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공급사슬의 변화 ROgistics 시대를 맞이하라

by 콘텐츠본부

2016년 02월 17일

 

 

로봇이 바꾸는 차세대 공급사슬

 

글. 김승환/김철민 기자

 

Idea in Brief

 

로봇이 제조업체 인력을 대체하기 시작한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초기비용을 감내할 수 있던 대규모 다국적 기업의 전유물이었던 로봇은 이제 중견기업의 생산라인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단순하고 힘든 일을 기피하는 청년층과 효율성과 인력난을 해소하는 솔루션으로 로봇이 톡톡한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로봇을 제조업뿐만 아니라 유통이나 물류 현장에서까지 쉽게 관찰할 수 있다. 이런 이유는 물류가 제조업과 마찬가지로 단순, 반복적인 일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힘들다’는 물류업 이미지 때문에 로봇이 유통물류시장에 등장한 것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공급사슬’ 자체가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기저에 놓여 있다. 이번호에서는 로봇과 공급사슬, 이 두 관계에 대해 알아봤다.

 

로봇개발이 한창이다. 군수용으로 사용되던 로봇이 최근 들어 민간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로봇이 민간영역에서 가장 먼저 상용화된 분야는 아마 제조업체의 생산라인일 것이다. 자동차, 전자기기 등 대부분의 다국적기업의 생산라인에 로봇이 투입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로봇이 물류업계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마존이 키바시스템즈를 2012년에 인수한지 벌써 4년이 지났다. 수천대가 넘는 키바 로봇이 아마존의 물류센터에서 인간이 할 일을 대신하고 있다. 또한 단순 물류창고에서 픽업용 로봇뿐만 아니라 배송용, 상하차용 로봇도 개발 중이며 앞으로 물류산업에서 로봇이 인력을 대체해 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로봇이 상용화되는 과정 중에 한켠에는 일자리 문제가 악화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있다. 제조업체의 생산라인에 로봇이 인간을 대체하면서 많은 생산직이 감축돼 온 것은 사실이다. 물류도 마찬가지다 현재 배송, 상?하차, 소팅 등 물류의 대부분의 영역에서 사람의 손을 적게 타는 분야는 매우 적다. 만약 이런 영역에서 로봇이 상용화된다면 제조업체가 걸어온 길을 걸을 수도 있다. 가령, 자율(무인)주행차량과 드론은 배송인력의 필요성을 감소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로봇이 효율성을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IBM 글로벌 비즈니스 서비스부서 부사장 폴 브로디(Paul Brody)는 “복잡한 공급사슬은 최근 들어 분해될 준비를 하고 있다”며 “이는 3D 프린팅, 로봇기술,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발전에 기인하고, 앞으로의 공급망은 보다 더 빠르고 작고 싸며 지역화 추세를 띌 것”이라고 말했다.

 

로봇 산업 리뷰(Robotics Business Review)에서 지난 9월 발표한 ‘차세대 공급 사슬 : 분산화, 디지털화, 로봇’의 내용 중 일부를 통해 공급사슬은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로봇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아보자.

 

 

Chapter.1

차세대 공급사슬

“빠르고 작고 싸게”

 

 

 

공급 사슬이 복잡한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원자재 업체부터 최종 소비자까지의 길목에 다양한 기업들이 관련돼 있고 공급자, 생산자, 소비자의 구조가 반복적인 형태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테슬라는 최종 소비자와 판매 대리점에게는 생산자이지만 테슬라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에게는 고객이다.

 

공급사슬에 관여하는 기업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구조는 더욱 복잡해 질 것이다. 그러나 공급사슬에서 수많은 기업들이 공통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있다. 바로 최종소비자가 실제로 구매하는 것이다. 이들은 최종소비자의 입맛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고객들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기업들이 추구하는 방향성은 크게 속도, 규모(세분화), 저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1) Speed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빠른 서비스를 원하고 있다. 과거에는 ‘누가 만들었냐’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누가 빨리 갖다 주느냐’가 핵심이다. 이는 사실 상 제조업체 간 품질이 거의 균등해졌고 품질로 차별화하기 힘들기 때문에 제품 이외의 부가서비스를 통해 고객을 창출하기 위한 전략이다. 물론 모든 제품군의 품질이 균등해졌다고 할 수 없다. 가령 전 세계 스마트폰의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와 애플의 아이폰은 확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류차별화는 고객의 소비를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전 세계 유통업계가 사활을 걸고 있는 배송전쟁이 좋은 예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의 유통업체 물류업체가 당일배송을 실현하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쿠팡은 최근 3시간 배송을 위해 빅데이터 기반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행하고 있으며, CJ대한통운도 당일배송을 올 11월 시작했으며 내년에는 수도권 3시간 배송을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의 이커머스를 주도하고 있는 아마존도 아마존 프라임 나우를 통해 일부 지역에서 2시간 배송을 시작하고 있고 2일 이내 배송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속도는 곧 리드타임을 의미한다. 물리학자이자 TOC이론을 주장한 엘리 골드렛은 그의 저서를 통해 성과를 창출하는 방법 중 하나는 ‘성과창출속도를 높이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TOC이론에서 성과가 창출되는 것은 소비자가 물건이나 서비스를 구매했을 때 창출되는 것이다. 이를위해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서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제약을 최대한 활용해 시간을 단축해야한다. 가령 수 만 가지의 제품군과 수 백만개의 제품을 보관하는 물류창고에서 고객들의 주문을 실시간으로 피킹하는 작업에서 효율적이지 못하다면 고객유실률이 높아질 것이다. 물류시설의 규모가 커지면 커질수록 이러한 문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2) Smaller

최근 기업들의 전략의 기저에 놓인 것은 리드타임 단축 즉 공급사슬의 가치창출속도의 개선이다. 아직까지 글로벌 공급사슬의 기본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해외생산(offshoring)은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물류업체가 가격을 최우선시 했던 과거에 사용되었던 방식이다. 해외생산은 과거에 혁신적인 모델이었을지 모르지만 고객의 입맛이 다각화된 현재에는 구식(Old fashion)으로 전락했다.

 

에릭 비욘욜프슨(Erik Brynjolfsoon)과 앤디 맥애프리(Andy McAfree)는 그들의 저서 ‘제2의 기계화 시대(The Second Machine Age)에서 “해외생산방식이 자동화로 가는 길목의 정거장일지라도 결국 무어의 법칙이 저임금을 압도할 것”이라고 저술했다. 무어의 법칙은 18개월마다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 높아진다는 것이다. ICT에서 사용됐던 용어가 어떻게 물류에 접목되기 시작했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3D프린팅, 로봇, ICT기술도 무어의 법칙을 따르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 세 기술이 주목받기 시작한지 수년이 지났다. ICT의 경우 상당한 발전을 거듭해 스마트폰, IoT, 그리고 디바이스 매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로봇과 3D프린팅 기술도 점점 가격성과 크기 효용성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 또한 이 기술들이 물류창고를 포함한 공급 사슬 전반에 침투하고 있다. IoT, 로봇 등을 사용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한 사례들이 속속히 보고되고 있다. 동일 공간 내에서 로봇 등을 도입해 집적율을 높임으로 가능한 것이다.

 

로봇뿐만 아니라 3D프린팅 기술도 물류규모를 축소하는데 한 몫 할 것으로 예상된다. 3D프린팅이 생산에서 온전히 상용화에 성공한다면 ‘보다 더 작게’를 달성하는데 있어 쉬울 것이다. 부품부터 완제품까지 3D프린팅으로 생산이 가능하게 되면 재고를 보유할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가령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 과거에 타이어부터 강판까지 다양한 형태의 재고가 필요했다면 미래에는 창고에서 디지털 파일을 통해 필요할 때 마다 즉각 생산해서 출하하면 물류창고의 규모도 작아질 것이다.

 

3) Cheaper

아직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소비자는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소비자의 입맛이 변했다는 것이 고급화 되었다는 걸 의미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와 물류업체가 배송속도를 높이기 위해 많은 비용을 투자하고 있지만 단가는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즉 서비스고도화와 동시에 단가관리도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할 수 있다.

 

 

고객의 니즈가 변화하면서 결국 물류업무를 종전보다 세분화 고도화를 될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한다면 단가 상승은 불가피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고객들은 이마저도 원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든 비용을 절감해야만 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흔히 사용되는 방법은 회전률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회전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인력을 늘려야한다. 이런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로봇의 도입이 대두되고 있다. 다소 높은 고정비용을 감내하더라도 장기적인 비용을 계산해보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다.

 

Chapter.2

Rogistics: Robot in Logistics

“기계를 넘어 로봇으로”

 

 

 

지금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의 수준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기업들의 대표적인 전략 3가지를 소개했다. 찰스다윈은 진화론을 통해 적자생존을 주장하면서 “가장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다,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고 주장했다. 즉 기업은 생존을 위해서 변화에 대한 반응능력을 키워야한다.

 

보스턴 컨설팅그룹(BCG)에 의하면 2016년에는 약 30억 명의 인구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이 중 75%가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이용해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이런 증가추세로 G-20지역에 인터넷산업 규모가 4.2조달러 규모에 다다를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이 중 10%는 소비자가 지금 있는 자리에서 필요한 때 필요한 것을 주문할 수 있는 이커머스가 차지할 것이라고 바라보고 있다. 때문에 더 이상 종래의 공급 사슬에 안주해서는 생존할 수 없을 것이다. 아직까지 로봇이 물류산업 전면에 드러나지는 않고 있지만 몇몇 얼리어답터 기업(아마존, 스케쳐스)은 자동화 시대의 문을 열고 있다.

 

1) 아마존

“유통공룡의 로봇산업 진출”

아마존만큼 본업을 지원하기 위한 부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기업은 없을 것이다. 작년 아마존이 자신 있게 내놓은 것을 하나 뽑으라 한다면 고민 없이 드론이라고 말하고 싶다. 드론도 로봇의 일종으로써 아마존의 배송업무를 인간이 아닌 기계, 즉 로봇이 대신한다는 점에서 의미하는 바가 크다. 드론배송은 아직 초기단계라 정확한 평가를 아직 내릴 수는 없다. 업계도 아직까지 드론배송을 ‘시장성이 없다’, ‘미래 라스트마일 배송의 모습이다.’로 의견이 분분하다.

 

사실 아마존은 오래 전부터 로봇에 관심 있게 지켜봤고 뛰어들었다. 아마존이 최초로 상용화 한 로봇은 키바 웨어하우스 로봇(Kiva Robot)이다. 아마존은 작년에 미국 내 전통 유통강자였던 월마트의 시가총액을 능가했으며 미국과 세계적인 전자상거래를 좌지우지하는 유통공룡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프라임, 프라임나우, 플랙스 서비스를 차차 개시하면서 물류창고 내 픽업과 포장 등의 업무가 복잡해졌다. 어떻게 보면 아마존 물류센터의 업무강도가 지나치다는 의견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를 해결하고 물류최적화를 위해 아마존은 2012년 배송센터에 로봇을 배치하기 위해 약 7억 7500억 달러를 투자해 키바시스템을 인수했다.

 

아마존은 현재 전 세계에 109곳에 달하는 배송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 중 10곳에 약 15000대의 키바를 도입했다. 키바를 도입하기 이전에 화물을 픽업하기 위해 직원이 일일이 선반형 창고를 돌아다니며 바코드를 통해 제품을 인식하고 픽업을 했다. 창고의 크기에 따라 상이하겠지만 종전의 배송센터 직원은 픽업작업 때문에 하루당 수십Km를 걸어왔다. 하지만 키바는 최대 320kg가량의 선반을 들어 올려 최대시속 6km로 포장장소까지 대신 운반해준다. 선반의 밑에서 선반을 운반한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 기존에 차량이나 수작업으로 피킹을 하기 위해서는 장비와 직원이 움직일 수 있는 통로를 확보했어야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여유 공간을 확보할 필요가 없어졌다. 덕분에 창고 공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 할 수 있다.

 

과거에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창고 수를 줄이는 것이 최적의 방법이었다. 앞으로는 배송속도를 높이기 위해 도심 가까이에 창고가 분산될 것이다. 이로 인해 급격히 증가하는 물류비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 주문 처리의 속도와 비용을 줄여야 한다. 키바로봇이 이런 문제의 솔루션으로 자리 잡는다면 아마존은 로봇 판매를 통해 사업을 다각화 할 것인지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2) 스케쳐스

미국 2위의 신발제조업체 스케쳐스(Skechers)는 ‘차세대 공급사슬’의 개념을 일찍부터 도입했다. 스케쳐스는 2011년 캘리포니아주 란초 벨라고(Rancho Belago, CA)에 180만 평방피트 규모의 배송창고를 완공했다. 자동화 창고 설계에 자동화 로봇를 생산하는 웨인라이트(Wynrights)가 참여해 자동화 및 회수물류시스템(Automation system and retrieval system, AS/RS)을 구축했다. AS/RS는 7만개 규모의 SKUs를 연간 약 1억 달러의 운영비용으로 피킹부터 배송준비과정까지 인력의 필요성을 제로로 만들었다.

 

인력확충의 탄력성은 유통업체와 유통업체가 갖고 있는 가장 큰 문제 중 하나이다. 알리바바는 지난 광군절에 약 15조의 매출을 올렸다. 영미권에서 소비가 가장 활성화되는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동안 매출이 집중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존의 스케쳐스 배송센터에서 피크와 오프피크 인력풀 차이는 500명에서 1200명까지 700명의 차이가 존재했다. 스케쳐스는 배송센터 업무 전 과정 자동화를 통해 피크기간의 인력난을 원천적으로 없앨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인건비의 75%가 감소됐고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걸리는 시간도 5년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스케쳐스는 배송센터 자동화에 멈추고 있지 않다. 배송영역에서 공차운행을 줄이기 위해 자동화 차량기술 도입을 준비 중에 있다.

 

 

3) 다임러, 벤츠

“무인 트럭 상용화?”

로봇은 더 이상 배송센터의 전유물이 아니다. 배송분야에서 드론만큼 핫한 로봇은 자율주행차를 꼽을 수 있다. 다임러는 네바다주에서 지난 7월 무인상용트럭 운송을 시작했다. 구글도 무인차(자율주행차)기술을 개발하고 시험운행 중이다. 가령 운송차량이 각각 인터넷과의 접속이 가능하다고 가정해보자. 배송센터에서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인 트럭이 배송을 준비하고 스케줄을 작성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생성된 스케줄을 바탕으로 배송센터에서 배송지까지 운전자 없이 최종 배송지까지 운송된다면 배송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또한 트럭 기사들이 점차 고령화 돼 미래의 인력난을 원천적으로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임러-벤츠는 ‘Future Truck 2025’라는 프로젝트 아래 무인트럭을 연구, 개발 중이라 밝힌 바 있다. 다수의 레이더와 카메라 센서를 활용한 데이터 네트워크 활용 기술로, 주변 차량과 도로를 감지하여 자율적으로 주행이 가능하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로봇이 미래 물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아니면 물류가 로봇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그 누구도 정확한 예측은 아직 이르다. 그렇다면 마지막으로 로봇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로봇은 아직 명확한 정의가 확립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산업에서 사용되는 로봇의 기능을 생각한다면 ‘복잡하고 정교한 장치에 의한 인공의 자동화 기능을 갖춘 기능’, 즉 조작과 작업을 스스로 할 수 있는 기계 및 장치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효율성과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로봇이라고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무어의 법칙과 적자생존에 따르면 결국 기술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고,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만이 최후의 생존자가 될 것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파악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기업의 몸부림이 계속해서 격해지는 추세이다. 올 한 해 동안 어떤 변화가 있을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이유다.

 

 

Chapter.3

구글의 기행

무인자동차와 컨테이너 보안 특허기술과의 관계

 

구글의 무인자동차 시스템은 프로젝트를 총괄하고 있는 세바스찬 스런(Sebastian Thrun) 박사가 2005년 미국 국방부가 후원하는 DARPA Grand Challenge에서 무인자동차‘스탠리(Stanley)’로 우승 상금 200만 달러를 수상했던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후 그가 개발하고 있는 구글의 무인자동차는 2012년 8월까지 약 50만㎞의 무사고 주행 테스트를 거쳤다. 또한 구글의 적극적인 로비활동을 통해 2013년 10월 현재 네바다,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그리고 워싱턴 DC에서는 무인자동차 운행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하였다.

 

무인자동차 기술이 현실화 된다면 인류에게는 획기적인 혁신과 함께 많은 비용을 절감해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자동차 사고로 인한 소중한 인명의 손실은 물론, 출퇴근길 자동차 운전으로 도로에서 버려지는 시간들을 아낄 수도 있다. 또한 시각 장애인들에게는 실질적인 이동의 자유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구글이 무인자동차 기술을 개발한 이유 또한 물류보안 특허의 취득만큼이나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Google X”라는 별도의 조직 내에서 15명의 기술자가 개발하고 있는 이 파일럿 프로그램에 대해, 그저 여러 가지 ‘설(說)’만이 회자되고 있을 뿐이다. 어떤 이들은 구글이 이를 통해 무인자동차를 생산하여 자동차 산업에 진출하려고 한다고 추측하기도 하며, 혹자들은 구글이 무인자동차 운영 소프트웨어를 자동차 업체에게 판매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구글이 과거에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자동차 생산이라는 생소한 비즈니스 대신, 최근 들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물류분야, 특히 당일배송이라는 부문과 무인자동차 기술을 연결해서 생각해보는 것은 어떨까? 예를 들면 무인 화물 트럭을 개발해서 구글의 당일배송에 투입하는 것이다. 이러한 가설은 구글이 무작정 자동차 산업으로 진출할 것이라는 추측에 비해, 다음과 같은 4가지 이유에 근거하여 보다 높은 설득력을 가지고 있다.

 

우선 첫째는 비즈니스 수행을 위한 시장의 범위 문제다. 자동차 생산 경험이 전혀 없는 구글이 본격적으로 완성차를 만들거나 혹은 완성차 시장을 위한 무인 운영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것은, 프로젝트의 범위가 너무 넓어 상당한 리스크가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를 화물차로 국한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질 수 있다. 무인 화물자동차는 화물의 수송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승차감, 외부 충돌로 인한 운전자 안전, 그리고 운전자 편의 시설 등에 대한 고려가 상대적으로 불필요해진다. 또한 고속도로 등의 간선도로를 주로 이용하는 화물자동차의 운행 특성으로 인해, 장애물이나 좁은 도로, 신호등, 보행자, 빈번한 주정차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 위험을 현저히 낮출 수 있다. 이렇듯 화물자동차의 경우에는 그 사용 목적과 운행 환경이 일반 승용차와 달리 상당히 제한적이기 때문에, 무인 자동차의 설계와 시스템 디자인을 단순화하여 리스크를 낮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교통안전이라는 매우 중요하고 보편적인 가치를 무인 화물자동차의 도입을 통해 제공해 줄 수 있다는 명분에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비슷한 상황이지만, 미국 교통부(Department of Transportation)에서 발행한 2010년도 자동차 사고 통계자료에 따르면, 화물차의 사고율이 일반 승용차의 사고율보다 3배가량 높게 나타나고 있다. 더군다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률은 화물차가 일반 승용차에 비해 무려 27배나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렇듯 위험이 큰 화물운송 분야에 무인자동차를 활용할 경우에는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명분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Don’t be Evil”이라는 그들의 슬로건처럼 말이다.

 

세 번째는 화물운송시장에서의 운전기사 인력수급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미국은 지난 20여 년동안 화물 운송기사의 부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는데, 이러한 상황은 현재에도 좀처럼 나아질 기세를 보이고 있지 않다. 한 분석에 따르면 향후 10년 동안 새롭게 발생하는 신규 운송기사 인력 수요 중 약 10% 정도만이 수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매년 9만 6000명 이상의 인력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무인 화물자동차 운영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될 수 있으며, 향후 미국 전역을 포함하게 될 구글의 당일배송 서비스에 이 무인 화물자동차가 충분히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네 번째는 당일배송의 비용과 관련한 근거다. 아마존의 경우에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그동안 축적해온 다양한 물류 운영 기술과 노하우, 그리고 FBA 등과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배송해주고 있다. 아마존 프라임 서비스는 연 79달러의 비용으로 무제한 무료배송을 제공하고 있으며, 아마존 후레쉬의 경우 35달러 이상 구매고객에게는 당일배송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 이렇듯 저렴하게 책정된 경쟁사의 배송비는 새로이 유통 산업에 진출한 구글에게 커다란 부담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제품 배송에 있어 무인 화물자동차의 도입은 운송기사가 필요 없기 때문에 인건비에 대한 부담을 해소시켜 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무인 화물자동차는 차량의 운영 및 유지보수 비용 또한 절감시켜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콜롬비아 대학의 연구에 의하면 무인 차량들 간의 차간거리를 최대한 줄인 채 그룹(Platoon)을 지어 정속으로 운행할 경우, 공기저항 감소를 통해 연료 소모량과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따라서 무인 화물자동차를 통해 당일배송에 있어서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무인화물차 운영 가능성에 대한 이상의 근거에도 불구하고 무인자동차로 화물을 운송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문제가 하나 있다. 바로 화물의 보안 문제이다. 카고넷(CargoNet)에서 발표한 2011년 화물 도난 통계자료를 보면, 도난 사고의 80% 이상이 화물차량의 주정차 중이나 창고에서 발생하고 있다. 창고를 제외하고 나면 도난 사고의 대부분은 모두 화물이 트럭에 적재된 상태에서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운전자가 없는 무인화물차의 경우라면, 이러한 도난 위험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

 

바로 여기에 구글이 그동안 개발해왔던 컨테이너 추적과 모니터링, 그리고 물류 보안에 관한 기술들이 적용될 수 있다. 컨테이너 보안 기술을 적용한 무인 화물차들이 물류센터를 연결하는 간선 수송에 사용될 뿐 아니라, 버퍼박스(BufferBox)의 라커시스템을 장착한 무인배송 차량을 통해 고객들에게 당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무인자동차 사례가 개념적인 아이디어를 초보적인 기술을 통해 테스트 해보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글도 역시 마찬가지로 무인자동차 기술을 물류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할 산적한 문제들이 많이 남아있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한 가지 사실은, 지금까지의 그들이 그래왔듯, 구글은 새로운 시도와 다양한 인수합병을 통해 언제라도 이 기술을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순식간에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2013년 12월 매우 흥미로운 소식이 하나 전해졌다. 구글이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을 통해 생산과 물류현장을 자동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인터넷 검색으로 시작한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한 콘텐츠와 모바일 환경으로의 확장을 거쳐, 제품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당일배송이라는 물류 영역으로까지 진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진화를 통해 디지털 세상의 비트를 물리적 세상의 원자와 하나로 합쳐, 결국엔 SCM으로 통하는 그 길을 구글 또한 걷고 있는 것이다.

 

안드로이드를 개발한 앤디 루빈(Andy Rubin)을 총 책임자로 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이미 로봇 제작, 센서, 인공 비전 분야 등에 걸친 7개 회사의 인수 합병을 마무리 지었다. 안드로이드를 개발하기 전, 독일의 칼 자이스(Carl Zeiss)에서 생산자동화 엔지니어로 일했었던 앤디 루빈이, 어떠한 방식으로 로봇 기술을 물류에 혹은 무인 화물자동차에 활용하게 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제 구글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디지털 세상과 물리적인 세상을 넘어 서서히 우주로까지 눈을 돌리고 있다. 2012년 4월 구글의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에릭 슈미트(Eric Schmidt) 회장이 플래니터리 리소스(Planetary Resources)라는 회사의 전략적 투자자로 등장한 것이다.

 

이 회사는 원래 관측용 위성을 제작하던 업체인데, 향후 10년 안에 우주에 떠다니는 수많은 운석으로부터 백금이나 희토류 같은 광물을 채취하여 지구로 운송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류 기술문명과 역사의 발달이 금과 은, 그리고 향신료를 찾기 위한 욕망으로 인해 진일보했던 것처럼, 우주를 단순한 과학의 세계가 아닌 산업의 세계로 활용하려는 이들의 계획에, 구글의 두 억만장자가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구글과는 ‘탐색(Search)’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이 회사에 아직은 개인자격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구글의 인수합병 역사에 새로운 한 줄을 추가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물류와 SCM 산업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게 구글의 이러한 변화는 긍정과 우려가 교차된 만감을 느끼게 한다. 역사적으로 건설 산업만큼이나 인류의 삶에 많은 공헌을 했던 물류가 구글 같은 혁신적 기업에 의해 그 가능성이 재조명되고 있다는 긍지와 함께, 새로운 역량과 아이디어로 시장의 논리를 송두리째 바꾸어 현존하는 물류 기업들에게 예상치 못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는 그런 느낌말이다.

 

 

 

 

 

그러나 결국 모든 산업은 SCM으로 통하게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혀 다른 산업에서 진화를 거듭하며 SCM으로의 혁신을 이끌어냈던 구글과 같은 기업처럼, 물류도 이제는 같은 방식의 진화와 혁신을 만들어 가야 할 때이다. 그렇지 못한다면 그리 멀지 않은 시간 안에 모든 산업은 SCM으로 통한다는 진리를 알고 있는 새로운 누군가에게 주인의 자리를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 해당 기사는 CLO 통권 67권(1월호)에 게재된 기사를 일부 발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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