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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스크립션의 ‘아마존프레시’를 꿈꾸다

by 엄지용 기자

2015년 06월 10일

 

 

 

 

 

 

 

서브스크립션의 ‘아마존프레시’를 꿈꾸다

글. 엄지용 | 김철민 기자

 

유통업계에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의 바람이 불고 있다. 서브스크립션이란 ‘정기구매’라는 뜻으로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원하는 시기에 상품이 배송되는 서비스다. 단순 ‘신문정기구독’에서 시작한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는 이제 뷰티, 화훼, 식료품 등 다양한 산업으로 확장되었다. 성장하고 있는 서브스크립션 시장을 노리고 진입한 업체는 기업의 규모를 막론하고 다양하다. 신기한 것은 서브스크립션 서비스 시장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업체는 대자본을 가진 대기업이 아닌 ‘신선한 아이디어’로 중무장한 스타트업이 많다는 사실이다.

 

지난해까지 뷰티 서브스크립션 시장점유율 1위 업체였던 ‘미미박스’는 CJ오쇼핑의 ‘켈리오박스’등 대기업의 시장진입에도 불구하고 점유율을 사수하며 지난해까지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나갔다. 플라워 서브스크립션 업체 ‘꾸까’는 고객에게 정기적으로 핸드 부케를 제작, 배송해주는 업체로 올해 들어서 7000명의 정기 멤버십 회원을 지난달 기준 9000명까지 늘리며 30%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여줬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시장 규모는 약 600억원 규모로 추산 되고 있다.

 

산업을 막론하고 불고 있는 서브스크립션 열풍 속에서 덤앤더머스는 ‘맛집’과 ‘식료품’ 정기배달을 중심으로 종합 서브스크립션 포탈로 성장하고 있다. 덤앤더머스는 ‘전국’에 있는 먹거리를 찾아주기에 기존 배달 서비스와는 맥락을 달리한다. 근거리 배달이 아닌 지역간 간선운송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덤앤더머스는 현재 대전의 유명 베이커리 ‘성심당’의 빵을 수도권 지역으로 정기 배송해주고 있다. 빵을 주문한 고객은 원하는 시간대에 신선한 빵을 받을 수 있다. 신선함, 신속함, 그리고 정시성까지 고려해야 되는 덤앤더머스의 서비스의 뒤에는 당연 그것을 뒷받침해주는 물류역량이 있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정기배달

 

덤앤더머스는 일반적인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의 정기배달서비스와 그 형태를 달리한다. 기존 업체와는 크게 두 가지 차이점이 있다.

 

첫째는 고객의 정기배달 니즈가 있는 상품이라면 그 어떤 것이라도 배송해 준다는 점이다. 덤앤더머스는 뷰티, 베이커리, 화훼 등 특정 품목 배달에 치중하지 않는다. 덤앤더머스는 주력 판매상품인 식료품은 물론 생활용품 또한 배달한다. 심지어 가사도우미, 세차대행 등 무형의 서비스까지 배달해준다. 현재 100개 이상의 다양한 정기배달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덤앤더머스는 가히 ‘모든 것의 정기배달’을 서비스하는 업체라고 할만하다. 덤앤더머스는 “한 분야에 치중한 서브스크립션 모델은 대부분 수요 창출에 성공하지 못하거나 다른 모델로 전환을 통해 비즈니스를 영위하고 있다”며 다양한 상품군에 대한 정기배달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했다.

 

둘째는 고객에게 상품구매의 선택권을 줬다는 점이다. 초기 서브스크립션 서비스는 ‘큐레이션 서비스’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이는 고객이 원할 것이라 예상되는 상품을 업체가 랜덤으로 모아서 배달해줬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그러나 덤앤더머스의 정기배달 서비스는 ‘랜덤배송’상품이 없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자신이 원하는 상품을 선택하여 구매할 수 있다. 덤앤더머스 관계자는 “덤앤더머스 배달 서비스는 필요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 소비자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밝혔다.

 

고객의 정기배달 니즈가 있는 곳의 모든 상품을 배달하고 있는 덤앤더머스는 현재 싱글족, 맞벌이 가정 등의 정기수요가 높은 신선상품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덤앤더머스 이진호 부사장(CFO)은 “덤앤더머스의 대부분의 수요는 현재 신선식품군에서 나오고 있다”며 “가사도우미, 세차대행과 같은 배달 서비스는 신선하고 특이하여 일부 언론에 노출되기도 했지만 실질적으로 매출에 연결되는 부분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진호 부사장에 따르면 현재 덤앤더머스 신선식품군의 매출은 60~70%에 달한다.

 

그렇다면 덤앤더머스는 왜 매출 비율이 낮음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영위하고 있을까. 이에 대해 이 부사장은 “커머스 운영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품제공의 폭’이다”라고 강조하며 “다양한 상품군의 제공은 더욱 많은 고객들을 유입한다. 특히 로열티가 높은 진성회원들은 ‘특정 상품’을 통해 사이트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덤앤더머스는 향후 현재 100개 규모의 정기배달 서비스를 1000여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즉시성보다 희소성

 

그렇다고 덤앤더머스가 막연하게 ‘모든 상품’을 정기 배달하는 것은 아니다. 덤앤더머스의 정기배달 서비스는 ‘즉시성’보다 ‘희소성’에 초점을 맞췄다.

 

덤앤더머스의 배달은 ‘배달의민족’의 동네 음식점 배달이나 이마트몰 ‘정장남(정기적으로 장봐주는 남자)’의 정기 식료품 배달과 같은 서비스와는 분명 다르다. 동네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품목이 아닌 쉽게 볼 수 없는 프리미엄 상품 배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덤앤더머스 입점 업체들을 일부 살펴보자. 대전역 유명 베이커리 ‘성심당’, 서교동 그릭요거트 전문제조업체 ‘유니드마이요거트’, 광화문 샐러드 전문제조업체 ‘리프레시 5.7’등이 보인다. 해당 음식점은 프렌차이즈가 아닌 로컬 기반의 업체, 그리고 사람들이 줄서서 먹기를 주저하지 않는 ‘맛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덤앤더머스를 통해 고객들은 서교동, 광화문 등 해당 장소에 가서야 맛볼 수 있는 맛집 음식들을 원하는 시간에 배달받아 먹을 수 있다.
 

위에 언급한 업체들 중 일부는 ‘푸드플라이’와 같은 배달대행업체가 소비자에게 배달 서비스를 제공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덤앤더머스의 서비스는 지역 기반의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대행업체와 달리, 전국을 대상으로 해당 맛집의 음식을 배달해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부사장은 “덤앤더머스 입점 품목은 ‘즉시성’에 맞춰져 있지 않다. 식자재, 사과 한 알 등 어디서든 살 수 있는 품목을 판매하는 것은 이미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가 충분히 잘하고 있다”며 “덤앤더머스는 일부러 판매 장소에 찾아가야 먹을 수 있는 ‘희소성’이 있는 프리미엄 상품군 배송에 초점을 맞춘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 최신 트렌드를 캐치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실제로 덤앤더머스 입점을 담당하는 MD팀은 트렌드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로 구성되어 있다. 덤앤더머스의 주 고객인 싱글족, 2인 가족 여성들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그들이 선호하는 상품이 무엇인지 알아내고, 해당 상품을 사전에 입점 시키는 능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새벽배송, 아침의 문을 열다

 

아침 한 끼 제대로 챙겨먹기 힘든 출근시간이다. 만약 바쁜 아침에 바로 내 눈앞으로 서울 유명 샐러드 판매점의 맞춤형 샐러드가 배달 온다면 어떨까. 말도 안되는 이야기 같지만 덤앤더머스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덤앤더머스는 고객의 이러한 니즈에 초점을 맞춰 자체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 한정하여‘새벽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서비스는 ‘택배 아웃소싱’을 이용해서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다. 택배업체의 업무 사이클은 ‘새벽’에 맞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덤앤더머스는 아웃소싱으로 제공할 수 없는 새벽배송 서비스를 위해서 자체 물류역량을 확보하였다. 자체배송기사를 고용하고, 신선제품 배송을 위한 냉동/냉장차량, 콜드체인 포장, 냉매를 구비하였다. 덤앤더머스의 배송만을 위한 소규모 물류창고를 확보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때문에 덤앤더머스 물류 프로세스는 일반적인 운송업체의 업무 사이클과 확연히 다르다. 덤앤더머스 배송기사들은 평균적으로 오후 12시~1시 정도 출근하여 집하작업을 시작한다. 대개 수도권 지역은 제조 및 유통업체에서 직접 픽업하지만 권역을 넘어갈 경우 항공기, KTX, 고속버스 퀵 등을 활용하여 화물을 집하한다. 덤앤더머스가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신선한 유제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이유다.

 

집하작업이 끝나면 오후 6시부터 10시 사이에는 간선 상차를 한다. 집하된 상품들을 배송기사 담당 권역(평균 2~3개 구)에 맞게 분류하여 상차하는 작업이다. 본격적인 배송은 이 이후다. 각자 권역으로 이동한 배송기사들은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새벽 7시까지 순회 배송을 한다. 배송된 화물은 고객의 문 앞에 놓이며, 고객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생산된 지 24시간이 안된 신선한 제품을 수령할 수 있다. 때문에 덤앤더머스 물류센터는 ‘크로스도킹 센터’의 역할을 한다. 당일 집하된 상품을 익일 새벽에 출고하기 때문에 창고 내에 재고를 전혀 구비할 필요가 없다. 실제로 덤앤더머스 물류센터 내에 구비하고 있는 재고는 ‘생수’밖에 없다. 덤앤더머스 플랫폼에서 판매되고 있는 신선제품 이외의 품목들은 비용을 조금 감수하더라도 생산자를 통한 직배송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덤앤더머스는 그들이 가장 잘하고, 집중하며, 차별화될 수 있는 프리미엄 신선식품의 새벽배송을 위해 ‘물류역량’을 확보한 것이다. 덤앤더머스는 현재 17대의 자체 냉동/냉장 차량, 80평 규모의 물류센터(서울 영등포구 소재), 18명의 배송직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늘어나는 수요에 발맞춰 인프라 규모를 확충할 계획이다.

 

 

 

 

 

 

 

아마존프레시를 꿈꾸다

 

덤앤더머스는 이달 초 대규모 투자를 받을 예정이다. 지난 몇 년간 몇 건의 투자 제안을 받았지만, 실질적으로 투자를 받는 것은 이례적이다.

 

덤앤더머스는 투자를 앞두고 지난달 초 모바일 IT업체 ‘아위드’를 인수했다. 이에 대해 이 부사장은 “지금까지 덤앤더머스의 힘만으로 서울, 경기지역의 물류 세팅을 끝냈다”며 “어렵게 세팅하고 나서 보니, 물류에 IT를 입히면 굉장한 차별화 요인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아위드를 인수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덤앤더머스는 아위드 인수를 통해 신규 모바일 앱 런칭은 물론, 물류 및 커머스 역량을 강화하는 IT플랫폼 개발에 집중할 것이다.

 

덤앤더머스는 새로운 투자금은 플랫폼 및 물류 인프라 확충에 고루 쓰일 예정이다. 물류는 플랫폼을 지원하는 개념으로 고객 수요에 맞춰 순차적으로 투자한다는 것이 덤앤더머스의 방침이다. 이 부사장은 “덤앤더머스를 플랫폼업체, 물류업체 둘 중 하나로 정립하긴 어려울 것 같다”며 “물류를 이끌어나가기 위해서는 당연히 플랫폼을 통한 수요가 나와야 하며, 그런 수요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물류역량 역시 필수적이다”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덤앤더머스는 최근 쿠팡의 ‘유사 택배업’논란에도 주목하고 있다. 덤앤더머스 역시 자체 물류역량을 확보하며 ‘운송업’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덤앤더머스는 쿠팡과 국토부가 겪는 논란이 어떤 방향으로 해결되느냐에 따라 향후 방침을 정하고, 이달 초까지 법제적 대응 방침을 마련할 계획이다.

 

향후 덤앤더머스는 현재 새벽배송 지역을 서울, 경기, 인천에서 2015년 내 부산, 대전, 대구, 울산, 광주 5대 광역시까지 지역 물류사업자와 연계하여 직배송 지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서울 지역에는 주간 ‘당일배송 서비스’까지 검토하고 있다. 덤앤더머스는 이를 ‘정기배달 서비스에 아마존프레시가 가미된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 부사장은 “아마존프레시의 사업모델은 덤앤더머스가 하고 싶은 모델과 유사하다”며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차별화된 프리미엄 신선식품 배달을 위해 앞으로도 경주할 것이다”며 각오를 밝혔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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