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크로스보더의 숙제 가시성, 플랫폼이 출동한다면 어떨까

by 한승엽

2016년 12월 18일

- 직구의 오랜 숙제 "내가 구매한 상물은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 해상운송이 정시에 도착하지 못하는 세 가지 이유

- 데이터를 확보하는 세 가지 방법, 중요한 것은 '데이터'와 '플랫폼'

 

글. 한승엽 삼성SDS SL사업부 물류·SCM 컨설턴트

 

Idea in Brief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의 급성장과 함께 ‘이커머스 물류’의 동반 성장이 예측된다. 그러나 크로스보더 물류에도 큰 숙제는 존재한다. 바로 ‘가시성’이다. 현재 직구를 이용하는 전 세계 소비자들은 자신이 주문한 상품이 정확히 어떤 상태로, 어느 위치에 있는지 알기 어렵다. 이를 알기 어려운 것은 배송지연의 클레임을 감당하는 온라인 상품 판매자(Seller)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왜 국가간 운송에는 ‘배송지연’이 자주 발생할까? 혹여 이런 정보들을 사전에 파악하여 소비자에게 정보 제공이 가능하지는 않을까? 여기서 데이터에 기반한 ‘물류 플랫폼’의 역할이 빛날 수 있다.

 

온라인·모바일 거래의 빠른 성장과 함께 이커머스 물류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리서치사 테크나비오(TechNavio)에 따르면 2020년까지 이커머스 물류 시장은 연간 9.69% 성장할 전망이다. 이에 전 세계 이커머스 소비자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자국 전자 상거래를 넘어 해외 온라인 사이트를 통한 직접구매에 눈을 돌리고 있다.

주요국의 소매부분 이커머스 매출액

크로스보더의 부상, 가시성의 숙제

 

그런데 해외직구를 경험해 본 소비자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불편이 하나 있다. 바로 ‘배송 지연’이다.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자신이 구매한 상품이 지금 어디에 머물러 있는지 알기란 쉽지 않다. 일반적으로 배송대행지 사업자라 불리는 대행업체들은 소비자들에게 평균 배송 리드타임에 기반한 ‘배송 예정일’만 알려준다. 혹여 배송 예정일이 넘어가더라도 소비자들이 구체적인 지연 사유나 도착 예정시간을 아는 것은 매우 어렵다.

 

해외 판매자들 또한 직구 추세의 일반화로 인해 자국내 배송뿐만 아니라 해외 배송이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제품 배송현황에 대한 물류 가시성 정보가 충분하거나 정확하지 않은 경우가 많아 소비자들의 요구 사항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물류가시성은 비단 최종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B2C 거래에서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해외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상품이 대량으로 움직이는 B2B 거래에서는 그 중요성이 더욱 더 부각된다. 라스트마일 배송(Last Mile Delivery) 서비스에서 하루배송(One Day Delivery) 또는 두 시간 배송(Two Hours Delivery) 등 빠른 배송 서비스가 이커머스의 성공 요인으로 자리 잡은 지금, 원하는 상품이 적시에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풀필먼트센터(Fulfillment Center)에 입고되어 당일 배송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 역시 ‘물류 가시성’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불가한 일이다.

 

가시성의 숙제를 해결하는 ‘데이터’

 

물류 가시성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구매한 상품이 배송되는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 ‘빅데이터 분석’은 필수적이다. 빅데이터 분석은 크게 현황분석((Descriptive Analytics), 예측분석(Predictive Analytics), 처방분석(Prescriptive Analytics) 세 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 현황분석은 과거 및 현재 데이터를 바탕으로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단계다. 가령 특정 항구 주변의 선박 수나 현재 선박의 위치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이 단계에 속한다. 두 번째 예측분석은 과거, 현재에 발생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까운 미래를 추정하는 단계다. 예를 들어 아직 도착하지 않은 선박의 도착시간을 예측하거나, 지연상황을 파악하여 얼마나 지연될지 그 시간을 예측하는 단계다. 마지막 처방분석은 예측분석 모델을 실제 행했을 때 나타나는 여러 대안 중 최상의 대안을 제안하는 단계다. 단순히 한 선박이 이동하는 경로가 얼마나 지연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여러 경로의 도착시간을 예측하여 최적의 항로를 도출해내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이번 기고를 통해서는 빅데이터 분석의 두 번째 단계인 예측분석까지의 정보를 활용하여 물류가시성을 정의해보고자 한다.

 

왜 해상운송은 정시에 도착하지 못할까?

 

국경을 넘나드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물류에는 필연적으로 국제운송모드가 필요하다. 대표적인 두 가지 수단이 ‘항공운송’과 ‘해상운송’이다. 그러나 두 운송수단은 정확한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할 때가 있다. 특히 대량화물 운송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해상운송의 경우 정시 출발, 도착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항공운송에 비해 운송 지연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흔히 해상운송은 짧게는 2~3일, 길게는 한 달 이상의 리드타임이 발생한다. 왜일까.

 

해상운송 지연은 대부분 환적항에서의 적체(積滯)로 인해 발생한다. 환적항에서 적체가 발생하는 원인은 크게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항구의 최대 처리량보다 입항하는 선박수가 많을 때 발생한다. 실제 항구에서 컨테이너를 처리하는 동안 항구 주변에는 하역을 기다리는 선박들이 정박하게 된다. 이 과정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해상운송 지연을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IHS마리타임의 2015년 발표(IHS마리타임은 매달 자체 선박위치 확인 시스템으로 4703개의 선박항해 기록을 분석해 전 세계 항구의 정박지별 대기시간을 집계, 분석한다.)에 따르면 세계 10대 항만의 선박 한 척당 항만 정박지 평균 대기시간은 10.5시간으로 나타났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산항 4.5시간, 싱가포르 8.2시간, 홍콩은 5.5시간이다. 최장 평균 대기시간은 가오슝항으로 19.5시간으로 나타났다. 이를 통해 기본적으로 항만에서는 일정 시간 이상의 정박시간이 발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선박 대기시간

환적항에서 적체가 발생하는 두 번째 주요 원인은 운송업체의 파업 등으로 인한 선사의 운송 차질이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05년 7월에 캐나다 밴쿠버항 트럭 운전수들의 장기 파업으로 인해 선사들이 밴쿠버항 기항을 중단한 사태를 들 수 있다. 지난해 5월에도 미국 서부지역 로스엔젤레스항 및 롱비치항에서 파업이 발생하여 운송에 차질이 생겼다. 가장 최근 물류대란의 원인이 된 한진해운 사태 역시 9월 기준 약 40만 TEU의 화물운송 차질을 발생시켰다.

 

적체 발생의 세 번째 주요 원인은 기상 악화다. 해상운송은 운송모드 특성상 다른 어떤 운송수단보다 기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가령 지난 12년 10월 허리케인 샌디의 영향으로 미국 뉴저지와 뉴욕 지역의 모든 항만 선적 터미널이 문을 닫은 적이 있었다. 이 영향으로 항구로부터 이어지는 대부분의 철송 서비스가 중단됐고 운송지연이 속출했다. 2005년 9월에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남부지역을 강타하여 미시시피강 유역 항만이 일시적으로 폐쇄됐으며, 이로 인해 미국 농산물 수출 운송에 큰 지연을 초래했다.

 

가시성을 확보하는 세 가지 방법

 

해상운송 지연의 원인을 안 것까지는 좋다. 그렇다면 해상운송 지연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엄밀히 말해서 발생하지도 않은 운송지연을 100%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 차선의 방법은 존재한다. 만약 위험이 발생할 경우 그에 따라 변하는 선박 운항 상황을 파악, 분석하여 최적의 대체 운송경로를 채택, 운항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전 세계 수많은 항로, 선박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이 때 필요한 것이 빅데이터 분석이다. 최신 IT기술을 기반으로 축적된 정보를 이용해 경로 선택, 선박 운항 정보, 선박 운항 정보, 예상 지연시간 등을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사전 운송, 배송 지연에 대한 대처를 할 수 있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다.

해상운송 가시성 확보방법

빅데이터 분석을 위해서는 먼저 데이터를 수집할 필요가 있다.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데이터를 보이게 하고, 확보하는 것 즉 ‘가시성’이 필요하다. 해상운송에 있어 가시성 정보는 크게 3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실시간 선박 운항 정보다. 현재 자신의 선박과 화물이 어느 위치에 떠 있는지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이는 해상운송 담당 선박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 Automatic Identification System)’를 통해 파악 가능하다. 해운을 담당하는 모든 선박은 AIS를 통해 위치, 침로, 속력 등의 항해정보를 짧게는 2초, 길게는 3분마다 실시간으로 전송하는데, 이 정보를 통해 전 세계 해상에 떠있는 선박들을 추적할 수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선박 이상현상, 예를 들어 경로이탈, 급회전, 장기 정박 등의 상황도 파악할 수 있다.

 

둘째는 위험 및 예측 정보다. 가령 항해중인 선박은 항만 및 항로상에서 많은 위험 요소에 노출된다. 이런 불확실한 위험 요소들은 텐진항 화제와 같은 천재지변부터 파업/파산과 같은 이벤트 정보까지 다양하다. 현재 IT기술은 이러한 주변 위험 정보 및 운행 정보를 종합하여 예측 정보를 산출할 수 있다. 이러한 예측 정보는 선박이 정시에 도착할 확률과 선박의 도착 예정 시간 등을 나타낸다. 도착/지연 시간 예측 정보는 미래 가시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선사들의 업무 효율화에 큰 기여를 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셋째는 화물의 실시간 상태 정보다. 가령 특정 화물은 제품 품질 유지를 위해 운송중 컨테이너 내부의 상태가 중요한 경우가 있다. 이 때 컨테이너 내부의 온도, 위치, 습도, 진동, 공기량 등의 환경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다면 고객들의 물류 만족도는 자연히 증가할 수 있다. 또한 컨테이너 내부 상황이 변할시 고객이 정해놓은 조건에서 알람이 울리도록 설정하는 것 또한 화물의 실시간 정보 파악을 제공하는 중요한 기능이 될 수 있다.

 

가시성 구현을 위한 플랫폼의 역할

 

결국 해상운송 중에 발생하는 여러 위험요소는 운송, 예측 정보의 가시성 확보를 통해 사전에 방지 가능하다. 이제는 ‘가시성’을 실제로 구현하는 일만 남았다. 가시성을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단연 ‘플랫폼’이다. 인간의 힘만으로 해상운송 상황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동시 분석하는 것은 매우 오랜 시간과 번거로움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실제 전 세계에서는 하루 평균 100만 건의 AIS 선박 추적 데이터가 수신, 수집된다. 이에 더해 예측/위험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계절마다 변하는 선박 운항 패턴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최소 1년 이상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때문에 1년의 데이터를 이용한다고 가정한다고 해도 약 3억 6000만 건의 AIS 선박 추적 데이터를 수집하고 다뤄야하는 것이다.

 

이렇게 거대한 데이터는 기존 데이터 처리 및 분석에 주로 사용되는 DBMS(Data Base Management System)만으로는 원활하게 다루기 어렵다. 더욱이 여기에 기상 변화, 해운시황에 영향을 주는 뉴스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가 포함된다면 DBMS만으로 데이터 처리, 분석은 그야말로 불가능하다. 대량 데이터 분석을 위한 ‘빅데이터 플랫폼’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플랫폼으로 가시성을 확보한다면 어떤 시나리오가 발생할 수 있을까. 가령 화주들은 물류 플랫폼을 통해 환적 항구에서 화물이 선적되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를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계약을 맺은 보안업체에게 컨테이너 실시간 위치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고가의 화물 도난 발생 시 보안업체가 긴급 출동하는 방식으로 물품 도난을 방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실시간으로 제공되는 컨테이너 안의 화물 상태 정보를 파악하여 이상 상황 발생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수도 있게 된다.

 

설혹 해상운송중 텐진항 폭발과 같은 돌발상황이 발생하더라도 항구 주변의 위험(Risk) 정보를 바탕으로 항구의 혼잡도를 분석하고 항구별 예상 지연시간을 예측하여 물류 운영상 꼭 필요한 대체 항구를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운송중인 선박의 실시간 위치 정보 및 도착 예정 시간을 이용하여 화물운송이 지연될 경우 내륙운송 및 통관 스케줄을 미리 조정하여 최적의 환경에서 물류 운영이 가능하게 됨은 물론이다.

 

플랫폼이 만드는 가시성

 

삼성SDS 역시 위험 관제(Risk Monitoring) 기능을 탑제한 빅데이터 플랫폼인 ‘첼로’를 운영하고 있다. 첼로는 물류 위험 관제에 필요한 실시간 선박 트랙킹 정보 및 선박의 이상상황 발생시 알람 기능을 이용하여 예기치 않은 상황에서 찾아오는 위험을 관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기상 변화, 재해, 재난, 뉴스 등의 정보를 텍스트마이닝 분석을 통해 분별하여 실시간으로 다각화된 정보를 플랫폼 사용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첼로는 이번 한진해운 물류대란 발생 당시에도 각 국 항구에 한진해운 선박이 접안하지 못하고 외항에 떠 있거나, 운항 도중 회항하는 정보를 선제 파악함으로써 훨씬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고객대응을 할 수 있었다. 위험 관제와 관련된 정보들은 첼로의 오픈 플랫폼인 첼로스퀘어를 통해 업계 관계자들에게 무료로 공개하고 있기도 하다.

 

결국 빅데이터 플랫폼을 이용한다면 대용량의 AIS 데이터뿐만 아니라 날씨, 재해, 재난, 뉴스 정보까지 빠르게 저장하고 처리, 분석할 수 있다. 위험 관리를 위한 물류 플랫폼은 앞서 언급한 3가지 가시성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물류운송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피해를 최소화하고 고객 물류 효율을 극대화 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플랫폼 등장 이전 화주들은 배를 소유하고 있는 선주 또는 운항 주체인 선사들의 정보 제공에만 수동적으로 의존했었다. 그러나 물류 플랫폼을 통해 기존 수동적인 업무 방식에서 탈피하여 이커머스 거래를 하는 판매자, 구매자, 최종 소비자 또는 그들에게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3PL업체까지도 능동적으로 가시성 정보를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나날이 성장하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에서 가시성을 기반으로 한 물류 플랫폼의 역할이 갈수록 중요해 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한승엽

미국 퍼듀대학교 항공우주공학과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삼성SDS SL사업부 Cello ISE그룹에 재직하고 있다. 빅데이터, 머신러닝 분석을 활용한 수요예측 및 Risk Monitoring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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