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수는 ‘배달 현장’에서 만난다

美온.오프라인 유통공룡 ‘물류’전면전 돌입

 

글. 이영재 | 엄지용 기자



지난 2012년 월마트가 아마존의 태블릿PC ‘킨들(Kindle)’판매중단을 선언했다. 삼성과 애플의 태블릿은 지속해서 판매하고 있는 월마트가 아마존에 대한 대립각을 전면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오프라인으로 제품을 보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쇼루밍(Showrooming)’현장이 두드러지면서 아마존의 성장세가 뚜렷해졌다. 그런데 태블릿PC인 ’킨들 파이어‘는 단순한 전자책 기능뿐만 아니라 아마존 사이트를 통한 쇼핑기능도 제공한다. 월마트 매장 내에서 상품을 보고 킨들 파이어를 통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아마존에서 판매되고 있는 같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오프라인매장은 단순히 상품을 구경하는 통로로 활용되는데 그치기 때문에 월마트 입장에서는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온라인,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색해진 현 시대, 아마존은 이제 월마트의 직접적인 경쟁자가 됐다.



과거 월마트와 아마존은 각각 오프라인과 온라인 유통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온·오프라인 경계가 무색해지면서 월마트, 아마존 양사는 각자 상대방의 영역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월마트 2014년 연간 보고서(Walmart 2014 Annual Report)’에 따르면 “2014년 글로벌 온라인 구매시장이 전년도 대비 30% 증가하며 크게 성장했고, 이에 따라 온·오프라인을 통합시키는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게 됐다”밝혔다.



이를 위해서는 오프라인 배송시스템과 온라인 플랫폼 구축 모두가 필수적이다. 과거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 분야의 강자였고, 월마트는 오프라인 배송의 강자라 불렸으나 이런 말은 이제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다. 양사는 각자의 약점을 M&A;또는 신규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통해 상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양사는 온·오프라인 유통시장을 넘어 서로의 영역을 넘보면서 시장의 패권을 다투고 있다.



아마존의 ‘ 당일배송 ’, 오프라인의 경계를 넘어라

온라인 유통업체는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비해 유통채널 축소로 인한 저렴한 가격, 매장 규모에 구애받지 않는 상품 구색 측면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상품을 직접 보고, 만지고 체험하면서 구매를 할 수 없다는 점, 즉각적인 구매가 불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약점을 가진다. 때문에‘빠른 배송’역량 확보는 아마존이 오프라인 채널을 넘기 위해 필수적으로 거쳐야 되는 영역이다. 아마존이‘당일 배송’에 집착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아마존은 2007년 시애틀 아마존 본사 인근의 머서 아일랜드를 대상으로 ‘아마존프레시(AmazonFresh)’테스트 사업을 시작했고 2009년에는 업계 최초로 당일 배송 서비스를 도입했다. 아마존에서 판매하는 식료품들을 선택, 주문할 시 24시간 내로 배송하는 것이 그 골자다. 아마존은 당일배송을 위해서 웹 사이트에 ‘오전 10시까지 주문 옵션’,‘ 오후 주문 시 익일배송, 심야 배송 등 다양한 옵션을 추가, 운영하였다.



아마존프레시는 2013년 6월 LA, 샌프란시스코 지역으로 확대 운영되기 시작했으며 2014년에는 샌디에이고와 뉴욕 일부 지역까지 확대했다. 아마존은 향후 더 많은 지역으로 아마존프레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이다. 아마존은 지난해 8월 배송서비스 강화를 위해 미국 우정공사(USPS)와 협력해 샌프란시스코지역에 식료품 배달을 시행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택시 호출 앱 ‘플라이휠(Flywheel)을 활용한 택시를 통한 당일배송 서비스, 2020년까지 드론 배송 상용화 계획 등 당일배송 니즈를 해결하기 위한 신전략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최근 아마존은 온라인 당일배송을 넘어 오프라인 유통으로 직접진출을 선언했다. 아마존은 지난 2월 인디애나주 퍼듀대학교 내에 픽업, 드롭오프가 가능한 첫 번째 오프라인 매장을 열었다. 이는 온라인으로 구매한 상품을 직접 찾아가거나 반품할 수 있는 매장이다. 또한 아마존은 퍼듀 매장으로 구매상품을 배송할 경우 하루 만에 배송되는 무료서비스 또한 제공한다. 아마존은 장차 대학교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제 아마존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유통기업으로 진화했다. 온라인 쇼핑의 한계인 배송시간을 단축해 오프라인 업체와 직접 경쟁하겠다는 것이다. 프라이스 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2014 소매점 고객선호 조사(Top 10 favorite retailers)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유통업체는 아마존인 것으로 조사됐다. PwC는 지난 2월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유통업체들의 선호도를 조사했는데, 아마존은 약 52%의 선호도로 1위를 차지했다. 아마존의 뒤를 이어 월마트(41%), 타깃(29%), 콜스(14%), 이베이(13%) 순으로 선호도가 높았다. 설문 참여자들이 선호도를 평가한 기준으로는 첫째가 저렴한 가격, 둘째가 원하는 상품이 구비되어있는지 여부이다. 응답자의 68%는 쇼루밍(Showrooming), 73%는 웹루밍(web-rooming)1)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온·오프라인 유통채널 간 경계가 무너지고 있는 것을 증명한다.



월마트의 ‘ 당일배송 ’, 온라인의 경계를 넘어라

오프라인 유통의 대명사 월마트(Walmart)는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규모의 유통업체이다. 1962년 아칸소 주에서 작은 잡화점에서 시작한 월마트는 현재 미국 전역은 물론 세계 27개국에 1만 개 이상의 점포, 200만 명 이상의 종업원을 보유한 거대한 공룡이 되었다. 월마트는 식료품이나 생활용품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소비재를 취급하며 그 중 식료품 매출은 전체의 50%이상으로 매출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당일배송을 기반으로 한 아마존의 식료품 사업 진출은 월마트에게 큰 위협이 되었다. 09년 아마존프레시 당일배송 서비스 시행 이후 불과 1년 만인 10년, 월마트는 ‘월마트투고(Wal-mart To Go)’라는 이름의 식료품 배달 서비스를 캘리포니아 샌호제 지역에서 시범 시행했다. 이는 당일배송을 기반으로 한 배달 서비스로, 오전에 온라인으로 주문한 물건을 오후에 배달 시간을 정해 배달하는 서비스다. 이는 오전 주문·오후 배송, 오후 주문·익일 배송을 목표로 하는 아마존의 ‘아마존프레시’모델과 같다.



2012년 월마트는 해당 서비스를 북부 버지니아와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까지 확장했고 2013년에는 콜로라도주의 주도 덴버까지 확장, 운영 중이다. 월마트는 지난해 12월 “자사 당일배송 서비스가 전년 대비 70% 증가했다”고 밝혔다.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정체된 상황에서 월마트 의 온라인 투자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한 예로 월마트는 아메리카 온라인(AOL)과 같은 대형포탈과의 제휴를 통해 온라인 시장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월마트와 AOL의 제휴는 상대방의 강점을 이용해 서로간의 부족한 점을 보강하려는 차원에서 이루어졌다. 두 회사는 제휴를 통해 인터넷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서로의 고객을 공유함으로써 아마존에 대항하고 있다. 아메리카 온라인은 월마트의 고객을 끌어들여 가입자수를 늘렸고 이는 자연스럽게 트래픽 증가로 이어졌다. 월마트 또한 AOL 고객들을 월마트 온라인 쇼핑몰로 유입해 온라인쇼핑고객 증대를 도모하고 있다. 온라인, 오프라인의 선두주자인 두 기업의 제휴는 아마존의 오프라인시장진출과 맞물려 월마트와 아마존의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월마트는 기술 플랫폼과 네트워크 확장에도 더 많은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월마트는 “펜실베니아, 인디애나, 브라질 등지에 새로운 네트워크 시설을 세울 것이다”밝혔다. 올해 안으로 민첩한 플랫폼 ‘판게아(Pangea)’를 개발해 세계적인 수준의 통합고객 이력 확보 및 월마트 웹사이트의 속도, 유연성, 확장성을 위해 경주할 전망이다.



옴니채널의 시대 , 온 · 오프라인 유통공룡 전면전 돌입

아마존의 당일배송은 이제 식료품을 넘어 ‘아마존이 판매하는 모든 품목’으로 확장하고 있다. 아마존이 지난해 말부터 뉴욕 맨해튼에서 시범 서비스하고 있는 ‘아마존 프라임나우(Amazon Prime Now)’는 자전거 메신저를 통해 1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시험하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는 새롭게 태동한 배달 스타트업 ‘원원’, ‘포스트메이트’, ‘ 인스타카트’등의 빠른 배달 서비스를 견제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마존의 배송 서비스는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물기 시작했다. 온라인의 편의성과 오프라인의 신속성을 전부 갖춘 아마존의 확장은 전통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 월마트를 온라인으로 끌어들이는 동인이 되었다. 오프라인의 신속성만으로는 편의성까지 갖춘 아마존의 확장에 대응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제 아마존과 월마트는 같은 산업 안에서 경쟁하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막론한 옴니채널 유통, 자사 보유 웹플랫폼을 통한 빅 데이터 활용, 온오프라인을 넘어선 모바일 채널 유통은 이제 아마존, 월마트 양사에서 모두 관측할 수 있는 것들이다. 그리고‘당일배송’은 새로운 옴니채널 시장에서 전면전을 개시한 양사 모두 필수적으로 확보하기 원하는 핵심역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