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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물류스타트업백서] 공유경제로 차세대 유니콘을 꿈꾸다

by 김정현 기자

2017년 12월 26일

라라무브

▲ 라라무브(Lalamove)의 개리 후이(Gary Hui) 공동창업자

 

아시아에서 공유경제 비즈니스 모델을 물류산업에 도입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2013년 물류업계의 우버(Uber)를 표방하며 등장한 홍콩 스타트업 고고밴(GogoVan)이 대표적이다. 고고밴은 올해 8월 홍콩 최초 유니콘 스타트업의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고고밴에 이어 차세대 유니콘 스타트업이 될 것으로 보이는 물류 스타트업이 있다. 고고밴이 서비스를 시작한 그 해에 서비스를 론칭한 공유경제 물류 스타트업 라라무브(Lalamove)다. 라라무브는 최근 1억 달러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가 수직 상승했다. 작년 매출액 규모 역시 1억 달러로, 사업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600%의 매출 성장률을 달성했다.

 

라라무브는 고고밴과 마찬가지로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을 차용함으로써 시장에 등장했다. 잠재 승객과 택시기사를 디지털로 연결하며 성공한 우버를 지켜보며 라라무브의 창업자 차오 싱 육(Chow Shing-yuk)은 우버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른 곳에도 적용할 수 있지 않을까 고민했다. 그러한 고민에서 탄생한 라라무브는 현재 서비스 지역을 홍콩 바깥으로 넓히면서 ‘성장곡선(Learning Curve)’을 그려가고 있다. 라라무브의 서비스가 갖는 장점은 무엇이고, 또 그들은 어떤 비전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라라무브의 개리 후이(Gary Hui) 공동창업자로부터 이야기를 들어봤다.

 

화물 콜센터를 디지털로

 

국내에서 퀵 서비스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보자. 우선 고객이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화물에 대해 설명한다. 그러면 상담원이 몇 시간 내로 이용 가능한 차량을 수배해서 알려준다고 한다. 홍콩도 국내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콜센터 시스템’이 화물운송시장에 자리 잡고 있었다. 화주가 배송을 의뢰하기 위해 콜센터에 전화를 걸면, 콜센터가 라디오 공지를 통해 주문에 적합한 배송기사를 찾아 화주와 연결해주는 것이다.

 

라라무브는 이러한 화물운송시장에 변화를 불어넣고자 한다. 차오 창업자는 “음성을 통한 주문 기술은 20년 전에 발명된 것이다”라며 “이제 디지털로 콜센터의 오더부터 최종 배송까지 이르는 일련의 과정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라라무브는 콜센터의 구조를 핸드폰 애플리케이션(Application)에 녹여내는 데 성공했다”고 강조했다. 즉 라라무브는 디지털 방식으로 화물운전자(드라이버)와 고객(화주)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라라무브는 디지털 기술과 ‘공유경제’ 시스템을 통해 드라이버와 화주 간의 통신 시간을 단축한다. 그러니까 라라무브는 운송수단을 직접 보유하지 않는다. 운송수단을 직접 보유하는 것이 자신들에게 맞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신 소유의 반대 개념인 ‘자원 공유’ 모델을 서비스에 도입하고 최대한 많은 드라이버 풀(Pool)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라라무브는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 고객의 수요를 즉각 만족시킴으로써 사용자 경험을 높여온 것이다.

 

어플

▲ 라라무브 어플 화면 예시

 

라라무브 플랫폼에서는 누구든 고객이 될 수 있다. 가령 라라무브 플랫폼은 유휴 차량을 사용해 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운송수단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차량을 플랫폼에 등록해 수입을 올리는 것이 가능하다. 이때 라라무브에 등록된 차량에는 라라무브의 로고가 붙게 된다. 라라무브의 플랫폼에 등록한 차량이라는 것을 식별하기 위해서다. 드라이버는 회사에서 정한 스케줄이 아니라 자신의 스케줄에 맞춰 일하며, 자신이 운송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되는 주문만을 수락한다. 그리고 라라무브는 이들이 얻는 운송비 중 일부를 수수료로 가져간다.

 

그렇다면 라라무브는 수천 명의 드라이버의 서비스 품질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 라라무브에 따르면, 그들은 드라이버의 훈련과 교육에 많은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다. 그 덕분에 많은 소비자들이 라라무브 하면 ‘전문적인 운전자로 구성된 플랫폼’이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또한 라라무브는 등급제 시스템을 통해 배송의 품질을 관리한다. 라라무브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드라이버들은 더 나은 등급을 받기 위해 서비스 품질 향상에 힘쓰게 된다.

 

라라무브

 

어떤 상품을? 누구에게?

 

라라무브의 서비스를 처음 접하는 고객들은 라라무브가 운반할 수 있는 화물의 종류가 매우 제한적인 것이라고 오해한다. 하지만 라라무브는 자체적으로 마련한 화물의 크기 및 무게 기준을 충족하는 모든 화물을 운송한다. 라라무브가 오토바이와 밴, 화물 트럭 등 다양한 운송수단을 공유경제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가령 오토바이는 긴급히 배달돼야 하는 서류와 같은 소형 화물이나 신선식품 배달에 사용된다. 특히 최근 들어 신선식품 배달 요구가 급증하고 있어 라라무브는 음식이 배달되는 동안 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절연 봉지 등 패키징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배달

▲ 토스티스(Toasties)와 협력해 샌드위치 배달서비스에 나섰다.)

 

한편 오토바이와 트럭의 중간 사이즈인 밴은 가구나 반려동물을 운송하는 데 사용된다. 반면 로리(Lorry) 트럭은 이삿짐이나 건축 자재 등 소형 운송수단이 다룰 수 없는 규모나 무게의 상품을 운송하는 데 쓰인다.

 

개리 창업자는 “라라무브는 빠르고 간단한 방법으로 고객의 모든 니즈를 만족시킨다”며 “덕분에 라라무브는 식품, 음료, 의류, 전자 산업 등 다양한 분야의 중소기업들에게 매우 중요한 물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라라무브의 운송 예약건 대부분은 정기적/산발적으로 상품을 운송해야 하는 중소기업에 의해 많이 발생한다. 물론 이들만 라라무브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것은 아니다. 갑자기 물량이 많아져 운송 차량이나 드라이버가 부족한 물류업체가 라라무브를 이용하는 경우도 있고, 많은 일반 소비자들도 음식 배달 등에 라라무브의 서비스를 활용한다.

 

다양한 소비자의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해 라라무브는 시스템 역량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대부분의 고객은 자동화된 시스템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개리 창업자는 “더 이상 소비자들은 운송장 번호를 조회해 사물의 현 위치를 파악하는 전통적인 트래킹코드 시스템을 선호하지 않는다”며 “시대가 변화하면서 소비자들도 온디맨드(On-demand) 리얼타임 트래킹 시스템을 더 찾는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라라무브는 디지털 시대에 발맞춰 실시간 트래킹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운송수단

▲ 라라무브의 운송수단. 오토바이, 밴, 로리 등으로 다양하다.

 

라라무브의 플랫폼은 다른 시스템과 연동될 수 있다는 장점도 갖는다. 대량 화물을 의뢰하는 기업은 POS에서 자동으로 주문건이 넘어가길 바란다. 그래야만 중간에 추가적인 인력과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제한된 시간 내에 많은 주문건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라무브가 고객에게 어필하는 또 다른 강점은 다양한 서비스다. 라라무브에 있어 모든 배달은 ‘긴급(Express)’이다. 라라무브의 대표적인 서비스인 ‘55분 안에 배달하는 당일 배송서비스’는 라라무브의 이러한 철학을 그대로 반영한다. 라라무브는 해당 서비스를 홍콩에서부터 다른 나라로까지 확장해 가고 있다. 일례로 라라무브는 올해 6월에 태국(방콕)에서 당일배송 서비스를 론칭했다. 태국 내에서 당일배송이 뜨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 빠르게 진출을 택한 것이다. 앞으로도 라라무브는 긴급 및 신속 배송서비스 제공 지역을 넓혀갈 예정이다.

 

국경을 넘어서 ‘유니콘’으로

 

라라무브는 홍콩에서 사업을 시작했지만 초창기부터 다른 국가로 진출할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특히 라라무브가 최근 집중하는 것은 동남아시아 시장 진출이다. 라라무브는 내년까지 해당 시장의 20개 도시에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라라무브가 세계 각국으로 진출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것은 ‘가격’이다. 라라무브는 진출한 모든 국가의 고객에게 완전히 투명한 가격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로 고객은 라라무브의 웹페이지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모든 가격 정보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투명한 가격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라라무브는 신규 시장에 진출하기 전 해당 국가의 화물 운송시장 생태를 파악하고 분석한다. 모든 국가 및 도시의 가격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가와 도시는 환경적 특성에 맞는 로컬 가격 구조를 가지고 있다. 개리 창업자는 “로컬 가격 구조를 이해하는 것에서 서비스 기획이 시작된다”며 “ 즉, 각국의 고객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 테이블을 구성하는 것이 서비스 진출의 첫 걸음이다”라고 강조했다.

 

가격뿐 아니라 법적 요소 역시 새로운 시장 진출 시 깐깐하게 따져봐야 하는 요소다. 라라무브는 합법적으로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진출하려는 국가의 공무원과 협력해 자신들의 서비스가 현지 법률 및 규정을 준수하는지를 확인한다. 개리 창업자는 “대부분의 법률과 규정이 현재 이뤄지고 있는 기업의 활동과 산업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며 “반면 공유경제 산업은 상대적으로 새로운 개념이기 때문에 회색영역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하지만 많은 국가가 신사업을 명확하게 규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라라무브는 정부와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회색영역을 줄여나가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라라무브는 진출하고자 하는 국가마다 다른 가격 구조와 법/규정에 맞게 서비스를 준비한다. 하지만 라라무브가 모든 국가에서 동일하게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있으니, 바로 ‘드라이버에 대한 이미지’다. 실제 라라무브는 모든 국가에서 ‘라라무브의 드라이버들은 전문적이고 세심하다’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으며, 이렇게 구축된 이미지는 라라무브만의 특별한 셀링 포인트가 되고 있다.

 

개리 창업자는 “우리는 그동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과도하다 싶을 만큼의 대규모 투자를 감행해왔다”며 “교육이 잘 돼 있지 않거나 불친절한 드라이버는 고객 불만을 야기하고, 이는 이커머스 업체 고객의 이탈로 충분히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라라무브가 라스트마일 드라이버에게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이유다.

 

성공적으로 글로벌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 라라무브는 현재 차세대 유니콘 후보로 언급된다. 라라무브는 몇 차례의 펀딩 라운드를 통해 현재까지 총 160백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라라무브는 투자금을 기술 개발과 신규 시장 진출에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라라무브는 기존 마켓을 견고하게 지키는 한편 마켓 리더로 성장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개리 창업자는 “라라무브는 진입장벽이 높기로 악명 높은 동남아시아와 중국의 물류 시장에서 가장 큰 온디맨드 스타트업으로 인정받고 있다”며 “우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배송을 빠르고 간편하게(Making deliveries fast and simple)’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또한 그는 “우리의 서비스는 아직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며 “아직도 무수히 많은 부분에서 개선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라라무브가 할 일은 여전히 많다”고 강조했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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