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물류인 ‘산타’
by 김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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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C GRUPO'라는 한 물류기업의 광고 장면 (사진출처: TPC GRUPO)
하룻밤에 전 세계 20억 개 선물 동시 배달?
항공기 4만대, 택배차량 1천만대 동시 투입
일 200만건 처리?창고 1천여 곳?운영 필요
물류IT로 시스템 통제, 어질리티( agility)가 관건
“산타 할아버지는 하룻밤에 전 세계 20억 명의 아이들에게 어떻게 선물을 배달해요? 친구 말이 산타랑 썰매랑 루돌프랑 엉덩이에 불날 거래요. 요즘에는 산타 하시기 정말 힘들겠어요.”
영화 <아서 크리스마스>의 도입부 장면, 한 소녀가 산타에게 편지를 쓰면서 성탄절 선물로 보조 바퀴가 달린 분홍색 자전거를 받고 싶다고 이야기를 한다. 또 소녀는 정신없이 바쁜 산타가 격무(?)에 시달리지 않을까 걱정하며 “산타 할아버지 엉덩이에 불날 정도로 바쁘면, 제 선물은 안주셔도 되요.”라는 사랑스런 인사말도 잊지 않는다.
아이는 정말 궁금한 게 많다.
“산타가 북극에 산다면, 왜 인터넷 지도(구글맵)에 집이 안 뜨는지?”
“전 세계 아이들의 편지(주문접수)를 일일이 다 확인하는지?”
“매년 인구가 늘어나서 점점 더 큰 선물 자루(택배)로 바꾸는지?”
“세상에는 집이 백만 개도 넘는데, 어떻게 일일이 찾아(위치추적) 오는지?” 등등.
영화 <아서크리스마스> 중에서, 영국에 사는 그웬이라는 한 소녀가 산타에게 받고 싶은 선물을 적어 편지를 보내고 있다.
해마다 12월이 오면 아이들에게 가장 큰 관심사는 ‘산타와 선물’이다.
인터넷, TV 등 다양한 정보채널 속에서 살다보니 요즘 아이들은 초등학생만 되면 산타의 존재를 쉽게 불신하기 마련이다. 동화 같은 이야기에 아이들이 좀 더 순수해지기를 바라는 어른들의 마음을 비춰보면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언제나 설레인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1년 중 가장 기다려지는 날임에는 틀림이 없다. 왜일까? 바로 침대 위에 걸린 양말에 담길 ‘선물’ 때문이 아닐까.
아이처럼 궁금해졌다.
정말 산타가 있다면, 매년?12월 24일 단 하룻밤 만에 전 세계 20억 개의 선물을 단 한 개도 빠지지 않고 어떻게 배달할 수 있을까? 루돌프와 썰매는 각각 몇 마리와 몇 대가 필요하고, 선물을 포장하고, 분류하는 인력(엘프, 크리스마스 요정)과 창고 규모는 어느 정도가 필요할까?
KRINGLE 물류업체의 광고홍보물 (사진출처: 구글)
◈ 배달을 아웃소싱한다면(?)
물류산업 관점에서 보면 산타의 역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크리스마스 이브날 밤, 전 세계 20억 명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배송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화물기와 택배차량, 배송기사, 창고, 물류IT 등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우선 배송에 투입될 화물기, 차량 등 물류장비들을 가늠해보자.
구본현 대한항공 품목시장개발TF 부장은 “선물 한 개 당 평균 무게가 2kg으로 가정하면 1억 개에 20만톤인데, 이는 100톤이 탑재 가능한 B747 화물기가 2000대 정도가 소요된다”며 “총 20억 개의 선물을 배달하기 위해서는 화물기 4만대가 동시에 투입돼야 하는 규모”라고 말했다.
하룻밤 만에 전 세계 배송이 완료되기 위해서는 항공기 이용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렇다면 각국에 도착한 화물기에서 내린 20억 개의 선물들은 총 몇 대의 택배차량에 나눠 실어야 될까?
이승배 한진(택배) 홍보팀 팀장은 “차량 1대당 200개씩 선물을 싣더라도 전 세계 총 1000만대의 택배차량이 필요한 셈”이라며 “하룻밤 만(자정부터 해뜨기 전까지)에 모든 배송이 이뤄져야 된다는 전제 조건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이 보다 더 많은 인력과 차량이 동원돼야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는 택배 배송기사들이 건당 5분 정도의 배송시간(택배기사당 100건씩 배달)을 감안하면 총 2000만 대 이상의 차량과 배송인원이?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는 산타가 20억 개의 크리스마스 선물 배달을 위해 자체물류 보다는 전 세계 택배업체들에게 물류를 아웃소싱 해야 가능할 법한 초대형 운송 프로젝트라는 것이다.
영화 <아서크리스마스> 중에서, 에스원(S-1)이라 불리는 산타의 초대형 비행선, 이곳에는 최첨단 물류센터 기능이 탑재돼 있다.
◈ 산타의 작업장이 있다면 아마존 창고처럼
무엇보다 20억 개의 물량을 각 나라마다 적기에 배송하기 위해서는 대형?물류창고가 필요하다. 택배 허브터미널처럼 물품을 보관하고, 배송할 지역에 따라 분류할 수 있는 최첨단 자동 소터(Sorter)기를 보유해야 한다.
실제로 산타의 작업장이 존재한다면 마치 아마존의 물류창고와 흡사한 모습일 것이다. 거대하고 굉장히 잘 조직화된 물류센터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1일 200만건의 상품(무게 1천톤 이상)을 처리하는 아마존 물류창고를 예로 들 경우, 전 세계 항공허브 거점에 1000개 이상의 창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 세계 아이들의 소원들 담은?선물을 일일이 접수(상품주문)하고, 빈틈없는 재고관리와 최적화된 운송경로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최첨단 IT로 중무장한 물류통합시스템과 중앙관제시설을 보유해야 한다.
박용로 삼성SDS SCL(Supply Chain Logistics)사업부 수석은? “산타가 단 하룻밤에 전 세계 20억 개의 선물을 100% 배송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항공기, 차량 이외에도?스마트한 물류시스템을 갖춰야 할 것”이라며 “최적의 배송계획을 실시간으로 작성하는 계획능력을 바탕으로, RFID(전자태그), RTLS(실시간 위치추적 서비스), GNSS(위성항법장치) 등 물류IT 기술을 이용해 실시간 가시성을 제고하고,?배송 차질 및 기상이변 등 이상상황을 감지해 배송계획을 재수립하여 실행할 수 있는?기민한 대응 능력(Agility)을 확보해야만 한다”고 분석했다.
12월 24일 밤 12시부터 25일 이른 새벽 해뜨기 전까지.
전 세계 237개국, 20억 명의 아이들에게 선물을 배달해야 하는 지상 최대의?미션.
총 4만 여대의 화물기를 띄우고, 2000만대의 택배차량을 운행하고, 하루 200만건의 화물을 분류할 수 있는 물류창고 1000개 이상을 확보해야 하며,?이 모든 장비들을 일사분란하게 IT시스템으로 통제하는 산타.
그에게 특별한 마법(magic)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물류(logistics)’가 아닐까 싶다.
12월의 기적.
산타는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물류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