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수연 한국IBM 인공지능서비스 부문장(상무). 이날 행사에는 CJ대한통운 임직원을 비롯해 스타트업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인공지능이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과연 물류업계에서도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까? 지난 23일 인공지능을 주제로 열린 ‘CJ대한통운 지식포럼’에서는 이 질문을 푸는 데 도움이 될 만한 힌트들이 나왔다.
작년 알파고와 이세돌이 세기의 맞대결을 벌이면서 인공지능은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후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등의 IT 신기술을 활용해 기존의 산업을 전과 다른 방식으로 전환(Transformation)한다’는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이 대두되면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은 한층 더 뜨거워졌다.
인공지능은 자연어 처리, 이미지 자동 인식, 검색엔진 기술 등을 활용해 컴퓨터가 마치 사람처럼 사람의 언어를 이해하고, 생각하고, 학습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든 기술이다. 인공지능은 수많은 데이터 패턴을 분석하고 데이터를 쌓아두었다가, 외부에서 질문이 들어왔을 때 그에 대한 복수의 가설을 뽑아내고 그 가운데 무엇이 가장 적절한 대답인지를 판단한다. 또한 인공지능은 가설을 실제 환경에 적용했을 때 도출되는 결과를 토대로 또 다른 학습을 진행한다.
인공지능, 유통으로 흘러들다
산업 간 경계가 무너지고, 유통시장의 경쟁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치열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통업계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물리적 거점을 보유하지 않고도 사업을 전개할 수 있게 되면서 유통업의 경쟁력을 소프트웨어에서 찾고자 하는 유통사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대형 유통사가 인공지능 기술의 실체화 작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예를 들어 의류업체 노스페이스는 챗봇(Chat-bot) 사이트를 만들어 운영하며, 고객과 친밀감 있는 대화를 통해 개인 성향에 맞는 상품을 추천한다. 또한 IBM의 인공지능 시스템 ‘왓슨’을 도입한 일본 소프트뱅크사의 ‘페퍼’는 고객에게 상품의 위치를 알려줄 뿐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조건에 부합하는 상품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김수연 한국IBM 인공지능서비스 부문장(상무)은 “자사와 함께 다개년 로드맵을 구상한 고객사들의 (인공지능을 도입하는)의사결정은 무한경쟁 시대에서 촉발되는 생존에 대한 위기감에서 비롯됐다”며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사람이 표현하는 것에 대한 지식 기반을 쌓아놓으면, 3~4년 뒤에는 남들과 다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상무는 인공지능을 실제 기업환경에 적용하면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패턴이 기존과 달라질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최근 많은 기업이 도입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반의 챗봇은 24시간 상시 응대나 상대적으로 간단한 질문에 대한 응답을 하는 데 활용되며 고객만족도를 끌어올리고 있다.
김 상무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챗봇이 지금보다 더 진화하면 고객과 응대하는 과정 자체가 바뀔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대부분 콜센터가 가지고 있는 녹취본을 분석하여 고객이 주로 문의하는 내용, 콜센터 직원의 응대와 고객 만족도 간의 상관관계 등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업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인공지능이 물류에 뜬다면
▲ 최규웅 한국IBM 유통소비재부문 상무
그렇다면 물류업계에서는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최규웅 한국IBM 유통소비재부문 상무는 인공지능이 물류업계에서 할 수 있는 역할로 ‘택배기사의 비서’, ‘검품 고도화’, ‘비정형 데이터 추출’ 등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자연어 기능과 음성 인식 기능 등이 탑재된 인공지능은 택배차량의 배차시스템에 있는 배송정보, 운송장정보를 기반으로 택배기사에게 예상 배송완료 시간을 알려주거나 음성인식 기능을 활용해 중앙 시스템에 곧바로 배송완료 처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최 상무는 택배기사가 음성으로 인공지능 비서에게, 고객에게 도착 예정 문자를 전송하거나 자동으로 전화를 걸도록 지시할 수 있다면, 택배기사의 생산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한다.
둘째, 인공지능을 활용한 검품 고도화는 계약 물류와 관련돼 있다. 사전에 상품 불량 검색 기준을 정해놓으면 인공지능이 시각적 인식(Visual Recognition) 기능을 활용해 실제 상품을 스캔하면서 불량품을 판단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비정형 데이터 추출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비정형 데이터를 정형 데이터로 바꾸는 것을 말한다. 보통 물류업체는 수주 등을 위해 많은 제안서와 계약서를 작성한다. 이러한 서류는 회사의 기준에 맞게 일정한 포맷으로 표준화돼 있으나, 그 안에 적힌 콘텐츠는 검색하기 어려워 새로운 서류를 작성할 때 재활용하기 힘들다. 이때 제안서와 계약서를 업로드하면, 인공지능이 이러한 비정형 데이터를 정형화하고 이후에 검색 및 재활용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인공지능 도입을 위한 전제조건
이렇듯 인공지능은 잘만 활용되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서비스 차별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실제 물류업무에 적용된 사례는 국내외를 통틀어서 찾기 힘들다. 인공지능 기술이 각광받기 시작한 게 얼마 되지 않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여태 물류를 유통의 지원자 정보로만 생각한 게 더 큰 원인이다.
김 상무는 “산업의 경쟁력은 데이터에 기반한 통찰력에 있으며, 이는 물류업계에서도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그는 이와 함께 인공지능 도입 결정 과정에서 반드시 고려해야할 중요 조건으로 ▲풍부하고 충실한 비정형 및 정형 데이터의 확보 ▲작은 범위에서 시작하고, 효과를 확인한 후 확대 ▲인공지능 역할 내재화를 고려한 전담 조직 운영 등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