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항공운송으로 진행되는 신선란 수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3일 정부는 국무회의 의결을 통해 계란과 계란 가공품 관세율을 0%로 하는 할당관세 규정을 확정했다. 할당관세를 적용받는 1차 계란 수입량은 9만 8600톤이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서 정식으로 유통되는 수입산 신선란은 없다.(12일 현재) 지난 5일 대한항공을 통해 인천공항으로 반입된 뉴질랜드산 신선란 200kg은 검역불합격을 받았다. 또한, 12일 들어온 미국산 신선란 150kg은 품질 확인용으로 판매가 불가하다.
신선란의 국내 유통에 대해 사람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 중 하나가 ‘신선도’다. AI가 수그러들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과 뉴질랜드 등 먼 나라에서 온 수입 신선란의 품질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신선란은 식품이므로 포장부터 운반까지 일반 화물보다 까다롭게 취급된다. 포장의 경우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기준에 따라 계란판 사이에 완충제를 넣고 전용 케이스에 신선란을 담은 뒤 종이 테이프로 이를 묶어 고정한다.
항공사는 수입지 공항에서 전용 케이스에 담긴 상태로 신선란을 인도받는다. 이후 항공사는 자사의 철제 파레트를 이용해 케이스를 포장한 뒤 고정시킨다. 그리고 신선란은 화물 전용기나 여객기 화물칸에 실려 한국까지 운송된다.
가령 오는 14일 인천공항에 도착할 것으로 알려진 대한항공 보잉747 화물기의 경우, 약 160만 개(총 100톤)의 신선란을 단일 품목으로 운송한다. 화물 전용기 기내에는 온도를 조정할 수 있는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 적정온도(약 8~12도)로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이 대한항공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여객기의 공간은 승객이 타는 칸과 화물칸이 나뉘어져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여객기 화물칸에 실리는 신선란은 소량”이라며 “이때는 내부에 냉장 설비가 갖추어진 냉장 컨테이너를 활용해 적정 온도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온도 이외에 파손과 이로 인한 교차오염(Cross Contamination)에 대한 우려도 있다. 종이로 만들어진 케이스와 테이프로 포장하므로 1개의 신선란이 파손된다고 하더라도 장시간 비행 중 같은 상자 내부의 다른 계란까지 쉽게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측은 “사전에 자체적으로 적정 화물 무게, 공간 배치 활용 등과 관련된 실험을 해 파손 위험을 최소화한다”고 밝혔다.
또한, “사실 신선란을 패킹(Packing)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수입국 공항까지 신선란을 운송하는 쪽의 의무”라며 “자사의 경우 이미 패킹이 완료된 신선란을 나르는 것이기 때문에 일정온도를 유지하고, 파손을 대비해 패킹, 보관 등 각 단계의 귀책사유를 분명히 하는 데에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공항에 반입된 신선란은 공항 내 보세창고로 옮겨진 뒤, 다시 농림축산검역본부 검역시행장의 창고로 옮겨져 서류 검사와 현물 검사를 거친다.
농림축산본부의 검역에는 약 하루 정도가 소요된다. 검사 기간 동안의 신선란 보관에 대해 농림축산검역본부 측은 “모든 창고가 냉동 혹은 냉장 창고라서 검사 기간 동안 온도 조절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와 동시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신선란에 대한 미생물 검사와 같은 정밀 검사를 시행한다. 해당 부처는 본래 18일 정도가 걸리는 검사 시간을 8일 이내로 단축할 계획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대변인실은 “검사 시간 단축이 검사 과정을 생략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달갈의 경우 현재 상황에서 국내 수입이 처음이기 때문에 이에 맞춰 특별히 역량을 집중해 8일 이내로 검사를 완료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통관기간이 길어 이에 따른 신선도 하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통상적으로 수입국의 수출업체가 신선란을 집화해 반출하기까지 이틀, 항공운송으로 한국에 도착하기까지 이틀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국내 신선란 수입업체가 신선란을 인도받는 데에 8일이 소요된다. 그 뒤 수입 신선란이 수입업체를 포함 도매상을 거쳐 소매상이 도착하기까지는 적어도 이틀이 더 걸린다.
결국 신선란이 수입지에서 한국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기까지 최소 14일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냉장보관시 약 3~4주인 신선란(유정란 산란일 기준) 유통기한의 절반에 이르는 수치다. 신선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가가 물류비를 지원해 판매 가격을 낮추더라도 수입 신선란 가격을 어느 정도까지 낮출 수 있으며, 또한 신선도 이슈를 가진 수입 신선란에 대한 소비자의 구매의사가 존재할지 의문"이라 전했다.
한편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에 따르면, 현재 국내 신선란의 소비자가격은 개당 약 315원이다.(11일 기준) 수입 신선란은 국가로부터 항공료 50%를 지원받아 한 개에 약 300~310원 선으로 국내에 유통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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