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꼼한 장관님의 '약속'
지난 16일 군포복합물류터미널에 수십 명의 취재진이 몰렸다. 대형 화재나 화물연대 파업사태가 발생한 것도 아니다. 터미널개장 이래 가장 많은 기자들이 물류현장에 모인 이유가 뭘까 싶었다.
이날 군포터미널에는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56)이 방문했다. 구인난 속에서 인력난으로 허덕이는 물류현장을 찾은 것이다. 일상적인 방문이었지만, 그가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로 내정된 뒤여서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던 것이다.
박 장관은 고용부 장관으로서 마지막 일자리 현장을 점검했다. 공교롭게도 그 현장은 물류가?됐다. 그의 유명세로 찬밥신세였던 물류현장은 취재진의 관심대상이 됐고, 시선은 박 장관의 입에 고정됐다.
작업장을 둘러본 박 장관은 자리를 옮겨 관계자들과 간담회 자리를 열고 현장방문 이유를 설명했다.?"최근 물류인력 수급실태 조사 결과를 봤다. 국가경쟁력의 원천인 물류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물류 인력 양성 등 인적 자원에 투자가 필요하다. 현장에 나온 것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진정성이 있다."
업계 종사자만 55만 여명,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 없고, 내국인들도 기피하는 3D업종이 물류라는 사실을 박 장관은 잘 알고 있었다. 업계 현황을 꽤 잘 파악한 박 장관의 모습에 참석자들 모두 반가움을 표시했다.
그러나 박 장관의 발언은 곧 반격을 맞았다. 우체국택배가 화근이었다. 박 장관이 "인터넷의 발전에도 우편은 택배산업으로 발전해 많은 고용을 창출해내고 있다."고 말하자 택배사 한 관계자는 작정한 듯 불편한 심기를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공기업인 우체국택배와의 불공정경쟁으로 민간택배사들의 어려움이 많다."며 "정부가 민간 택배업계에 우체국택배만큼만 지원해 주면 된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우체국택배는 시내에 물류거점도 마련하고, 주정차단속도 면제해 주며, 인력이 부족한 성수기에는 공익요원도 지원해 준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우체국택배와 민간택배사는 똑같은 배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공기업과 민간업체라는 이유 하나로 서로 다른 법테두리(우체국택배-우편법, 민간택배-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에 있다. 이 때문에 민간택배사들은 매년 늘어나는 물량에도 불구하고, 화물차 증차와 더불어 관련 인력고용이 불가한 상태다.
박 장관은 업계 이런 건의사항을 수첩에 빼곡히 적어 넣으면서 "택배업계의 사정이 공정거래 측면에서 볼 때 어려움이 있겠다."며 "이 중 한두 가지라도 풀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외에도 2001년 이후, 유가는 2배 이상 올랐지만 운송비는 절반 이하로 떨어져 운송료 현실화가 무엇보다 시급해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마련도 주문했다.
박 장관은 평소 꼼꼼한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졌다. 그만큼 약속을 잘 지키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고용부 장관으로서 마지막 일자리 현장방문으로 물류현장을 찾은 것은 업계에 큰 행운이다.
우리 경제의 큰 그림을 그리는 기획재정부 박 장관 내정자가 업계 관계자들에게 건넨 약속은 분명 대한민국 물류산업의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