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T

유통업계 新성장동력, 당일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하라

by 엄지용 기자

2015년 05월 11일

2

. 엄지용 기자 | 김철민 기자



미국의 아마존과 월마트가 ‘옴니채널’안에서 경쟁하는 와중, 국내에도 비슷한 분위기의 온기가 감지됐다. 국내 유통업계의 강자들이 월마트와 아마존과 같은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2013년 신세계그룹 정재은 명예회장은 임직원 특강 자리에서 “스마트폰 등 신기술로 인한 IT환경 변화로 인해 이제 고객들은 언제든 다른 유통채널로 이동할 수 있다”며 “변화하는 추세 속에서 고객을 붙잡기 위해서는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새로운 유통채널, 즉 옴니채널을 활용하는 ‘스마트혁명’을 추진해야한다”고 역설했다. 정 명예회장은 이 날 월마트의 고객 분석 연구 자회사‘월마트랩스’를 예로 들며 “온라인, 소셜 상의 정보를 수집, 분석하여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적시적소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내 유통업계 부동의 1위인 ‘롯데그룹’도 옴니채널 전쟁에 합류했다. 지난해 9월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은 회장 주재의 ‘옴니채널 추진 운영회의’자리에서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두루 갖춘 롯데는 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좋은 조건을 갖고 있다”며“옴니채널이 지속 성장을 위해 중요한 과제인 만큼 빨리하기보다는 제대로 하는 것을 목표로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유통의 새로운 강자 ‘쿠팡’의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쿠팡 김범석 대표는 지난달 기자 간담회를 통해“기존 쿠팡맨 및 로켓배송 서비스를 통해 물류, 배송까지 총괄하는‘다이렉트 커머스 모델’을 구축했다”고 강조했다. 배송 및 물류역량 확보를 통해 오프라인 유통업체와 경쟁하고자 하는 쿠팡의 모습은 마치 아마존의 모습을 닮아있다. 실제로 쿠팡은 한국의 아마존을 목표로 물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주하고 있다. 전통적인 오프라인 유통의 라이벌이었던 신세계와 롯데, 그리고 신생 소셜 커머스 업체인 쿠팡의 세부적인 전략과 철학은 분명 다르다. 그러나 이들 세 업체는 공통적인 하나를 이륙하기 위해 경주하고 있다. 그것은‘당일배송’이다.



신세계그룹의 당일배송 ’, 자체 물류역량 확보하라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몰 센터 구축이 한창이다. 지난해 6월 신세계는 이마트몰 보정 물류센터를 가동했다. 보정 물류센터는 연면적 1만4605㎡,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입고부터 출고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한 온라인 물류센터다. 보정 물류센터는 강남, 분당을 포함한 기존 수도권 남부 권역 15개 점포에서 담당하던 배송을 전담한다. 보정센터를 통해 이마트 몰은 기존 점포 배송의 최대량(3500건)보다 3배가량 많은 1만 건을 배송할 수 있다. 이마트 몰이 자체적으로 배송하는 ‘당일배송’물량 비중도 확대될 전망이다. 보정센터 한 관계자는 “센터 건립으로 기존 26%에 불과했던 당일배송 비중이 55%까지 높아졌다”밝혔다. 이마트 몰은 올 하반기 김포에 제2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완공을 목표로 2020년까지 전국에 온라인 물류센터 20개를 확충할 계획이다.



신세계그룹이 온라인 유통 역량을 적극적으로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온라인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모바일 커머스의 확장으로 인해 스마트폰을 통해 장을 보는 소비자가 늘고있다”며 “식료품 같은 경우 그 날 주문한 것을 그날 받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식료품 당일배송에 대한 고객 니즈 증가는 필연적으로 유통업계의 ‘물류’역량강화를 촉발했다”고 말했다.



23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간한 ‘2015년 유통산업 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모바일쇼핑 매출액은 13조 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도 5조9000억 원 대비 120% 이상 급증한 규모다. 집계를 시작한 2011년 6000억 원과 비교하면 4년 사이 약 22배가량 성장한 규모다. 반면 백화점, 대형마트는 각각 전년 대비 1.6%, 3.4%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유통업계가 기존 오프라인 유통채널 이상으로 신 채널 발굴에 투자하기 시작한 것은 필연적인 결과였다.



신세계그룹이 온라인 물류센터를 강화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기존 오프라인 채널 강화만으로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 이마트몰은 크게 당일배송 서비스인 점포 예약배송을 포함한 업체택배, 업체직접배송 세 가지 방식으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업체택배는 택배사를 통한 외주, 업체직접배송은 판매자의 직접 배송이다. 점포예약배송은 각 점포별로 진행하는 자체 배송 서비스로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에 맞춰 당일, 혹은 익일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소비자의 결제 편의를 극대화한‘정기배송’서비스 또한 운영한다. 정기배송 서비스는 주기적으로 구매하는 상품들을 자동으로 결제하고 원하는 날짜에 배송하는 맞춤형 쇼핑 서비스다.



이 중 당일배송 서비스인 ‘점포예약배송’에 대한 소비자 반응은 꽤나 뜨겁다. 당일배송 서비스는 거의 항상 예약 마감되어, 예약을 서두르지 않으면 당일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마트몰 당일배송 서비스를 이용한 한 소비자는 “당일 배송 예약을 18:00~21:00 사이로 하고 ‘19시쯤 가져다 주시면 감사해요’라는 메모를 남겼는데, 퇴근 시간에 딱 맞춰서 동시에 상품이 도착했다”며 박스도 활용도가 높고 예뻐서 기분이 너무 좋다”고 밝혔다.



신세계그룹은 올해 온·오프라인 사업의 동시 경주를 위해 3조 35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전년도 대비 50% 이상 증가된 투자액으로 신세계 사상 최대 규모이다. 신세계는 투자금을 오프라인 복합쇼핑몰 및 이마트 온라인 사업 강화에 사용할 계획이다. 오프라인 복합쇼핑몰은 쇼핑시설과 식품, 문화시설이 결합된 새로운 유통업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를 “평소에 사람들의 일상과 함께하는 ‘문화’를 강조하는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의 철학과 관련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최대 계열사인 이마트는 모바일, 온라인 등 새로운 유통채널에 투자를 집중할 예정이다. 온라인 물류센터 구축 및 당일배송 역량 강화를 위한 노력도 계속될 예정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6000억원인 온라인 매출을 2020년까지 4조3000억 원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롯데그룹의 당일배송 ’, 당일배송을 넘어 ‘3 시간 이내 배송

롯데그룹 또한 신세계그룹과 마찬가지로 ‘당일배송’을 위한 일보전진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롯데그룹 계열 마트 롯데슈퍼는 서울시 서초구에 1024㎡ 규모의 온라인 전용센터인 ‘롯데프레시센터’와 기존 롯데슈퍼의 리뉴얼 사이트 ‘롯데프레시’를 오픈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기존 점포마다 달랐던 온라인 판매 상품을 한 사이트에서 지역 간 차이 없이 구매 가능하다.



롯데프레시센터는 서초구와 강남구 롯데슈퍼 21개점이 개별적으로 해오던 온라인 물류 서비스를 자체재고를 보유하여 통합 처리한다. 롯데프레시센터는 롯데프레시에 올라온 4200여 종의 상품 중 ‘당일배송상품’의 강남권 3시간 이내 배송을 지원한다. ‘당일배송상품’이란 롯데프레시 물류센터 혹은 지역 롯데슈퍼에서 직접 배송하는 상품으로 일부 산지직송, 협력업체 입점 상품을 제외한 상품이 당일배송 가능하다. 센터, 매장 인근 업체 제휴를 통해 일부 베이커리 및 반찬은 하루 4번에 걸친 제조 프로세스를 통해 갓 만든 신선한 상품을 배송한다. 만약 2만 원 이상 상품을 구매할 경우 배송비는 무료이다.



롯데슈퍼는 장차 롯데프레시센터를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사실 롯데슈퍼의 배송 서비스는 이마트 몰의 배송 서비스와 비슷하다. 배송시간 예약을 통한 정시성 확보가 가능하고 당일배송 서비스를 통한 신속성 또한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롯데슈퍼는 단순히 빠르고 정확한 배송 서비스 뿐 아니라 조금 더 고객의 세심한 부분까지 고려하는 전략을 통해 경쟁사와 차별화를 도모했다. 정원호 롯데슈퍼 상품총괄본부장은 “온라인 고객의 80% 이상이 여성 고객인 점을 고려해 여성 배송기사를 채용하고 친환경 전기배송차를 도입했다”고 밝혔다.



롯데프레시센터 개설 한 달여 만에 롯데슈퍼 매출은 28.5%, 고객 수는 20% 증가했다. 소비자 반응도 긍정적이다. 롯데프레시 당일배송 서비스를 이용한 한 고객은 블로그를 통해 “날씨가 추워 마트갈 엄두가 나지 않을 때 롯데슈퍼 인터넷쇼핑몰을 발견했다”며 “주소를 입력하면 근처 매장이 자동 설정된다. 내가 사려던 물건이 품절이면 다른 상품으로 대체할 수 있도록 전화도 주신다”고 롯데슈퍼의 세밀한 서비스에 감동했다는 후기를 남겼다.



롯데가 이렇게 당일배송 역량을 강화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의 당일배송 강화는 신동빈 회장이 강조하고 있는 ‘옴니채널’전략과 연계된다”며 “온라인, 모바일 채널과 오프라인 채널의 강점을 결합하기 위해선 ‘당일배송’은 필수적으로 보유해야 할 역량이다”라고 평했다.



롯데그룹은 올해 그룹 옴니채널 사업 경주를 위해 7조5000억 원 상당의 투자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옴니채널을 강조하고 있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롯데그룹 대홍기획 오성수 커뮤니케이션전략연구소장은 “롯데그룹은 내년 말까지 옴니채널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옴니채널 운영에 실패한 유통업체는 향후 1~2년 사이에 매출의 15~30%를 잃게 될 것”이라 말했다. 이는 3조 3500억원 규모의 사상 최대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경쟁 유통업체 신세계와 동일하다. 온라인·오프라인이 융합되는 경계, 옴니채널 안에서 두 유통공룡의 치열한 배달전쟁이 예고되고 있다.



쿠팡의 당일배송 ’, 감성배송을 넘어서

커머스 스타트업으로 국내 유일의 ‘유니콘 클럽’ 멤버인 쿠팡의 성장이 거세다. 쿠팡은 10년 창립 이후 4년 만에 160배 이상의 성장을 이륙했다. 13년 기준 쿠팡은 이미 연 누적매출액 1조 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2조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미국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이 주도한 투자사로부터 3억 달러 자금을 유치했다. 이에 앞서 미국 벤처캐피탈 세쿼이어 캐피탈로부터 1억 달러를 유치하여 지난해 쿠팡이 유치한 총 투자금은 4억 달러이다. 이를 통해 지난해 말 평가받은 쿠팡의 기업가치는 2조 7천억 원에 달한다.



쿠팡은 마치 과거 ‘아마존’이 걸었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커머스 기업임에 불구하고 ‘물류’분야에 상상도 못할 만큼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쿠팡은 경기, 인천, 대구 등에 7개 물류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커머스 업체 중 유일하게 ‘자체 배송’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유치한 투자금의 대부분을 물류 인프라 확충에 투자될 전망이다. 쿠팡은 2016년까지 현 7개 물류센터를 9~10개까지 확장, 운영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쿠팡이 자체배송 서비스인 ‘로켓배송’에 투자한 금액은 1천 500억 원에 달한다.



쿠팡 김범석 대표는 “쿠팡 로켓배송 서비스는 분명 적자이다”며 “그러나 쿠팡은 단기적인 시각으로 사업을 보지 않는다.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많은 금액을 투자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범석 대표에 따르면 쿠팡은 2012년 845억 매출에 14억 적자를, 2013년에는 1463억 매출에 42억의 적자를 기록했다.



이 또한 아마존의 행보와 같다. 아마존의 지난해 3분기 순손실 규모는 4억 3700만 달러로 이는 전년 대비 10배 이상 확대된 규모다. 동기 매출액은 205억 8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아마존 적자의 원인은 ‘과도한 투자’에 있다”주장했다. 아마존은 지난 4분기 순이익 2억1400만 달러로 실적을 회복했으나, 잦은 투자로 인해 연례행사처럼 적자를 기록하는 아마존이기에 이런 실적이 언제까지 유지될지는 예상하기 힘들다.



쿠팡은 올 상반기, 기존 익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던 ‘로켓배송’의 ‘2시간 이내 배송 서비스’를 시범시행 할 계획이다. ‘쿠팡맨의 감성배송’으로 화제를 모았던 로켓배송이 당일배송 사업으로 확장되는 것이다. 김범석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모든 상품을 2시간 안에 배송하는 것이다”라며 “궁극적으로 마트보다 많은 정말 다양한 상품을 언제든 주문할 수 있는 것이라 말했다.



로켓배송을 포함한 쿠팡의 2시간 배송은 아직 모두 테스트 단계이다. 때문에 시장 상황과 성과에 따라서 얼마든지 사업을 접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그러나 쿠팡의 당일배송은 필연적으로 기존 대형유통업체와 같은 시장에서 맞붙는다. 쿠팡의 로켓배송 품목은 신세계, 롯데 등 유통기업들의 주요 당일배송 품목인 ‘식품’, ‘생활용품’을포함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쿠팡의 당일배송 진출은 기존 유통업체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쿠팡은 이미 쿠팡맨의 ‘감성배송’을 통해 ‘어린 아이를 가진 20~30대 젊은 여성’이라는 충성 고객을 확보했다. 식품, 생필품의 주요 소비층인 주부들을 공략한 쿠팡의 당일배송 시장 진입은 역시 같은 계층을 핵심 소비자로 보유하고 있는 기존 유통업체의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 마치 쿠팡이 지난해 ‘로켓배송’을 통해 경쟁 오픈마켓의 시장 점유율을 뺏어온 것처럼 말이다.



쿠팡의 당일배송은 지난해 ‘로켓배송’과 마찬가지로 필연적으로 많은 비용을 동반할 것이다. 아직 시범 테스트 단계이기 때문에 언제든 사업을 접을 가능성 또한 존재한다. 그러나 쿠팡의 여태까지 모습을 봤을 때 쿠팡의 독특한 행보가 그렇게 쉽게 끝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적자에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신사업에 투자하려는 대표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이다. 이제 쿠팡은 감성배송 실험을 넘어서 ‘당일배송’시장에서 또 다른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엄지용 기자

흐름과 문화를 고민합니다. [기사제보= press@clomag.co.kr] (큐레이션 블로그 : 물류로 세상보기)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