 죽기 살기로 안 해도 된다는 것 아닌가?’ 오 부장은 혼자말로 되뇌며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밤 10시경에 하까다 공항에 도착했다. 사람이 별로 없었고 공항청사는 조용했다.
하까다 공항은 내륙에 위치하고 있지만 공항에 나오자 허공에 머물던 갯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이튼 날 아침, 하까다 지사의 직원이 호텔로 오 부장을 픽업하기 위해 왔다.
머리는 짧고 치켜세운 눈썹은 성질이 급하고 단단한 사람처럼 보였다.
“오 부장님이시죠, 나래 하까다 지사의 김진규 과장입네다.”
분명 한국어를 구사하는데 어색한 한국어였다.
‘이런,북한 말씨네!’
순간 오 부장은 그가 말을 할 때마다 소름이 끼쳤다. 오 부장 팔뚝에 닭살이 뽈똑뽈똑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김 과장님, 혹시 탈북자 출신인가요?”
오 부장은 호기심과 두려움이 섞인 말투로 질문을 했다.
“일없습네다. 내래 조총련입네다. 일본에서 북한 국적으로 산 것이 할아버지 때부터니까 저희 가족은 100년 된 것 같습네다.”
김 과장은 싱그럽게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했다.
김 과장이 조총련 출신이라는 사실에 오 부장은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의 말을 빌리자면 조총련은 국적은 북한이고 일본과 북한이 수교하지 않은 국가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살면서 불이익이 매우 많다는 것이었다.
1년에 한 번 정도 북한에 가는데 일본 공항 세관 통관 할 때 북한 친척들이 준 선물들을 거의 모두다 세관에 압수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한국 정부에서는 일본에 거주하는 조총련을 한국 국적으로 쉽게 전환해 주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했다. 김 과장은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아직 북한 국적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동생은 한국 국적으로 귀화했다고 했다. 조총련 가족들 간에도‘북한과 남한’이라는 분단의 유산이 아직 진행 중인 셈이었다.

 

하까다는 부산에서 화물 해상운송시간으로 1일이 소요되는 가장 가까운 지역이다. 현재로서는 하까다 지역은 지진 안전지대로 평가받기 때문에 자동차 공장 및 부품업체들이 클러스터(Cluster) 형태로 위치하고 있다. 이런 까닭에 하까다에서 출발하는 철송은 일본 전국 망으로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었다.


오 부장은 정치망(精緻網)으로 펼쳐져 있는 철도 네트윅은 사람을 운송하는 수단이기 보다는 항구에서 일본 내륙 깊숙이 물자를 운송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 튼 날 이른 아침에 큐슈지방에 있는 ‘산큐 물류업체’의 하까다 창고를 방문했다. ‘산큐 물류업체’는 하까다 지점장이 마중 나와서 우리를 안내했다. ‘산큐’의 유래는 고객에게 영어로 “Thank You”을 소리 나는 대로 발음하면 산큐가 되는 것이라고 유쾌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더구나 산큐의 일본식 한자는‘산구(山九)이기 때문에 영어로 병음 처리한 사명이었다.


산큐 물류업체는 사전에 배포한 양식에 실물재고조사 리스트를 보여주었다. 보관구역별로 제품 위치를 표기하고 평치 창고 3단에 쌓여있는 제품을 보여주기 위해서 특수 지게차도 제공을 했다. 오 부장은 일본 본사 법인에서 파견된 인원과 하까다 지사 직원을 3개 팀으로 구성하여 각 팀별로 해당 구역 내에 있는 제품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창고에 널브러져 있는 팔레트는 사이에 사람이 들어가서, 확인 할 수 없는 사각공간은 지게차 마스터를 올려서 상단공간을 확인하는 지루한 일들이 반복되었다.


2일 동안 일본 전국 42개 창고에서 전사적으로 실물재고를 실시하고 재고조사 내용을 일본법인 본사에서 집계하고 있었다. 본사 물류팀에서는 전일에 시스템에 있는 재고를 받은 재고와 실제 재고를 비교하고 그 차이를 검증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었다..
오 부장은 오후 8시경에 일본법인 본사에 도착하였다. 초초하게 실사재고와 시스템 재고 비교를 기다리는 오 부장은 마음속으로 재고차이가 많이 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그 날 밤 10시경에 42개 창고 실사 재고와 전일에 SAP 시스템 재고 결과가 최종적으로 집계 되었다. 오 부장은 재고 검증 결과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약 백만엔(원화 11억) 재고가 부족했다. 우려한 것이 현실적으로 재고실사 결과로 나타난 것이었다.이 법인장은 이토츄 재무 부장과 주재원들을 불러서 내부적으로 다시 회의를 했다.


“이토츄 부장, 재고 실사한 것이 잘못 계산했는지 다시 복기(復碁) 해 봐! 오 부장님, 본사에는 이 내용을 바로 보고하지 말고 이틀정도 다시 점검하고 보고 하도록 하시지요.부탁 드려요!”
이 법인장은 핏기를 올리면서 다급한 목소리로 얘기를 했다.
“이 법인장님, 현재 총재고가 원화로 약 1,000억 원인데 재고 부족분이 11억이면 11% 재고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상황이 아주 심각하네요. 통상적으로 재고 허용 오차는 0.03%입니다. 11억 재고 부족분은 그 범위를 훨씬 넘은 숫자입니다. 이틀 정도 재고를 다시 맞추어 보고 최종 숫자를 협의후 본사에 보고 하도록 하시지요.”


일본법인 재무팀에서 세부적으로 점검 결과 오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오 부장은 재고 실사처리 결과를 어떻게 보고 해야 하는지 난감했다. 그러나 본사 입장에서는 재고 부족분은 현금시재가 맞지않는 중대한 사안이기 때문에 바로 성 전무에게 보고
를 했다.

 

이 법인장은 다음 날 한국 본사로 바로 소환되어 경위 보고를 하라는 명을 받았다.
이 법인장이 본사 보고가 끝날 무렵 성 전무에게 전화가 왔다.
“오 부장, 애썼네. 일본 물류를 전면적으로 재점검하고 현재 물동량을 처리하기 위해서 필요한 창고 수, 면적 조사해서 시행해! 역량 있는 물류업체를 선정하여 1C1B 바로 진행해! 기타 이슈들 있으면 뭉개지 말고 바로 보고해!”
성 전무는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연달아 속사포로 업무 지시를 하고 전화를 바로 끊었다. ‘이런 싸가지.......’오 부장은 입맛을 다시며 입으로 내 질렀다.

 

그러나 성 전무 입에서‘오 부장, 애썼네.’라는 말은 참으로 오랜만에 들었다. 이 말이 갖는 무게감은 성전무의‘극도의 칭찬’이라는 것을 오 부장은 잘 알고있었다.


8년 동안 성 전무와 일하면서 이번까지 포함해서 ‘애썼네.’라는 말을 딱 두 번 들었다. 한 번은 한국 반품 물류 50% 절감한 프로젝트를 달성 할 때이고 이번이 두 번째인 셈이다.

 

김 필립 차장이 업체 선정을 위한 RFQ초안을 가지고 오 부장을 찾아왔다.
“오 부장님, 물류업체 선정을 위한 RFQ 초안입니다. 영문이고 물류업체 제출언어도 영어로 통일했습니다.”
오 부장은 방대한 RFQ을 자료를 보고 기가 질린 목소리로 김 차장에게 되물었다.
“김 차장,입찰하는 물류업체들이 이렇게 많은 양의 RFQ 자료를 다 읽어 보나요?”
김 차장은 안경을 고쳐 쓰면서 두 눈을 부릅뜨고 단호한 어조로 대답을 했다.
“오 부장님, 화주 입장에서 물류업체 제안서를 보고 평가하여 업체를 선정하는 것처럼 입찰 참여업체는 화주의 RFQ 수준을 보고 화주기업의 물류 운영수준을 평가합니다. 다시 말해서, 외주 영역을 세부적으로 구분하고 상세한 프로세스 등의 내용을 제공해야만 구체적으로 실행 가능한 제안서가 나오는 것입니다.”

 

오 부장은 BCG Korea의 김필립 차장에게 한방 맞아서 얼떨떨했다. 왜냐하면 김 차장 얘기한 내용은 다 맞는 내용이기 때문이었다.
‘김차장은 BCG Korea에서 좋은 인재이군. TF을 하면서 서로 필요한 정보와 스킬을 배우는 것이 나에게도 좋은 기회이지. 열심히 공부해야겠네.”
오 부장은 RFQ 내용을 자세히 읽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오 부장은 요시다 과장에게 현재 물류업체 중 RFQ 응찰 할 업체를 선정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일본 내에 역량 있는 3PL 물류업체 발굴을 위해 일본물류협회에 공문을 보냈다. 그리고 일본 내에 있는 한국 3PL업체 조사도 병행했다.

 

일본 내 창고 및 배송 물류비용에 지출한 금액이 한화로 300억 정도 지출되고 있었다. 오 부장은 이 정도 물류비용을 1개의 물류업체에게 몰아준다면 20% 물류 절감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20% 물류 절감이면 연간 60억의 일본법인 이익이 발생된다는 것이다. 물류체질 개선과 동시에 물류비용 절감이 실현된다면 본사에서 인정할 것이고 이로 인한 보상이 크다는 생각에 오 부장은 가슴이 설렌다.

 



천동암

시와 소설을 쓰는 물류인 천동암 박사는 한국코카콜라와, 삼성전자, 한화큐셀에서 근무했던 물류 전문가입니다. 2010년 계간 한국작가에 등단(시)하여 시집으로 <오른다리>, <천가박가> 소설은 <아버지의 유산>, <물류 부장 오달수의 하루-일본편>을 출간 했다. 경영학 박사학위와 국제자격증인 CPL, CPIM 및 CPSM을 보유하고 있으며 전문서적으로는 국제물류론, 창고하역론을 집필했다. 물류와 문학을 융합시켜 4차 산업혁명 속에서도 인간이 창의적으로 할 수 있는 영역을 개척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현재는 경동대학교(경기도 양주 캠퍼스)에서 물류와 SCM 및 물류정보시스템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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