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김철민 편집장
세계적 엘리베이터 회사인 오티스의 엘리베이터는 사업초기엔 무척 느렸습니다. 속도를 개선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기술, 돈이 필요했었죠. 그런데 이 문제를 한 여성 관리인이 간단히 풀었다고 합니다. 엘리베이터 안에 거울을 붙인 것이죠. 오티스는 더 빠른 엘리베이터를 만드는 대신 이용자들의 시간 감각을 바꿨습니다. 이런 혁신은 일상에서 흔히 보는 사소한 현상을 남다른 시각에서 바라본 관찰력 덕분에 가능했습니다. 실제 창조와 혁신은 천재적 인물들의 기막힌 통찰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 흔한 우리의 일상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관찰에서 비롯된다는 게 정설입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생각의 탄생>에서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과 미셀 루트번스타인은 위대한 창조가들의 특징으로 평범함을 심오함으로 만드는 능력을 꼽았습니다. 평범한 일에서 새로운 모티브를 찾아내는 탁월한 관찰력이 핵심이라는 것입니다.
우버, 인스타카트, 로디 등 최근 물류 스타트업들의 태동을 살펴보자면 이들의 업은 배송, 구매대행 등 별것 아닌듯한 서비스로 보입니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일상생활 속에서 불편했거나 귀찮았던 문제점을 아주 쉽게 해결하는 창조적 아이디어로 승부를 걸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B2C, B2B 물류 서비스 전 분야에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배송, 포장은 물론 창고 운영 등 다양한 분야에서 물류 스타트업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어떻게 하면 고객의 생활을 더욱 편리하고, 윤택하게 만들 것’이냐는 고민에서 시작됐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비즈니스에서 예리한 관찰력은 필수적입니다. 괴짜 경영자로 알려진 영국 버진그룹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첫 창업 아이템은 학생들을 상대로 잡지를 파는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학생들을 유심히 관찰해 보니 잡지를 사는 데는 돈을 별로 쓰지 않지만 음반을 사는 데는 아낌없이 돈을 쓴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 음반 할인매장을 찾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브랜슨 회장은 이에 착안하여 음반을 대량으로 구매해놓고 잡지에 음반을 할인 판매한다는 사실을 알리는 방식으로 사업의 초석을 다졌습니다. 애플이 ‘아이폰’을 만든 것도 소비자들이 점점 휴대전화로 많은 일을 하는 것을 관찰한 덕분이었고 삼성전자가‘갤럭시 노트’시리즈를 만든 것도 휴대전화와 수첩을 별도로 들고 다니는 소비자들의 행동을 관찰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고민하고 있는 수많은 비즈니스 문제들의 해답은 우리가 경험하는 평범한 일상에 대한 관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어제와 같은 일을 반복하는 한 발전은 불가능합니다. 일상에서 접하는 사소한 일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관찰력을 가진다면 누구라도 혁신가가 될 수 있습니다. 창의적 사고의 대가인 에드워드 드 보노의 말대로 창의성은 테니스처럼 얼마든지 배울 수 있습니다. ‘사람을 위한, 사람을 통한 혁신’을 무기로 전통적인 물류시장을 새롭게 재편하고 있는 물류 스타트업들의 사례를 통해 관찰의 기술에 대한 통찰력을 얻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