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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처리 노! 잠든 재고의 가치를 상품화하라. ´테라세이버´

by 엄지용 기자

2015년 08월 08일

땡처리 노! 잠든 재고의 가치를 상품화하라. ‘테라세이버’

글. 엄지용 기자

 

Idea in Brief

재고는 공급망의 영원한 숙제다. 보유하면 지속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그렇다고 시장에 대량 할인판매하기도 힘든 것이 재고 관리다. 이 때문에 브랜드 중심의 업체들은 재고를 소각하거나, 고정적인 비용에도 불구하고 창고에 장기 보관하여 판매 시의를 관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를 형성하지 못한 업체들은 대부분 재고 매입업체에게 재고를 ‘땡처리’한다. 땡처리한 제품의 브랜드 가치는 당연히 떨어진다. 테라세이버는 이런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업체다. B2C 체화재고 재유통 사업 ‘비킨스’, B2B 재고 유통 플랫폼 사업 ‘땡비드’, 개방형 PB 사업 ‘BKNS’는 상호보완하며 기업의 체화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재고는 공급망의 영원한 숙제다. 수요의 변동에 따른 원활한 제품 공급을 위해서 기업은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 이상의 재고를 가지고 간다. 그러나 팔리지 않는 재고는 곧 창고에 체화((滯貨, 상품 따위가 팔리지 아니하여 쌓여 있는 것)되어 지속적인 유지비를 발생시킨다. 이 때문에 필요한 만큼의 적정재고를 예측하고 구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나 이는 생각처럼 쉽지 않다. 수요예측에는 항상 변수가 따라오기 때문이다. 재고를 보유하는 유통,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당연히 창고에 오래 남아있는 체화재고(악성재고) 처리에 대한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롯데백화점 글로벌패션 사업부 한 명품 브랜드 MD는 “패션, 잡화 재고품목은 우선 이월행사를 통해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행사를 통해서도 판매되지 않는 품목은 소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명품 브랜드 같은 경우 브랜드 이미지 유지를 위해서 할인 행사를 최대한 자제하고 재고 발생 시 전량 소각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는 게 패션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아웃도어, 캠핑용품 판매업체 콜맨코리아 SCM팀 한 관계자는 “콜맨은 기본적으로 제품군이 많아 수요예측이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재고처리를 할 만큼 많은 제품을 생산하지 않는다”며 “만약 재고를 시장에 할인 행사로 푼다면 기존 형성된 가격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팔리지 않은 재고품목들은 창고에 보관하다 특정 시즌에 재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콜맨은 원칙적으로 재고 일괄매각, 소위 말하는 ‘땡처리’를 하지 않는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앞서 언급한 두 기업이 공통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브랜드 가치를 위해 재고를 폐기할지언정 재고 매입업체에게 재판매는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두 기업 모두 제휴하고 있는 프리미엄 아울렛을 제외하고는 재고 재판매를 하지 않는다.

 

이런 기업들에 있어서는 정확하게 수요예측을 하고 필요한 만큼만 파는 것이 가장 좋은 상황이다. 그러나 아무리 수요예측을 잘하더라도 결국 어느 정도 이상의 체화재고는 발생하게 된다. 체화재고는 소각되거나 창고에 쌓이는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그 어떤 경우라도 비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의 체화재고에 대한 고민을 해결하고자 시장에 진입한 업체가 있다. 테라세이버는 재고와 관련된 통합 판매 플랫폼을 제공해주는 업체다. 온·오프라인 B2C 재고판매 플랫폼 ‘비킨스’, B2B 재고거래 중개 플랫폼 ‘땡비드’, ODM방식을 활용한 개방형 PB ‘BKNS’를 운영한다. 테라세이버는 지난 3월 런칭한 ‘비킨스’를 시작으로 장차 기업의 재고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한 통합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테라세이버는 지난 5월에 용인 죽전에 비킨스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했다. 이는 지난 3월에 먼저 오픈한 비킨스 온라인 사이트를 지원하는 개념이다. 테라세이버의 재고 재유통 통합 플랫폼 계획의 시작을 알린 비킨스는 제조·유통업체가 겪고 있는 체화재고 처리 문제를 품질 좋고 저렴한 상품을 구매하고자 하는 소비자와 연결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비킨스는 ‘프리미엄 의식주 아울렛’을 표방한다. 기존 재고물량을 대량 매입하여 판매하는 속칭 ‘땡처리’ 업체와는 달리, 재판매되는 브랜드의 가치를 보존하며 재유통하는 것을 목표하고 있다.

 

테라세이버 김호민 대표는 “이랜드의 경우 어마어마하게 많은 의류, 잡화 재고품목을 갖고 있다 보니 재고를 속칭 ‘땡시장’에 풀 경우 브랜드가 망가질 수 있기 때문에 쉽게 처리하지 못하고 묵히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비킨스는 이런 체화재고를 제대로 된 공간에서 가치를 유지하며 판매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잠든 재고를 깨우는 두 가지 방법

 

비킨스는 입점 브랜드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크게 2가지 노력을 하고 있다.

 

첫째는 철저한 브랜드 검수다. 실상 체화재고는 팔리지 않았던 상품이다. 이는 달리 말하자면 소비자에게 외면 받은 상품이라 해석할 수도 있다. 비킨스는 이런 상품군을 매입하여 재판매하는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체화재고 처리에 대한 부담까지 함께 매입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재고관리에 대한 위험, 악성재고를 떠맡을 가능성도 있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비킨스는 재고품목 매입 전 매뉴얼에 의거하여 해당 상품을 철저하게 검수한다. 비킨스는 이를 위해 매입 가이드북 PSG(Product Sourcing Guideline)를 자체제작 했다. PSG에는 브랜드 유무, 브랜드 명성, 품질 보장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궁극적으로 소비자 입장에서 봤을 때 충분히 사고 싶을만한 재고품목을 구매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때문에 비킨스 오프라인 매장 내부에는 독일 명품 주방용품 제조업체 WMF나 정관장 홍삼과 같은 높은 브랜드 가치를 형성하고 있는 제품들도 보인다.

 

비킨스는 팔릴 수 있는 재고를 구매하는 방식을 통해 체화재고 판매에 대한 부담을 던다. 소비자들은 믿을 수 있는 제품을 온라인 매장보다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입점 브랜드 또한 브랜드 가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체화재고를 재판매할 수 있다.

 

둘째는 고객이 가치를 느끼도록 하는 상품 진열이다. 비킨스는 상품 진열에 대한 고민이 많다. 때문에 비킨스는 제대로 된 공간에 체계적으로 상품을 진열하여 고객이 느끼는 감동을 극대화시키고자 한다.

 

비킨스 매장 MD는 과거 대형 유통업체에서 진열을 포함한 총괄 관리직을 경험했다. 비킨스는 관리자의 경험을 살려 오프라인 매장을 크게 의/식/주 카테고리에 맞춰 분류했고, 진열 상품의 DP도 최대한 감각적이고 깔끔하게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김 대표는 “기존 땡처리몰과 같은 체계적이지 못한 DP는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가치를 떨어트린다”며 “체화재고가 갖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매장 및 온라인 진열에 각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킨스 오프라인 매장 오픈 이후, 고객들의 반응 또한 긍정적이다. 김 대표에 따르면 아직 시장 진입 초기라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매출 성장세는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죽전 대규모 거주단지 중심으로 단골 고객들도 늘어나고 있다. 고객들이 재방문하는 이유는 주로 다른 곳에서 찾아보기 힘들지만 저렴하게 판매되고 있는 ‘수입식품’을 구매하기 위함이다.

 

김 대표는 “처음 비킨스를 방문한 고객들은 비킨스가 어떤 곳인지 굉장히 궁금해 한다. 가령 ‘다이소’ 같은 곳이냐고 묻는 고객들이 많다”며 “사실 다이소는 브랜드 없는 생활용품을 싸게 파는 곳인데, 우리가 파는 것은 전부 브랜드이기 때문에 이곳이 어떤 곳이냐는 소비자의 질문을 받으면 저희는 ‘득템하는 곳’이라 설명한다”고 말했다. 좋은 제품을 파격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비킨스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의 가격은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같은 제품 최저가보다 저렴하게 책정된다.

 

테라세이버는 비킨스 오프라인 매장 런칭에 이어 지난달 말 B2B 재고거래 플랫폼 ‘땡비드’를 오픈했다. 땡비드는 누구나 판매하고 구매할 수 있는 온라인 재고 경매장이다. 재고 처리를 원하는 사업자는 땡비드를 통해 체화재고를 판매할 수 있고, 재고를 구매하여 재판매하기를 원하는 다른 사업자들은 자연스럽게 진입하여 판매되는 재고품을 구매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 테라세이버가 직영하는 재고판매 플랫폼 ‘비킨스’는 검수과정이 까다롭다. 때문에 땡비드는 비킨스를 통해 매각하지 못하는 재고품들에 대한 거래를 지원해주는 서비스가 된다.

 

땡비드는 기본적으로 부분입찰 제도를 택한다. 대부분 체화재고를 보유한 업체들은 재고를 한 번에 전량 소진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대량의 제품을 한 번에 구매할 수 있는 자본을 가진 구매자(Buyer)는 그렇게 많지 않다. 땡비드가 부분입찰 제도를 택한 이유다. 재고처리를 원하는 업체들은 한 번에 대량의 체화재고를 처리할 수 있어서 좋다. 재고품목을 구매하여 재유통을 원하는 업체들은 자신이 원하는 수량만큼만 구매할 수 있어서 좋다. 김 대표는 “땡비드는 셀러 입장에서 최적의 가격과 판매량을 조합시키는 알고리즘을 갖고 있다”며 “체화재고의 판매, 경매를 촉진하는 플랫폼이라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땡비드가 활성화된다면 비킨스 또한 땡비드를 통해 구매력을 갖고 재고품목을 구매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땡비드는 또한 동산 담보대출 시장을 공략하는 플랫폼이 될 수 있다. 가령 채권부실이 발생하면 동산을 처분해야 되는데, 그렇게 잡힌 담보들을 땡비드를 통해 처리할 수 있다. 김 대표는 “땡비드가 진입하는 담보대출 시장은 정말 큰 시장이다”라며 “그러나 지금껏 없던 시장에 새로 진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에 대한 예측을 못하는 것도 사실이다. 땡비드는 우선 퍼스트무버(First Mover)의 지위를 가지고,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테라세이버의 기저에 있는 가치는 CSV(Creating Shared Value)다. 경제적 이익뿐 아니라 사회적 이익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체화재고’를 통해 사업모델을 구축한 것도 중소업체들의 재고와 관련된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함이 컸다. BKNS는 이러한 회사의 가치를 실현하는 방법 중 하나로 테라세이버가 고안한 것이다.

 

BKNS는 테라세이버가 ODM 방식으로 개발한 자체 브랜드이다. 이는 품질은 뛰어나나 브랜드, 마케팅, 유통 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 지방영농조합의 제품들을 소싱하여 유통하는 개방형 PB(Personal Brand) 상품이다. 기존 PB 상품은 해당 유통업체에서만 유통할 수 있는 한계가 존재한다. 반면 테라세이버의 BKNS는 여러 유통업체에 공급 가능한 개방형 PB 제품이다. 테라세이버는 BKNS 브랜드 상품들을 테라세이버 자체 유통 플랫폼뿐만 아니라, 홈플러스, 코스트코 등 다양한 유통업체에 입점, 판매 대행한다.

 

기존 마케팅, 유통 역량이 취약했던 기업들은 BKNS를 통해 브랜드를 되살릴 기회를 얻는다. 테라세이버는 양질의 상품을 재개발하여 재유통, 판매함으로 부가 수익을 얻고 자체 브랜드 풀을 형성할 수 있다.

 

현재 BKNS가 제작한 제품은 2가지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말부터 판매를 시작한 ‘간장바른김’이 있다. 전북 부안영농조합과 협업해서 만든 이 제품은 테라세이버가 상품개발 단계부터 참여하여 마케팅, 브랜딩, 유통 전 과정을 지원한다. 김 대표는 “BKNS는 중소업체 살리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라며 “마케팅, 유통 역량 부족으로 좋은 상품을 개발했음에 불구하고 사장된 품목을 살리는 것이 BKNS의 목표다”라고 설명했다. 향후 BKNS는 화장품, 와인 등 보다 다양한 품목으로 브랜드를 확장할 예정이다.

 

테라세이버가 꿈꾸는 것

 

테라세이버의 세 가지 사업인 비킨스, 땡비드, BKNS는 상호 보완적 개념이다. 테라세이버는 제품의 품질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유통, 마케팅 역량 부족으로 체화재고가 된 상품을 BKNS를 통해 재유통시킨다. 자체 브랜드를 유지하고싶은 업체의 체화재고는 비킨스를 통해 재유통한다. 비킨스가 구매하지 않는 상품, 혹은 비킨스가 가치를 알아보지 못했던 체화재고는 ‘땡비드’를 통해 자유롭게 거래된다. 때문에 땡비드에 올라온 체화재고 또한 자체적으로 가치가 있다 판단될 경우 비킨스 플랫폼에 판매될 수 있다.

 

향후 테라세이버는 글로벌 재유통 판매까지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판매되지 않는 체화재고 품목들을 해외에서 판매하는 개념이다. 테라세이버는 해외사업 이전에 우선 비킨스 매장을 전국구로 확장하며 국내 재고 판매 플랫폼 측면에서 선두적 지위를 구축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테라세이버의 시장 경쟁자는 ‘땡처리 업체’가 아니다”라며 “잠재적인 라이벌은 체화재고 시장을 직접 경험해본 중소유통업체들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체화재고의 어려움과 기회를 직접 겪어 본 유통업체들이 시장에 뛰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김 대표의 설명이다.

 

테라세이버는 이러한 경쟁자의 등장을 오히려 환영하고 있다. 경쟁자의 증가는 곧 시장의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테라세이버는 체화재고 재유통 시장의 양성화를 목표로 경주하고 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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