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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1판 계란 대란으로 바라 본 안전한 밥상 물류

닭 생육기간 한 달, 단백질 공급망의 이해

by 김철민 편집장

2016년 12월 22일

롯데마트가 20일 계란 판매를 ‘1인 1판’(30개 기준)으로 제한한데 이어 업계 1위 이마트 역시 21일 전국 모든 점포에서 계란 판매 제한에 나섰습니다. 홈플러스도 지난 17일부터 이달에만 총 세 차례에 걸쳐 계란 가격을 15% 인상했는데, 조만간 이 업체도 판매 제한 조치에 동참할 것으로 보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1일까지 도살처분된 산란계는 전체 5분의1 규모인 약 1451만 3000마리로 추산됩니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 국민이 하루에 소비하는 계란의 80% 정도만 공급되고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때문에 계란값이 치솟고 있어 당장 코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 성수기부터 빵·과자 대란이 예상됩니다.  

 

실제로 계란 30개 1판의 소비자 가격은 6866원(21일, 특란 기준)이었는데, AI가 발생한 지난달 16일(5678원)보다 20.9% 올랐습니다. 동네빵집이나 식당을 운영하는 영세 자영업자들은 계란 비축분이 동이나 서민경제에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정부는 계란 대란의 우려로 수입 계란의 관세율(현행 27%)을 낮추고, 유통업체에 항공 운송비를 지원해 미국이나 캐나다 등지에서 항공편을 통한 계란 수입을 추진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애초에 AI 확산을 막지 못한 책임과 국민 세금으로 계란 대란을 막으려는 정부 정책의 꼼수에 국민 여론이 곱지 않습니다. 

 

가장 착한 단백질 공급원 ‘계란’


닭은 소, 돼지와 함께 우리나라 국민들의 대표적인 단백질 공급원입니다. 그 중에서도 서민들이 저렴한 가격에 부담없이 단백질을 채울 수 있는 식품이 바로 계란입니다.  

 

AI를 비롯해 과거 구제역(돼지)이나 광우병(소) 등 먹거리 파동이 터질 때마다 국민들의 안전한 밥상에 대한 불안감은 커지게 마련입니다. 이에 식품의약안전청 등 보건당국은 AI에 감염된 닭이나 오리라도 익혀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요. 정말 그럴까요?

 

이에 대해 유통업계도 과거 AI 사태 경험으로 국내 가금류 등의 검역체계가 크게 개선돼 국민들이 불안해할 만큼은 아니라고 합니다. 국내 축산물 검역시행장에서는 준공무원급인 수의사가 배치돼 조류독감 등에 걸린 닭, 오리의 유입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설명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닭’, ‘계란’ 맘놓고 먹어도 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정부가 국민들의 불안을 해소시킬 안전하고, 납득할만한 단백질 공급망 구축에 대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평가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AI 파동 때마다 농가는 물론 유통, 제빵업계 피해로 이어져 서민들의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며 “국민들의 안전하고, 경제적인 가금류 소비를 위한 국내 단백질 공급망(Protein Supply Chain) 시장에 대한 신뢰회복이 급선무”라고 말합니다.

 

결국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보건당국의 투명하면서 철저한 관리와 더불어 육가공 식품의 공급망 관리가 뒤따라야 이런 불안이 해소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다음은 육가공 유통전문가와 일문일답 형태로 닭, 돼지, 소고기 등 우리나라 국민들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의 유통, 물류 과정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 봤습니다.

 

 

"한 달이면 '닭' 생육 가능"

 

Q. 닭, 오리 등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주요 단백질 공급원입니다. AI로 인해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거운데, 국내 단백질 공급망(protein supply chain)에 대해 설명 부탁합니다.

 

A. 우리나라 국민들의 주요 단백질 섭취원은 소, 돼지, 닭 입니다. 이들은 생육 기간에 따라 각각 다른데요. 제조업 관점에서 제품생산에 필요한 '리드타임(Lead time)'이란 용어로 대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쉽게 말해 닭고기는 한 달이면 양육돼 시장판매가 가능하구요. 돼지고기는 6개월, 쇠고기는 최하 20개월에서 30개월이 소요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소고기는 시간 투자가 가장 많이 필요한 단백질 공급원이며, 돼지고기는 그보다 짧고, 닭고기는 리드타임이 훨씬 짧은 단백질 공급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AI, 구제역은 공급망 관점에서 비교하자면 일본 대지진 등 천재지변과 같은 리스크(Risk)로 비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생육기간이 한 달인 닭(AI)은 돼지(구제역)나 소(광우병)에 비해 복구가 빠르다고 볼 수 있을까요?
A. 그렇습니다. 닭은 한 달이면 복구가 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물론 동남아시아에서도 조류독감이 발생되면 짧은 시간 안에 닭, 오리 등을 폐기처분 합니다. 한 달 안에 입식을 해서 키우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막연한 불안감이 서민경제 위축 부채질”
Q. 닭과 계란은 소와 돼지에 비해 리드타임(생육기간)이 짧다고 했는데, AI처럼 공급망 관리에 영향을 미치는 교란요인이 발생하면 유통, 제빵 등 관련시장에는 어떤 영향이 미치나요?

A. AI는 물론 구제역 등 단백질 공급망 시장의 위험요소는 한 두가지가 아닙니다. 이런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해당 품목의 소비는 현저히 감소하게 되죠. 이렇게 되면 일단 원재료를 사용하는 식당 등 음식업체의 매출이 급감하게 됩니다. 이로 인해 창고에 보관돼 있는 육류가 재고로 남게 돼 수입업자들의 경우 주문량이 줄고, 수입에 필요한 국제물류 물동량도 대폭 감소됩니다. 
지난 2003년 12월에 발생한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사태만 하더라도 국내 물류시장에 미친 영향은 엄청 컸습니다. 실제로 국가가 수입중단을 선언했기 때문에 검역이 되질 않아 주문이 들어왔던 물량이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못했습니다. 이렇게 보관창고에 묶인 물량의 가치는 그야말로 '제로'가 됐고, 수입업자들은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됩니다.

 

“국민들 눈높이 맞춘 안전한 먹거리 공급망 구축 나서야”
Q. AI로 국민들의 먹거리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보건당국은 국민들이 익혀먹는 조리법을 지키고, 또 철저한 검역시스템으로 AI 감염체의 유통은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 설명하고 있는데, 전문가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A. 국내 검역체계나 유통시스템을 볼 때, AI에 감염된 닭이나 오리가 유통될 확률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국민들 입장에서 볼 때, 먹거리 불안을 해소시킬 안전한 공급망 구축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I, 구제역 등 먹거리 파동 때마다 농가는 물론 유통, 외식업계 피해로 이어져 서민들의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국민들이 안전하고, 경제적인 육류 소비를 할 수 있도록 국내 단백질 공급망 시장에 대한 신뢰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봅니다. 정부가 국내 단백질 공급망 시장 관점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안전하고, 경제적인 육류, 가금류를 공급할 수 있는가에 대해 충분히 연구하고 검토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김철민 편집장

Beyond me(dia), Beyond logistics
김철민의 SCL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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