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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자의 물류 만난 덕후] '택배대란'에 휘말린 ‘피카츄’

by 신승윤 기자

2018년 11월 16일

글. 신승윤 기자

 

▲ 아쉽게도 이미 조기구매 예약 특전은 끝났습니다. (출처: 포켓몬 스토어)

 

어딨어, 피카츄!?

청천벽력 같았습니다. 혹시나 싶어 확인해보니, 11월 15일 사전 발송 예정이라 사전공지 한 닌텐도 스위치용 게임 <포켓몬스터 레츠고! 피카츄>는 여전히 상품 준비 중 상태였습니다. '대체 왜 내게 이런 일이'라는 생각도 잠시, 스멀스멀 짜증이 솟아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여러분은 덕후들의 마음을 모릅니다. 우리가 얼마나 긴 시간동안 새로운 피카츄를 기다렸는지, 여러분은 모릅니다.

 

11월 16일 정식발매 된 <포켓몬스터 레츠고! 피카츄>는 포켓몬 탄생 20주년을 맞이해… 아니, 이번 작품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등의 이야기는 그만두겠습니다. 조기구매 및 입금 날짜를 확인해보십시오. 10월 16일. 자그마치 한 달 전부터 구매를 마치고 기다려온 작품입니다. 게다가 조기구매 예약은 10월 5일부터 시작됐으니, 다수의 팬들은 총 6주의 시간을 기다린 것이죠. 16일 당시, 이미 조기구매 특전 중 일부는 매진상태였으니까요.

▲ 한 달을 기다렸습니다. 10월 16일부터 꼬박 한 달을.

 

때문에 덕후, 팬들, 고객들은 뿔이 날 수밖에 없습니다. 11월 15일에 일괄 발송하겠다는 포켓몬 공식 스토어의 말은 거짓이 돼버렸으니까요. 오랜 시간 기다려온 것도 억울한데, 배송 조회를 해보니 ‘상품 준비 중’, ‘결제완료’와 같은 메시지만 확인가능 하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그 결과, 포켓몬 스토어 게시판에는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환불요청과 함께 이런 메시지가 다수 보입니다. “이럴 거면 오프라인 매장이나 다운로드 콘텐츠로 구매했지!”

 

왜 '온라인 조기구매 예약'인가?

믿었던 공식 스토어마저 배신하니, 덕후 입장에선 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포켓몬 시리즈와 같은 인기 게임은 발매 당일 또는 그 이후 한동안 구매하고 싶어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 오프라인 매장마다 수요예측과 더불어 한정된 수량만을 취급할 수 있기 때문에, 고객들의 줄이 끝없이 길어진다면 끝내 빈손으로 돌아가야 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물론 게임팩이 아닌, 암호 코드를 구입한 뒤 게임기에 소프트웨어 콘텐츠를 다운로드 받는 형태로도 즐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덕후들이 원하는 것은 실물입니다. 케이스, 설명서, 팩, 게다가 조기구매 예약 시 주어지는 한정판 피규어…. 이렇게 게임 소프트웨어 보다는 실물을 가진 콘텐츠들이 중고 거래 시에도 매우 유용합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가치가 상승하기까지 하죠. 덕후들과 진성 팬들이 게임팩 구매에 집착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입니다.
 

믿었던 공식 스토어는 홈페이지 메인에 공지를 띄워둔 채, 고객센터 전화는 불통인 상태. 게시판마다 폭주하는 문의에 답변조차 없는 상태인지라 팬들의 답답함은 하늘을 찌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포켓몬 스토어에서는 제품을 발송하지 못한 것일까요? 또는 송장 등록에 시간이 걸려 확인이 불가능한 것일까요? 고객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저의 경우 아니었습니다. 제 피카츄와 특전 피규어는 지금 택배차량에 실려 배송되고 있거든요!

 

몬스터볼, 그 이름 ‘한진택배’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없다고 해서 덕후들은 쉽사리 포기하지 않습니다. 저 또한 배송 준비 중이란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만은 않았죠. 택배 위치를 알려주는 앱 ‘택배파인더’를 통해 발송여부를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포켓몬 스토어의 약속대로 15일 ‘한진택배’를 통해 배송을 시작한 상태였습니다. 이미 터미널에 도착해 배송기사님의 전달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였던 것이죠!


▲ 택배파인더(좌)와 한진택배(우) 앱을 통해 확인한 피카츄의 위치

 

참으로 다행입니다만, 아무래도 기존 수많은 피카츄들은 본래 ‘CJ대한통운’이란 몬스터볼에 담길 예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허나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 여러 택배사로 하여금 배송을 분담시킬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공지사항에 기록한 ‘배송 송장 등록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부분은 어떤 의미인지 모르겠습니다. 제 물건만 해도 이미 한진택배 측의 송장번호를 부여받아 배송이 진행되고 있으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배송 준비 상태라 공지한 것은 판매자인 포켓몬 스토어의 불찰인 것 같습니다.

 

피카츄 택배대란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고객들의 상품 배송과 관련된 문의가 게시판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오배송 관련 문의들까지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제품 수량이 부족하거나, 기존 선택한 특전 인형과 피규어가 아닌 다른 제품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 또한 아직 택배박스를 개봉해보지 못했기에, 과연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됩니다. 배송지연으로 인한 문의 폭주, 거기에 반품 또는 구매취소로 인한 역물류까지… 갈 길이 멀어 보이네요. 여전히 수많은 피카츄들이 택배대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승윤 기자


'물류'라는 연결고리 / 제보 : ssym232@clo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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