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상사 공시 통해 인수전 참여 공식화 첫 선언
당초 유력후보 LG CNS의 침묵…‘몸값 치솟나’
그룹사 물류 일원화 속 4세경영 승계 포석
인수예상가 6000억원→1조원 껑충
LG그룹의 계열사들이 과거 LG가의 방계 물류기업인 범한판토스 인수를 놓고 서로 경쟁에 나서는 형국이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LG상사는 6일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범한판토스 인수 추진과 관련해 자문사를 선정해 검토 중”이라며 “인수 추진여부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그 동안 업계에 떠돌던 LG가의 범한판토스 인수설에 대해 LG상사가 첫 공식화한 셈이다.
애초 관련업계는 범한판토스의 인수주체로 ㈜LG의 계열사인 LG CNS를 유력후보로 꼽았다. IT업체인 LG CNS를 통해 LG전자-정보통신, 화학 등 주력 계열사의 물류를 일원화(고도화)하지 않겠냐는 게 시장안팎의 관측이었다. 이에 대해 LG CNS 측은 범한판토스 인수설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태다.
◇ 인수주체 왜 바뀌었나
범한판토스 인수전에 나선 LG상사나, 유력후보로 물망에 오른 LG CNS는 표면상으로 볼 때에는 인수주체만 다를 뿐 모두 그룹의 물류사업 확대·일원화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LG상사의 주주현황을 살펴보면 물류사업 확대라는 포석과 더불어 ‘그룹내 4세 경영’을 본격화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현재 LG상사의 최대주주는 구본준 LG전자 부회장(3.01%)으로 구본길 희성전자 사장(2.68%), 구본무 LG그룹 회장(2.24%), 구광모 ㈜LG 시너지팀 부장(2.1%) 등이 4대주주이다. 여기서 구광모 부장은 LG그룹의 4세 경영인으로 평가되는 인물로 지난 7월에 LG상사의 지분을 늘리면서 안정적인 경영권 기반을 확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 부장은 4세들 중 지주회사인 ㈜LG의 지분을 가장 많이 소유한 인물로 LG상사의 지분을 추가 매입해 기존의 전자와 화학, IT에 상사 부문에 대한 지배력 또한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상사가 LG CNS와 더불어 범한판토스의 인수 유력후보로 나선 배경에 또 다른 이유가 있어 보이는 대목이다.
<표1. LG상사 오너가 지분 현황>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 3.01%
구본길 희성전자 사장 / 2.68%
구본무 LG그룹 회장 / 2.24%
구광모 ㈜LG 시너지팀 부장 / 2.1%
◇ 경영권 승계 포석, 삼성 따라하기(?)
이를 놓고, 물류업계 전문가들은 삼성에 이어 LG 등 대기업들이 물류사업을 확대하는 이유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삼성이 IT계열사인 삼성SDS에 물류시스템 개발, 유지보수, 해외 3PL 계약 등을 맡겨 물류사업 매출을 늘리는 등 그룹사의 물류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면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LG도 삼성과 비슷한 과정을 밟는 게 아니냐는 업계의 관측이다.
LG로서는 3PL(3자물류) 비중이 높은 범한판토스를 통해 그룹사 일감을 분산시킬 수 있고, LG전자 물류계열사인 하이로지스틱스(작년매출 5756억원)와 함께 글로벌 물류역량을 강화하는 등의 명분을 챙길 수 있다. 또 여기에 4세 경영권 승계라는 그림을 얹어 물류M&A;에 대한 실리도 취할 것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표2. ㈜LG계열사 현황>
화학, 전자-정보통신 중심의 제조업 부문
LG화학 / LG전자 / LG생활건강 / LG유플러스/ LG생명과학 / 데이콤 / LG MMA / LG CNS / LG MRO / LG상사 / LG에너지 등
◇ 범한판토스 표정관리 속 ‘속앓이’
LG가의 범한판토스 인수 소식에 해당업체인 범한판토스는 표정관리 속 ‘속앓이’를 하고 있어 마냥 좋아보이지는 않아 보인다.
범한판토스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몇년전부터 국내외 3자물류 확대 등을 통해 LG그룹 이외에 수많은 고객군을 확보한 입장에서 LG가로 다시 편입될 경우, 고객이탈이 예상돼 현 상황이 달갑지만은 않은 상태”라며 “해외 인프라 확보 등 투자 측면에서는 M&A;가 기회가 되겠지만 향후 2자물류 비중이 커지는 상황이 좋지 만은 않다”고 말했다.
범한판토스는 LG그룹 창업주 구인회 회장의 동생인 고(故) 구정회 씨 일가가 1977년에 세운 물류업체다. 현재 구정회 씨의 셋째아들 고 구자현 씨의 부인 조원희 회장과 아들 구본호 씨가 각각 50.86%와 46.14%의 지분을 나눠 갖고 있다.
범한판토스는 해운 및 항공화물운송주선업, 항공화물운송대리점업, 복합운송주선업, 창고보관업, 운송업 등을 영위하고 있다. 현재 이 회사가 운영 중인 LG가의 물량은 전체 60% 정도로 추정되며, 지난해 매출액은 2조417억원, 영업이익은 592억원을 기록했다. 자본총계 2503억원, 부채비율 159%, 순차입금 307억원으로 재무구조도 안정적이다.
한편, 금융권 등 재계에 따르면 범한판토스의 인수예상가는 애초 LG CNS가 검토 당시 6000억원 정도를 내다봤지만 LG상사가 나서면서 9000억원에서 1조원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표3. 범한판토스는 어떤 회사>
매출액 2조417억원 / 영업이익 592억원 / 자본총계 2503억원(2013년말 기준)
주요사업 / 항공, 해운, 육상, 보관 및 통관업
최대주주 / 조원희 회장(50.86%), 구본호(46.14%) 등
창업주 / 고 구정회 회장(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