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이륜차에게 필요한 것, '공동화 기술' 그리고 '제도적 확장성'
전기이륜차 딜리버리는 과연 초소형삼륜차, 사륜차까지 품을 수 있을까?
글. 신승윤 기자
(가칭)한국전기이륜형자동차협회 설립 총회가 1월 23일 세종특별자치시에 위치한 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협회는 국내 전기이륜자동차 관련 업체 및 기관들이 모여 관련 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됐으며, 나아가 국제 교류를 통한 이모빌리티(e-Mobility) 산업의 도약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그들이 원하는 것
이날 총회에는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KEMA)와 함께 전기차 설비 및 컨설팅 업체 이빛컴퍼니, 배터리 업체 벡셀(Bexel), 오토바이 및 부품 업체 KR모터스, 바이크코리아 등 전기이륜차 산업 전반에서 활동 중인 40여 회원사 대표들이 함께했다.
▲ 이날 설립 총회에는 전기이륜차 관련 제조, 연구, 판매 등 다양한 업체들이 참석했다.
전기자동차 시장은 환경보호, 연료비 절약 등 국제적 이슈 가운데 꾸준히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전기이륜차는 대중교통이 해결할 수 없는 마이크로 단위 운송수단으로서 역할을 수행한다. 뿐만 아니라 우편, 퀵서비스, 음식배달로 대표되는 라스트마일 배송 등 새로운 생활물류 모빌리티로서 자리 잡을 것이라 기대된다.
관련해 한국전기이륜형자동차협회는 교육 및 세미나 등을 통해 전기이륜차와 관련된 지속적인 기술 및 제품개발에 힘쓸 것이라 밝혔다. 동시에 부품과 배터리 등에 대한 공용화 사업을 추진하여 국내 부품 산업을 육성하고, 공공이 아닌 민간차원의 전기이륜차 충전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과 국제화, 세계화를 이루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전기이륜차, '이륜차'로만 남을 것인가
실제 부품 및 배터리 기술의 발전과 표준화는 전기이륜차 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선도국으로 여겨지는 미국, 중국 등의 기술 모델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어야함과 동시에 아직까지 표준화되지 않은 제품 모델에 대한 연구와 논의도 필요하다. 관련해 법적 가이드라인 또한 재정비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전동킥보드는 전기이륜차, 즉 원동기로 분류돼 있으나 도로교통공단 운전면허 시스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참고기사: '전동킥보드'가 '전기자전거'를 꿈꾸게 된 사연). 또한 이륜차 중에서도 특수형태의 이륜차들은 그 법적 가이드라인이 다소 복잡하다. 국토교통부령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의 성능과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원형 핸들이 부착돼 있거나, 사륜형으로 구동되는 특수 이륜차는 오직 1인승으로만 운용가능하며 어떠한 수화물도 실을 수 없도록 정해두고 있다.
더불어 60볼트(V) 이상 출력의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이륜차는 해당 배터리를 교환(swap) 또는, 탈부착(rack) 형태로 운용 불가능하다. 기준에 따라 60볼트 이상의 고전원전압장치는 오직 공구나 특수 장비를 통해서만 해체 및 장착할 수 있도록 정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안전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수화물 등과 관련된 규제는 향후 전기이륜차가 배달 시장 등에 진출함에 있어 큰 제약이 된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우정사업본부 등 라스트마일 영역에서 적극 전기차를 도입하고 있는 지금, 보다 명확하면서도 효율적인 제도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에서 작년 말부터 연구를 시작해 올해 상반기 내 개정안이 나올 것이라 전망된다.
교환식 배터리가 주유소에?
대만에서 성공적으로 서비스 중인 ‘고고로(GOGORO)’의 전기이륜차는 앞서 언급한 교환 형식의 배터리를 사용한다. 때문에 배터리 교환소인 ‘고스테이션(GoStation)’을 활용해 충전 부담 없이 전기이륜차를 운행할 수 있다. 현재 고스테이션은 대만 내 주유소, 편의점 등 600여 개가 설치돼 있으며, 24시간 항시 운영된다.
▲ 고고로(GOGORO)의 전기이륜차. 배터리 장착 및 헬멧 수납 공간이 인상적이다.
▲ 고고로가 운영하는 고스테이션(GoStation). 언제든 완충된 배터리로 교체할 수 있다.
하일정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 사무국장은 "전기이륜차 운영에 있어 배터리 교환 시스템이 가장 효과적"이라며 "일상에서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며, 배달 등 업무용으로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충전에 들어가는 시간과 별개로 전기이륜차를 운용할 수 있다. 배터리 충전과 업무가 동시에 진행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기존 주유소를 운영 중인 국내 기업들 또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오랜 시간 내연기관 자동차들의 동반자였던 주유소들이 변신을 통해 전기자동차까지 품으려 하는 것"이라 말했다. 실제 SK에너지와 GS칼텍스는 주유소에서의 전기차 충전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와 더불어 전기이륜차, 전기자전거, 나아가 전동킥보드까지 각종 이모빌리티가 본격적인 시장진출을 앞두고 있다. 올해부터 전기화물차가 영업용 번호판을 달고 거리를 누빈다. 중국 모바이크(mobike)에 이어 국내에도 카카오모빌리티와 에스바이크가 오는 3월부터 전기자전거 공유서비스를 출시한다. 포드(Ford)가 전동킥보드 스타트업 스핀(Spin)을 인수했다는 소식이 들리는 한편, 강남 거리 곳곳에서도 킥고잉의 전동킥보드를 만날 수 있다. 떠오르는 이모빌리티 시장을 준비하며 국내 업체들의 협력, 그리고 보다 적합한 제도를 확립하기 위한 국가기관과의 꾸준한 소통이 필요한 때다.
참고기사
<전기 화물차 국내 도입은 실현될까, 박정민, 18.10.17>
<올 상반기 전기자전거 각축전.. 도로 나선 에스바이크의 공유모델은?, 19.0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