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이성일의 콜드체인로드]새벽배송엔 언제쯤 ‘새벽’이 올까

by 이성일

2017년 05월 29일

대리점방식부터 3PL과 결합한 방식까지, 새벽배송의 역사

부족한 신선식품 전문 3PL…갈 길 먼 새벽배송

새벽, 새벽배송

 

글. 이성일 마켓컬리 로지스틱스 리더

 

뜨는 새벽배송, 불붙은 원조논쟁

 

온라인 식품 커머스 사이에서 ‘새벽배송’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새벽배송의 ‘식품 친화적’ 특성 때문이다. 새벽배송은 식품의 품질을 유지하는 데 강점을 갖는다. 새벽은 외부 온도가 낮고, 교통 상황이 비교적 원활한 시간대다. 때문에 새벽을 이용하면 빠른 배송 및 당일 확정 배송이 가능해진다. 하루가 시작하는 시점에 당일 소비해야 하는 먹거리를 배달해주어, 고객 편의성을 높여주기도 한다.

 

과거 이유식 영역에서 주로 이뤄졌던 새벽배송은 이제 반찬, 가정간편식, 샐러드, 클렌즈주스 등으로 그 적용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마켓컬리’, ‘배민프레시’ 등 신선식품 스타트업이 등장하며 새벽배송 시장을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벽배송의 최초 시작은 어디인가에 대한 때 아닌 ‘원조논쟁’이 불거지기도 했다.

 

새벽배송은 그 기원을 찾아 반세기나 거슬러 올라가야 할 만큼 오래된 방식이다. 예컨대 택배를 이용해 식품을 배송하면 터미널 잔류로 인한 지연배송 등의 문제가 생길 우려가 있다. 뿐만 아니라 국내에는 식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3PL 업체가 전무해, 제조사나 유통사가 독자적으로 식품 배송 물류망을 구축해야 했다. 이러한 배경에서 새벽배송은 탄생했다.

 

그러면 새벽배송은 어떤 식으로 발전해 왔을까. 필자는 다음 세 유형으로 새벽배송의 발전이 이뤄졌다고 본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도록 하자.

 

① 대리점(지사) 방식의 새벽배송

 

대리점(지사)을 모집하여 물건을 배송하는 방식은 라스트마일 풀필먼트(Last-Mile Fulfillment, 이하 ‘LMF’) 단계에 투입되는 초기 투자비용을 줄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꼽힌다.

 

대리점이란 타인의 위탁을 받아 매매를 하는 도매상의 일종이다. 매매대행을 한다는 점에서 보통의 도매상과 비슷해 보이지만, 도매상이 자기 명의로 매매거래를 하는 것과 달리 대리점은 위탁자의 명의로 매매거래를 한다. 또한 대리점은 매매가격·매매방법·매매조건 등에 있어 위탁자의 엄중한 통제를 받는다. 따라서 대리점은 도매상에 비해 훨씬 적은 권한을 가지며, 위탁자에 대한 종속성이 강하다. 대리점은 단지 매매수수료를 받을 뿐이며, 매매의 결과로 생긴 손익은 위탁자에게 귀속된다.(두산백과)

 

이 방식에서 위탁자(제조사 혹은 유통사)는 대리점과 판매 위탁 계약을 맺고 대리점에 상품을 입고하며, 이후 LMF는 대리점이 책임진다. 따라서 위탁자는 별도의 설비 및 차량에 직접 투자를 하지 않고도 LMF를 처리할 수 있다. 즉 이 방법은 위탁자의 초기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시도해 봄직 하다.

 

특히 성장세가 가파른 기업은 추가적인 물류망을 구축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 이와 같은 경우, 대리점에 지불하는 수수료로 영업이익이 다소 감소하더라도, 이를 감안하고 대리점 체계를 운영하기도 한다.

 

이 방식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상품군으로 우유가 있다. 1937년 서울우유의 전신인 경성우유동업조합이 근처 가정집에 우유를 배달한 것이 그 시초이다. 이후 1962년 서울우유, 1964년 남양유업, 1967년 빙그레, 1969년 매일유업이 설립되어 새벽에 우유를 배송했다.

우유 주머니▲ 새벽배송의 전통 상품군인 우유. 우리가 기억하는 대문에 걸린 우유 주머니가 새벽 배송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이후 식품 B2C LMF에 영향을 주었다. 1997년부터 시작한 풀무원의 녹즙 배송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는 각각의 대리점에 일정 정도의 재고를 보유하고 주문이 발생하면 배송을 진행하는 방식으로서, 유통기한이 일정기간 이상인 제품의 취급만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다.

 

이후 1999년 이유식 업체 베베쿡이, 2002년 반찬 및 도시락 업체 명가아침이 등장하면서, 당일 처리해야 할 주문을 당일 생산하고 바로 배송하는 지금의 새벽배송과 유사한 시스템이 만들어졌다. 필자는 이를 꽤 혁신적인 사건으로 바라본다. 앞서 언급한 업체들 덕분에 당일 생산한 신선한 식품을 가정집에서 받아볼 수 있는 현재 물류모델의 기초가 마련되었기 때문이다.

 

② 생산자 직접배송 방식의 새벽배송

 

앞서 언급한 것처럼, 대리점을 통한 새벽배송은 판매 수수료가 발생해 위탁자의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직접 새벽배송을 하는 생산업체들이 생겨났다. 생산지 주변에서부터 새벽배송 가능 지역을 천천히 넓혀가는 것이다.

 

2001년 푸드케어가 등장해 온라인 이유식 시장을 넓혔고, 2005년에는 반찬 업체 더푸드가 등장했다. 특히 더푸드는 2015년 배민프레시에 인수되어, 현재 배민프레시에서 발생하는 물량의 핵심이 되고 있다.

 

2009년에는 다이어트 열풍에 힘입어 덴마크식 다이어트 식단과 간단한 아침 식사를 취급하는 에이엠푸드가 나타났다. 에이엠푸드의 사례는 조금 독특하다. 2002년부터 반찬업계 1위를 유지하던 명가아침의 서울 동북부 지사 대표가 그 경험을 살려 에이엠푸드를 설립, 새벽배송 서비스를 실시하고 그전까지 온라인으로 취급하지 않던 메뉴를 론칭하며 급격한 성장을 이뤄냈다.

 

2008년에는, 현재 온라인 반찬업계 1위를 달리는 더반찬이 등장했다. 더반찬은 설립 초기 택배 배송을 이용해 사업을 하였고, 2013년에는 덤앤더머스(현 배민프레시)에 새벽배송을 위탁했다. 그 뒤 2015년부터는 자체적으로 냉장설비를 갖춰 새벽배송을 했다. 그리고 지난해 7월 동원그룹이 더반찬을 약 300억 원에 인수함에 따라, 현재는 동원홈푸드가 더반찬을 운영하고 있다.

 

③ 3PL과 결합한 새벽배송

 

하지만 생산자가 직접 새벽배송을 하는 것도 쉽지 않다. 가령 서울·경기 지역에 새벽배송 LMF를 운영하려면 일정량 이상의 물동량이 확보되어야만 한다. 그런데 아직 규모가 크지 않은 새벽배송 시장에 많은 업체가 난립하여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독자적으로 물류망을 운영할 만큼의 물동량을 확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이에 따라 몇몇 업체는 근처에 비슷한 목적을 가진 다른 업체의 물량을 한 데 모아 배송을 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업체가 2005년 설립된 더푸드와 2011년 설립된 트루라이프이다.

 

물류에서는 물량이 모여야 효율성이 높아진다. 즉 규모의 경제가 작동한다. 3PL 물류의 발생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하지만 식품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3PL업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생산자가 모두 냉장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종종 배송과정 중에 상품 품질에 문제가 발생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상품 품질 손상에 대한 귀책여부를 명확히 하는 것도 어려웠다. 이러한 문제가 터져나온 때는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이 막 형성되던 시기였고, 이에 따라 혼란은 한동안 지속되었다.
 

그러던 중 2011년 초 신선식품을 전문적으로 배송대행하는 데일리쿨이 만들어졌다. 필자는 데일리쿨의 초반 사업 기획 등에 일부 참여하다 중반 이후부터는 운영을 맡게 되었다. 필자는 냉장차량에 대한 고객사의 니즈(Needs)를 충족시키기 위해 전체 차량의 80% 이상을 냉장차량으로 전환했다. 이는 꽤 의미 있는 일이었다. 새벽에 식품을 전문적으로 배송대행하는 3PL업체가 최초로 생긴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후 2015년 데일리쿨은 마켓컬리에 합류했고, 이는 현재 마켓컬리가 운영하는 샛별배송의 밑바탕이 되었다. 새벽배송의 역사 ▲ 연도별로 살펴보는 새벽배송의 흐름

 

한편 2011년 말 소설커머스로 사업을 시작한 덤앤더머스 역시 2012년부터 냉장차량을 도입해 새벽배송망을 구축하며 3PL 물류대행을 시작했다. 이후 덤앤더머스는 배달의민족에 인수되었고, 사명을 배민프레시로 교체했다.

 

새벽배송에 ‘새벽’이 올까

 

지금까지 새벽배송의 역사에 대해 살펴봤다. 국내 식품 물류와 새벽배송의 갈 길은 아직 멀다. 온라인 식품 시장의 급격한 성장과 함께 식품 물류에 대한 니즈도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온라인 식품 커머스가 대리점을 이용한 배송 혹은 직접 배송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 물류대행을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3PL업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주문마감 이후 입고, 분류, 배차, 배송, CS에 이르는 물류과정을 모두 직접 처리한다고 생각해보자. 여기서 발생하는 어마어마한 비용이 사업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소규모 업체는 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물류과정의 완성도를 필연적으로 포기하게 된다. 이는 고객 만족도 감소로 이어지고, 매출 확대의 장애물이 된다.

 

현재 식품 물류는 ‘상온 상품 물류’와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상온 상품의 경우, 국내 어느 택배사에 대행을 맡기더라도 전국 어디서나 다음날이면 상품을 받아볼 수 있다. 사업자가 조금만 노력하면 주문처리 프로세스(Order Fulfillment)를 대행해줄 3PL업체와 창고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사정이 얼마나 좋은지, 한국의 상온 상품 물류에는 FBA(Fulfillment by Amazon) 같은 서비스가 필요 없다는 시각이 있을 정도다.

 

이에 반해 식품 물류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많다. 하지만 부족함이 많다는 것은 곧 발전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마켓컬리에서는 이러한 시장 상황을 인지하고, 상품의 주문부터, 분류, 배송, 앱을 이용한 CS 처리까지 가능한 e-SCM을 자체 개발해 파트너사에 배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마켓컬리만의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 주문처리 프로세스, 샛별배송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 노하우를 활용해 보다 효율적인 배송대행과 효과적인 컨설팅이 가능하도록 끊임없는 실험을 하고 있다.

e-SCM: e-공급사슬관리.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총체적인 관점에서 공급 체인 상의 물자·정보·자금 등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출처: 네이버 New경제용어사전)

 

지금까지 반세기가 넘는 새벽배송의 역사를 살펴봤다. 자신들이 진짜 ‘원조’라고 외치는 수많은 장충동 족발집들처럼, 자신이 새벽배송의 원조임을 홍보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보다 중요한 것은 왜 긴 시간 동안 시장에 발전이 없었는지, 그 원인을 살피고 온라인 신선식품 생태계 전체의 혁신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새벽배송에도 새벽이 찾아오고 밝은 아침 햇살이 들까? 과연 어떤 기업이 혁신을 통해 유통과 물류의 경계를 무너뜨릴 것인지, 온라인 식품 물류 플랫폼으로 진화를 시도하고 성공을 이뤄낼지 궁금하다.



이성일

Logi(sti)c's Don Quixote 이성일의 페이스북
이메일: seongil.lee@kurlycorp.com




다음 읽을거리
추천 기사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