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설창민의 벼랑끝 SCM] SCM(공급망관리)의 핵심, 숨겨진 비용을 찾아서

by 설창민

2019년 01월 03일

SCM의 핵심 '숨겨진 비용', 이는 무엇이며 왜 중요한가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에 주목하라, 세계가 주목하는 역설적 경쟁력

기업을 기업답게 만드는 'SCM 혁신', 피터 드러커가 남긴 통찰

 

 

글. 설창민 SCM 칼럼리스트

 

Idea in Brief

공급망 관리가 지향하는 바, 눈에 보이는 비용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 절감이 핵심이다. 그러나 이것이 괜히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겠는가. 그만큼 이를 발견하기도, 원인을 찾아내기도, 절감하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 있을까? 그저 원점으로 돌아가 재료비, 인건비 절감에 집중해야 할까? 아니다. 이미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은 숨겨진 비용(Hidden Cost)을 발견해 관리하는 것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생각만 해도 두통이 밀려오는 SCM, 그리고 숨겨진 비용 찾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을 기업답게 만드는 SCM 혁신을 위해 어떤 자세, 그리고 아이디어가 필요한지 확인해본다.

 

지난 기고에서는 SCM 혁신조직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혁신조직 구성원들끼리 자중지란이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목표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지 않으며, 그 목표와 각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를 맞추는 일에 소홀하기 때문이다. 특히 각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는 조직 간의 이해관계와 그 조직의 보고체계로 인해 큰 영향을 받는다. 때문에 바꾸는 것이 무척 어려우며, 그래서 혁신조직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것을 바꾸려 노력해야 하고, 최고경영진은 그것들을 변경하는 과단성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각 부서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전체 공급망 최적화의 관점에서 바꾸는 일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혁신조직을 만들어 수요예측을 잘 하고, 생산계획을 적절히 만들어 보려고 해도 눈앞의 매출증대는 수요예측과 생산계획 모두를 의미 없는 짓으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마찬가지로 규칙과 준법에 근거한 자재 구매와 계약에 의한 자재 입고 관리는 눈앞의 납품단가 인하 및 자재 인수 거부를 통한 재고 감소에 묻힌다. 공급망을 내 각종 계획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준정보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 숙련된 인력을 유지하려 하면 이번에는 눈앞의 인력 축소와 비숙련 인력으로의 교체를 통한 비용 절감에 묻힌다. 요컨대 근시안적 비용 절감이 공급망 최적화를 저해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SCM, 즉 공급망 관리 자체가 지향하는 것은 눈앞의 비용 절감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비용, Hidden Cost 절감이다. 예를 들어 재고를 줄이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지 물류부서와 SCM 부서에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한 상황이다. 물류부서는 폐기대상 재고를 다 폐기하고 양품이 아닌 재고를 양품화하거나 싸게 매각하며, 거래처 물류센터와의 사전협의를 통해 조기배송을 함으로써 재고를 줄일 것이다. SCM 부서는 정확한 판매예측을 통해 생산 및 출하하여 창고에 재고가 남지 않도록 하며, 생산 리드타임을 단축과 함께 공급업체의 보유 재고와 자재 재고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첨단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안전재고 확보기간을 줄여 버릴 것이다. 이것이 물류와 SCM의 극명한 차이다. 물류는 눈에 보이는 비용을 절감하고 SCM은 비용이 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비용 발생 가능성을 줄인다. 즉, SCM은 보이지 않는 비용을 줄인다.

 

‘SCM’과 ‘숨겨진 비용’ 절감, 가능하긴 해?

기존 경영학에서 Hidden Cost를 제법 공들여 가르치는 분야는 품질경영이다. 예컨대 재화나 서비스의 품질 관리에 실패해서 불량이 나타났을 때, 직접적인 비용은 자재 폐기비용, 재작업비용, 완제품 수율 손실, 품질보증 비용 등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크면서 보이지 않는 비용, 예를 들어 많은 직원들의 추가적 업무, 발생 원인을 밝히느라 들이는 시간과 노력(직원들 월급은 다 똑같이 주는데 무슨 비용이 또 발생하느냐 하겠지만, 추가적 업무로 인해 더 급하면서도 필수적인 업무를 못하는 것은 명백한 손실이자 비용이다), 다른 생산일정 및 판매일정 타격, 공급업체의 긴급 재생산 부담 등이 발생한다. 거래처의 신뢰 상실, 판매기회 상실, 브랜드 이미지 타격, 판매 못한 재고의 불용재고(Insolvency Stock)화는 아직 세지도 않았다. 이러한 Hidden Cost 발생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SCM은 부서 간 더 많은 사전 협의, 보다 정기적인 계획 재검토를 요구할 뿐이다. 이쯤 되면 SCM, 별거 아닌 것 같다.

 

90년대 처음 공급망 관리의 개념이 등장했을 때 우리가 느꼈던 혼란도 똑같았다. '전체 최적화를 통한 전체적인 비용 절감', 그리고 '재고가 많으면 현금이 흐르지 않고, 재고가 적으면 판매 기회를 상실하니 고객의 니즈를 잘 파악해서 결품도 재고도 안 생기게 하는 것'. 언뜻 보면 귀가 솔깃한데…. 생각해 보면 이보다 더 허황되고 뜬구름 잡는 소리도 없다. 뭔가 콕 집어서 특정 부분의 비용을 아끼겠다는 소리도 아니고, 고객의 니즈와 별개로 공급업체에 긴급생산을 요구해 결품 안 나게 하면 되고, 남은 건 싸게 팔아치워 버리면 재고도 안 생기는데 무슨 소리람?

 

솔직히 SCM 혁신을 통한 비용 절감과 이익 개선은 실패할 확률이 꽤 높다. 자재 공급업체 사정으로 '만들 만큼만' 자재를 납품할 수 없거나, 그만큼 조차도 공급할 수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애당초 수요예측 또한 정확도를 높인다는 것 자체가 눈앞의 비용 절감보다 훨씬 더 힘들다. 눈앞에서 판매 기회를 놓치고 나면 SCM 따위 정말 애완견 사료로 써버리고 싶어질 것이다. 가트너 SCM Top 25 기업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 7을 홀라당 태워먹고 장사 접을 거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SCM 해 봤자 좋아지는 거 하나도 없네.' 혹시 이러한 생각으로 이미 혁신을 포기한 것은 아닐까 우려된다.

 

글로벌 경쟁의 핵심 ‘숨겨진 비용’

아무리 어렵다 해도 숨겨진 비용,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이것이 전제되지 않으면 SCM은 불가능하며, 혁신조직 뿐 아니라 경영진 모두가 이를 분명히 공유해야 한다. 기업의 미래를 걱정하는 많은 이들이 중국과의 힘겨운 경쟁을 걱정한다. 벅찬 경쟁 속에서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제조원가는 아까도 얘기했듯이 재료비, 인건비, 경비로 구성된다. 재료비? 세계시장의 상품가격(Commodity Price)과 수량할인(Volume Discount) 때문에 일개 기업이 통제하기 어렵고, 핵심 재료의 경우 공급사가 제한적이어서 협상도 힘들다. 인건비? 최근 들어 급격하게 오르고 있지만 구매력 유지를 위해서는 내리라고 말할 수도 없다. 경비? 그건 지금도 열심히 아끼고 있다. 소고기 말고 무한리필 돼지고기 먹으면서 노래방도 안 간다. 물류비? 한때는 제3의 수익원이라 했건만 지금도 적재함이 너덜거리는, 감가상각 다 지난 낡은 트럭을 고치지도 못하고 쓰는 마당에 뭘 더 아끼라는 말일까?

 

단언컨대, 이제는 숨겨진 비용을 아낄 때가 왔다. 숨겨진 비용, 눈에 보이지 않는 비용이 기업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더 커져 가고 있으며, 점차 눈에 띄는 비용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만큼 숨겨진 비용을 아낀다는 것은 값싼 노동력을 배경으로 성장한 여타 국가들과 우리나라를 차별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다.

 

생산라인에서 불량을 발견하고 재작업을 한다고 해 보자. 눈에 보이는 인건비와 공장 운영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이미 생산계획은 한 치의 틈도 없이 촘촘하게 짜 놓았을 것이고, 셋업시간도 최소한으로 짜 놓았을 것이다. 그런데 재작업을 해야 한다면? 밀리는 생산계획과 이에 따른 거래처의 불만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납기를 못 맞출 경우 패널티를 부과하는 거래처가 있는데, 연구소와 영업부서 간 사전 협의 부족으로 예정된 시점에 신제품을 출시하지 못한다면 그로 인한 거래처의 불신은 패널티라는 눈에 보이는 비용으로 언제든지 나타날 것이다.

 

숨겨진 비용, 이제 ‘눈에 띈다’

알게 모르게 이미 우리는 숨겨진 비용, 즉 Hidden Cost를 생각하여 눈에 보이는 비용을 더 비싸게 지불하고 있다. 소확행이라는 트렌드가 생긴 데는 많은 슬픈 사연들이 있겠지만, 이제는 사람들이 불만족이라는 것을 숨겨진 비용으로 인식한다는 신호다. 아무리 두 마리에 만원하는 치킨이 있어도 맛없는 치킨을 먹었을 때의 불만족이 더 클 것 같아 비싼 치킨을 사먹는다.

 

지난 10월 10일 영국의 해운연구기관 클락슨리서치(Clarkson Research)에서는 9월 전 세계에서 발주한 252만 CGT(Compensated Gross Tonnage, 표준환산톤수) 중 한국 조선사들이 163만 CGT를 수주함으로써 세계시장의 65%를 석권했다고 발표했다. 2018년 통산 950만 CGT로 651만 CGT를 수주한 중국을 가볍게 제쳤다. CGT라는 단위에 주목하자. 선박 수주량을 단순히 무게로 보면 선박 건조에 들어가는 업무량을 알 수 없으므로 CGT는 고부가가치 선박일수록 일정 계수를 가지고 더 부풀린다. 미래 유망제품을 더 잘 만든다는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중국 조선소들이 요즘 상당히 어렵다고들 한다. 선박을 발주하는 선주들은 무엇보다 납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중국 조선소들이 납기를 못 맞추는 것은 물론 기술적으로도 품질 수준이 낮다고 한다.

 

선주 입장에서 납기와 선박의 기술적 안전성은 매우 중요하다. 대형 선박은 하루 유지비와 운임이 수천만 원씩 나간다. 납기가 늦는다는 것은 선주에게는 결정적인 사업 손실이다. 선박이 기술적으로 안정되지 못함으로 인해 해난사고라도 발생한다면 선주의 손실은 상상이 갈 것이다. 국내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내용 하나를 소개하면, 중국에서 20~30만 톤급 유조선 한척을 건조하면 한국에서 만든 것보다 8% 정도 더 무겁다고 한다. 무거우면 연료비가 더 든다. 눈앞의 비용절감을 생각하면 한국이나 일본보다 훨씬 싸게 건조하는 중국 조선소를 선택해야 하지만, 선주들은 납기와 기술력, 미래 유지비 면에서 더 큰 비용을 느끼고 기꺼이 한국 조선소를 선택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너무 늦었다고 자조하지 말자. 과거 필자가 우리나라는 역사적으로 혁신을 실현하기 힘든 환경이라고 했지만, 눈앞의 비용 절감에 매몰된 것은 전 세계가 똑같다.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는 따지고 보면 단가 355 달러짜리 배출가스 저감장치 달기 싫어서 그보다 값이 싼 배출가스 조작을 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BMW는 엔진에 배출가스를 재순환시키기 위한 흡기다기관을 비용절감 한답시고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물류부서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로 제품 수명주기, 물건의 크기와 단가, 영업부서의 수요예측 기간 등 모든 면에서 항공화물이어야 할 물건을 비용 절감을 위해 해상화물로 운반하자 너무나 쉽게 얘기한다. 요컨대 절대 늦지 않았다.

 

SCM, 기업을 기업답게 만들다

아직까지도 SCM과 숨겨진 비용을 찾아내는 일이 망설여진다면, 이제는 고인이 된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가 무려 1954년에 집필한 '경영의 실제(The Practice of Management)'를 읽어보자.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대, 기업 경영에 대한 피터 드러커의 생각은 아래 8 가지로 정리된다.

 

1. Management is a distinct and important function that determines the viability and success of the firm.

- 경영은 기업의 생존과 성공을 좌우하는 분명하고 중요한 기능이다

 

2. The managerial task, though amenable to scientific analysis, is practice-oriented. Management education enhances and sharpens managerial skills.

- 관리 업무는 과학적 분석을 따를 수는 있지만 실행 중심이다. 경영 교육은 관리기술을 향상시키고 다듬는다.

 

3. The managerial task combines creative and adaptive components.

- 관리 업무는 창의적인 부분과 적응적인 부분의 결합이다.

 

4. There are two entrepreneurial dimensions to management: marketing and innovation. Marketing focuses on identifying customers. Innovation centers on creating products, goods, systems, processes, and services. It also requires acquiring and honing the skills necessary to develop products, services, etc.

- 경영에는 마케팅과 혁신이라는 두 가지 기업가적 차원이 있다. 마케팅은 고객 식별에 중점을 둔다. 혁신은 제품, 상품, 시스템, 프로세스, 서비스 창출에 중심을 둔다. 또한 제품과 서비스 등을 고안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습득하고 연마해야 한다.

 

5. Managers should follow a systematic decision-making process that focuses on: defining the problem, developing alternatives, examining the merits and shortcomings of these alternatives, selecting the approach to be followed, implementation, and using feedback. ​

- 관리자는 문제 정의, 대안 개발, 대안의 장단점 검토, 따라야 할 접근법 선택, 실행, 피드백에 초점을 맞춘 체계적 의사결정 과정을 따라야 한다.

 

6. Managers are responsible for building the organization and integrating its different functions.

- 관리자는 조직을 구성하고 다양한 기능을 통합해야 한다.

 

7. Managers are responsible for developing and leading knowledgeable workers.

- 관리자는 지식 근로자를 육성하고 지도할 책임이 있다.

 

8. Integrity is the hallmark of managerial character. Along with integrity comes a sense of accountability.

- 완전무결은 경영자적 자질의 특징이다. 책임감이 완전무결함을 타고 온다.

 

출처 : "The Practice of Management": Reflections on Peter F. Drucker's Landmark Book , Shaker A. Zahra , The Academy of Management Executive (1993-2005), Vol. 17, No. 3 (Aug., 2003), pp. 16-23

 

2차 대전 종전 후 세계 곳곳에서 경제 호황을 누리던, 말 그대로 뭐든 만들기만 하면 팔리던 시절. 이 시기 기업 경영에서 창의와 혁신, 인재 육성, 조직 간 통합,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피터 드러커의 통찰이 놀랍다. 그렇다. 기업은 꾸준히 혁신해야 기업이고, 꾸준히 인재를 육성해 조직 간 통합을 관리해 나가야 기업인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더 이상의 혁신과 인재 육성, 조직 간 통합을 포기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이제는 숨겨진 비용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손댈 생각조차 못해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미 우리 경제는 숨겨진 비용을 찾아 원인을 제거하고, 이를 절감하기 위한 노력을 할 때가 왔다고 곳곳에서 신호를 보내고 있다. 그렇다면 SCM을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답은 분명하다. 반드시 해야 한다. 이번 기고는 경영진을 설득해야 할 사람들과, 설득당해야 할 경영진 모두를 위한 내용을 담았다. 어렵고 험한 SCM 혁신의 길로 갈 때, 분명 ‘SCM 아무것도 도움 안 된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이 등장할 것이다. 그 말에 절대 현혹되지 말자. 부디 앞만 보고 앞으로, 또 앞으로 나아가 주시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설창민

군 복무 전 우연히 하게 된 창고 알바를 계기로 물류에 입문, 아직 초심을 안 버리고 물류하고 살고 있는 평범한 직장인. 글을 쓸 때가 가장 행복해서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dcscully)를 운영하고 있고, 다양한 실무 경험으로 물류업계 종사자들의 삶과 애환을 독특한 시각과 필체로 써내려가는 것이 삶의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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