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킥보드 공유 플랫폼 올룰로의 '킥고잉'을 체험하다
자전거? 원동기? 전동킥보드는 '전기자전거'가 되고파
글. 신승윤 기자
최근 강남구 일대에서 자주 눈에 띄는 이동수단이 있다. 주로 레저용으로 여겨지던 ‘전동킥보드’가 출퇴근 시간의 중·단거리 이동수단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장으로부터 도보로 이동하기에 부담스러운 거리를 전동킥보드를 이용해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지하철 강남역 출구 앞에 나란히 주차돼 있는 전동킥보드들. 민트색의 동일한 스티커를 붙이고 있는 이 전동킥보드들은 개인 소유가 아닌 공유로서 제공되는, 올룰로의 ‘킥고잉(KICKGOING)’ 서비스다.
지난 9월부터 강남구 일대에서 시작한 킥고잉은 국내 최초의 전동킥보드 공유 플랫폼이다. 이동수단으로서의 전동킥보드를 목표로 하며, 대중교통이 닿을 수 없는 장소까지 크기가 작고, 조작이 간편한 전동킥보드를 통해 신속히 움직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킥고잉 전동킥보드는 시속 25km 내외로 달릴 수 있으며, 사용요금으로 기본 5분에 1,000 원, 이후에는 1분당 100 원을 부과한다.
▲전동킥보드마다 GPS가 부착돼 있어 앱을 통해 그 위치 및 잔여 배터리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동킥보드 사용을 위해서는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한 뒤, 계정 생성 및 요금결제용 카드를 등록해야 한다. 이후 전동킥보드마다 설치된 GPS를 통해 가까운 데 위치한 전동킥보드를 찾는다. 찾은 전동킥보드에는 핸들 상단마다 QR코드가 부착돼 있다. 대여하기 버튼을 누른 다음, 해당 QR코드를 스캔하면 모든 대여절차는 마무리 된다. 전동킥보드의 가속을 위해서는 발을 두세 번 굴러 일정 속도를 낸 뒤에 가속 레버를 당겨야한다. 반납은 킥고잉 지정 주차장에 주차 후 반납 버튼을 누르면 된다.
▲ QR코드 스캔으로 간단히 대여할 수 있다. 야간에는 라이트와 함께 운행가능하다.
주차, 충전 등 관리는 어떻게?
킥고잉의 주차장은 어떤 방식으로 설정돼 있는 것일까. 사실 이는 올룰로 측에서 직접 설정한 장소다. 전동킥보드가 도시미관을 헤치거나,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자체적으로 주차장을 지정, 서포터들을 고용해 관리하고 있다. 주차장에서 동떨어진 곳에 주차된 뒤, 일정 시간이 지나도 이용이 없는 전동킥보드는 서포터들이 수거해 주차장으로 다시 옮겨놓기도 한다.
▲ 앱을 통해 전동킥보드 주차장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올룰로 측은 “전동킥보드는 원동기로 분류돼 있기 때문에 자전거와 달리 시, 구 등 지자체와 협의할 수 있는 채널이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해당 내용을 서울시 스마트교통팀에 확인해본 결과 “킥고잉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는 사실은 알고 있다. 하지만 시 차원에서 관리 또는 규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이는 자전거의 영역만을 관리하는 지자체로서는 전동킥보드 공유 서비스에 대해 관여할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킥보드의 청소, 부품관리, 충전 또한 올룰로가 고용한 킥고잉 서포터를 통해 진행한다. 한편 미국의 전동킥보드 플랫폼 ‘버드’의 경우, 지역주민들이 주변 전동킥보드들을 모아 충전한 뒤 금전적 보상을 받는 형태로 관리하고 있다. 이 같은 모델을 도입할 수 없냐는 질문에 최영우 올룰로 대표는 “미국과 달리 국내에는 여러 대의 킥보드를 옮길 픽업트럭 보급률이 낮고, 개인 차고를 보유한 가정도 많지 않다. 때문에 이를 그대로 흉내 내기보다, 국내 상황에 맞는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현재는 전동킥보드 이용률이 낮은 심야 시간을 주로 활용해 충전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왜 강남인가?
올룰로가 사업 시작 지역으로 강남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최 대표는 “유동인구가 많은 강남이 서비스 사용률도 높고, 홍보효과도 높을 것이라 예상했다”며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이면도로(생활도로)가 많다는 점이다. 강남은 다양한 건물들 사이로 자동차, 이륜차, 자전거, 도보 등 모든 이동수단이 혼재할 수 있는 이면도로가 잘 발달돼 있다. 전동킥보드를 운행하기에 현재까지는 가장 좋은 환경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현재 원동기로 분류돼 있는 전동킥보드는 보행자 도로나 자전거 도로를 달릴 수 없다. 때문에 도로 환경이 우수한 신도시 등에 진출하는 것이 오히려 부담스럽다. 자전거 도로가 매우 발달해 있음에도, 그 위를 달리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킥고잉 주차장을 자체 운영하는 것, 첫 서비스 장소를 강남으로 선택한 것 모두 불법행위를 방지함과 동시에, 대중들에게 전동킥보드에 대한 좋은 인식을 심어주기 위함이다. 킥고잉은 합법적이며, 안전하고, 편리한 이동수단으로서의 전동킥보드를 목표로 한다. 질서가 최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원동기 면허 검사 절차?
원동기로 분류되는 전동킥보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원동기 장치자전거 면허가 필수다. 그러나 킥고잉 앱에서는 서비스 이용자의 면허보유 여부를 검사하지 않는다. 즉, 킥고잉 전동킥보드 이용자 중 무면허 이용자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관련해 최 대표는 “원동기 면허 보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앱 내 기능을 추가하려 했다. 그러나 절차상 불가능한 부분이었다. 결코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면허 보유 여부를 검사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킥고잉은 적법한 서비스 제공을 최우선으로 한다”고 답했다.
원동기 면허 보유 여부를 앱을 통해 정식으로 확인하기 위해서는 도로교통공단에서 제공하는 ‘운전면허 자동검증 시스템’과의 연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킥고잉 앱은 해당 시스템과의 연동 승인을 받지 못했다. 도로교통공단 측에서 이를 불허했기 때문이다. 그 이유에 대해 도로교통공단 관계자는 “전동킥보드의 경우 아직까지 관련 규정이 없다. 때문에 해당 시스템과의 연동 또한 즉시 이뤄지기 힘들다”고 답했다. 자전거도 아니고, 원동기 이륜차도 아닌, 전동킥보드는 여전히 소외된 존재다.
‘전기자전거’를 꿈꾸며
최 대표는 전동킥보드가 하루빨리 전기자전거로 분류되길 희망하고 있다. 그는 “최근 페달을 기반으로 하는 전기자전거의 자전거 도로 주행이 합법화 된 바 있다”며 “한편 이보다 크기가 작으며, 속도 제한 또한 확실한 전동킥보드는 여전히 원동기로 구분돼 자전거 도로 주행이 불가능하다. 결국 전동킥보드는 보행로도, 자전거 도로도 다닐 수 없으며, 차량용 도로에서까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올룰로 서포터들은 때때로 불법 2 인 탑승 및 어린 학생들의 무분별한 이용을 직접 제재하고 있다. 우리는 전동킥보드가 모든 시민에게 환영받는 모빌리티가 되길 바라며, 또한 전기자전거로서의 지위를 획득하길 희망하기 때문이다. 하여 시민 안전 및 합법적 서비스 운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전동킥보드는 빠른 이동, 도시미관, 전기를 사용한 에너지 절약, 공해방지 등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