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좁은 국토, 공기업-민간 자투리땅 활용 ‘상생’
‘생산성↑ 비용↓’ 효율성 극대화…전국 11곳 운영
국토부, 내년 중 민자도로 부지 개발도 허용 검토
[이코노미세계] 비좁은 국토, 비싼 땅값. 최근 물류기업들이 택배터미널 등 물류센터 부지확보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국내 택배업계가 지난해 취급한 택배박스는 10억 개. 지난 2002년 4억 개보다 175%나 성장한 셈이다.
빠른 속도로 물량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택배업체들은 매년 15%씩 늘어나는 물량을 소화해낼 수 있는 분류장을 확보하기란 하늘에 별 따기다. 바로 수도권지역 물류시설 진입제한 등 문턱 높은 규제와 천정부지로 오른 땅값 때문이다.
이런 택배업계의 고민을 한방에 날려준 한국도로공사의 ‘고속도로 고가하부 사업개발’이 최근 주목을 끌고 있다. 이 사업은 공기업이 보유 중인 유휴 부지를 민간 기업이 장기간 임대해 이곳에 택배터미널 등을 세워 운영하는 것을 말한다.
도로공사가 이 아이디어를 내놓은 건 6년 전 일이다.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한 가까운 일본에서는 앞서 고가도로 노면 밑에 버스터미널, 백화점, 편의점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비좁은 국토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목적도 있었지만 도로공사는 보유 중인 자투리땅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에 골몰하던 중이었다.
◆ 전국 11곳, 10만5200㎡ 임대 =현재 도로공사는 고속도로 등 유료도로에 도로부지 및 시설이용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곳에는 주차장, 화물터미널, 화물차전용휴게소, 화물유통·보관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다.
▲ 한국도로공사 10호 고가하부터미널인 성남시 수정구에 위치한 CJ GLS 복정터미널(2,115㎡) 조감도. |
이중 CJ GLS가 인천, 성남, 부천, 평택, 강릉 등 도시주변 10곳에 도로공사가 보유 중인 10만5200㎡의 부지를 택배터미널과 물류창고로 활용 중이다. 이 회사는 향후 서해안선 화성(양노3교) 부근에도 2000㎡ 부지를 추가로 사용할 계획이다.
올 추석 전까지 현대로지엠도 인천시 계양구에 6456㎡ 부지를 임대해 택배터미널을 완공할 방침이다. 현대로지엠 관계자는 “(도로공사 고가하부가) 주변 수도권 일반부지에 비해 입지조건이 좋다”며 “임대료도 저렴한 편이라 택배사업자 입장에서는 비용절검을 통한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 물류부지 '숨통', 업계 "가뭄에 단비"= 도로공사 측은 3단계 사업이 끝나면 전국 총 17개교, 24개소에 택배 등 화물터미널이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공기업인 도로공사의 유휴 부지제공으로 민간기업인 택배업체들이 물류부지 확보에 숨통이 트인 셈이다. 가뜩이나 수익성 악화로 시달리던 업체들로서는 가뭄에 단비가 내린 것이다.
특히 물류업체들 입장에서는 저렴한 임대료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 임대료는 도로공사와 계약 전, 사용료 산출방식에 따라 미리 책정하는 구조다. 지역에 따라 임대료가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월매출액의 일정비율(입찰시 물류사업자 제안)에 따라 산정된다.
여기다 도로조명 사용료와 물류시설물 운영에 따른 전기료 등 운영비가 택배업체의 몫이지만 인근 수도권 창고를 임대하는 것 보다 훨씬 경제적이라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박정민 한국도로공사 사업개발부장은 “이번 사업의 핵심은 도로자산을 활용해 토지이용가치를 높이는 동시에 수익성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공기업과 민간기업 간 상생협력 모델을 만든 것도 의미 있는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 국토부, 민자고속道 활용 검토 =이런 중에 국토해양부는 도로공사뿐만 아니라 내년부터 민간사업자들이 만든 유료도로 시설물에 대해서도 임대 및 개발 사업을 허용하는 방안을 광역도시도로과에서 검토 중인 것으로 전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이 물류 부지에 대해서 부동산 개발(투자)의 개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공기업 등의 유휴 부지를 활용한 임차의 개념을 확대해 우리나라 물류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국내 택배업체 인프라사업 관련 실무자들에 따르면 대도시 인근 물류부지 적정 매입가를 3.3㎡(1평) 당 120만원 선 이하, 건축비는 130만원 선 이하로 내다봤다. 현재 수도권 주변 부동산 시세를 감안할 때, 물류업체들의 기대치는 현실과 먼 희망사항에 불과한 수치란 게 업계 대부분의 분석이다.
▲ 일본 고가도로 하부 활용사례. 맨위 왼쪽부터 터미널, 백화점, 상점, 편의점 순. |
김철민 기자 olle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