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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택배車, 교통사고 부른다

by 김철민 편집장

2014년 02월 09일

“CJ대한통운 등 화물차색상 어둡다”, 골목길 사고위험 노출

전국 3만여 대 운행…사고예방 등 기능적 디자인 고찰할 때
 
 
“군용 차량처럼 색상이 어두워 잘 보이지 않습니다. 밤중이나 비가 올 때는 더 보이지 않을 것 같아요.”
 
최근 CJ대한통운이 새롭게 선보인 택배(화물) 차량의 색상이 어둡다는 이유로 차량사고 유발 등 안전성 여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CJ대한통운은 택배 차량과 택배기사 유니폼의 새 디자인을 공개했다. 교체 대상은 차량 1만2000여 대와 택배기사 유니폼 1만2000여 벌로, 내년 말까지 순차적으로 교체할 예정이다.
 
새 택배 차량과 유니폼의 주색상은 진회색(무광)이다. 차량 앞과 옆에는 CJ 기업이미지(CI)와 기업명을 표기해 그룹과의 동질성을 강조했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고급스러운 느낌의 진회색을 통해 고객에게 신뢰감을 주고 다른 회사와 차별화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련됐다" vs "위험하다", 업계 안팎 갑론을박
 
CJ대한통운의 택배 차량에 대한 업계 등 외부의 반응은 ‘호불호(好不好)’가 갈렸다. CJ대한통운 임직원들 사이에서도 디자인에 대한 반응이 엇갈리고 있는 분위기다.
 
몇몇 택배업체 기사들은 “블랙색상이라 세련된 느낌이고, 먼지가 쌓여도 지저분해 보이지 않아 세차 등 차량관리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또 “색감이 주는 중후함 때문에 서비스에 대한 신뢰감이 엿보인다"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블랙이 주는 안정감과 중량감이 택배 서비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견해다.
 
반면 CJ대한통운 차량색상과 교통사고 위험에 대한 의견도 많았다. 일부 택배기사들은 “어둡다. 저녁 등 야간에는 잘 보이지 않아 주택가 운행시 차량사고 위험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무광 차량은 야간 운행 시 주변 조명, 차량 헤드라이트 등의 불빛을 흡수해 야간시계 저감 ?및 착시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 교통사고 위험이 더 높다는 게 일선 택배기사들의 의견이다.
 
특히, 최근 택배 관련 범죄가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택배 기사들이 착용하는 진회색 등 어두운 색상의 유니폼은 밝은 색 계통에 비해 소비자들에게 친근감을 주지 못할 것이란 우려를 표명했다.
 
교통사고 부르는 색상 따로 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자동차 색깔에 따라 차량 사고율이 다르다는 점이다.
 
실제로 군산대학교 공과대학 컴퓨터정보공학과 신성윤 교수 등이 집필한 논문 ‘자동차 사고와 색의 관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 색인 파랑, 녹색, 흰색, 빨강, 검정, 황색의 차량을 대상으로 색상별로 사고 내역을 조사해 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은 색부터 가장 낮은 색을 소개했다.

 

이중 사고율이 높은 색상은 파랑색으로 녹색, 회색, 흰색, 빨강, 검정, 밤색, 황금 순(표1 참조)으로 나타났다. 가장 안전한 색은 황금(노랑)색으로 어린이 유치원차량이나 스쿨버스 등이 노란색인 이유다.
표1. <자동차 사고와 색의 관계> / 출처: 군산대 신성윤 교수 외
 
신 교수는 “차량사고가 많고 적음은 색에서 진출색과 후퇴색의 차이에 있는데, CJ대한통운의 차량은 이 개념을 완전히 무너뜨린 색의 배치”라고 설명했다. 결국 차량사고 위험이 높다는 이야기다.
 
그는 또 사고예방을 위해서라도 “(CJ대한통운)차량에 밤색이나 황금색을 바탕색으로 활용(표2 참조)하는 것이 좋다”며 “진회색 계열의 무광 차량은 위장, 침투 등 군용으로 사용되지 일반적으로 잘 사용되지 않는 색상”이라고 조언했다. CJ대한통운 뿐만아니라 동부, KG옐로우캡 등 대부분의 택배차량도 배경과 배색이 잘 맞지 않는 궁합이라는 게 신 교수의 설명이다.
 
 
택배차 골목길 운행 잦아, 사고예방 필요
 
국토교통부와 한국통합물류협회 등에 따르면?현재 국내 택배 상위 10개 업체가 운행 중인 1.5톤(t) 미만 화물차량은 3만5000여 대로 추산된다. 이중 서울 등 수도권에 70% 이상이 운행되고 있다. 택배차량의 운행 특성상 배송을 위해 주택가 및 아파트 등 골목길 운행이 잦은 편이다.
 
이 때문에 최근 늘고 있는 택배차량의 차량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라도 업체 스스로가 차량 색상 등 기능적 디자인을 고찰해야 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DHL, FedEx 등 글로벌 물류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차량의 기능적 디자인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갖추고 있다는 점도 국내 택배업체들이 배울 점이다.
 
전 세계 고객들에게 노란색 화물차로 각인된 DHL 관계자는 “교통사고 예방은 물론 기업 친화적 이미지 등을 고려해 차량색상, 디자인 등을 고려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서비스 제공을 에너지 효율성이 높은 친환경적 차량 디자인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국내외 택배차량 색상 및 디자인>


김철민 편집장

Beyond me(dia), Beyond logist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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